앤디 워홀 작품이 달에?
'달 박물관'을 만나보세요

달 미술관(Moon Museum) / MoMA

 

아폴로 12호, 루나 5호, 서베이어 3호, 레인저 7호… 이들에게는 공통점이 있다. 폭풍의 바다에 위치한 서베이어 크레이터 근처에 착륙한 우주선이라는 점이다. 아폴로 12호가 착륙했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역사적 의미가 있는 장소다. 그런데, 아폴로 12호에는 한 가지 비밀이 있었으니, 착륙선 다리에 달로 간 최초의 예술작품이 ‘미개봉’ 상태로 보관되어 있다는 점이다.

 

'달 박물관(Moon Museum)'. 그 예술작품의 이름이다. 달로 간 최초의 예술작품은 미국의 조각가 포레스트 마이어스가 제작한 ‘달 박물관'이다. 이 작품은 포레스트 마이어스를 포함하여 팝아트의 거장 앤디 워홀, 청계광장에 위치한 다슬기 모양의 작품 ‘스프링’을 만든 클래스 올덴버그 등 당시 최고의 예술가 6명이 모여 만들었다. 추상 표현주의의 활력과 팝 아트의 언어를 결합한 존 체임벌린, 다양한 형태의 캔버스에 기하학적 구조를 그리는 데이비드 노브로스, 생활과 예술의 결합을 추구하는 컴바인 페인팅 화가 로버트 라우센버그도 참여했다. 

 

'달 박물관'은 우표보다 작은 세라믹 칩에 각자의 작품을 빼곡히 담아 완성한 것이 특징이다. 마이어스는 먼저 작품 활동을 위해 예술가와 엔지니어를 연결해주는 비영리 단체인 ‘예술과 기술의 실험(Experiments in Art and Technology, 이하 E.A.T)’에 연락했다. E.A.T를 통해 당시 벨 연구소의 과학자였던 프레드 발트하우어를 소개받고, 세라믹 칩에 그림을 각인하여 박물관을 완성했다.

 

마이어스는 달 박물관 설립을 위한 미국 항공우주국 NASA의 승인을 받기 위해 여러번 시도했으나 실패했다. 그래서 마이어스는 공식적인 경로를 통하기보다는, 비공식적인 방법으로 몰래 '박물관을 설립'할 계획을 세웠다.

 

이후 작품 제작에 도움을 주었던 발트하우어는 작품을 달로 보내기 위해 아폴로 12호 착륙선의 모듈을 작업하던 그루먼 사의 엔지니어에게 접근했고, 그 엔지니어는 '달 박물관'을 착륙선 다리에 붙여 놓겠다는 답변을 주었다. 그루먼 사의 엔지니어는 박물관이 착륙선에 장착되면 마이어스에게 전보를 보낼 것이라는 답변을 주었고, 1969년 11월 12일 아폴로 12호가 이륙하기 이틀 전에 마이어스는 모든 준비가 완료되었다는 의미로 ‘당신의 모든 시스템이 정상 작동합니다'라는 전보를 받게 된다.

 

달 박물관이 착륙선에 장착된 것을 알리는 전보 / PBS

 

이런 스토리를 따라가면 '달 박물관'이 달에 도착했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알 수 있으나, 정말 도착했는지는 확실하지 않다. 아폴로 12호 우주비행사가 박물관을 달로 옮기고 그 근처까지 갔을 순 있으나 발견한 사실은 알려지지 않았으니 아직 ‘미개봉’ 상태인 셈이다. 세기의 거장 6명이 작업한 달 최초의 예술작품, 이것이 달에 있을 수 있다는 개연성을 알게 되면 달을 볼 때마다 과연 누가 '달 박물관'을 개봉해 세계인에게 인사를 전할지 궁금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