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 지형에 붙은 인명(2)
오줌참다 숨진 '인간천문대' 티코

 

'인간 천문대'. 이런 이름이 붙은 천문학자가 있다. 티코 브라헤(Tycho Brahe). 1546년 태어나 1601년에 사망한 덴마크 태생의 천문학자다. 놀랍게도 조선후기의 학자 이의봉 저서 <북원록>에는 "티코 브라헤는 높은 산 정상에 한 누대를 세워 천상(天象, 천체의 현상)을 연구하였다. 전심전력하여 30년을 연구하였지만 측량의 기준이 맞지 않았는데, 그가 만든 하늘을 관측하는 기기는 매우 정묘하여 오늘날 서양역법의 근원이 되었다"고 기록되어 있다고 나무위키는 전하고 있다. 

 

그 대단한 천문학자 티코 브라헤의 이름을 딴 크레이터가 달에 있다. 티코 크레이터(Tycho Crater)다.

 

티코 크레이터는 달의 남부에 위치한 크레이터로, 아폴로 17호로부터 회수된 샘플을 통해 추정했을 때, 약 1억800만년 전 생성된 것으로 추정되는 크레이터다. 달의 여러 크레이터들과 비교했을 때에는 비교적 새로운 크레이터라고 할 수 있다. 이 크레이터는 외견상 아주 특징적인 시각적 요소를 가지고 있는데, 크레이터 내부가 매우 높은 반사율을 갖고있어 태양빛이 비추면 밝게 빛나 1500km나 되는 광조(방사상형태의 띠)를 나타낸다. 지구의 반사광만으로도 이 광조를 볼 수 있을 정도다.

 

티코 브라헤는 ‘인간 천문대’로 불릴 정도로 엄청나게 시력이 뛰어났다고 한다. 당시는 망원경이 없던 시절이었기 때문에 이 시력을 통해 그는 어마어마한 양의 천체 정밀 관찰을 할 수 있었고, 천문학자로 대성할 수 있었다.

 

티코 브라헤는 몇가지 재미있는 기행들로 유명했는데, 한번은 파르스베르크와 수학공식을 두고 서로 자신의 말이 옳음을 증명하지 못하여 결투를 벌이다가 코가 날아갔다고 한다. 그후 금과 은으로 만든 인조코를 풀로 붙이고 다녔다고 하는데, 2012년에 그의 시신을 분석한 결과, 그의 코 대용품은 금도 은도 아닌 놋쇠로 만들어졌음이 밝혀졌다.

 

티코 브라헤의 죽음에 관한 일화는 더욱 황당하다. 어느 날 티코가 한 귀족의 만찬에 초청되었을 때, 그는 매우 오줌이 마려웠으나 체면 때문에 오줌을 너무나 오랫동안 참았다. 참다 참다 오줌을 눌 수 없을 정도의 상황까지 이르렀고, 결국 급성 방광염에 걸려 그 11일 후에 사망했다. 모두가 그의 죽음을 애도했고, 그의 죽음을 슬퍼하던 조수 요하네스 케플러는 티코 브라헤가 살아생전 보여주지 않아 그토록 갈망했던 관측자료들을 손에 넣었다. 그리고 티코의 관측자료와 케플러의 천재성이 만나, 후일 천문학은 물론, 물리학 등 다른 과학분야에도 엄청난 영향을 미치게 된다. 

 

그의 어이없는 죽음은 훗날 미국인 기자 웬디 노스컷이 인간의 멍청함에 대한 사화집을 만들고자 진화생물학의 시조인 찰스 다윈의 이름을 따 만든 ‘다윈상’에서 1994년 5위에 등극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