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둥이의 운명,
한명은 지구 한명은 우주로

1961년 구 소련의 우주비행사 유리 가가린이 처음으로 지구 밖을 비행한 이후 지금까지 모두 600명이 넘는 인류가 우주여행을 했다. 최장 우주 체류 기록은 러시아의 발레리 폴리야코프가 1994~1995년에 세운 14개월이며, NASA는 500일 정도가 소요되는 유인 화성 탐사 계획을 검토하고 있다. 그런데 이렇게 긴 우주여행을 과연 우리 몸이 버텨낼 수 있을까?

 

우주에서 우리 몸은 어떤 변화를 겪게될까

우주여행을 하려면 작은 공간에 갇혀있어야 하고, 혼자 있어야 할 때도 있고, 중력이 거의 없는 공간에 적응해야 하고, 방사선 노출량이 많아지며, 각종 기계소리로 무척 시끄럽기도 하다. NASA는 우주 공간에서 사람의 몸과 마음은 어떻게 변화되는지에 대해 꾸준히 연구했는데, 대표적인 것이 2005년에 시작한 ‘휴먼 리서치 프로그램’이다.

 

연구자들은 대개 우주비행사가 임무 수행 전후 어떻게 달라졌는지 비교하여 우주여행이 우리에게 미치는 영향을 밝히려고 노력해왔다. 그렇지만 여행 전후의 변화들이 정말 우주여행 때문인지 장담하기 어렵다. 우주여행과 상관없는 다른 원인 때문일 수도 있고, 우연히 일어난 것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러니 정확한 연구를 위해서는 ‘대조군’이라는 부르는 비교 대상이 있어야 한다. 대조군이 될 사람들은 연구대상이 될 우주비행사와 나이, 성별, 인종 등 모든 것이 최대한 비슷해야 한다. 그래야 정확한 비교가 가능하다. 유전자가 거의 모두 같은 일란성 쌍둥이 중 한 명은 우주에, 다른 한 명은 지구에 두고 서로 비교할 수 있다면? 최상이다. 실제로 그런 멋진 연구가 있었다. 

 


쌍둥이 한명은 지구에, 한명은 우주로  

스콧과 마크 켈리는 1964년 미국 뉴저지에서 태어난 일란성 쌍둥이 형제다. 해군에서 전투기 조종사로 복무했던 스콧과 켈리는 1995년에 NASA의 우주비행사 선발에 함께 응모했고 이듬해 나란히 선발된다. 쌍둥이가 우주비행사가 된 것이 처음인 것은 물론이고, 형제 우주비행사도 NASA 역사상 처음이었다. 지금까지도 우주비행 경험이 있는 유일한 형제로 남아있다. 
스콧과 마크는 지휘관 역할까지 맡는 등 성공적인 우주비행사 경력을 쌓아갔는데, 마크는 2011년 은퇴를 선언했다. 그의 부인인 개브리엘 기퍼즈 애리조나주 연방 하원의원이 지역구인 투싼의 식료품 가게에서 총격을 당해 두개골 관통상을 입었기 때문이었다. 마크는 중상을 입은 부인을 돌보기 위해 자신의 인생과 다름없던 우주비행을 미련 없이 포기했다. 
 
한편 NASA는 장기간 우주 공간에 머무는 것이 우리 신체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확인하기 ‘NASA 쌍둥이 연구’를 기획했는데, 당연히 스콧과 마크의 흔쾌한 참여에 기반한 것이었다. 연구 계획에 따라 스콧은 러시아 우주비행사 미하일 코르니엔코와 함께 ‘소유즈 TMA-16M’를 타고 2015년 3월 27일 국제우주정거장에서 도착하여 340일을 그 곳에서 머문 후 2016년 3월 2일 카자흐스탄에 안전하게 착륙했다. 우주정거장에 있던 스콧과 지구 위에서 생활하던 마크는 같은 시간에 혈액을 채취하고, 대소변을 모으고, 인지기능검사, 체질량검사, 시력검사 등을 반복했다. 검사들은 사실 출발 한참 전부터 도착 한참 후까지 거의 2년 가까이 진행되었는데, 연구를 위해 두 사람이 기증한 검체는 모두 317개에 달했다.


미국 12개 대학에서 일하는 과학자 84명이 10개의 팀을 이루어 스콧과 마크가 제공한 검체와 자료를 이용한 연구를 진행했다. 각 팀은 장기 우주 체류에 따른 인지능력, 심혈관계 기능, 근육량, 영양 상태, 시력은 물론 유전자 변화, 면역 기능, 장내세균총, 대사체의 변화 등에 대한 분석을 나누어 맡았다. 연구 결과는 2019년 4월 저명한 학술지 ‘사이언스’에 20쪽짜리 논문으로 출판되었다. 

 

2년간 쌍둥이의 신체변화는? 
결과는 어땠을까? 체질량이 감소하고 일부 유전자 발현이 달라지는 등 우주에 있던 스콧의 몸에서는 지구에 있던 마크에서는 보이지 않던 여러 가지 변화가 관찰되었지만, 지구로 귀환한 후 대부분은 원상복구 되었다. 예를 들면 우주에 머물던 스콧의 몸에서 확인된 유전자 발현 변화의 91.3%가 6개월 만에 정상으로 돌아왔다. 일부 언론은 스콧의 키가 무중력 상태의 우주에 있는 동안 2인치나 커졌다고 보도했는데, 이 역시 착륙 후 정상으로 돌아왔을 것이다. 흥미롭게도 우주에 있을 때는 정상이던 스콧의 인지 기능의 일부는 지구에 돌아온 후 감소하기도 했다.  

 

인류 최초의 쌍둥이 우주비행사인 스콧과 마크 켈리는 의학연구에 기꺼이 참여하여 우주 장기체류를 위한 인류의 준비에 중요한 디딤돌을 놓았다. 그렇지만 아직 갈 길이 멀다. 인류가 더 멀리 우주를 여행하고 더 오래 우주에 머물려면 훨씬 더 많은 의학연구들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