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만 탈출 못했어,
캥거루와 달에 남아...

우주 소재로 만든 중국 영화 '문맨'
우리나라 웹툰 작가 조석의 ‘문유’ 영화로 제작
작년 여름 중국 개봉 당시 관객 7000만명 흥행

지구가 소행성과 충돌할 위기에 처한다. 지구인들은 이 재앙을 막기 위해 ‘달 방패 프로젝트’를 시작한다. 달 기지에서 우주 해머를 발사해 소행성을 파괴하면 그 파편들이 달의 궤도에 흡수될 것이라는 계산이었다. 달을 지구의 방패 삼아 소행성을 막아보려 했던 노력은 그러나 뜻대로 되지 않는다. 소행성의 파편들이 궤도를 벗어나 달과 지구와 마구 충돌한 것이다. 달 기지에 있던 지구인들은 황급히 우주선을 타고 탈출한다. 단 한 명만이 우주선을 제때 타지 못하고 달에 홀로 남는다. 정비팀 소속 독고월(선텅)이다. 그의 곁엔 300인분의 114일치 식량과 과학연구팀에서 관리하던 식탐 좋은 캥거루 한 마리만이 남았을 뿐이다. 

 

 

‘문맨’은 우리나라 웹툰 작가 조석의 ‘문유’를 중국에서 영화화한 작품이다. 작년 여름 중국에서 관객 7000만명을 모았다. 제작기간만 4년. 블록버스터급 SF 영화를 구현하기 위해 특수효과·시각효과에 예산을 쏟아 부었다. 축구장 6개 크기의 세트장을 실제로 짓고, 달 표면의 질감을 살리기 위해 엄청난 양의 바위를 잘게 부수어 표현했다.

 

빠진 것은 서사(敍事·narrative)다. 달도 차고 이지러지기까지 사계절의 흐름과 시간의 설득이 필요하건만, ‘문맨’은 동체도 없이 불꽃만 남기고 날아오르는 로켓처럼 이야기의 기승전결을 쌓아가는 과정에서 필요한 단계를 생략하고 코미디를 버무린 신파로 돌진한다. 시종일관 가벼운 톤을 유지하던 전반부에서 갑자기 궤도를 벗어나 감동과 눈물을 강요하는 듯한 후반부의 몇몇 장면에선 당혹스럽기도 하다.

 

 

미덕이 없진 않다. 영화 ‘마션’ ‘ET’ ‘에어리언’ ‘스페이스 오디세이’ 같은 우주를 배경으로 한 명작의 유명한 장면이나 상황을 비틀어서 보여주는 패러디 혹은 오마주의 장면들은 종종 귀엽고 재치있게 느껴진다. 가령 독고월의 곁에 300인분 식량이 114일치나 남았다는 내레이션이 흐를 때, 영화 ‘마션’을 본 사람이라면 속으로 ‘감자는 심지 않아도 되겠구나’라고 생각하며 피식 웃을 것이다. 캥거루 썰매를 타고 우주를 나는 독고월의 그림자가 달과 겹칠 땐 그 유명한 ET의 한 장면을 떠올릴 것이다. 우리나라 연예인 전현무를 닮은 선텅의 연기도 둥글둥글 소행성처럼 거슬린 구석이 없고 친근하다. 

 

 

영화 주요 장면에 삽입된 테마곡에도 신경쓴 흔적이 보인다. 독고월이 지구가 멸망하는 것을 목격하고 달 기지 안에서 홀로 남을 땐 프랭크 시내트라의 ‘Fly to the moon’가 흐르고, 독고월이 달의 협곡을 뛰어넘을 땐 콜드플레이의 ‘A Head Full of Dream’이 울려 퍼진다. 마지막 장면, 독고월은 모든 것을 감내하고 홀로 귀환을 준비하면서 존 덴버의 ‘Take Me Home Country Road’를 부른다. 웨스틴 버지니아 그 시골길로 가고 싶다던 원곡의 가사는 이렇게 바뀌었다. “유성이 되어 흘러가게 해줘. 당신 그 마음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