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화성은 꿈일 뿐?
달만큼 성큼 다가선 화성!

2025.01.20 09:28:12

[2025 신년기획, 우주탐사 퀀텀점프 시작됐다, 3-1]
'우주전쟁' '마션' 같은 작품들과 현실 속 화성탐사가 '화성이주 꿈' 키워

 

세번째 키워드 '화성'

3-1. 달을 넘어 화성으로, 화성이주의 꿈 

3-2. 화성이라는 별, M2M 프로젝트 

3-3. 화성 테라포밍, 그 거대한 도전


#1. 화성(火星, Mars). 태양계의 네번째 행성으로 지구 다음의 행성이다.  황량하고 추운 '별'로 인식되는 데 이름은 '화성, 불의 별'이다. 아이러니컬한 이름의 이 행성은 생각보다 우리 지구인에게 오랫동안 친숙한 곳이다. 게다가 외계인이라는 매우 특별한 개념의 생명체를 떠올릴 때, 우리는 화성을 빼놓을 수 없다. 왜 그럴까. 오래전, 100년도 더 전에 이미 화성인의 지구침공이라는 개념의 SF체계가 형성되었다. 요즘 우리에게 화두는 지구인의 화성침공이지만...

 

#2. 우주전쟁(The War of the Worlds). 1898년 영국의 소설가 허버트 조지 웰스의 소설이다. 프랑스에 쥘 베른이 있다면, 영국엔 허버트 조지 웰스가 있다. <투명인간><타임머신>의 작가다. 그는 <우주전쟁>을 통해 화성인의 침공을 이야기했다. '외계인의 침공, 지구의 종말'류 SF소설의 효시가 된 소설이다. 수많은 영화와 드라마로 제작됐고, 수많은 후대 작품들에 변형된 형태로 오마주를 받는 작품이다. 

 

신기하게도 우리는 매일 보는 달만큼 화성에 친숙하다. 금성도 아니고, 화성. 크게 보아, 태양이 폭발적으로 성장하면 지구는 견딜 수 없이 뜨거워지고, 차갑게 식어있는 다음 행성인 화성이 지구인의 안식처가 되어야 한다. 이런 인식 이전에 화성이 친숙해진 계기는 화성에 사는 외계인, 화성인의 지구침공이다. 딱 보기에도 삭막한 별인 화성에 살아야 하는 화성인이 있다면, 당연히 물과 숲, 생명이 가득한 지구가 딱 좋은 먹잇감이 될 터이니.

 

아르테미스 미션의 최종 목적지라고 할 수 있는 화성. 지금부터 화성이 어떻게 우리의 인식 속으로 들어왔는지 살펴보자.

 

허버트 조지 웰스의 <우주전쟁>은 19세기말에 이미 화성인의 등장을 이야기했다. 물론 악역이지만... 

 

▶살벌한 외계인들의 땅, 화성

허버트 조지 웰스의 소설 <우주전쟁>은 화성을 주요 공간으로 하는 첫 소설이다. 지구와 가까이 있는 화성에 사람이 산다. 외계인이다. 화성인들은 갑자기 지구를 침공하기 시작한다. 화성이 황폐해져서 더이상 살아갈 수 없게 되었기 때문이다. 화성에서 날아온 우주선이 지구에 착륙하고 그곳에서 사악한 화성인과 그들의 무기인 트라이포드가 나타난다. 지구는 순식간에 황폐해지고, 외계인과 맞서는 영국군은 참혹한 패배를 경험하게 된다. 

 

그런데, 갑자기 화성인들이 죽어나가기 시작한다. 왜? 지구의 세균 때문이다. 지구인의 지구 세균에 저항성을 갖도록 진화되어 왔지만, 면역이 되어있지 않은 화성인에게는 치명적이었던 것. 지구를 침공한 화성인들은 그렇게 전멸하고, 화성에 남아있던 화성인들은 지구를 포기한다는 이야기다. 조금 과학적으로 생각한다면, 오히려 인간이 처음 접할 외계생명체는 외계의 세균일 가능성이 크니까 '세균무기' 아이템은 항상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 

 

이같은 화성인 이야기는 아직 달도 화성도 인간이 갈 수 있는 땅이라는 가능성이 거의 없던 시절에 계속되었다. <우주전쟁> 다음으로 꼽을 수 있는, 아마도 화성이 제목에 등장하는 최초의 소설인 <화성의 공주>라는 소설도 있다. 1911년에 출간된 에드거 라이스 버로우가 쓴 이 소설은 존 카터라는 참전용사가 우연한 계기로 신비의 동굴에 가게되고 거기서 이상한 힘에 이끌려 화성에 가게 되는 내용이다. 그곳에서 낮은 중력을 활용한 초능력적 전투력을 바탕으로 영웅적 전투를 벌이게 된다. 

 

익숙하지 않은가? 바로 영화 <존 카터: 바숨 전쟁의 서막>가 이 소설을 원작으로 한 2012년의 영화다. 당대에는 '바숨 시리즈'로 이어지면서 이후 외계탐사, 외계 생명체라는 카테고리가 문학과 실제 탐사의 영역에 자리잡게 하는데 큰 영향을 미쳤다.  아서 C 클라크, 존 노만 같은 작가들이 존경심을 표했고, 칼 세이건은 어린 시절 읽은 <화성의 공주> 때문에 외계에 관심을 갖고 천문학자가 되었다는 말이 있을 정도다. 

 

100년도 더 전부터 화성인은 우리 상상력 속으로 들어왔다. 화성인이 지구를 침공하든, 지구인이 화성에 가서 싸우든, 화성인은 기본적으로 적대적이다. 황량한 화성의 모습이 생명체로 환원된다면 그러할 것처럼... 

 

화성에서 식물을 재배하며 생존기간을 늘려가는 식물학자 이야기, 영화 <마션>의 한 장면. 화성 거주의 실현을 향한 첫 걸음을 제시하는 것만 같다.  

 

▶영화 <마션>처럼 때론 생존해야 할 화성 

화성인 스토리에서 좀더 과학이 발달하고 화성이라는 행성이 상상 속에만 있는 곳이 아니게 되면서, 화성의 황량한 배경을 그대로 살린 <토털 리콜> 같은 작품들로 분위기가 바뀐다. 그리고, 마침내 우리는 저 유명하고 친숙한 영화 <마션>을 만나게 된다. 

 

앤디 위어의 소설 <마션>은 2011년에 발간됐다. 그리고 리들리 스콧 감독이 영화로 만든 것이 2015년. 이 무렵은 이미 많은 화성 탐사선들이 화성 궤도를 도는 것은 물론, 화성에 착륙해 지형을 탐색하고 물의 흔적을 찾으며 외계생명체 징후까지 조사하는 시절. 그러니까, 더이상 사람 같은, 혹은 거대한 곤충 같은 화성인이 생존한다는 꿈은 먹힐 수 없는 시대다. 그러니, 이젠, 사람의 생존담, 화성판 로빈슨 크루소 이야기가 필요한 시점이 됐다. 

 

현재보다 조금 미래로 우주탐사 상황. 그러니까, 유인 화성탐사, 지구인의 화성 착륙이 가능한 정도의 시점이 <마션>이다. 여전히 화성은 황량한 땅. 그곳에 아주 작은 기지를 만들거나, 그곳에서 뭔가 의미있는 채취활동을 하고 싶어하는 수준. 우주비행사들이 화성 미션을 마치고 돌아가야 하는데, 죽은 줄 알았던 동료 한명이 살아있는 상황에 처하게 된다. 

 

마크 와트니. 맷 데이먼이 역할을 맡은 이 식물학자는 그곳에서 우여곡절 끝에 생존게임을 시작한다. 비닐하우스를 만들고, 식량이었던 감자를 이용해 농사를 시작하고, 지구와 교신을 시도하고, 화성에서 탈출할 방법을 찾아 이리저리 로버들 이용해 돌아다닌다. 그 과정에서 지구의 연구자들이 그의 생존을 인지하게 되고, 또다른 우여곡절을 거쳐, 그를 구조하는 팀을 보내, 지구로 데려온다는 내용이다. 

 

너무나 유명한 영화이기 때문에, 이 정도 내용으로 충분히 영화를 다시한번 환기해 볼 수 있었을 것이다. 이제 중요한 것 두 가지를 말하겠다. 우주비행사라는 목숨을 건 도전은 지금도 여전히 위험하고 헌신적인 직업이라는 점과 화성 테라포밍, 즉 화성을 지구처럼 바꾸는 과정이 작은 단위로 어쩌면 쉽게 가능할 수도 있다는 점이다. <마션>은 감자 씨앗만 심은 것이 아니라, 화성이주의 꿈이 실현될 수 있다는 희망의 씨앗도 심은 영화다. 

 

궁극적으로 일론 머스크의 '화성이주 꿈'을 목표로 하고 있는 거대로켓 스타십이 텍사스 스타베이스 발사장에 배치돼 있다. / spaceX

 

3. 우리는 왜 화성에 가야하는가?

화성에 한 대의 우주선이 착륙하고 그 우주비행사들이 제한적인 기간동안 살아남는 것을 묻는다면, 쉽게 답할 수 있다. "우리는 짧은 시간 동안 화성에서 생존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렇지만 화성에 많은 사람들이 살 수 있을까? 라고 물으면 "글쎄, 안 될 것 같은데"가 많은 답이 될 것이다. 

 

칼 세이건은 이렇게 말했다. 인간의 우주 진출에 대해 "갈 수는 있다, 그러나 아직 살 수는 없다(Visit, yes. Settle, not yet)." 아직은 거주할 수 없지만, 곧 거주할 수도 있는 시대가 올 수 있다. 화성이주를 꿈꾸는 사람들이 있기 때문이다. 

 

이제 몇년 안에 추진되는 달기지는 50년만에 다시 달에 한번 발을 디뎌보자는 시도에서 바로 이어진다. 이처럼 다시 몇년 뒤 화성에 발을 한번 디뎌본 다음은 자연스럽게 화성기지로 연결될 것으로 쉽게 짐작할 수 있다.  

 

지구상에서 가장 열렬하게 화성이주의 꿈을 외치는 사람은 일론 머스크일 것이다. '다중 행성 거주자' 인간이 되는 것이 그가 지향하는 바. 지구는 곧 사람이 살기에 적합하지 않은 곳이 될 수 있다. 지구적 규모의 재앙이 생겼을 때 인간은 그냥 멸종하고 말 것인가, 아니면 많은 공상과학소설이 말하듯, 적절한 행성을 찾아 떠나게 될까. 그냥 막연히 비극적 상황을 맞지 말고, 미리 준비하자는 것이 일론 머스크의 '다중행성론'이다. 

 

500만년 정도에 5차례의 엄청난 재앙이 있었고, 대멸종을 맞이했다. 공룡, 그많은 공룡은 모두 사라졌다. 지금까지의 대멸종은 생무종의 멸종이지만, 지구 파괴적 멸종도 가능할 수 있다. 인공적으로든 우주적으로든. 그런 상황이 닥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하는 일론 머스크는 실제로 그에 대비한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100명이 타는 우주선 '스타십'말이다. 

 

그런데, 많은 사람들이 그럴 과학과 돈이면, 지구를 더 좋게 만들 수 있다고 말한다. 이런 시니컬리즘은 아무 것도 창조하지 못하지만, 그래도 그 말이 조금은 옳을 수 있다. 완전히 황량한 화성을 전제로 개발되는 기술은 황량한 지구의 어떤 지역을 풍요롭게 바꿀 수도 있고, 지구가 위기에 처했을 때 지구를 구할 과학기술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과학연구라는 이유도 있고, 우주경제 선점도 있고, 외계생명체에 대한 탐구도 이유가 될 수 있지만, 아주 실제적으로 인간의 생명을 지속시키기 위해 화성이 우리는 화성에 갈 수도 있다는 준비를 '마음으로만이라도' 하고 있어야 한다. 

 

2020년 발사돼 화성에 착륙한 퍼서비어런스 로버가 화성 표면을 탐사하고 있는 상상도. / NASA

 

▶생각보다 많이 다가가 있는 화성

요즘 화성 관련 큰 이슈 중 하나가, NASA의 퍼서비어런스 로버가 4년동안 예제로 크레이터에서 암석과 먼지 샘플을 모아놓은 샘플 30개의 튜브를 지구로 가져오는 것. 비용이 많이 들어 어쩌나 고민하고 있는데, 미국의 우주기업 로켓랩이 자체개발한 발사체를 활용해 빠르고 값싸게 샘플을 회수해 오겠다고 나섰다. 그러니까, 지금 우리는 화성에 로봇 로버를 보내 샘플을 채취했고, 기술적으로는 언제든 첨단 우주선을 보내 그 샘플들을 가져 올 수도 있는 상태까지 와 있는 것이다. 

 

1976년 7월 20일로 돌아가면, 미국의 화성 탐사선 바이킹 1호가 최초로 달에 착륙했다. 7월 20일은 1969년 닐 암스트롱이 달에 첫 발자국을 남긴 날이다. 

 

그동안 여러 우주선들이 해답을 찾으려고 했지만, 실패도 많았다. 마리너4호가 1965년 7월 화성에 최초로 근접비행해 촬영하는 데 성공했지만 착륙에는 10년이 더 걸렸다. 1971년 12월 2일엔 소련의 화성탐사선 마스3호에서 착륙선이 화성 지표면에 안착했지만 갑자기 화염에 휩싸여 교신이 두절됐다. 1976년 바이킹 1호가 착륙할 때도 쉽지 않았다. 화성은 대기가 희박해 낙하산만으로는 속도를 줄이기 힘들다. 그래서 고도 1500m에서 역추진 로켓을 점화시켜 힘겹게 착륙했다. 

 

다음은 화성 표면을 돌아다니며 탐사하는 로버 차례다. 1997년 미국 독립기념일인 7월 4일 마스 패스파인더호에 실려 있던 로버 ‘소저너’가 화성에 첫발을 내디뎠다. 유럽우주국 ESA는 2003년 12월 25일 유럽 최초의 화성탐사선 ‘마스익스프레스’의 궤도선을 궤도에 진입시켰다. 그러나 착륙선 비글2호는 착륙 직후 통신이 끊겼다. 궤도선으로 남극의 얼음을 촬영한 정도로 만족해야 했다. 10년쯤 뒤 NASA는 2012년 8월 6일 ‘걸어다니는 화성 무인 연구실’이라고 불리는 로버 ‘큐리오시티’를 화성에 보냈다. 2020년의 퍼서비어런스는 현재 진행형이다. 

 

한동안 미국의 독무대였던 화성 탐사는 이제 중국과 ESA, 인도, UAE 등 많은 나라들이 노리는 기회의 땅이 됐다. 한국은 2045년 화성 탐사선을 발사하는 것이 목표다. 화성까지 가는데 걸리는 시간은 현재로는 6~7개월이다. 항상 쏠 수 있는 것도 아니어서 중력을 최대한 활용하고, 지구와 화성의 궤도상 위치를 따져 적절한 때 쏘아야 한다. 일론 머스크는 2024년 "2년 내 무인 우주선 5대를 화성으로 쏘겠다"고 말했다.  그의 머릿속에서는 100명이 탑승한 스타십이 100대, 1000대가 한번에 비행하면서 1만명, 10만명을 화성으로 이주 시키는 장면이 매일 그려지고 있을 것이다.

 

알고 보면, 일론 머스크의 머릿속 뿐 아니라, 우리의 마음 속에도 화성은 의외로 가까이 다가와 있다.  

 

 

 

 

 

최윤호 newsroom@cosmostimes.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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