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대 미국 억만장자가 뒤늦게 결혼한 아내와 함께 신혼여행지로 '달'을 선택했다.
테슬라 CEO 일론 머스크의 우주 탐사기업 스페이스X는 12일(현지시각) 미국 억만장자 데니스 티토(82)가 달로 가는 여행 티켓 두 장을 구매했다고 밝혔다. 티토는 2020년에 결혼한 부동산 투자자인 아내 아키코(57)와 함께 스페이스X의 스타십 우주선을 타고 뒤늦은 신혼여행을 떠날 예정이다.
여행 예약은 작년 8월에 체결했다. 여행비는 공개되지 않았다. 이번 달 여행은 달 표면과 200㎞ 거리 이내에서 비행한 뒤 지구로 돌아오는 1주일짜리 여정이다. 계약서에는 5년 안에 비행할 수 있도록 한다는 조항이 있으나, 스타십 우주선이 언제 발사될 지는 미정이다. 스페이스X는 달과 화성 탐사용으로 스타십 우주선 시제품을 개발했으나, 아직 궤도 비행은 성공하지 못한 상황이다. 이번 여행은 티토 부부 외에 10명의 승객이 함께 한다.
2001년 ISS 다녀온 티토
티토에게는 독특한 타이틀이 있다. 그는 2001년 우주 관광을 다녀온 최초의 민간인이다. 당시 60세였던 티토는 러시아 우주선 소유즈 TM-32를 타고 국제정거장(ISS)에 도착해 8일간 체류했다. 그가 당시 여행비로 지급한 금액은 2000만 달러(약 287억원)정도다.
티토는 우주 전문 매체 스페이스닷컴에 "1년 전 스페이스X와 처음 달 여행에 대해 논의했다. 다만 국제우주정거장(ISS)을 또 가고 싶지는 않았다. 지구 궤도를 돌고 싶지도 않았다. 나는 달 여행에 관심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만약 티토의 아내 아키코가 달에 가면 달 관광에 성공한 최초의 민간인 여성이 된다. 티토는 "이번 계약이 의미있는 또 한 가지 이유는 바로 우리가 부부동반 달 관광의 첫 사례가 될 거라는 점”이라며 “다른 부부에게도 영감을 줄 수 있길 바란다”라고 말했다.
고령인 티토는 "스페이스X가 우주선을 완성할 때까지 건강을 유지해야 한다”며 “이번 임무가 없었다면 난 운동도 하지 않고 흔들의자에 앉아 시간을 보냈을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스페이스X가 억만장자와 달 여행 계약을 맺은 것은 이번이 두 번째다. 온라인 쇼핑몰 조조타운을 창업한 일본의 괴짜 패션 재벌 마에자와 유사쿠(47)는 티토에 앞서 2018년 달 여행 프로그램을 예약했다. 마에자와 역시 ISS에 다녀온 경험이 있다. 그는 작년 12월에 1000억원을 내고 자신의 비서인 히라노 요조(37)와 러시아 우주선을 타고 12일간 우주관광을 즐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