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흔살 스타트렉 선장,
뜻밖의 우주 여행 후기

블루 오리진 로켓 타고 우주여행
"장례식같은 슬픈 경험
우주 다녀온 후 희망이 싹터"

캐나다 출신 영화배우 윌리암 샤트너(William Shatner·91)가 작년에 다녀온 우주 여행 후기를 전했다. 윌리엄 샤트너는 1960년대 우주를 배경으로 한 미국 드라마 '스타트렉'에서 USS엔터프라이즈호 제임스 커크 선장역을 맡은 배우다. 

 

 

 

우주로 간 최고령, 샤트너

샤트너는 작년 10월 13일(현지시각) 제프 베이조스가 이끄는 우주 기업 블루 오리진의 뉴 셰퍼드 로켓을 타고 우주 여행을 다녀왔다. 그는 우주 여행자 중 최고령이다. 

샤트너는 미국 텍사스주 서부 밴혼 인근 전용 발사장 '런치 사이트원'에서 3명과 함께 뉴 셰퍼드에 탑승했다. 

뉴 셰퍼드 로켓은 오전 9시 49분 발사에 성공해 고도 106km까지 오르는 준궤도 우주비행에 성공했다. 

18.3m 길이의 이 로켓은 블루 오리진이 우주 관광용으로 개발한 재사용 발사체다. 최대 6명이 탈 수 있고, 유인 캡슐을 실어 지구 상공 약 100km까지 올려보낸 후 자유낙하하며 무중력과 우주 풍경을 즐기도록 설계됐다. 

4분쯤 최대 고도에 도달한 후 무중력을 느끼는 시간은 약 3분 정도다. 그는 10여분간의 비행을 마치고 낙하산을 타고 지구로 돌아왔다. 

 

샤트너 "우주여행, 장례식과도 같은 슬픈 경험"

1년 뒤 샤트너가 밝힌 우주 여행 후기는 놀라웠다. 그는 최근 우주여행 체험을 담은 책(Boldly Go: Reflections on the Life of Awe and Wonder)에서 장례식과도 같은 가장 슬픈 경험이었다고 고백했다. 

그는 책 발췌문에서 "내 우주 여행은 축하할 일이 돼야 했는데 장례식과 같았다"고 회고했다. 

먼저 샤트너는 우주와 지구의 확실한 차이점이 있었다고 했다. 그는 우주의 잔인한 차가움과 (생명을) 양육하는 지구의 따뜻함이 대조를 이뤘고, 그것은 나를 벅찬 슬픔으로 가득 채웠다"며 "내가 우주를 바라봤을 때 어떤 신비도, 장엄한 경외심도 없었다"고 했다. 

 

이토록 아름답던 지구, 우주여행의 역설

이어 "내가 생각했던 모든 것이 틀렸고, 내가 (우주 여행에서) 보리라 기대했던 모든 것도 틀렸다"며 "우주 여행은 모든 생명을 연결하는 궁극적인 카타르시스가 될 것으로 생각했지만 다른 경험을 했다"고 털어놨다.

그러면서 "(우주에는) 신비도, 장엄한 경외감도 없었다. 내가 본 모든 것이 죽음이었다”면서 “차갑고, 어둡고, 검은 공허함을 봤다. 그것은 지구에서 보거나 느낄 수 있는 어떤 검은 색과도 달랐다”라고 했다. 

이어 "우주에 가는 것이 내가 찾던 모든 생명체 사이의 연결고리의 궁극적인 카타르시스가 될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것은 내가 만나본 가장 강한 슬픔의 감정 중 하나였다"고 말했다. 

반면 지구에 대해선 "사막의 베이지색, 구름의 하얀색, 하늘의 푸른색을 볼 수 있었다. 아름다움은 밖에 있는 게 아니라 여기 아래에 있다는 걸 깨달았다"고 했다. 

그러면서 "50억 년 동안 진화해 온 동식물의 멸종 그리고 인류의 간섭으로 인해 우리는 그것들을 다시 볼 수 없게 된다. 그것은 나를 두려움으로 가득 채웠다"고 했다. 

 

샤트너는 우주여행을 통해 "아름답고 신비로운 인간관계의 힘에 대한 나의 견해가 열 배로 강화됐다"며 "그것은 내 마음에 희망의 감정을 돌려줬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는 보잘 것 없으며 우리를 하찮게 만드는 주변의 장엄함에 대해 알고 있다"며 "그것은 우리의 행성과 생명을 위해 우리 자신을 다시 헌신하고 주변의 모든 것을 사랑하는 기회를 줄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