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밖에서 레디 액션,
우주 로케 영화 개봉

러시아 3년간 160억 투입해 제작, 개봉
실제 우주정거장으로 날아가 촬영
우주 비행사였던 올레그 노비츠키 캐스팅
"미국보다 먼저 우주 촬영 영화 개봉" 러시아는 흥분

실제 우주에서 촬영한 러시아 영화가 개봉됐다. 2020년 미국이 우주에서 영화 촬영을 하겠다고 밝힌 적 있지만,실제로 촬영하고 개봉까지 성공한 건 러시아가 처음이다. 러시아 타스통신 등에 따르면 러시아 우주 장편 영화 ‘도전’(The Challenge)은 12일 러시아를 시작으로 20일부터 세르비아, 보스니아 헤르체고비나, 크로아티아 등 6개국 영화관에서 상영을 시작했다. 27일부터는 이집트, 요르단, 이라크, 이란, 사우디아라비아, 수단 등 중동-북아프리카 14개국에서도 개봉된다. 

 

 

‘도전’은 우주에서 부상을 입은 우주비행사를 구하기 위해, 국제우주정거장(ISS)으로 파견된 흉부외과 여성 의사의 이야기다. 배우 율리아 페레실드가 의사역을 맡았고, 실제로 우주정거장에서 임무 수행 중이던 러시아 우주비행사 올레그 노비츠키가 부상당한 우주비행사역을 맡았다. 

 

배우 선발은 쉽지 않았다. 조건부터 까다로웠다. 국적은 러시아, 나이는 25~40세 사이, 몸무게 50~70kg이어야 했다. 신체조건도 우수해야 했다. 3분30초 이내 1km 달리기, 20분 이내 자유형 800미터 수영, 3m 스프링 보드 다이빙 등이었다. 페레실드는 3000:1의 경쟁률을 뚫고 주인공에 발탁됐다. 20명만 남은, 마지막 라운드에서 건강 검진과 심리검사를 통과해 최종 선발됐다. 페레실드는 “배역 선발 과정 중에 위·대장내시경, 코 중격 균일도 검사, MRI, CT 같은 모든 종류의 검사가 이뤄졌다. 이런 캐스팅 과정은 배우 인생 처음 겪는 일이었다”고 회상했다. 페레실드와 영화감독 클림 시펜코는 우주 촬영에 앞서 4개월간 가가린우주비행사훈련소에서 원심분리기 체험, 무중력 비행 훈련, 낙하산 훈련 등을 받았다. 

 

 

영화 제작은 약 3년이 소요됐다. ISS에서의 촬영은 2021년 10월 고도 400km에서 진행됐다. 페레실드와 영화감독은 당시 12일간 ISS에 머물렀다. 실제 영화에서는 40분 정도 ISS가 등장한다. 카메라 10대로 촬영했다. 무중력 상태에서 외과 수술을 실시하는 장면이 포함돼 있다. 클림 시펜코 감독은 “계획보다 더 많이 촬영했다. 정확히 말하자면 제가 멈출 수 없었기 때문이다. 쉬는 시간에도 카메라를 들고 날아가서 창밖을 보니까 너무 아름다워서 꼭 찍어야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지난 12일 러시아 모스크바 최대 극장인 옥탸브르영화관에서 ‘도전’ 시사회가 열렸다. 제작진, 문화부 장관 등 약 3000명이 참석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영화관 입구에는 배우와 제작진이 우주정거장에서 지구로 돌아올 때 타고 온 우주선 소유즈호가 전시됐다. 

 

 

‘도전’은 러시아 국영 우주공사 ‘로스코스모스’와 국영방송 ‘1채널’이 투자해 만들었다. 제작비는 약 10억 루블(약 160억원)이다. 제작진은 영화를 통해 우주 산업이 활성화 되길 바란다고 전했다. 콘스탄틴 에른스트/1채널 프로듀는 “영화가 본 사람들이 러시아의 우주 탐사를 위해 촬영됐다는 것을 모두 이해했으면 좋겠다. 젊은이들이 우주로 날아가길 원하지 않는다면 아무도 우주산업에 참여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라고 했다. 

 

3년 전, 미 우주항공국 나사(NASA)는 우주에서의 영화 제작을 논의 중이라 발표한 적 있다. 그러나 러시아가 먼저 우주 영화를 개봉하면서 ‘세계 최초’라는 타이틀을 갖게 됐다. 영국 가디언은 미국 할리우드의 우주 프로젝트보다 한 발 빨라 러시아인들이 기뻐한다고 보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