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는 프랑스 파리
우주올림픽 현장을 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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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최대 우주행사, IAC 현장 르포

 

"지구인 모두를 위한 우주(Space for @ll)" 우주 올림픽으로 불리는 2022 국제우주대회(IAC, International Astronautical Congress) 가 프랑스 파리에서 9월 18~22일까지 5일간 열렸다.
IAC는 국제우주연맹(IAF, International Astronautical Federation) 주최로 국제우주학회(IAA; International Academy of Astronautics)와 국제우주법률연구소(IISL; International Institute of Space Law)와 함께 매년 개최하는 세계 최대 우주 관련 행사다.

2016년 멕시코 과달라하라에서 개최된 IAC에서 일론 머스크가 "화성에 100만명이 거주하는 도시를 만들겠다"고 선언하면서 국내 일반인들에게도 널리 알려지게 됐다. 

 

 

110개국이 모인 자리, 초청받지 못한 러시아

올해 73회째를 맞는 IAC 2022에는 110개국 9,300여명의 대표단들이 모여 우주산업 현안에 대해 논의했다. 역대 최대 규모다. 1950년 파리에서 10명이 모여 처음 열렸던 이 대회는 냉전시대 극에 달했던 우주기술 경쟁에서도 소련, 동유럽과 미국, 서유럽 대표단이 서로 머리를 맞댔던 자리였다. 이번 대회에 러시아는 초청받지 못했다. 
 

기후위기의 해답은 우주에

72년만에 다시 파리에서 열린 올해 대회에서는 기후붕괴를 막기 위해서 우주를 적극 활용해야 한다는 데에 전지구적 합의를 이끌어냈다. 개막식 기조연설에 나선 엘리자베스 보른 프랑스 총리는 "인류는 기후 변화로 격변의 시기를 살고 있다"며 "우주를 생태적 전환에 적극 활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온실 가스 배출과 해수면 상승을 관측하고 기후 변화를 지속적으로 추적하는데 인공위성만큼 유용한 도구는 없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지금까지 우주를 인류의 과학기술 발전과 이데올로기 진영간 정치 및 군사적 경쟁, 또는 산업기술 경쟁 측면에서 다뤘다면 이제 인류 생존이 걸린 기후 문제 역시 우주에 해답이 있다는 결론에 이른 것이다. 보른 총리는 "인류가 위성통신과 위성항법, 행성 연구 등 우주 개발을 통해 이미 일상 생활에 큰 도움을 얻고 있다"며 일각에서 일고 있는 우주개발이 '돈 낭비'이며 '복지 투자'가 우선이라는 비판론을 일축했다.
필립 바티스트 프랑스 국립우주연구센터(CNES) 의장 겸 최고경영자는 "우주가 기후변화에 맞서 싸우는 데 도움이 된다는 점에서 각국의 이해관계자들이 지속적으로 우주를 활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우리는 아르테미스 세대"
이번 대회에는 전세계 우주 관련 기관과 기관의 수장들이 대거 참석했다. 미국 항공우주국(NASA), 유럽 우주국(ESA), 인도우주연구소(ISRO), 캐나다 우주국(CSA) 및 일본 항공우주탐사국(JAXA). 중국 국가우주국(CNSA) 뿐 아니라 우크라이나 국가 우주국(State Space Agency of Ukraine)의 관리들도 눈에 띄었다. 이들 대표들은 IAC 2022에서 미래 계획을 발표하고 우주와 인류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과제에 대해 이야기했다.

 

NASA의 빌 넬슨 국장은 최근 성공적으로 임무를 마친 DART(Double Asteroid Rendezvous Test)에 대해 언급했다. 그는 "NASA의 목표는 DART를 통해 소행성의 궤적을 약간 움직일 수 있는지 확인하는 것"이라면서 "임무가 성공하면 잠재적인 킬러 소행성에서 지구를 투사할 수 있는 미래 임무를 위한 길을 열 것"이라고 말했다. 
넬슨 국장은 "미국과 러시아 간의 우주 협력이 여전히 진행 중이며 둘 다 국제 우주 정거장(ISS) 프로그램의 파트너"라며 "정치적 문제에도 불구하고 민간 우주 분야에서 여전히 전문적인 관계가 작동하고 있음을 볼 수 있다"고 언급했다. 그는 "우리는 더 이상 아폴로 세대가 아니다. 우리는 아르테미스 세대다. 우리는 달과 화성으로 가고 돌아올 것"이라고 말했다.

 

캐나다 산불, 우주로 잡는다

캐나다 CSA 회장인 리사 캠벨(Lisa Campbell)은 캐나다가 겪고 있는 어려움에 대해 언급했다. 캐나다에서 매년 7,500건의 산불이 발생하며 250만 헥타르 이상의 숲을 태우고 있다는 점이다. 그녀는 CSA가 이에 대응하여 캐나다의 산불 감시 능력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될 WildFireSat 임무를 개발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우주 기술이 광범위한 인공 지능(AI) 컴퓨팅을 결합하여 빠르게 발전하고 있다"면서 "우리가 직면한 많은 문제에 대한 무한한 솔루션을 생성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고 덧붙였다.

 

화성을 노리는 일본 

일본 JAXA 회장인 히로시 야마카와(Hiroshi Yamakawa)는 일본이 많은 탐사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화성에서 가장 큰 위성인 포보스의 첫 샘플을 회수하기 위해 2024년에 로봇 우주 탐사선을 발사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 화성 달 탐사(MMX) 프로젝트가 진행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JAXA와 파트너들은 일본에서 개발 중인 발사 시스템인 새로운 H3 로켓의 시험 비행을 수행할 예정이다. 2023년 3월로 끝나는 일본 회계연도가 끝나기 전에 H3 로켓을 발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와 함께 JAXA는 달에 존재하는 수자원의 양과 형태에 대한 정보를 얻기 위해 LUPEX라는 달 탐사 임무에서 ISRO와 협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미래의 지속 가능한 우주 탐사 활동을 위해 수자원 활용 가능성을 파악하는 데 도움이 되는 프로젝트이다. 

 

사우디와 터키도 우주로 쏜다 
휴스턴에 본사를 둔 민간 항공회사인 엑시엄 스페이스(Axiom Space)와 사우디 우주위원회(SSC)는 사우디 아라비아 최초의 여성 우주비행사를 포함하여 2명의 사우디 우주비행사를 우주로 보내기 위한 획기적인 파트너십을 발표해 눈길을 끌었다. 엑시엄 스페이스는 SSC와 협력하여 사우디 비전 2030의 점진적인 목표에 따라 사우디 우주비행사를 우주로 보내는 데 전념하겠다고 발표했다.
이와 별도로 엑시엄 스페이스와 터키 정부는 최초의 터키 우주인을 우주로 보내기 위한 역사적인 협정에 서명했다. 엑시엄 스페이스는 또한 미래 우주 연구 임무를 위해 터키 우주비행사를 훈련할 예정이며 터키 과학 및 연구를 미세 중력에서 수행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밝혔다. 

 

대륙의 우주 작전, 쌍으로 발사한다 
중국은 2023년에 한 개의 로켓을 통해 목성과 천왕성에 한 쌍의 우주선을 발사할 계획이라고 IAC 2022 기간 중 space.com이 보도해 눈길을 끌었다. 'Tianwen 4' 프로젝트는 목성에 더 큰 우주 탐사선을 발사하고 천왕성을 비행하기 위해 더 작은 우주선을 발사한다는 것이다. 두 대의 우주선은 장정 5호 로켓으로 발사되고 금성 플라이바이와 두 개의 지구 플라이바이를 사용하여 한 쌍의 우주선을 외부 태양계의 궤적에 보낼 계획이다. 그 후 두 우주선은 분리되어 각각의 목표물에 대한 경로를 설정한다는 것이다.

 

3000개 넘는 논문, 지구가 우주로 뜨겁다

IAC 2022은 성공적으로 막을 내렸다. 대회 기간을 전후해 1주일 동안 3,000개 이상의 논문이 제출됐다. 800개의 혁신적인 프레젠테이션이 발표됐다. 본 회의와 하이라이트 강의에서 다뤘던 주제 중 가장 관심을 끈 것은 제임스 웹 우주망원경(James Webb Space Telescope)과 DART 미션이었다. 9월 21일의 퍼블릭 데이에는 ESA 우주비행사 토마스 페스케(Thomas Pesquet)를 포함하여 2,200명 이상의 대표단이 참석했다.
IAF 총회는 아제르바이잔 바쿠를 IAC 2023 개최 도시로, 이탈리아 밀라노를 IAC 2024 개최 도시로, 호주 시드니를 IAC 2025 개최 도시로 선정했다. 

 

대한민국, 지금까지는 미약했으나...
구글에서 'international aeronautical congress 2022'를 검색하면 약 6만4000개의 뉴스 기사가 올라온다. 반면에 한국 매체에서 이번 대회를 다룬 기사는 모 일간지의 개막 관련 기사 단 1건이 검색된다. 현 단계 우주산업의 수준과 국민들의 관심 정도를 보여주는 한 단면이라 할 만하다. 
2020년 전세계 우주산업 규모는 3,713억 달러(한화 약 450조원)로 추정되는데 한국이 차지하는 우주산업 매출은 3.9조원, 1%도 안 되는 수준이었다. 이 마저도 70%가 위성 활용 서비스와 장비 매출이다. 위성지도, 위성디지털방송, 셋톱박스, 네비게이션 같은 2차 기술을 기반으로 한 비교적 소규모 기업들이 참여하고 있다. 반면 우주산업의 핵심 경쟁력에 속하는 위성체 매출은 약 6000억원, 발사체 제작 매출은 3700억원 수준으로 국내 전체 우주산업 매출의 25%가량을 차지할 정도로 작다. 

 

다행히 2018년 수립된 '우주개발진흥기본계획'을 토대로 우주발사체 기술 자립, 인공위성 활용서비스 및 개발 고도화, 우주탐사 시작, 한국형 위성항법 시스템(KPS) 구축, 우주혁신 생태계 조성, 우주산업 육성과 우주일자리 창출 등을 추진 중이다. 다행히 우주산업의 주축이 되는 우주발사체와 인공위성분야에 총사업비가 집중돼 있다. 

여기에 2021년 5월 한미미사일협정이 폐기되면서 민간도 로켓 기술을 이용해 우주발사체 개발이 가능해짐으로써 민간 발사체 기업이 활동할 수 있는 토대가 마련됐다. 기존에는 한미미사일협정으로 사거리 800km를 초과하는 로켓 개발이 불가능 했다. 미국과 러시아가 대륙간탄도미사일(ICVM)을 개량해 초기 발사체를 개발한 것처럼 우리나라도 발사체를 개발할 길이 열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