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퍼 지구’로 불리는 외계행성 ‘55캔크리e’(오른쪽) 개념도. / NASA
지구보다는 크고 암석으로 구성되어 있으면서 충분한 대기를 지니고 있는 행성. 우리의 태양 같은 역할을 하는 항성을 기준으로 공전하면서 항성계를 형성하고 있는 행성. 그런 외계행성을 '슈퍼 지구(super-Earth)'라고 부르면서 외계생명체의 근거지로 여겨 과학자들의 탐사 대상으로 삼고 있다.
천문학자들이 마침내 대기를 가진 암석 투성이 외계행성 '슈퍼 지구'를 찾아냈다. 대기는 생명체 존재의 필수 요소. 그러나 안타깝게도 이 외계행성은 녹은 암석 표면, 초고온 때문에 생명체 서식 가능성은 없다. 과학자들은 이 외계행성의 발견으로 초기 행성의 진화 과정을 밝혀줄 중요한 단서를 거머쥐었다고 믿고 있다.
과학전문지 '네이처(Nature)' 5월 8일자에 실린 이번 연구에 따르면, 연구팀이 제임스웹 우주망원경(JWST)이 포착한 자료를 바탕으로 지구보다 8.8배 큰 행성 '55캔크리e(다른 이름은 '얀센(Janssen)')'를 지구에서 41광년 떨어진 곳에서 발견했다.
슈퍼 지구의 크기를 알 수 있도록 만든 이미지. 지구보다 크고, 해왕성보다는 훨씬 작다. / Nature
JWST에 탑재된 적외선 관측 장비가 거대한 마그마 바다에서 방출된 가스로 인해 이 행성에 상당한 대기가 존재하는 것을 알아냈다. 이곳 대기는 주로 탄소. 이산화탄소나 일산화탄소가 풍부하고 수증기와 이산화황 같은 다른 가스까지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대기의 두께도 지구만큼 두꺼운 것으로 알려졌다.
스페이스닷컴 등 과학매체들에 따르면, 지옥 같은 행성으로 불리는 '55캔크리e'는 표면 온도로 보면 가장 뜨거운 암석형 외계행성 중 하나다. 철을 녹일 정도라고 보면 이해하기 쉽다. 펄펄 끓는 ‘슈퍼 지구’에 대기가 없다면, 낮 시간 온도는 대략 섭씨 2200도까지 치솟을 수 있다. 그러나 대기 덕분에 온도는 섭씨 1500도로 내려간다. 연구팀이 JWST의 중적외선 기기(MIRI)를 사용하여 낮 시간대 열 방출을 조사한 결과다. 또한 대기의 흐름이 낮 시간대 열을 밤 시간대로 이동시키기도 한다.
'55캔크리e'의 대기는 근처의 별에서 불어오는 태양풍에 의해 빠르고 격렬하게 제거되고 있다. 그러나 가스가 증발하는 동안, 대기가 계속해서 스스로를 보충하게 된다. 탄소가 풍부한 '2차 대기'가 행성의 내부에서 부글부글 끓고 있기 때문이다.
행성 '55캔크리e'는 자신의 항성 주위를 아주 가까이서 빠르게 공전한다. 행성과 항성 사이 거리는 태양계의 가장 안쪽 행성이 수성과 태양 사이에 비해 25분의 1에 불과하다. 이 행성도 다른 네 개의 행성과 함께 항성의 같은 면만을 마주 보고 있다. 지구와 달의 관계처럼 중력에 의해 맞물려 있는 형국이다.
'55캔크리e'의 항성은 또 다른 별과 중력적으로 맞물려 쌍성계를 이룬다. 다른 동반자는 적색 왜성으로 둘 사이의 거리는 지구와 태양 사이의 거리의 1000배에 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