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돌 빅뱅은 알지만,
우주의 빅뱅은 모르는 당신

#코스모스 페이지 [서평, 무엇이 우주를 삼키고 있는가]

미국에서 민간 우주선들을 쏘아올리고, 한국도 다누리호 등 달 탐사 프로젝트에 속도를 낸다는 뉴스를 보다 보면 우주가 손안에 닿을 만큼 가까워진다고 느껴진다. 그러나 우주의 신비를 설명하기 위한 여러 개념들, 가령 상대성이론이나 열지도·양자역학·중력파 등을 대하면 보통사람의 뇌는 ‘안드로메다’로 날아가 버린다. 전공자가 아닌 이상 안드로메다가 엄청 멀리 있는 ‘무엇’인가로 알뿐, 제대로 설명하는 이가 얼마나 있을까? (안드로메다 은하는 우리 은하에서 250만 광년 떨어진 곳에 있으며 최초로 발견된 외부은하이다)

 

 빅뱅? 지드래곤? 지금 그 얘기가 아닙니다

지드래곤이 속한 아이돌 그룹 ‘빅뱅’은 친숙하지만, 우주 내 모든 물질을 포함하는 초원자가 폭발해 우주가 생성되었다는 ‘빅뱅’ 우주론은 쉽사리 친숙해지지 않는다. 우주의 나이가 137억년이고, 우주가 계속 팽창하고 있다는 것까지 듣게 되면 우주 입문자들의 뇌는 문자 그대로 ‘빅뱅’을 일으킬 것이다. 


지구가 속한 태양계는 친숙한 편이다. 학창시절 과학시간에 달달 외우던 수금지화목토천해명(그나마 명왕성은 작고 왜소하며 위성 성립이 가능한 중력을 갖추지 못했다는 이유로 행성에서 퇴출)만 해도 그럭저럭 아는 체 할 수 있다. 그런데 이런 태양계의 나이조차 46억년으로, 우주가 살아온 세월의 3분의 1에 지나지 않는다.  


 반짝반짝 빛나는 별에 대해서는 얼마나 알고 있는가? 별도 사람처럼 일생이 있다. 별들은 수십억년 동안 불타오르다가 언젠가는 폭발하여 핵의 잔해가 블랙홀이나 중성자별이 된다. 아니면 부풀어 오르다 수축하여 점차 쇠퇴해가는 흰난쟁이별을 이룬다.  

 이렇듯 밤하늘에 보이는 우주는 가깝지만, 한편으론 너무 거대하고 무한하고 신비하기에 다가가기 쉽지 않다.

 

그렇지만 우주를 이해할 수 있다  
 아이슈타인이 말했다. “우주에 관하여 가장 이해하기 어려운 것은 우리가 우주를 이해할 수 있다는 사실이다”   우주론(cosmoslogy)은 고대 그리스 철학자들 사이에서 하나의 학문으로 등장, 미용(cosmetic)이라는 단어와 같은 어원을 가지며 ‘아름다움, 온전함 전체, 완전함’을 의미했다. 알려져 있다시피 ‘혼돈(chaos)의 반대 개념이다. 


 천동설과 지동설을 거친 뒤, 물리학·수학과 천체망원경 등 과학의 기술은 태양계를 넘어 우주로의 지식 확장을 인류에게 부여했다. 이 과정엔 코페르니쿠스와 갈릴레이, 뉴턴과 아인슈타인·허블 등 결정적인 영웅들이 등장한다. 
 오늘날 이 우주론은 우주 전체의 기원과 진화, 운명을 다루는 연구다. 우주의 광막함과 아원자 물질의 은밀한 내부까지, 거대한 것과 미소(微少·아주 작음)한 것을 함께 엮어낸다. 여기에는 수천년간 종교와 철학 분야에만 머물렀던 분야에 도전하는, 가슴 벅차오르는 인류의 대담한 노력이 담겨 있다.  

 

별이 그렇게 많다는데, 밤하늘은 왜 어두운가
 그럼 우주를 이해하기 위해, 맛보기로 밤하늘이 왜 어두운가부터 보자.
 인간이 별빛의 밝기에 크게 신경쓰지 않는 이유는 그 빛이 희미하기 때문이다. 별들이 지구에서 아주 멀리 떨어져 있다는 단순한 이유에서 그렇다. 하늘에서 가장 밝은 별인 시리우스는 본래 태양보다 25배나 더 밝지만, 우리가 보기에는 태양보다 130억배나 더 어둡다. 시리우스는 80조km나 떨어져 있는 반면, 태양은 단지 1억5000만km 밖에 있기 때문이다. 더구나 시리우스의 빛이 지구까지 오는 데는 8.6년이 걸리므로, 우리가 하늘에서 보는 시리우스는 8.6년전 과거의 모습이다. 

 

블랙홀, 웜홀, 시간여행…
<무엇이 우주를 삼키고 있는가, 도서출판 반니>. 이 책은 50년간 우주를 올려다본 현대 물리학의 거장 폴 데이비스가 친절하게 설명한 일종의 우주 기본서다. 탄생부터 종말까지 서른가지의 주제를 통해 복잡한 우주를 독자들에게 쉽게 전달한다. 아마존 베스트셀러이기도 한 이 책은 그래서 곧 스테디셀러가 될 것이다. 아마도 우주를 다룬 수많은 책들 중 일종의 '바이블'이 될 가능성이 높다.   


 우주의 기원을 설명하는 빅뱅, 풍선처럼 부풀어오르는 우주의 급팽창, 모든 것을 삼켜버리고 아무것도 내뱉지 않는 블랙홀, 시간을 뒤튼다는 점에서 블랙홀과 닮았지만 빠져나오는 출구가 있는 웜홀(블랙홀은 흔하게 발견되지만, 웜홀은 관측된 적이 없음) 등을 특유의 유머와 날카로운 통찰력을 통해 설명한다. 영화 닥터 스트레인지나 스파이더맨에 차용돼 대중에게 익숙한(개념이 아닌 용어만) ‘다중 우주’ 개념부터, ET로 대표되는 외계 생명체의 가능성까지 솜씨 있게 풀어내고 있다. SF소설이나 영화 시나리오 지망생이라면 특히 눈여겨볼만 하다.

 

우주 속에서 나의 존재를 찾다
 이 책은 밤하늘의 별만큼 멀어보이는 희미한 ‘우주’라는 개념이, 조금은 가까워 보이게 만드는 ‘망원경’이라 할 만하다. 저자는 과학자들을 애태웠던 ‘거대한 질문’을 하나하나 짚으며 파노라마처럼 우주에 관한 짤막한 여행을 선사한다. 


 ‘우주는 無에서 생겨날 수 있는가?’ ‘또다른 우주는 존재하는가?’ ‘뒷마당에 ET가 있을까?’
 이 거대한 주제에 답을 하면서도, 저자는 또 질문을 던진다. 빅뱅 이전에 무엇이 존재했는지, 우주가 하나인지 여러 개인지, 심지어 우주 공간의 차원이 얼마나 많은지조차 아무도 단언하지 못한다는 것을 알려준다. 책을 잃고 느낀 소감을 한 문장으로 요약한다면 이렇다.


 “우주는 아는 만큼 보이고, 아는 만큼 막막해진다”  


 문과생이 읽고 100% 이해하기란 어려워 보인다. 현대 물리학에 도통한 이가 아니라면 대다수 이과생도 쉽지 않을 듯 하다. 그렇지만 반물질·중력파·쿼크 같은 단어를 몰라도 우주가 어떤 것인지 몇조각의 실마리를 잡을 수 있는 건 분명하다. 


 저자는 마지막 문장을 이렇게 썼다. “나는 과학적 방법이 결실을 가져오는 한, 인류가 궁극의 상을 거머쥐기 위해 끈기 있게 나아가야 한다고 굳게 믿는다”
 우리도 그렇다. 우주를 아는 것이 결실을 가져오는 한, 끈기있게 읽고 이해하려 노력해야 한다는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