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번째 키워드 '아르테미스'
2-1. 본격화되는 아르테미스, 그 모든 것
2-2. 아르테미스 3호, 인간의 달 착륙을 준비한다
2-3. 아르테미스의 미래가 우리의 미래다
#1. 아르테미스(Artemis). 그리스 신화 속 달과 풍요의 여신이다. 사냥을 하며 돌아다니는 야생적인 처녀의 모습. 로마 신화에서는 다이애나(Diana)라고 불린다. 미국 항공우주국 NASA가 주도하고 우리나라를 포함한 세계 52개국이 동참하고 있는 아르테미스 협정은 달과 우주를 탐사하는 기본원칙을 천명하는 국제협정이고, 아르테미스 미션은 이 협정에 입각해 직접적으로 달에 사람을 보내는 것을 포함한 미래의 우주탐사 미션의 통칭이다.
#2. 트럼프 2기 행정부가 곧 미국에서 시작된다. 트럼프의 '퍼스트 프렌드'로 불리는 일론 머스크가 정부에서 주요역할을 하고, 스페이스X를 더욱 열심히 가동할 것은 분명하고, NASA의 새 수장은 스스로 우주비행에 나선 바 있는 억만장자 재러드 아이작먼이다. 그동안 NASA 예산은 늘 뒷전이었던 미국에서 민간기업과 손잡은 우주탐사가 이제 곧 새로운 국면을 맞게 될 것이라는 추측은 누구나 쉽게 할 수 있다.
2026년 유인 달 비행을 하고, 2027년 인간의 달 착륙을 시도하는 것으로 예정된 아르테미스2, 3호 미션을 앞두고, 2025년은 1년 내내 그 준비의 열기로 뜨거울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동참하는 것이 우리나라를 비롯한 모든 우주의 꿈을 꾸는 국가들에게 과제가 될 터. 2025년의 최대 화두가 될 '아르테미스'의 모든 것을 알아보자.
▶52개국 서명한 거대 협정 '아르테미스 협정'
인간의 달과 심우주 탐사를 추진하기 위한 미국 항공우주국 NASA 중심의 국제협정인 '아르테미스 협정(Artemis Accords)'의 서명국이 50개국을 넘어서면서 거대 우주협정이 됐다. 최근 태국과 리히텐슈타인이 추가 서명하면서 2025년 1월초 현재 총 52개국이 참여하고 있다.
2020년 10월 13일 오스트레일리아, 캐나다, 이탈리아, 일본, 룩셈부르크, 아랍에미리트, 영국, 미국 등 8개국의 국가 우주국 대표가 서명하면서 출범한 아르테미스협정. 한국은 2021년에 10번째로 서명했다. 지금 러시아와 전쟁을 하고 있는 우크라이나가 9번째 서명국. 2024년 획기적으로 서명국 숫자를 늘려 52번째 서명국 리히텐슈타인, 51번째 태국, 50번째 오스트리아 등의 길고 긴 동참국가 리스트를 갖게 됐다.
오스트리아의 50번째 서명이 이뤄진 뒤 빌 넬슨 NASA 국장은 "NASA는 파나마와 오스트리아를 아르테미스 협정 공동체에 환영하며, 안전하고 책임감 있는 우주 탐사를 위한 공동의 원칙으로 하나가 된 50개국의 협정을 기념하고자 한다"면서 "우리는 함께 아르테미스 세대를 위한 장기적이고 평화로운 심우주 탐사를 구축하고 있다"고 말했다.
'심우주의 평화적인 탐사를 위해 뭉쳤다(United for Peaceful Exploration of Deep Space)'는 모토를 내세우고 있는 아르테미스 협정문에는 아르테미스 협정의 주요 원칙을 다음과 같이 제시하고 있다.
1. 평화적 우주 탐사= 서명국들은 아르테미스 프로그램에 따라 수행되는 모든 활동이 국제법에 따라 평화적인 목적으로 수행되어야 한다는 데 동의한다.
2. 투명성= 서명국들은 혼란과 갈등을 방지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투명한 방식으로 활동을 수행해야 한다. 서명국들은 이것을 경쟁 프로젝트에도 적용해야 하며 연구 및 논문 발표를 서로 조정할 것으로 기대된다.
3. 상호운용성= 아르테미스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국가들은 기존 인프라와 연계하여 작동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개발하고 지원하는 것을 목표로 해야 하며, 우주 탐사의 안전성과 임무의 지속 가능성을 모두 향상시켜야 한다.
4. 긴급 지원= 아르테미스 협정에 서명하는 국가들은 우주 비행사들과 곤경에 처한 우주에 있는 사람들을 돕기 위해 최선을 다해야 한다.
5. 우주물체 등록= 서명국들은 자국과 관련된 우주물체를 등록해야 하는지 결정해야 한다.
6. 우주유산 보존= 아르테미스 협약 서명국들은 인류의 우주 유산을 보존하기 위해 헌신한다. 여기에는 인간 또는 로봇 착륙 지점, 인공물, 우주선 및 기타 천체에 대한 활동 증거와 같은 역사적으로 중요한 장소가 포함된다.
7. 우주 자원= 서명국들은 천체들로부터 우주 자원을 추출하고 활용하는 것이 안전하고 지속 가능한 우주 탐험을 지원하는 데 필수적임을 확인한다. 서명국들은 또한 우주 자원 채취 활동에 대해 유엔 사무총장, 과학계와 대중에 알리겠다고 약속한다.
8. 활동의 상충= 아르테미스 협정 국가들은 유해한 간섭을 방지하고 정당한 존중의 원칙을 지킨다. 이는 국가 간에 설정할 수 있고 관련 활동이 중단되면 종료될 수 있는 지역으로 이른바 '안전 구역'을 설정하는 것도 포함한다.
9. 궤도 잔해= 아르테미스 협약 국가들은 임무 계획 과정의 일환으로 잔해를 안전하게 효율적으로 적시에 처리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이 협약의 서명국들은 또한 새로운 유해하고 장기적인 잔해의 생성을 제한해야 한다는 데 동의한다. 이것은 임무의 운영 후 단계에서 우주 구조물을 안전하게 처리하는 것을 포함한다.
아르테미스 1호의 달 선회 비행 개념도. / NASA
▶이미 진행된 아르테미스 1호 미션
'아르테미스 프로젝트'는 2017년 시작된 NASA, ESA, JAXA, 대한민국, 오스트레일리아, 캐나다, 이탈리아, 룩셈부르크, 영국, 아랍에미리트, 우크라이나, 뉴질랜드 등 많은 나라와 그 우주기관들이 참여하는 유인 우주 탐사 계획이다.
달부터 시작해 화성 탐사로까지 이어지는 아르테미스 미션은 현재 1호가 진행되었고, 다음 단계의 준비도 한창이다. 몇 차례 연기되었고, 아직 출발 일정이 확정된 것은 아니지만, 유인 우주비행을 시도하는 아르테미스 2호, 3호를 현실화하기 위해서는 아르테미스 1호를 이해하는 것이 필요하다.
‘아르테미스 1호’ 미션은 무인 우주선으로 달을 돌아 지구로 돌아오는 시험비행이었다. NASA의 우주로켓 발사 시스템인 SLS 로켓과 오리온 우주선 모듈의 안전성과 기능을 검증하고, 지구대기권 진입 때 오리온의 열보호시스템으로 빠른 속도(11km/s)로 진입하는 것의 안전성을 실증하는 미션이다. SLS 로켓은 NASA가 주도하고 ULA, 보잉, 노스롭그루먼 등이 제작한 초대형 리프트 발사체로 아르테미스 미션에서 오리온 모듈을 우주로 쏘아올리는 역할을 담당했다.
2022년 11월 16일 미국 플로리다 케네디 우주센터에서 발사된 오리온 CM-002 우주선은 총 25일 10시간 53분 동안 우주비행을 했고, 12월 11일 바하 캘리포니아 앞바다 태평양으로 귀환해 USS포틀랜드에 의해 회수됐다. 총 210만km를 비행한 우주선은 달에 130km 떨어진 곳까지 근접비행하면서 달 착륙의 가능성을 실험했다.
오리온 우주선은 11월 25일 달 자전 방향과 반대로 도는 달역행궤도(DRO)에 진입해 6일간의 비행을 마친 뒤 12월 1일 궤도에서 빠져나왔다. 오리온은 달 역행궤도 비행 3일째인 28일에는 지구에서 43만8570km 떨어진 지점에 다다라 역대 유인 우주선 중 지구에서 가장 먼 거리에 도달하는 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지금까지 가장 멀리 날았던 유인 우주선 기록은 1970년 아폴로 13호의 40만km였다.
아르테미스 2, 3호의 유인비행을 대비하는 시험비행이었기 때문에 오리온 캡슐 안에는 인간형태의 마네킹 3개가 수많은 검증장치들을 부착한 채 실려있었다. 그 계기들에 나타난 데이터들은 향후 유인 달 탐사 비행의 안전확보를 위한 기본 데이터로 사용되고 있다.
아르테미스 2호의 기단 중심부 로켓이 NASA에 의해 2024년 7월 공개됐다. 플로리다 케네디 우주센터로 이송돼 상단부와 통합된다. 완성된 아르테미스 2호의 비행 모습 상상도. / NASA
▶유인 미션, 아르테미스 2호, 3호
최근 반세기만에 추진되는 미국의 유인 달탐사 계획이 반년 정도 연기됐다. 한국시간 12월 6일 새벽, 미국 항공우주국 NASA가 '아르테미스 미션 내용 업데이트' 회견을 열고, 다음과 같은 내용을 발표했다.
달 주위를 4명의 우주비행사가 탑승한 상태에서 왕복하는 아르테미스 2호의 발사 계획을 2025년 9월에서 2026년 4월로 연기했다. 그리고 2026년말을 목표로 했던 우주인 달 착륙 아르테미스 3호는 2027년 중반으로 늦춰졌다. NASA 측과 스페이스닷컴에 따르면, 오리온 캡슐을 사상 첫 승무원 비행을 위해 준비하는 데 추가 시간이 필요한 상황이다.
빌 넬슨 NASA 국장은 기자회견에서 "우주는 까다롭다"면서 "그리고 우리와 업계 및 국제 파트너들은 이번 기회에 오리온 캡슐이 우주비행사들을 심우주로 안전하게 수송하고 지구로 돌아갈 준비가 되었는지 확인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렇게 해서, 2026년 4월에 발사할 아르테미스 2호는 우주 발사 시스템(SLS)의 두번째 발사를 이용하고 오리온 우주선의 첫번째 유인 임무를 주된 미션으로 하게 된다. 4명의 우주 비행사가 달을 근접 비행하고 귀환하게 된다. 1972년 아폴로 17호 이후 최초로 지구 저궤도를 벗어나는 유인 우주비행이다.
오리온 CM-003 우주선을 타고 10일 예정의 달 여행을 갈 우주인들은 이미 선정되어 있다. 크리스티나 코크, 빅터 J 글러버, 제레미 핸슨, 리드 와이즈먼(수석 우주비행사)이다. 이들 4명의 우주인을 태운 우주선은 달을 스윙바이(중력이용 근접비행)해 지구로 귀환하게 된다. 4일간의 자유귀환궤도에 따라 달까지 비행해 달에서 7400km까지 접근했다가 귀환궤도수정을 거쳐 지구로 돌아온다. 태평양 해상으로 모듈이 착륙할 예정이고, 미 해군에 의해 구조돼 기지로 돌아오게 된다.
2026년 9월 이후엔 아르테미스 3호, 인간의 달착륙이라는 원대한 미션이 진행된다. 1972년 아폴로 17호 이후, 54년만에 다시 유인 달 착륙 미션을 수행한다. 이때부터 본격적으로 스페이스X의 스타십이 등장하게 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4명의 우주인이 달 궤도에 이르면 그중 2명이 달 남극 착륙해 1주일간 머물면서 달을 걷고 각종 실험을 진행한 뒤 다시 지구로 귀환하는 미션이다. 인류 역사상 최초의 여자 그리고 유색 인종 우주비행사가 달에 간다는 점에서 특별한 주목을 받고 있다. 아폴로 프로젝트로 12명의 NASA 우주인이 달 표면을 걸었는데, 이들은 모두 백인 남성들이다.
역사적인 아르테미스 3호 미션은 다음번 글에서 자세히 알아보기로 하자.
스타십 5차 시험비행과 6차의 가장 큰 차이점. 5차의 발사대 포획착륙과 6차의 바다 착수. / spaceX
▶위험하지만 필요한 도전, 한국도 동참길 찾을 때
이렇게 멋진 달 유인비행이 왜 자꾸 연기되는 것일까. 가장 중요한 키워드는 안전이다. 우주선의 안전도 중요하지만, 우주비행사의 안전을 절대적이다. 그 중요성을 상징적으로 보여준 사건이 스페이스X 스타십의 여섯번째 시험비행이다.
스페이스X의 스타베이스. 스타십이 발사되고 로켓 부스터인 슈퍼 헤비는 승객이 탑승하는 공간인 스타십을 우주로 날려보내고는 방향을 틀어 발사됐던 지상으로 돌아왔다. 그런데 5차 시험비행 때 발사대로 다시 돌아와 거대한 젓가락 로봇팔 ‘메카질라’에 포획되는 착륙을 함을써 전세계를 놀라게 했던 그 방식을 채택하지 않았다. 근처 바다로 우아하게 수직 착수하는 방식으로 로켓의 수명을 마치게 했다.
스페이스X는 이같은 방법을 택한 것에 대해 ‘안전성’을 주요 이유로 설명했다. 1000가지 점검요소 중 단 하나라도 충족되지 않는다면 포획방식 대신 멕시코만에 착수하는 방식으로 귀환하겠다고 미리 공개했다. 그리고, 발사 중계를 하면서 그렇게 하겠노라고 선언했다.
구체적으로 공개되지 않은 ‘안전성’의 내용은 기술보다는 정황을 근거로 추정해 볼 수 있다. 스타십 6차 시험비행은 무인 우주선이지만, 트럼프를 비롯한 중요인사들이 직접 현장 참관하고 있는 상태의 시험이다. 그래서, 100% 확실하지 않다면 굳이 발사현장에 위험한 상황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는 발사대 귀환 대신 멀리 떨어진 바다 착륙을 선택했을 수 있다.
비슷한 상황은 아르테미스 미션에서도 펼쳐질 수 있다. 아르테미스 2호부터는 사람이 탑승하는 유인 우주비행이다. 미션의 부분적 실패나 우주선의 손상과는 차원이 다른, 사람의 목숨을 걸고 진행되는 장거리 미션이다. 반세기만에 추진되는 유인 우주비행에서 혹시라도 인명사고가 발생한다면 이는 돌이킬 수 없는 타격이 될 수밖에 없다.
그러므로 NASA와 스페이스X는 물론이고, 적극적으로 밀어주겠다고 나서고 있는 트럼프 행정부에도 부담이 클 수밖에 없는 미션이 아르테미스 2, 3호 미션이다. 안전한 길을 택한 스타십 6차 시험비행처럼, 최대한 보수적인 결정을 내릴 수밖에 없는 사안이다. 아무리 추진력 강한 일론 머스크라고 하더라도 ‘안전성’을 위한 1000가지 검토사항을 완전히 충족시키지 않으면 또다시 연기될 수도 있다는 뜻이다.
케네디 대통령이 1962년에 "위험하기 때문에 달에 도전하고, 달에 착륙하게 될 우리의 우주비행사들을 무사히 집으로 데려오겠다"고 선언한 그 정신은 여전히 유효하다.
이런 여건은 역설적으로, 지난해 5월에야 우주항공청이 생기고 아직 예산이나 기술에서 부족한 우리나라에게 기회가 될 수도 있다. NASA에 우리나름의 제안을 할 시간을 벌고 있는 셈이다. 물론 큰 그림에 의해 이미 만들어진 일정표에 따라 진행되는 아르테미스 2, 3호 미션이지만 다른 나라들과 마찬가지로 국가와 기업 차원에서 각자 할 수 있는 도전에 나서야 할 때다.
아르테미스 협정 10번째 서명국인 한국도 우주청 주도의 연구, 민간기업의 우주탐사 장비 개발, 아르테미스 미션 관련 문화활동 등을 적극적으로 활용해 국가적 비전을 재설정하는 기회를 만들어야 한다. 나라의 방향 찾기가 절실한 작금의 현실에서, 공허한 미래 문제로 치부하지 말고, 미래를 개척하는 비전을 찾는 기회로 아르테미스 미션을 활용하는 것이야 말로 국가미래를 여는 길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