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폴로 8호가 찍은 달에서 본 지구돋이 사진. 지구와 달은 중력이 달라 시간의 흐름이 미세하게 다르다. / NASA
일상 속에서 시간은 절대적인 것처럼 느껴지지만, 사실은 상대적이다. 중력이 약한 곳에 있으면 시간이 더 빨리 흐른다. 지구의 중력이 약해지는 곳, 가령 지구 궤도를 돌고 있는 GPS위성 같은 것이 그 예다. GPS위성은 무려 고도 2만km에서 지구를 돌면서 신호를 주고 받는다. 위성 주변에서는 미약하게나마 시간이 빠르게 흐르기 때문에 이 시간차이를 보정해 위치정보를 산정하고 있다. 그 과정이 없다면, 시간 차이로 인한 오차가 10km까지 발생하기도 한다.
달은 어떨까. 당연히 지구보다 중력이 작기 때문에 지구의 시간과는 차이가 있다. 최근 아인슈타인의 일반상대성 이론을 기초로 작동시킨 컴퓨터를 통해 달과 지구의 시간차를 계산한 연구결과가 나왔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달의 시간은 지구보다 0.000056초 빨리 흐른다.
미국 과학기술전문지 라이브사이언스는 최근 미국 국립표준기술연구소(NIST) 연구팀이 국제학술지 ‘애스트로노미컬 저널’을 통해 “달 시간은 지구보다 하루 기준 0.000056초 빨리 흐른다”는 분석 결과를 발표했다고 보도했다. 일반 상대성 이론에 따르면 중력이 약한 곳에서는 시간이 더 빨리 흐른다. 중력이 시간을 잡아두는 일종의 접착제 역할을 하는 셈이다.
연구팀에 따르면, 0.000056초는 일상 생활에서는 그다지 중요한 차이를 만들지 않지만 달에서 사용이 가능한 GPS에서는 특정 물체의 위치 확인 과정에서 큰 차이를 만든다. GPS는 인공위성이 쏘는 전파가 지상으로 도달하는 시간을 계산해 위치를 파악한다. 그런데 위성과 지상의 시간이 서로 다르면 위치 파악 과정에서 오차가 생길 수밖에 없다.
달 중력이 지구보다 약해서 생기는 현상이다. 시간이 지구와 다른 빠르기로 흐르면 위성항법시스템(GPS) 기술을 이용한 위치 파악 과정에서 오차가 생긴다. 이번 연구로 향후 인간이 달에서 전자 장비나 차량을 위치 오차 없이 운용할 수 있게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연구팀이 이번에 알아낸 0.000056초의 오차는 향후 달 개척 과정에서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미국은 ‘아르테미스 계획’을 통해 2027년에 우주인 2명을 달에 착륙시킨 뒤 2030년대 초반 달 표면에 상주기지를 짓는다는 계획이다. 그러려면 달에서 각종 자동차(월면차)와 사람들이 돌아다녀야 한다. 이때 이들의 정확한 위치 파악에 이번 발견이 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연구팀은 “달에서 인간이 지금보다 더 많은 활동을 할 때 안전성을 확보할 방안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