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에 갔었던 제3의 사나이

[서평] 달의 뒤편으로 간 사람-비룡소

세명이 달에 갔지만 암스트롱만 기억하는 세상
달에 갔지만 달을 밟지 못했던 마이클 콜린스
우리가 몰랐던 바로 그 제3의 사나이 스토리

*달의 여신, 아르테미스
그리스 신화에 등장하는 아르테미스는 달, 사냥, 궁술, 순결의 여신이다. 아르테미스는 영원토록 이성을 가까이 하지 않았으며, 그 곁을 쉽게 내주지 않는 고고한 성품의 소유자였다.  이 여신처럼, 오랜 세월 달은 인류에게 바라만 보는 동경의 대상이었다. 우리 속담에 ‘서당개 3년이면 풍월을 읊는다’고 했다. ‘풍월(風月)을 읊는다’는 건 바람과 달에 대해 시를 지으며 논다는 뜻으로, 달은 그저 멀리서 보며 감상하는 존재라는 의미다.
 

 

그러나, 20세기 과학기술의 발달과 미국·소련의 경쟁으로 달은 동경의 대상에서 정복의 대상으로 바뀌어 갔다. 1969년 7월 16일, 드디어 우주비행사 3명을 태운 미국의 아폴로 11호가 달을 향해 날아가고, 닐 암스트롱이 인류 최초로 달에 첫 발을 내디뎠다. 그는 이를 다룬 영화제목처럼 ‘First Man(퍼스트맨)’이 됐고, 하루아침에 가장 유명한 지구인이 되었다.  그런데, 닐 암스트롱과 함께 날아오른 비행사 2명은 누구였을까. 그들은 어떤 역할을 했고 어떻게 살았을까.

 

1등만 기억하는 세상
과거 한 개그맨의 유행어가 인기를 끌었다. “1등만 기억하는 더러운 세상!!!” 요즘 같은 승자독식 사회에서 상당 부분 공감이 가는 말이다. 삼성 이건희 회장도 말했다. “2등은 아무도 기억해주지 않는다”고.
 

아폴로 11호 삼총사들의 세상도 ‘1등만 기억하는 세상’이다. 대다수의 사람들은 선장이었던 닐 암스트롱만 기억하지, 달 착륙선 조종사였던 버즈(에드윈에서 개명) 올드린과 사령선(여행하는 동안 우주비행사들이 머무는 곳) 조종사였던 마이클 콜린스에 대해서는 잘 알지 못한다. 그래도 올드린은 암스트롱에 이어 두 번째로 달에 착륙했고, 애니메이션 영화 토이스토리의 주인공 ‘버즈’ 역할의 모티브가 돼 미국 내에서는 꽤 인지도가 있다. 


 

 

묻힌 인물은 달에 착륙조차 하지 못한 마이클 콜린스이다. 그는 사령선 조종사였기에 암스트롱과 올드린이 달착륙선에 타고 착륙하는 동안, 사령선을 타고 혼자서 달 궤도를 돌고 있었다. 왜냐하면 암스트롱과 올드린이 달에서 각종 업무를 본 후 착륙선을 타고 이륙하면, 그가 조종하는 사령선과 결합해 지구로 돌아와야 했고, 그것은 누군가가 꼭 해야 하는 일이었기 때문이다. 

 

달의 뒤편으로 간 사람, 마이클 콜린스 

책 ‘달의 뒤편으로 간 사람’(출판사 비룡소)은 달에 갔지만 달을 밟지 못한 우주인 마이클 콜린스를 다루고 있다. 당시 47개 나라 6억명의 사람들이 지직거리는 텔레비전 화면을 통해 역사적인 달 착륙 장면을 보고 있었지만 단 한 사람, 콜린스만은 그 모습을 볼 수 없었다. 그는 그때 달의 뒷면 110km 상공을 날고 있었고, 창 밖엔 어둠과 별들 뿐이었다.
 

‘나는 지금 혼자다. 정말로 혼자다. 나는 지구의 모든 생명체들로부터 완전히 멀어져 있다. 이곳에서 생명체는 나뿐이다… 이쪽에 무엇이 있는지는 신과 나만 안다’

콜린스가 홀로 달의 뒤편을 비행하며 쓴 이 메모엔, 그의 심경이 잘 드러나 있다. 궤도 비행을 하던 사령선이 달의 뒤편에 들어갔을 때 지구와의 교신은 끊겼고, 그는 48분간 ‘절대 고독’의 상태에서 달의 뒤편을 지켜봤다. 
 

콜린스는 암스트롱과 올드린보다 세간의 주목을 받지 못했고, 심지어 ‘잊힌 우주비행사’, ‘기억하지 않는 세 번째 우주인’이란 수식어가 달리곤 했다. 그는 동료들이 달에 내려 성조기를 꽂는 순간을 지켜보진 못했다.하지만 그는 처음으로 달의 뒷면을 관측한 인간이었다. 달까지 가고도 달을 밟지 못했기에 그의 주변의 많은 이들이 아쉬워했지만, 정작 본인은 개의치 않았다. 콜린스는 자신이 아폴로 계획의 99%를 함께했고, 그 정도면 충분하다고 대답했다. 

그는 달 착륙 50주년인 2019년에 미국의 영웅으로 다시 태어났고, 그의 업적은 재조명을 받았다. 콜린스는 2년뒤인 2021년 4월 암투병 끝에 90세를 일기로 눈을 감았지만, 그의 우주비행의 꿈은 계속해서 이어지고 있다. 

 

이 책은 두꺼운 전기문이나 학술서가 아니다. 아폴로 11호와 비행사들에 초점을 맞춘 가벼운 가이드라고 할 수 있다. 50여년전 어떤 우주복을 입었고, 어떻게 자고 먹었는지, 또 소지품은 무엇인지 등을 잘 정리된 표와 그림으로 보여준다. 우주에 관심을 가진 어린이나 청소년들이 쉽게 읽을 수 있다. 

 

 

달을 향한 새로운 도전
지난 11월 16일, 미국의 21세기 달 탐사 계획인 ‘아르테미스’의 대장정이 시작됐다. 2025년까지 달에 다시 유인 착륙을 하는 것을 목표로, NASA뿐 아니라 세계 각국의 우주기구와 관련 민간 기업들까지 연계된 초대형 프로젝트다.
 아르테미스는 신화에서 아폴로의 쌍둥이 누이로, 과거 유인 달 탐사의 원조격인 ‘아폴로 계획’의 후속 사업으로서 의미심장한 작명이라 할 수 있다. 총 3단계로 진행되는데, 이번 1단계에선 각종 센서가 장착된 ‘무네킹(달 moon+마네킹 manekin)이 우주복을 입고 날아올랐다. 2단계선 달 궤도를 돌아 지구로 귀환하는 유인비행이 시도되고, 최종 3단계에서 우주비행사 4명중 ‘유색인종과 여성’ 2명이 달의 남국에 착륙할 계획이라고 한다. 

 

이렇듯 첨단 소프트웨어와 기계공학이 발달한 오늘날에도 사람이 달에 가는 것은 쉽지 않다. 하물며 변변한 컴퓨터조차 없던 시대에, 아폴로 11호의 달 착륙은 인류 역사상 기념비적인 사건이라 할 수 있다. 그 역사의 주역에 아폴로 3총사가 있었고, 그 중에서도 ‘잊힌 우주비행사’ 콜린스가 있었다. 
암스트롱만 기억하는 당신, 1등만 기억하는 세상이 싫은 당신, 달의 뒷면을 홀로 비행한 ‘영웅’과 만나보는 것을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