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행성이 지구와 충돌하면 지구는 어떻게 될까?
태양도 달도 사라지면 우리는 어떻게 될까?
태양폭풍이 몰아치면 우리는 어떻게 될까?
초신성이 폭발했다! 지구는 어떻게 될까?
반물질로 된 별이 태양과 충돌한다면, 우리는?
블랙홀이 우리를 집어삼킬까?
외계 생명체와 접촉할 확률은 얼마나 될까?
우리은하와 안드로메다은하는 정말 충돌할까?
우주도 언젠가 사라지는 때가 올까?
인류 최대의 위협, 지구온난화는 해결할 수 있을까?
우주에는 지구에 사는 우리를 멸망시킬 방법이 수없이 많다. 위에 나열된 것들은 그중 일부분일 뿐이다. 하여튼, 이들 대부분의 재난은 일어날 가능성이 아주 낮거나 일어날 확률이 거의 없다. 가능성이 있다 해도 수천만년, 혹은 수억년 뒤의 일이다.
이같은 수많은 지구 멸망의 요소들 중 13가지를 골라 흥미진진하게 풀어낸 책이 새해초 출간됐다. 이탈리아 천체물리학자이면서 판타지 소설가인 리치아 트로이시가 쓴 <불안한 사람들을 위한 천체물리학>이다. 이탈리아어 전문번역가인 김현주의 옮김에 한국천문연구원 문홍규 박사와 그의 동료들이 분야별 감수를 맡았다. 2025년 1월, 플루토 발행.
출판사의 서평을 통해 책의 내용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재난과 종말은 늘 우리를 매료시켜왔다. 성경 속 인류의 종말과 천년왕국, 밀레니엄 버그, 노스트라다무스의 종말론, 제3차 세계대전과 핵폭탄 등 끊이지 않는다. 가장 최근인 2012년에 나온 종말론은 존재하지도 않았던 고대 마야의 예언을 근거로 나왔다.
뉴스에서는 '소행성이 접근해 지구를 파괴한다거나, 유럽입자물리연구소에서 개발하는 인공 블랙홀이 지구를 삼켜버리게 될 것이다'와 같은, 우리를 놀라게 하는 기사가 종종 나온다. 그러나 이런 기사들은 정확한 근거가 없거나 과장돼 있다. 물론 우주에는 우리를 멸망시킬 방법이 수없이 많다. 우리가 무언가를 두려워한다면 먼저 원인을 찾은 다음 그에 맞는 해결 방법을 내놓아야 한다. 흥밋거리로만 소비되는 종말론, 근거 없는 확신, 무책임한 유언비어 등은 사람들의 불안만 더할 뿐이다.
<불안한 사람들을 위한 천체물리학>은 우주 재난 시나리오를 소개하면서 그 우주 재난의 과학적 원리와 발생 가능성, 그리고 해결 방법까지 제시한다. 이 책에는 우주 재난에 관한 13가지 시나리오가 소개된다. 어느 날 6600만 년 전 백악기 공룡을 멸종시킨 것 같은 소행성과 지구의 충돌일지도 모른다. 지구의 자전축을 움직이게 하고, 조류를 일으키는 달이 어떤 원인으로 갑자기 사라질 수도 있다. 달이 사라지면 달이 지구 자전축에 미치는 안정화 작용이 일어나지 않아 지구 자전축 기울기에 큰 변화가 생긴다. 그 결과 지구에는 역사상 최악의 기후변화가 나타나 우리가 아는 생명이 살아남기 어려운 조건이 된다. 또 태양에서 방대한 에너지가 급작스럽게 방출되는 태양폭풍이 몰아친다면 어떨까? 평소보다 더 많은 방사선에 노출되고, 통신 장애로 심각한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이밖에 블랙홀이 지구를 집어삼킨다거나 외계 생명체가 지구를 침공할 가능성에 관한 시나리오는 지금까지 꽤 많이 들어왔던 것들이다.
좀더 어려운 우주 재난 시나리오들도 있다. 만약 반물질 별이 존재하며, 지구 근처를 지나가거나 태양과 충돌하면 어떻게 될까? 우주는 대부분 텅 비어 있고, 아직 먼 거리에 있는 두 천체가 충돌할 가능성은 극도로 낮지만, 어쨌거나 그런 일이 일어날 수 있다고 생각하면 재난보다 훨씬 큰 사건이 될지도 모른다. 2008년 유럽입자물리연구소에 대형강입자가속기가 건설되었다. 언론과 일부 물리학자들은 입자가속기를 작동시켜 실험을 시작하면 지구를 파괴할 수 있으며, 심지어 우주 전체가 파괴될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이처럼 많이 알려져 있거나, 훨씬 전문적인 지식이 필요한 요인들이 지구를 위협하고 있지만, 이 책 <불안한 사람들을 위한 천체물리학>은 독자들에게 겁을 주려고 쓴 게 아니다. 독자들이 안전한 상황에서 재난의 미래를 상상하도록 돕고, 관심을 가지도록 재미를 불어넣으려는 것이다. 혹여라도 일어날 가능성이 있는 재난은 지금도 천문학자들이 연구하면서 해결책을 찾고 있다.
그러니 너무 걱정할 일이 아니다. 그런데, 심각한 대목이 하나 있다. 이 책 마지막 장의 제목은 ‘적은 우리 자신이다’다. 심각한 재난 중 하나가 바로 코앞에 닥쳤으며, 원인 제공자는 인간이다. 그 재난은 바로 지구온난화와 기후변화다.
이 책의 저자는 매우 희망적으로 모든 문제들을 설명했듯, 이 대목에도 해법은 있다. 지금 진행 중인 프로세스를 역전시킬 수는 없지만, 적어도 완화하거나 늦출 수 있다. 온실가스 줄이기 같은 행동방법을 우리는 이미 알고 있다. 걱정하거나 비웃는 대신, 할 수 있는 것을 하면서 인류와 지구의 생명을 늘려가면 되는 것이다.
"우리는 아직 무언가를, 그것도 아주 많은 것을 실행에 옮길 수 있다. 시간은 끝나지 않았다. ‘더 잘하려다가 일을 망친다’는 말이 지금 상황에 딱 들어맞는다. 지금 진행 중인 프로세스를 역전시킬 수는 없지만, 적어도 완화하거나 늦출 수 있다. 우리는 생명을 구하는 동시에 최악의 결과만은 피해야 한다."
이것이 작가 리치아 트로이시가 하고싶어 하는 이야기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