100년전 허블이 규명해 낸 우리 은하 밖의 은하를 통해 우주의 크기가 엄청나다는 것을 알게됐다. / NYT
우주는 얼마나 큰 것일까? 19세기초에는 10광년 정도까지 추정해냈다. 94조km. 엄청나게 먼 거리지만, 100년뒤 20세기초에 인간이 측정해낸 우주의 길이는 10만광년으로 늘어났다. 우리 은하계가 우주의 대부분이라고 생각했고, 태양 같은 별이 천억개가 있는 광활한 공간이었다.
그런데, 그것은 걸음마에 불과했다. 1924년 미국 천문학자 에드윈 허블이 안드로메다 성운을 관찰하다가, 세페이드 변광성(變光星)을 발견했고, 그 속성을 이용해 지구에서 변광성까지의 거리를 정확하게 측정해냈는데, 지구로부터 안드로메다 성운은 무려 90만광년이나 떨어져 있었다. 그러니까, 그동안 우리 은하 안에 있다고 믿어온 안드로메다 성운이 은하 밖의 거대한 다른 은하라는 것을 알게된 것이다.
이른바 '현대 우주'는 무한히 넓고 별과 은하로 가득 차 있다. 그 발견이 100년전 허블에 의해 이뤄진 것이다. 1924년 11월 23일 뉴욕타임스에 그 사실이 발표되면서, 지구상의 인류는 거대한 우주를 알게 되었다.
현대 우주과학의 기틀을 잡은 허블을 기념해 명명된 거대 우주망원경 '허블'. / NASA
위대한 발견을 이어온 허블망원경
은하는 수많은 별들과 가스, 먼지, 암흑 물질 등이 결합된 거대한 집합체로, 우리 태양계가 속한 은하는 '은하수' 또는 ‘우리 은하’라고 부른다. 허블이 연구 결과를 발표할 당시 통념은 지구가 속한 우리은하가 우주의 전부라는 것이었다. 그런데 허블이 우리은하가 유일한 우주가 아니라, 수많은 은하 중 하나일 뿐이라고 관측으로 입증한 것이다.
허블이 근무했던 미국 윌슨산 천문대에는 당대 최대였던 ‘후커 망원경’이 있었다. 허블은 이 망원경으로 별의 밝기가 주기적으로 변하는 변광성을 발견했고, 이를 토대로 안드로메다 성운은 지구에서부터 거리가 90만 광년(오늘날 추정은 250만 광년)에 달한다고 밝혔다. 이는 당시 알려진 우리은하의 지름(10만 광년)을 훨씬 넘어서는 거리로, 안드로메다 성운이 우리은하 안에 있을 수 없다는 사실을 입증한 것이다.
허블은 이후 몇 년간 우리은하 이외의 은하 46개를 추가로 관측했고, 멀리 있는 은하일수록 더 빠르게 멀어진다는 허블의 법칙을 내놓았다. 이 또한 통설을 부정하는 것이었다. 당시에는 우주가 시간적으로나 공간적으로 일정하고 변하지 않는 상태에 있다고 봤는데, 허블은 우주 팽창을 지지하는 연구 결과를 내놓았다.
우주의 시작이 있고 계속 팽창해 현재의 우주를 형성했다는 ‘빅뱅(big bang 대폭발) 이론’의 토대를 놓은 것이다. 우주는 팽창하지 않고 그대로 존재한다는 이른바 ‘정상 우주론’은 힘을 잃어갔고, 빅뱅이 우주론의 대세로 자리 잡았다. 지금은 관측 가능한 우주 안에 1조개 이상 은하가 존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같은 놀라운 세계관을 열어준 허블을 기리기 위해, 1990년 발사된 당대 최대의 우주망원경에 '허블'이름이 붙게된다. 바로 저 유명한 '허블 우주망원경'이다. Hubble Space Telescope, HST라고 쓴다. 2.4m의 주거울을 갖고 있으며 근자외선, 가시광선, 근적외선 스펙트럼을 관측한다. 지구 저궤도에서 우주를 관측하기 때문에 먼 우주의 모습을 지구 대기의 방해없이 선명하게 포착해 낼 수 있어, 우주에 대한 이해를 넓히는 데 기여했다.
미국과 유럽의 우주기관 NASA와 ESA가 주도하는 허블 우주망원경은 2030~2040년 생명이 끝나고, 그 이후 2021년 발사된 제임스웹 우주망원경(James Webb Space Telescope, JWST) 또 그만큼 혁신적인 결과들을 보여주고 있다. 맨눈으로 본 까만 하늘을 허블로 봤더니, 은하들이 수없이 많이 보였는데, 제임스웹으로 다시 봤더니, 그냥 은하가 많은 정도가 아니라, 수없이 많은 천체들로 가득차 있는 공간이라는 것을 알 수 있게 됐다.
제임스웹(오른쪽 작은사긴)이 포착한 외계행성 'WASP-39b'이 항성 앞에 정렬한 순간. / NASA, Webb ST
허블에서 진화한 제임스웹 우주망원경
2020년 12월 24일 남미 가이아나에서 발사된 제임스웹 우주망원경. 이 우주망원경은 탄생 이야기부터 흥미진진하다.
한동안 세계에서 가장 강력하고 가장 유명한 허블망원경을 운영하던 STScI 측에서 어느날 놀라운 제안이 나왔다. “앞으로 열흘 동안 아무것도 없는 먼 우주에 초점을 맞추고 허블망원경으로 그곳만 촬영해보자.” 그 귀한 망원경을 그렇게 낭비하냐는 반론도 있었지만, 연구는 진행됐고, 열흘 뒤 놀라운 결과를 얻었다. 시커멓게 텅비어 보이는 우주의 한 공간이 실은 엄청나게 많은 별과 은하들로 가득 차 있다는 것을 알게된 것.
그래서 과학자들 사이에 ‘더 멀리, 더 선명하게’ 우주를 보아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되었고, 무려 100억 달러(약 14조원)짜리 제임스웹 우주망원경을 제작하게 되었다. 얇게 금이 도금된 육각형의 거울들을 붙여 지름 6.5m의 망원경이 만들어지고, 많은 관측장비와 방열장비들이 부착되었다. 망원경의 지름이 허블망원경의 거의 3배에 이르지만, 망원경 전체의 크기는 비슷할만큼 향상된 기술들의 결합체가 그렇게 탄생했다. 마침내 2021년말에 발사하고 2022년 7월부터 관측을 시작하게 되었다.
확장하고 있는 먼 우주에서 지구에 도달하는 빛은 파장이 늘어지면서 가시광선이 아닌 적외선으로 변하는 ‘적색편이’ 현상이 발생한다. 그동안 허블우주망원경이 못 본 적외선을 제임스웹의 근적외선카메라(NIRCam)가 관측하면서 새로운 우주의 모습이 펼쳐진 것이다. 그래서 과학적 의미가 큰 것으로 꼽힌 이미지는 외계행성의 대기 화학 반응을 처음으로 찾아낸 ‘WASP-39b’다. 제임스웹은 토성과 유사한 외계행성 WASP-39b이 항성의 앞에 정렬되는 순간을 촬영했다. 항성의 빛에 굴절된 WASP-39b의 대기 색으로 이산화탄소가 있다는 것을 알았다.
NASA와 ESA, CSA(캐나다 우주국)이 개발한 제임스웹 우주망원경은 이같이 기존의 망원경으로 볼 수 없었던 아주 먼 거리의 심우주 모습을 촬영해 내고 있다. "우주의 탄생장면을 찍었다"는 탄성을 제목으로 기사들이 쏟아져나올 만큼 놀라운 성능을 보여주고 있다. 앞으로 20년은 더 우주의 신비를 촬영하면서 우리에게 우주 탄생과 미래의 모습을 소개해줄 것이다.
허블의 거대우주 발견에서부터 허블 우주망원경의 혁명적인 관측능력이 이어진 제임스웹 우주망원경. NASA는 또다시 제임스웹을 넘어서는 또다른 우주망원경들을 준비하고 있다. 2026~2027년 발사될 로먼 우주망원경(Nancy Grace Roman Space Telescope)은 얼마나 멋진 우주를 우리에게 소개해 줄까, 벌써부터 가슴이 설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