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멀리~ 더 선명하게~"
제임스웹, 우주의 탄생을 찍는다

손상모 박사 강연을 계기로 본 '최강 우주망원경'의 모든 것

가장 강력한 우주망원경 '제임스웹' 이미지. / NASA

 

“왜 우주망원경이 필요할까요?”

서울 서대문구청에서 열린 ‘제임스웹 우주망원경, 우주의 시작을 향한 여정’이라는 제목의 강연회에서 강연자 손상모 박사는 이렇게 물으면서 강연을 시작했다. 33도를 넘는 더위 속에서도 대강당을 가득 메울만큼 찾아온 수강생들은 “멀리 보려고요”라고 화답했다. 한여름 7월 20일 오후의 풍경이었다. 

 

그런데 지상에서 관측하는 대신 굳이 우주망원경을 쏘아 올리는 이유는 따로 있다. 기본적으로는 지구의 대기 때문. 대기로 인해 흐릿하게 보이는 부분들, 반짝이는 별들을 원래의 모습 그대로 관찰하기 위해서는 지구 대기권을 벗어나 우주로 나가야 하는 것이다. 그래서 과학자들은 우주망원경을 쏘아올린다. 그동안 가장 강력한 우주망원경으로 꼽혀온 허블망원경에 의지했는데, 2021년 제임스웹 우주망원경을 쏘아올리면서 인류는 ‘새롭고 강력한 눈’을 갖게 됐다. 

 

바이든 미국대통령이 2022년 7월 11일 제임스웹의 첫 사진을 공개했다. ‘SMACS 0723′ 은하단의 놀라운 사진이었다. / NASA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2022년 7월 11일 미국 워싱턴DC 백악관에서 한 장의 우주 사진을 공개했다. 세계가 놀란 이 사진은 제임스웹 우주망원경이 활동을 시작하며 촬영한 것 중 최초로 공개된 것이다. 지구에서 40억광년(1광년은 약 9조4600억㎞) 떨어진 곳에 있는 ‘SMACS 0723′ 은하단의 모습을 담은 사진이었다.

 

'별의 탄생'. 로 오피우키 성운에서 50여개의 아기별들이 촬영됐다. 제임스웹의 활동 1주년 기념 공개사진이다. / 제임스웹 홈페이지

 

그리고 활동 1주년을 맞은 올해 7월 12일 공개된 사진은 '별의 탄생' 순간이었다. 지구로부터 390광년 떨어져 있는 '로 오피우키(Rho Ophiuchi)‘ 성운의 모습. NASA가 공개한 사진에는 이미 형성됐거나 아직 형성 중인 별 50여개가 포착돼 있다. 이 별들은 모두 질량이 태양과 비슷하거나 작다. 제일 어두운 부분은 밀도가 가장 높은 곳으로, 이곳에서 두꺼운 먼지가 원시별을 형성하게 된다.

 

이 희귀하고 찬란한 사진들이 가능한 것은 바로 ‘제임스웹 우주망원경’ 덕분이다.

 

제임스웹 우주망원경은 허블망원경이 보여준 우주의 신비가 어마어마하다는 공감에서 출발해 ‘더 멀리, 더 선명하게’ 우주를 살펴보자는 취지에서 만들어진 초대형 우주망원경이다. 미국 캐나다 유럽 항공우주국이 함께 추진한 제임스웹 우주망원경은 직경 6.5m로 2.4m인 허블망원경보다 훨씬 크고 적외선 촬영에 특화됨으로써 멀리 있어 희미하게 잡히는 천체를 더욱 또렷하게 포착할 수 있게 해준다.

 

손상모 박사가 서울 서대문구청에서 제임스웹 우주망원경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 cosmos times 

 

2020년 12월 24일 남미 가이아나에서 발사된 제임스웹 우주망원경 연구에 참여한 유일한 한국인이 바로 손상모 박사. 연세대학교 천문우주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버지니아주립대에서 유학한 그는 미국 우주망원경과학연구소(STScI)의 수석연구원으로 우주망원경 작업 중에서도 ‘거울정열(mirror alignment)’ 전문가다. 영상 이미지가 가장 잘 잡히도록 만들어주는 핵심역할이다. 집요한 관찰로 우리 은하의 미래를 예측해낸 뛰어난 천문학자이기도 한 손 박사는 우주망원경 기술에서 가장 중요한 한 부분을 책임지고 있는 것이다.

 

손상모 박사의 제임스웹 우주망원경 강연은 우주망원경에 대한 설명과 우주의 아름다움 찬사로 이뤄졌다.

 

‘우주를 바라보는 인류의 새로운 눈’으로 불리는 제임스웹 우주망원경은 왜 필요할까? 그 질문부터 답하자면, 이렇다. 가장 유명한 허블망원경을 운영하던 STScI 측에서 어느날 놀라운 제안을 한다. “앞으로 열흘 동안 아무것도 없는 먼 우주에 초점을 맞추고 허블망원경으로 그곳만 촬영해보자.” 그 귀한 망원경을 그렇게 낭비하냐는 반론도 있었지만, 연구는 진행됐고, 열흘 뒤 놀라운 결과를 얻었다. 시커멓게 텅비어 보이는 우주의 한 공간이 실은 엄청나게 많은 별과 은하들로 가득 차 있다는 것을 알게된 것.

 

그래서 과학자들 사이에 ‘더 멀리, 더 선명하게’ 우주를 보아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되었고, 무려 100억 달러(약 12조 7000억원)짜리 제임스웹 우주망원경을 제작하게 되었다. 얇게 금이 도금된 육각형의 거울들을 붙여 지름 6.5m의 망원경이 만들어지고, 많은 관측장비와 방열장비들이 부착되었다. 망원경의 지름이 허블망원경의 거의 3배에 이르지만, 망원경 전체의 크기는 비슷할만큼 향상된 기술들의 결합체가 그렇게 탄생했다. 마침내 2021년말에 발사하고 2022년 7월부터 관측을 시작하게 되었다.

 

확장하고 있는 먼 우주에서 지구에 도달하는 빛은 파장이 늘어지면서 가시광선이 아닌 적외선으로 변하는 ‘적색편이’ 현상이 발생한다. 그동안 허블우주망원경이 못 본 적외선을 제임스웹의 근적외선카메라(NIRCam)가 관측하면서 새로운 우주의 모습이 펼쳐진 것이다.

 

그래서 과학적 의미가 큰 것으로 꼽힌 이미지는 외계행성의 대기 화학 반응을 처음으로 찾아낸 ‘WASP-39b’다. 제임스웹은 토성과 유사한 외계행성 WASP-39b이 항성의 앞에 정렬되는 순간을 촬영했다. 항성의 빛에 굴절된 WASP-39b의 대기 색으로 이산화탄소가 있다는 것을 알았다.

 

독수리 성운의 '창조의 기둥'. / 제임스웹 홈페이지 

 

그렇지만, 손 박사가 정서적으로 가장 좋아하는 이미지는 독수리 성운의 '창조의 기둥'. 근적외선과 중적외선으로 관측한 것을 합해 만들어진 이 사진은 과감한 형태의 아름다움과 별의 창조라는 과학적 흥분의 순간이 합쳐져 남다른 의미를 던져준다. 손 박사는 별도의 설명이 필요없는 예술품을 보는 감동과 같다고 이 사진의 느낌을 말한다.

 

제임스웹 우주망원경 프로젝트의 유일한 한국인으로서 느끼는 사명감도 크다. 가능하면 많은사람들이 우주의 신비를 체험하고 알게되길 기대하는 그는, 제임스웹에 대해 한국말로 한국인과 직접 소통할 수 있기 위해 관련 소식을 가능한 한 빨리 한국에 전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1000억개의 별로 이뤄진 은하가 1000억개는 있다고 추정되는 우주에서 살아가는 인류에게 우리가 어디에서 왔고, 우주에는 인류 혼자만 외롭게 존재하는가에 대한 대답을 제공하는 것이 제임스웹의 가장 큰 목적"이라는 것이 손 박사의 생각이다. 사람들이 제임스웹의 사진들을 보면서 조금 더 쉽게 이해하고, 우주의 기원과 생명의 기원에 대한 답을 찾아가는 것이다. 

 

제임스웹이라는, 인류가 만든 가장 강력한 망원경으로 우주의 시작점을 찾아가는 여정이 지금 시작됐다. 더 멀리 볼수록 더 오래된 과거를 볼 수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