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달에 사람이 산다!
루나게이트웨이- 달기지, 현실로

2025.01.06 09:37:36

[2025 신년기획, 우주탐사 퀀텀점프 시작됐다, 1-3]
달 궤도 우주정거장 만들면 달 탐사-기지건설 획기적 진전

 

첫번째 키워드 '달'

1. 달 착륙 도전하는 민간기업들

2. 달 유인비행에 도전한다

3. 달 기지, 달 탐사의 꿈


달이다. 달은 우리에게 우주의 대표선수다. 그 달에 사람이 사는 꿈이 이제 이뤄지고 있다. 1960, 70년대에 이뤄진 달 착륙은 짧은 기간 동안 달에 머물며 실험을 하거나 달의 샘플을 채취해 돌아오는 것이 전부였다. 그나마 딱 12명만이 달에 발을 디딜 수 있었다. 그로부터 반세기가 지난 지금, 인간은 다시 달에 가려하고 있다. 그렇지만, 이번엔 좀 다르다. 물론 처음에는 달에 잠깐 머물게 되겠지만, 지속적으로 달을 찾을 수 있거나, 달에 오랫동안 머물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목표다. 

 

그래서, 루나 게이트웨이라고 불리는 달 궤도 우주정거장을 만들고, 아예 달에 인간이 거주할 수 있는 기지를 만들려 하고 있다. 이 시도는 나중에 화성이라는 완전히 다른 행성에 인간이 이주할 수도 있다는 전제 아래, 그것을 미리해본다는 의미와, 화성을 향한 발사기지를 만든다는 의미를 동시에 지니고 있다.  

 

영화 '더문' 속에 등장하는 루나 게이트웨이. NASA의 실제 추진 형태와 거의 같아 화제가 됐다. 

 

▶달 궤도 우주정거장 루나 게이트웨이

달 탐사에 나섰던 우주선에 고장이 발생했다. 우주비행사들이 사망하고 홀로 남았는데, 어쩔 수 없는 상황에서 달에 추락했다. 혼자 움직이기도 힘든 상황. 어떡하지? 멀리 지구에서 구조대가 올 때까지 기다려야 하나? 아니, 이럴 때 바로 멋지게 구조대의 역할을 해줄 사람들이 있다. 달 궤도를 돌고 있는 우주정거장에 머무르고 있는 우주비행사들이다. 당연히 우주정거장에는 도킹해 있는 달 착륙선도 있고, 지구로 돌아올 우주선도 연결될 수 있다. 달 궤도에 있으니, 추락지점과 가까워질 때 금방 달 표면에 내려가 조난 상태의 우주인을 구출해 돌아올 수 있다. 

 

여기, 달 궤도를 돌고 있는 우주정거장, 그것이 바로 '루나 게이트웨이(Lunar Gateway)'다. NASA가 중심이 되어 실제로 추진되고 있는 프로젝트이고, 위의 상황은 한국 최고의 달 탐사 영화 '더문'의 내용을 살짝 변형해 가져다 놓은 것이다. 영화 속에 있는 우주비행사들이 자신들의 일이 아니지만, '우주인으로서의 인류애'를 발휘해 우리의 주인공을 기꺼이 구조해낸다. 그것이 가능한 것은 그들의 휴머니즘 덕분이기도 하지만, 달 궤도 우주정거장이라는 존재 덕분이다. 

 

현실 속 루나 게이트웨이는 NASA와 CSA, ESA, JAXA 등이 공동으로 추진하고 있다. 캐나다의 로봇팔, 유럽의 생활-연구공간 모듈, 일본의 물자보급선 개발 등이 함께 하면서 국제적인 정거장이 만들어지는 것이다. 모두 12개국이 직간접적으로 개입하고 있으며 스페이스X를 비롯한 민간기업도 참여한다. 

 

계획에 따르면, 약 10년에 걸쳐 모듈들이 발사되면 2033년 우주비행사 4명이 장기 체류할 수 있는 우주정거장이 만들어지고, 본격적으로 상시 달 탐사와 달 기지 건설 등이 가능해진다. 현재 상태에서는 초기의 루나 게이트웨이에서 30일간 우주비행사들이 머물 수 있는 공간이 기초적 설계로 잡혀있다. 원래는 2024년 게이트웨이 모듈들을 달 궤도에 올리는 작업을 시작하려 했지만, 여러 차례 일정이 연기되면서 2027년에 첫 모듈 발사가 이뤄질 예정. 

 

이에 따라, 2027년 달 착륙을 시도할 아르테미스 3호 미션은 당초 계획인 우주정거장 도킹을 생략하고 바로 달 표면에 착륙하는 스타십 착륙선을 필요로 하게 됐다.  

 

기본적으로 1998년 이후 수많은 과학실험을 하면서 우주 탐사의 첨병 역할을 해온 국제우주정거장 ISS가 2030년 문을 닫게 되면, 민간 우주정거장과 중국의 '톈궁' 등이 그 역할을 맡게 되겠지만, 이제 주요한 임무는 지상 400km 높이에 있는 지구 저궤도 우주정거장이 아니라, 달에 근접해 달 궤도를 도는 루나 게이트웨이가 맡게 되는 것이다.

 

루나 게이트웨이가 완성되면, 달 궤도에 장기체류하는 인간의 신체적 문제점과 달에서의 각종 실험, 달 착륙선의 중간 기착지 역할을 하면서 달 탐사 미션의 안전성과 효율성을 극대화하게 된다. 그 다음은 당연히 달 기지다.   

 

2009년 영국 영화 <더문>에 등장하는 달 기지 내부 모습. 

 

▶달에 기지를 짓는다고? 

이번에도 영화 제목은 <더문>이다. 2009년에 개봉된 영국 영화. 달 표면의 에너지 자원 '헬륨3'를 채취해 지구로 운송하는 미래를 배경으로 한 영화다. 자원이 고갈된 지구를 살리기 위해 달에서 자원을 채취하기 위해 3년간 홀로 달에 머물며 일을 한다. 아늑한 공간에 운동시설까지 있는 기지에 머물면서 자동으로 채취되는 헬륨3를 옮기고 관리하고 지구로 보내는 일을 한다. 실시간 통신위성은 기본이다. 지구의 첨단 사무실 모습과 크게 다르지 않다. 

 

그런데 현실 속 달 기지는 현실과 많이 다를 가능성이 크다. 아르테미스 미션 속에 달 기지를 위한 장기계획들도 포함되어 있지만, 시시각각 개발되는 기술로 인해 달 기지를 짓는 방식들이 새롭게 등장하고 있다. 

 

지구에서 완성된 모듈을 실어다 달 표면에 설치만 하면 가장 좋은 집(기지)을 지을 수 있지만, 그러자면 어마어마하게 큰 우주선을 수차례 동원해야 하는 문제가 생긴다. 그래서, 달의 토양과 3D프린팅 기술을 접목한 기술이 좋은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달의 토양 중 적절한 곳을 찾아 레골리스, 즉 먼지같은 달 토양을 원료로 삼아 3차원 프린팅을 하면 고강도의 벽돌이 생겨난다. 그러한 벽돌을 쌓아 집을 지으면, 간단한 프린터와 인력(로봇)이 건축을 해내게 된다. 과학자들은 이 경우, 벽체의 강도가 훨씬 강해지면서 우주 운석의 충돌에도 견디게 된다고 예측하고 있다. 

 

실제로 2020년대 말쯤에는 달 표면에 3D프린팅을 이용한 건축물이 세워질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미국의 3D 프린트 스타트업 아이콘(ICON)은 이미 NASA와 800억원짜리 계약을 맺고 그 기술을 발전시키고 있다. 이 기업은 같은 기술로 이미 멕시코에서 세계 최초의 3D 프린트 주택단지를 지은 바 있는 기업이다. 그 아이콘은 NASA 존슨 우주센터 안에 화성을 재현한 150㎡ 넓이의 '마라스 듄 알파'라는 기지도 건설할 예정이다. 

 

이런 계획에서 중요한 요소 중 하나가 물이다. 2024년 중국 과학자들이 달 토양에서 물을 추출하는 신기술을 개발했다. 달 토양 광물이 대량의 수소를 저장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된 과학자들은 수소를 가열해 철분과 물을 생성하는 것을 가능하게 만들고 있다. 달 토양 1g에서 약 50~70mg의 물을 생성할 수 있다는 결론이다. 그러니, 토양을 반죽할 물까지 확보가 가능해지는 것이다. 

 

이런 연구는 사실, 중국 독자적 달 기지 건설로 연결되어 있다. '우주굴기'를 내세우는 중국은 2026년과 2028년에 무인 탐사선을 달에 보내 남극 자원을 탐사하고 그 자원을 활용하는 다양한 방법을 연구한 뒤 2030년에는 유인 탐사를 진행할 계획이다. 이까지 성공하고 나면 2035년 달의 남극에 광범위한 과학연구시설을 만들고, 2050년에는 포괄적으로 사람이 살고, 연구를 진행할 수 있는 달 기지 네트워크를 구축하겠다는 야심을 갖고 있다. 

 

중국과 미국, 누가 먼저 실제로 달 기지를 만들지 알 수는 없지만, 루나 게이트웨이에서 이어지는 달 기지 계획이 공허하게 느껴지지 않을만큼 우리는 이미 달 기지라는 개념에 익숙해지고 있다. 

 

ESA가 레고그룹과 함께 만든 우주벽돌. 운석부스러기를 활용해 레고블록처럼 끼워맞출 수 있는 벽돌을 만들었다. / ESA

 

▶달 기지-우주정거장에 동참하는 나라/기업들

실제로 어떤 형태로 달 기지가 건설될 지는 확실히 말하기 어렵지만, 가장 많이 등장하는 건축방법은 모듈이다. 지구에서 만들든 달에서 제작하든... 

 

우주벽돌의 형태를 생각하면 바로 떠올릴 수 있는 친근한 물건이 있다. 바로 레고블록이다. 그 원리를 활용하는 것은 다양한 건축에서 현실이 되고 있다. 달에서도 그럴 수 있을 것 같다. 유럽우주국 ESA와 레고그룹이 손을 잡고 운석 부스러기를 주요 재료로 삼아 우주벽돌을 개발하는데 성공했기 때문이다. 지난해 발표된 이같은 성과는 달의 레골리스를 활용해 벽돌을 찍어 집을 짓는 것을 목표로 한 것이다. ESA는 45억년 전 아프리카 지역에 떨어진 운석을 갈아만들 토양으로 우주벽돌을 만들었다. 

 

레고블록처럼 한쪽에는 볼록하게 작은 원기둥 돌기를 만들고, 아래쪽은 홈을 파 레고블록처럼 끼워 맞출 수 있도록 했다. ESA는 "우주벽돌로 건물을 짓는 여러 방법을 테스트하는 한편, 다른 소재로 우주벽돌을 제작하는 방법도 연구 중이다"고 밝혔다. 기술은 나날이 발전해 갈 것이다. 

 

기업의 특기를 최대한 살리는 방법으로 달 기지 구축에 기여하는 방법은 노키아에서도 나타난다. 세계적 통신장비업체 노키아는 달 표면에 LTE 네트워크 구축에 나선다. 올해초면 그 기초적 작업이 윤곽을 드러낼 것으로 보이는데, 지구에서 사용하는 하드웨어를 달 환경에 맞도록 조정해 달에서 움직이는 사람들과 우주선의 사람들의 원활한 통신망을 확보함으로써 달 표면에서의 작업 안전성을 획기적으로 높이는 시도가 진행된다. 

 

노키아의 달 전용 4G 시스템은 NASA의 아르테미스 미션과 맞물려 있다. 2020년 계약을 맺고 이미 1410만 달러의 지원을 받은 바 있는 노키아는 올해초 진행될 것으로 보이는 인튜이티브 머신스의 IM-2 임무에 통신장비를 싣고 달에 보낼 예정이다. 


한편, 달에 '자유의 여신상'보다 높은 가로등을 세우는 프로젝트도 가동 중이다. 제프 베조스의 블루 오리진의 자회사인 허니비 로보틱스(Honeybee Robotics)가 태양광 배터리로 사용할 수 있는 거대한 가로등을 달에 건설하겠다는 것이다. 루나세이버(LUNARSABER)라는 이름의 프로젝트는 고급 원격감지 및 에너지 재분배를 위한 자율 빔 기능을 갖춘 달 유틸리티 내비게이션을 설치하는 계획이다.

 

따로따로 진행되는 것 같은 민간기업들의 기술 개발과 달 탐사 추진이 결합되면, 달 표면에서 인간이 거주하는 기지를 만들고, 운영하는 것이 한발짝씩 가까워지고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되는 대목이다.

 

달에 건설될 인간거주 달 기지의 한 샘플을 보여주는 상상도. 지금의 기술발전과 목표를 생각하면 곧 현실이 될 것으로 보인다. / ICON

 

▶달 거주, 힘들지만 허황된 꿈은 아니다

아마도 내년말, 내후년 중반쯤에 이르게 되면, 온세상이 주목하는 가운데, 인간의 달착륙 장면이 실시간으로 전세계에 중계될 것이다. 그렇게 되면, 그동안 달이 무슨 필요냐며, 화성이 무슨 꿈결같은 소리냐며 비웃던 사람들이 충격 속에서 후회하게 될 가능성이 크다. 그동안 많은 나라들이 힘과 돈을 모아 추진해온 달 탐사에서 한발 빗겨선 채 현실주의자, 합리주의자를 자처해온 사람들이 시대의 흐름에서 한참 뒤처져 있게 되어 버린 현실을 알게되는 순간이다. 

 

그리고 눈을 들어 하늘을 보면, 갑자기 인간의 달 착륙과 함께 추진된 달 궤도 우주정거장 '루나 게이트웨이'가 윤곽을 드러내고 있다는 것도 알게 되고, 그것이 본격 작동되면 달 착륙과 달에서의 작업, 탐사, 연구는 일상이 될 가능성이 커져있음을 깨닫게 된다. 그러고 나면, 현실적 필요에 의해서라도 달 기지가 떠오르는 것이 순서다.    

 

아직은, 지구에서 가장 가깝고 인간에게 가장 친숙한 천체인 달조차도 사실 쉬운 곳이 아니다. 착륙할 지점을 찾는 것부터 시작해 황량한 토양에서 뭔가를 해내는 것, 우주 자기장과 방사능, 대기가 부족해 생기는 작고 큰 천체들과의 충돌, 14일의 낮과 밤, 그 중에서도 밤의 혹독한 기후조건 등등 해결하거나 적응해야할 과제가 한둘이 아니다. 

 

2명이 탄 가벼운 착륙선이 움직이는 데도 그같은 과제가 발목을 잡는데, 거대한 모듈 단위로 움직이거나 첨탑을 세운다면 건설하는 순간의 안전문제는 물론이고, 유지의 안전성 안정성을 확보하는 것은 결코 쉽지 않은 과제다. 그래서 지하로 뻗어있는 크레이터나 용암동굴 속 같은 입지가 등장하기도 하고, 비교적 평탄한 것으로 밝혀진 분지들이 선호되기도 한다.  

 

실제로 지난해 2월 첫 민간 우주선 착륙의 기록을 세운 인튜이티브 머신스의 오디세우스 탐사선도 달 표면 착륙 때 넘어져 태양광 충전이 뜻대로 이뤄지지 않는 사고를 당해 수명이 크게 줄어들 수밖에 없었다. 그렇지만, 이들은 그때의 경험을 바탕으로 새로운 월면차를 만들고 있다. 넘어짐도 펑크도 없는 월면차가 개발되면 또 한걸음 달에 다가서게 된다. 

 

앞에 등장하는 우주블록들을 이용한 현장 건설, 현장 자재 수급 등이 가능해지고, 헬륨-3와 물을 활용한 에너지와 생존조건 등이 마련된다면, 급격한 속도로 우주기지 건설이 진행될 수도 있다. 화성으로 실제 이주까지는 멀고 먼 일이더라도, 화성탐사를 쉽게 만든다는 점과, 미국과 중국의 자존심 대결까지 고려한다면. 달 기지 건설은 쉽게 물러설 수 없는 게임이 되었다.  

 

그러니, 동화 속에서 토끼와 선녀가 살던 달에 사람이 사는 집이 지어지고 사람이 살게 되는 것은, 허황된 꿈이 아니다. 결코 쉽지는 않지만 절대로 이뤄지지 못할 불가능한 꿈은 아니다. 10년쯤 뒤면, 현실이 될지도 모를 일이다. 달, 결코 멀리 있지 않은 우리의 영토다.    

최윤호 newsroom@cosmostimes.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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