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성 은하핵을 가진 왜소은하 상상도. / NOIRLab, NSF, AURA, J. da Silva, M. Zamani
광대한 우주에 있는 무수히 많은 은하와 그 안의 블랙홀들. 우리는 작은 블랙홀이 점점 자라나 초대형 블랙홀이 된다고 알고는 있으나, 실제 관측을 할 수는 없었다. 초기의 은하가 너무나 작기 때문이다.
그런데, 최근에 천문학자들이 수백 개의 블랙홀 ‘연결 고리’를 발견했다고 사이언스얼러트가 현지시간 20일 보도했다. 이번 조사에서 왜소은하 중심에 숨어 있는 2444개의 활동적인 블랙홀을 찾아냈다. 이것들은 주변 물질을 빨아들이며 에너지를 방출한다. 그중 중간질량 블랙홀(IMBH) 298개는 항성질량 블랙홀과 초대질량 블랙홀 사이의 잃어버린 연결 고리로 여겨진다.
이번 발견은 중간질량 블랙홀 후보의 수를 기존보다 거의 세 배로 늘렸다. 지금까지 최대 규모 발견이다. 블랙홀이 어떻게 태양 질량의 수백만 배나 수십억 배로 성장하는지 이해하는 데 큰 도움을 준다. 연구팀은 이 데이터를 통해 왜소은하의 진화와 중심 블랙홀의 공동 진화를 탐구할 단서를 얻었다는 평가다.
초대질량 블랙홀은 큰 은하 중심에 자리 잡고 있다. 예를 들어, 우리 은하 중심의 초대질량 블랙홀은 태양 질량의 430만 배이다. 이는 상대적으로 작은 편으로 일부는 수백억 배에 달한다. 그러나 이들이 어떻게 거대해졌는지 알지 못한다.
현재로서는 고대 우주에서 작은 블랙홀이 점점 증식하고 합쳐지면서 거대해졌다고 이론적으로 이해하고 있으나, 고대 블랙홀들이 너무나 작고 흐릿하기 때문에 실제로 관측하는 것은 불가능한 상태다. 대신 현대 우주에서 작은 은하의 작은 블랙홀들을 관측하는 작업을 천문학자들이 진행하고 있다.
미국 유타 대학의 라가디피카 푸차가 이끄는 연구팀은 암흑에너지 분광기(DESI)를 사용해 11만 4496개 왜소은하를 관찰했다. 초기 데이터에서 은하 중심을 확대해 활동적인 블랙홀의 신호, 즉 '활성 은하핵(AGN)'을 찾았다. 푸차는 “블랙홀이 물질을 먹기 시작하면 엄청난 에너지를 방출하며 AGN으로 변한다”고 설명했다.
조사 결과, 왜소은하의 2.1%인 2444개에서 AGN을 확인했다. 기존 조사보다 약 4배 높은 비율이다. 연구팀은 또한 관찰 데이터를 통해 블랙홀 질량을 계산해 태양 질량의 100배에서 10만 배 사이인 중간질량 블랙홀 후보 298개를 식별했다. 중간질량 블랙홀은 매우 드물다. 대형 별이 죽으면서 만드는 한개의 블랙홀은 태양 질량의 수십배 수준이다.
이번 발견은 중간질량 블랙홀 후보를 이전 100~150개에서 151개 확실한 후보와 147개 잠정 후보로 늘렸다. 흥미롭게도 70개만 왜소은하에 있었고, 나머지는 일반 은하에 존재했다. 이는 블랙홀과 은하의 공동 진화가 단순하지 않음을 시사한다. 기존 가설에 도전하는 결과이다.
DESI(암흑에너지 분광 도구)의 초기 데이터만으로도 이런 성과를 냈다. 앞으로 더 많은 데이터가 수집되면 새로운 질문에 답할 기회가 생긴다. 연구 결과는 '천체물리학 저널(Astrophysical Journal)'에 발표됐다. 블랙홀과 은하 진화의 신비를 푸는 데 한 걸음 다가선 것으로 풀이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