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00장으로 엮은
화성의 민낯

UAE 화성 탐사선 아말이 보내온
사진 3,000장을 조합해 제작
35억년 전 계곡의 잔해, 화산 등 선명히 찍혀

우주에 진심인 UAE, 지폐에 아말 새겨
“화성 연구는 수학과 물리학, 화학 등
기초과학 연구의 집약체"

붉은 행성 화성(火星)을 한눈에 볼 수 있는 지도가 완성됐다. 이 지도는 아랍에미리트(UAE)의 화성 탐사선 아말(Amal·아랍어로 '희망'이라는 뜻)이 보내온 사진 3,000장을 조합해 만들었다. 아말에 탑재된 카메라 EXI(Emirates Exploration Imager)의 ‘눈’을 통해 화성의 진짜 맨얼굴이 생생하게 찍힌 것이다. 

 


지도를 제작한 주인공은 뉴욕대 아부다비(NYUAD·글로벌 분교)와 UAE 우주과학 센터가 이끄는 과학자팀이다. 이들은 지도를 만들기 위해 화성에서 1년(공전주기는 687일로 지구의 1.88배)에 걸쳐 EXI에서 관측 자료를 수집하고 함께 연결하여 색상 합성물을 만들었다. 이 지도는 약 35억년 전에 액체 상태의 물로 범람했던 고대 강, 호수, 계곡의 잔해뿐 아니라 극지방의 만년설과 산, 그리고 오랫동안 활동하지 않은 화산을 보여준다. 


기존의 수많은 망원경과 위성이 화성을 관측했지만, 대부분은 화성의 일부를 살피는 데 집중했다. 일정한 궤도만을 돌면서 같은 위치를 반복해서 살피는 식이었다. '우주를 보는 지구의 눈'으로 불리는 허블 망원경은 화성에서 약 5,472만km 떨어져 있기에 선명도가 부족했다. 반면 아말은 화성 표면 위 2만km 궤도를 돌기 때문에 더 밝고 선명한 사진을 얻을 수 있었다. 뉴욕대 아부다비 그룹 리더이자 연구 과학자인 디미트리아 아트리 박사는 “아말은 다른 어떤 우주선보다 훨씬 더 멀리서 관찰할 수 있는 타원 궤도로 화성을 돌고 있다. 이 전략적 위치는 과학자들이 화성의 전체 그림과 기후 변화를 파악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UAE가 쏘아 올린 탐사선 ‘아말’
2020년 7월 19일 일본 다네가시마 우주센터에서 발사된 아말은 2021년 2월 10일 화성 궤도 진입에 성공했다. 미국, 러시아, 유럽, 인도에 이어 세계 다섯 번째 성과였고 아랍 세계에서는 당연히 최초였다. 선진국들의 독무대였던 우주개발 경쟁에 과학의 변방으로 여겨져 온 중동의 소국이 깜짝 데뷔한 것이다. 아말은 시속 12만1000㎞ 속도로 4억9350만㎞를 7개월간 날아가 화성 궤도에 도착했다. 궤도 진입 성공 신호가 도착하자, UAE 부통령 셰이크 무함마드 빈 라시드 알막툼은 "오늘 아랍 과학 역사의 새로운 무대가 열렸다"고 트위터에 썼다. 아말은 무게 1,350kg으로 소형 SUV만한 크기의 탐사선으로, 1년이 687일에 이르는 화성의 연중 기후도를 작성하는 것이 미션이다. 

 


UAE는 2014년 화성 탐사 계획을 밝힌 뒤, 6년 만에 탐사선을 쏘아 올렸다. 보통 우주 개발국들은 달 탐사를 통해 경험을 쌓은 뒤 화성 탐사에 나서는데, UAE는 달은커녕 소형위성 4기를 개발한 경험이 고작이었다. 그마저도 2009년 첫 인공위성인 두바이샛과 2013년 개발한 두바이샛2는 한국 개발업체 씨트렉아이의 도움을 받았다. 이런 UAE가 단기간에 우주 분야에서 성과를 거둔 배경엔 선진국과의 협력이 있었다. 아말은 미국 콜로라도대와 캘리포니아대, 애리조나주립대와 공동 개발했다. 개발에는 2억달러가 투입됐고, 발사는 일본 미쓰비시중공업이 개발한 로켓을 이용했다. 
 
사막의 석유 부국, 왜 우주를 향할까
UAE가 아말에 얼마나 큰 자부심과 기대를 걸고 있는지는 지폐만 봐도 알 수 있다. 2022년 12월 UAE 중앙은행은 건국 51주년을 맞아 최고액 지폐인 1,000디르함(약 35만 원)의 새 도안을 공개했다. 지폐의 앞면에는 우주개발의 초석을 다진 셰이크 자이드 빈 술탄 알 나하얀 초대 대통령의 얼굴이 들어가 있다. 그의 옆엔 우주왕복선과 인공위성이 그려져 있다. 우주왕복선은 자이드가 1976년 미항공우주국(NASA)에 방문하고 우주에 관심을 보였다는 사실을 기념하기 위해서다. 우주왕복선 위로 그려진 사각형의 인공위성 같은 우주선이 바로 화성 탐사선 ‘아말’이다. 여담이지만 지폐 뒷면엔 한국이 수주해 건설한 바라카 원전 4기가 그려져 있다. 

 


UAE의 우주 정책 뒤엔 정부의 강력한 의지가 있다. UAE 사라 알 아마리 첨단과학기술부 장관은 한 인터뷰에서 “석유 이후 시대에는 기초과학이 매우 중요해질 것”이라며 “화성 연구는 수학과 물리학, 화학 등 기초과학 연구의 집약체로 지식산업으로 가는 징검다리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한마디로 우주개발을 통해 석유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겠다는 뜻이다. 두바이 국왕인 무함마드 빈 라시드 알막툼 총리는 2006년 에미리트 첨단 과학기술연구원을 설립해 인공위성 개발을 추진했고, 2019년 9월 UAE 최초로 우주인을 국제우주정거장(ISS)에 보내기도 했다.

 

불붙은 화성 탐사 경쟁
로마인들은 피처럼 붉은 화성을 바라보며, 전쟁의 신(Mars) 이름을 붙였다. 화성은 극심한 추위와 먼지투성이의 표면을 특징으로 하는 사막 행성으로 대기가 매우 희박하다. 화성은 계절의 변화, 극지방을 덮는 눈, 날씨 변화, 협곡의 확산, 산, 휴화산 등 많은 부분에서 지구와 닮았다. 


그래서인지 화성은 태양계에서 가장 많이 탐사된 우주체이다. 인간이 이 붉은 행성을 탐험하고, 그 비밀을 풀기 위해 많은 탐사선을 보냈다. 그동안의 연구를 통해 화성이 본래 훨씬 더 두꺼운 대기를 가진 훨씬 더 따뜻하고 습한 행성이었다는 충분한 증거를 확보할 수 있었다. 화성이 건조한 행성으로 변모하게 된 수십억 년 동안 무슨 일이 일어났을까? 답을 얻어낼 유일한 방법은 화성의 대기를 심층적으로 연구하는 것이다.


UAE의 가세로 지구 이외에 생명체 생존 가능성이 가장 높은 화성을 선점하려는 경쟁은 더 치열해지고 있다. 아말이 궤도에 진입하기 전 화성에서 미항공우주국(NASA)의 로버(이동형 로봇) ‘큐리오시티’와 착륙선 ‘인사이트’가 탐사 활동을 하고 있었고 미국, 유럽, 인도 등 총 6대의 궤도선이 돌고 있었다.

 

인간의 화성 탐사는 계속되고 있다. 2020년 7월 발사된 미국 로버(이동형 로봇)인 ‘퍼서비어런스’가 2021년 2월 18일 화성(예제로 충돌구)에 착륙했다. 같은 해 5월 15일엔 중국 톈원 1호의 로버 ‘주룽’이 화성 북부의 유토피아 평원에 착륙했다(참고로 주룽은 현재 동면에 들어가 움직이지 않고 있다).
 

화성에 대해 말하려면, 테슬라 창업자 일론 머스크를 빼놓고 말할 수 없을 것이다. 머스크가 이끄는 민간 우주기업 스페이스X는 2050년까지 100만명을 화성에 이주시키겠다고 밝혔다. 최근 스페이스X가 달·화성 탐사를 위해 야심차게 개발한 대형 우주선 ‘스타십(Starship)’이 첫 시험발사에서 3분59초만에 공중 폭발하는 뼈아픈 실패를 겪었다. 스페이스X는 실패 원인에 대해 “비행 중 엔진이 여러 개 멈추면서 고도가 떨어져 추락하기 시작하는 것을 확인하고 강제로 비행 종료 시스템(FTS)을 가동해 폭파시킨 것”이라고 밝혔다. FTS는 비행체가 오작동으로 지상에 피해를 입히는 것을 방지하는 자폭 장치이다. 스타십은 목표 고도였던 220km에 도달하지 못했지만, 첫 시험발사에서 이륙에 성공한 점과 발사 후 기체 압력이 최고치로 오르는 ‘맥스-Q’ 지점을 통과한 점은 성과로 평가된다. 머스크는 스타십의 시험비행이 실패로 돌아간 뒤 23분 만에 트위터에 "스페이스X 팀의 흥미로운 시험비행 발사를 축하한다"면서 "몇 달 뒤 있을 다음 테스트를 위해 많이 배웠다"고 썼다. 그는 스페이스X 직원들에게 보낸 공지에서 “우리는 결국 화성에 도달할 것”이라고 했다. 


우주 개발은 하루 아침에 이루어지지 않는다. 많은 실패가 쌓여 한 번의 도약을 이루고, 큰 위험에 큰 보상이 따른다. 포기를 모르는 머스크처럼, 인류는 우주를 향하는 발걸음을 멈추지 않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