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형 우주발사체 단(段)조립장’(우주발사체 생산시설) 설립 부지를 놓고 지방자치단체 간 유치 경쟁이 뜨겁다. 후보지는 경남 창원시와 전남 순천시, 고흥군까지 총 3곳이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이하 '한화)는 본사가 있는 창원시와 전남 순천시·고흥군 등 3곳을 예비 후보지로 선정해 용역을 의뢰했다. 한화는 지난해 10월 한국항공우주연구원으로부터 누리호 기술 이전을 받았다.
이에 따라 한화는 한 달 내로 직원들의 정주 여건과 지자체 지원 사항, 항공·우주 연관산업, 나로우주센터 접근성 등을 종합해 단조립장 입지를 결정한다. 올해 말 공사를 착공해 2024년에 준공 예정이다. 한화는 2024년부터 2017년까지 우주발사체 누리호를 조립, 제작해 세 차례 발사한다.
협력업체 지원·정주여건 좋은 창원
창원시는 가포신항 배후 단지를 후보지로 제시했다. 가포신항에서 발사체를 실어 뱃길로 고흥 나로우주센터로 수송하는 계획이다. 누리호 발사에 참여한 40개 업체 중 6개가 창원에 있고 재료연구원과 전기연구원도 있어 연구개발, 기술지원이 유리하다고 강조한다. 조립장은 대도시 안에 있어서 정주 여건도 좋다.
창원상공회의소는 지난달 6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한국항공우주연구원, 국회 국방위원회, 한화에 ‘한국형우주발사체 단조립장 창원 유치 건의문’도 발송했다. 창원상의는 건의문에서 “단조립장은 체계종합기업을 중심으로 발사체 조립·제작의 기술력과 경험이 풍부한 기업들이 밀집한 지역에 조성돼야 한다”고 강조하며 "창원은 초고온소재 실증연구센터 설치가 예정돼 있고, 정밀기계와 전기제어 등을 중심으로 지상, 항공, 우주 분야의 초정밀부품 생산이 가능한 소부장 기업들이 입주하고 있다”고 했다.
창원상공회의소 관계자는 “이번 한국형우주발사체 개발이 가지는 의미는 미국의 나사와 스페이스엑스의 사례처럼 우리나라도 민간이 주도하는 우주시대가 개막되었음을 의미한다”며 “이를 위해서는 민간 중심의 산업생태계 조성이 가장 중요하므로 최적의 입지조건을 갖춘 창원특례시에 한국형우주발사체 단조립장이 설치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즉시 부지매입·입주 가능한 순천
순천시도 순천상공회의소, 율촌산단협의회와 함께 단조립장 유치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순천은 단조립장 설립을 위한 예비 후보지 중 한 곳으로 율촌1산단을 선정했다. 이곳은 2012년 준공 인가돼 기반시설이 완비돼 있다. 즉시 부지매입과 입주가 가능하다. 단조립장 설립 계획 일정 내에 차질 없이 착공이 가능한 준비된 생산시설 부지라는 설명이다.
땅값도 평당 40만원으로 저렴한 편이다. 전력·용수공급이 충분하고 인근 산단 개발에 따른 관련 기업 입주로 인프라 확장이 가능해 추후 우주항공산업 배후 클러스터 조성에도 유리하다는 입장이다. 고흥 나로우주센터 접근성과 연관 산업 인프라도 이번 단조립장 설립의 주요 고려사항으로 꼽힌다. 율촌1산단이 위치한 순천시는 나로우주센터와 사천을 잇는 삼각편대이자, 현대제철·포스코의 초경량 마그네슘 생산시설 등 연관 산업체와 다수의 R&D 기관이 입주해 있다.
순천시 관계자는 "지역민의 전폭적인 지지와 열망을 담아 순천시에 강력하게 유치를 건의해 각종 인허가 처리 단축 및 행·재정적 지원, 정주여건 제공에 지원을 아끼지 않을 예정이다”고 밝혔다. 이어 “한화가 의뢰한 용역 조건에 부합된 현장평가 대비 등 모든 준비에 최선을 다할 계획이다”고 강조했다.
발사체 운반·접근성 뛰어난 고흥
고흥군은 인공위성 발사장이 있는 나로우주센터가 위치해 있다. 후보지 역시 나로우주센터 근처다. 또 고흥군은 지난해 12월 우주발사체 특화지구로 선정되며 우주산업의 전진기지로서 우주도시로 발돋움할 수 있게 됐다. 지역 정치인도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국민의힘 전남도당 김화진 위원장은 지난 21일 이종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을 만나 "나로우주센터가 있는 고흥에 우주발사체 생산시설이 들어서야 한다"고 했다.
또 김 위원장은 "나라의 산업이 발전하기 위해서는 (조립·발사) 집적화로 한곳에 유치하는 것이 맞다. 이동 거리가 멀면 성공할 수 없다"며 나로우주센터가 있는 고흥군에 힘을 실어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