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 지형에 붙은 인명(1)
그레고리력 만든 클라비우스

 

지구상의 많은 사람들이 사용하고 있는 달력의 기본은 '그레고리력'. 이 그레고리력을 만든사람은 독일의 수학자이며 성직자인 클라비우스다. 그리고, 지구에서 볼 수 있는 달의 앞면 중에서도, 두 번째로 큰 크레이터가 바로 클라비우스 크레이터다.

 

이 크레이터가 이름을 딴 사람, 바티칸 위원회의 위원으로, 예수회 일원이면서 수학자인 동시에 천문학자인 크리스토퍼 클라비우스(Christopher Clavius)다. 클라비우스는 유럽에서 가장 존경받는 천문학자 중 하나였으며, 그가 만든 교과서는 50년 이상 유럽 안팎에서 천문학 교육에 사용되기도 했다.

 

클라비우스 지금도 세계적으로 통용되고 있는 달력, 그레고리력을 만든 사연은 이렇다. 당시 사용하던 율리우스력은 서기 325년의 춘분인 3월 21일을 기준으로 하는데, 세월이 지나며 실제 태양회귀년보다 열흘 가까이 늦어지는 상황에 이르자, 안되겠다 싶었던 트리엔트 공의회에서 교황에게 역법을 개정할 권한을 부여했다. 그 후 그레고리오 13세는 뒤처진 열흘 문제를 해결하고자 바로 다음 열흘을 삭제해버리는 긴급명령을 발령했고, 그 뒤 윤년을 삽입하는 방식에 손을 댄 이 역법을 제정했다.

 

재미있는 점은, 현재 세계적으로 통용되고 있는 역법인 그레고리력을 만든 클라비우스가 천동설 지지자였다는 점이다. 즉, 그레고리력은 천동설 역법이라는 것. 잘못된 전제를 가지고 만든 역법이기는 하지만, 공전 주기 계산이라는 달력 본연의 목적 달성에는 공전하는게 지구인지 태양인지는 영향을 주지 않기 때문에, 현대에 이르러서도 이 역법은 고작 윤초 수준의 오류만 나는 공식달력으로 인정받고 있는 것이다. 이런 달력이 16세기에 만들어졌다는 것을 생각해 보면 대단한 역법이라고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16세기 유명의 가장 유명한 수학자이자 천문학자인 클라비우스의 이름을 딴 이 클라비우스 크레이터는 SF의 거장 아서 C. 클라크의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에도 등장한다. 미국에서 달 탐사를 위해 세운 전초기지인 ‘클라비우스 기지(Clavius Base)’로.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는 소설로서도 큰 명성을 얻었지만 스탠리 큐브릭 감독에 의해 영화로도 재탄생되면서 명실공히 세계적인 고전의 반열에 올랐다.

 

이같은 사연이 있는 클라비우스 크레이터에서 2020년 10월 미국 항공우주국 NASA는 달의 햇빛이 비치는 표면에서 물 분자를 최초로 발견했다. NASA의 고더드 우주비행센터 연구원 케이스 호니볼 박사가 이끄는 연구팀이 보잉 747기를 개조해 운영하는 ‘성층권적외선천문대(SOFIA)’의 달 관측 자료를 분석해 분명한 물 분자 분광 신호를 포착한 것. 연구팀은 남반구 고위도 지역에 물 분자가 100~412ppm 정도로 존재하며 달 표면에서 증발하지 않고 토양 알갱이 사이에 보관된 것으로 추정했다.

 

놀라운 수학자의 놀라운 업적을 기려 이름 붙인 클라비우스 크레이터는 또 얼마나 많은 비밀을 간직하고 있을까 궁금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