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최초 우주비행사
'나는 자연인이다'

방송기자 출신 아키야마 도요히로 근황 공개
밭일하며 농사짓고 자연인의 삶 선택해
1990년 우주 다녀온 후 승진 경쟁 등 덧없이 느껴져

“지구는 46억년 됐지만 인간은 겨우 100살밖에 못살아"
“우주서 본 지구 굉장히 예뻤기 때문에
자연을 생으로 느끼고 싶어서 결정"

일본인 최초로 우주비행을 경험한 방송기자 출신 아키야마 도요히로(81)의 근황이 공개됐다. 그는 일본 미에현 오다이초 산 속에서 살고 있었다. 집에는 TV도 없고, 인터넷도 설치 돼 있지 않았다. 그가 정보를 얻을 수 있는 곳은 라디오와 신문, 잡지 뿐이었다. 최근 일본 우주항공연구개발기구(JAXA)가 14년 만에 우주인 후보 2명을 선발한 소식도 라디오를 통해 알게됐다. 잘나가던 방송기자, 일본인 최초 우주비행사로 온 국민의 주목을 받았던 그가 돌연 ‘자연인’의 삶을 선택한 이유는 무엇일까. 

 

 

7일 마이니치신문은 지난달 중순 아키야마를 찾아갔다. 아키야마는 기자들을 자신의 밭으로 안내했다. 그는 자신이 직접 키우고 있는 양배추를 보여주며 “본격적인 밭일은 4월부터”라고 알려줬다. 매체는 농부가 된 그의 사진도 공개했다. 정리되지 않은 머리, 통 넓은 면바지를 검은색 장화에 구겨 넣은 모습은 영락없이 농부 그 자체였다. 

 

방송기자가 어떻게 우주인으로?

민영방송 TBS 기자였던 아키야마는 사내 공모를 통해 우주인으로 선발됐다. 당시 TBS는 소련과 우주인 협약을 맺었는데, 창사 40주년을 맞아 아키야마를 우주로 보낸 것이다. 아키야마는 약 1년 동안 소련의 우주인 센터에서 훈련을 받았다. 그리고 1990년 12월2일 러시아 우주인 2명과 함께 소유즈 TM11호에 탑승해 우주정거장 ‘미르’로 날아갔다. 그는 그곳에서 우주 생활 리포트를 작성하고 인간 수면 실험에도 참가했다. 

 

그는 9일 동안 약 190시간에 걸쳐 지구 주위를 124회 돌면서 오염된 일본 주변 바다와 사막화가 진행 중인 아시아 및 아프리카 지역 상황을 방송했다. 러시아 우주인들과 귀환하던 날 그는 “역시 푸른 하늘이 좋군요. 아, 배가 고픈데”라는 말을 남기기도 했다. 

 

우주 경험이 바꿔 놓은 그의 삶

우주에 다녀온 뒤, 아키야마의 인생관은 바뀌었다. 그는 “동기 중 누가 국장이 됐다, 이사가 됐다며 승진에 관심 갖는 게 바보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그래서 5년 만에 조기 퇴사를 결심한다. 그리고 농부가 되기 위해 시골로 내려갔다. 그는 “우주에서 본 지구가 굉장히 예뻤기 때문에, 자연을 생으로 느끼고 싶더라”고 했다. 마치 후쿠시마현의 한 마을에서 그에게 ‘명예 촌장’ 자리를 제안했다. 그는 그곳으로 넘어가 쌀과 표고버섯 농사를 지었다. 또 방송기자 경험을 살려, 환경에 대한 강연과 저술 활동도 했다. 

 

 

하지만 평화로운 삶도 오래가지 못했다. 2011년 3·11 동일본대지진과 후쿠시마 원전 사고가 터지며 피난민이 된 것이다. 그의 사정을 들은 교토조형예술대학이 그를 ‘강사’로 초빙했다. 아키야마는 학교에서 농업과 인생에 대한 강의를 하다, 2017년 미에현의 산간 마을로 이주해 다시 농부의 삶을 살기 시작한다. 

 

미에현으로 이사한 이유에 대해선 “원전에서 150㎞나 떨어져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미에현 주민들은 세 차례나 원전 건설을 거부했다고 한다. 그는 “일본은 지진 국가이므로, 반드시 또 한번은 (원전) 사고가 날 것이라고 생각한다”면서 “내 시간은 아직도 (2011년) 3월11일에 멈춰 있다”고 했다.

 

아키야마는 요즘 새벽 5시에 기상한다. 농사일을 하고, 오후 4시에 저녁식사를 한 뒤 오후 8시에 잠을 잔다. 모든 뉴스는 ‘라디오’나 ‘신문’, ‘잡지’를 통해 접한다. 그는 “우주에 갔다 온 후 시간에 대한 생각이 바뀌었다”며 “지구는 46억년이나 됐지만 인간은 겨우 100살밖에 살지 못한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세상이 TV나 인터넷을 요구해도 나는 나 자신의 시간 감각으로 살고 싶다”며 “내 리듬에는 활자 매체가 딱 적당하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