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번째 키워드 '달'
1. 달 착륙 도전하는 민간기업들
2. 달 유인비행에 도전한다
3. 달 기지, 달 탐사의 꿈
달이다. 달은 우리에게 우주의 대표선수다. 이제 인간은 반세기만에 다시 달에 가려고 한다. 이 도전은 1962년 존 F 케네디 대통령이 말한 것처럼, 어렵기 때문에 한다. 50년의 시간이 지났다고 쉬워진 것이 아니다. 케네디의 선언에는 이런 대목도 들어있다. 우리의 우주인을 달에까지 보냈다가 무사히 집으로 데려올 것이다. 그렇다, 유인 비행에는 안전이라는 또다른 대목이 들어간다.
안전이라는 단어는 도전과 짝을 이루는 말이다. 힘들기 때문이라는 표현은 그냥 물리적으로, 과학적으로 힘들 뿐만 아니라, 결과와 목표지점을 알 수 없기 때문에 목숨을 걸어야 한다는 힘듦을 포함하고 있다. 그러므로, 도전이고, 그렇기 때문에 최대한 할 수 있는 안전장치들을 마련해야 한다. 50년이 지났지만, 그 조건은 변하지 않았다. 유인 우주비행은 다른 차원으로 어려움을 포함하고 있는 도전이다.
빌 넬슨 NASA 국장이 아르테미스 프로젝트의 연기를 발표하고 있다. / NASA
▶연기된 아르테미스, 비록 유인비행은 미뤄졌지만...
미국의 NASA가 주도하고 있는 심우주탐사 협정인 아르테미스 협정에는 지금 50개국이 넘는 국가들이 동참하고 있다. 전세계의 주요국들이 모두 함께 하고 있는 셈이다.
아르테미스 미션의 일환으로 추진되고 있는 미국의 유인 달탐사 계획이 반년 정도 연기됐다. 한국시간 12월 6일 새벽, NASA가 '아르테미스 미션 내용 업데이트' 회견을 열고, 이같은 내용을 발표했다.
NASA는 달 주위를 4명의 우주비행사가 탑승한 상태에서 왕복하는 아르테미스 2호의 발사 계획을 2025년 9월에서 2026년 4월로 연기했다. 그리고 2026년말을 목표로 했던 우주인 달 착륙 아르테미스 3호는 이제 2027년 중반으로 미뤄졌다. NASA 측과 스페이스닷컴에 따르면, 오리온 캡슐을 사상 첫 승무원 비행을 위해 준비하는 데 추가 시간이 필요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곧 임기가 종료되는 빌 넬슨 NASA 국장은 미국 현지시간 5일 낮 1시에 진행된 기자회견에서 "우주는 까다롭다"라면서 "그리고 우리와 업계 및 국제 파트너들은 이번 기회에 오리온 캡슐이 우주비행사들을 심우주로 안전하게 수송하고 지구로 돌아갈 준비가 되었는지 확인해야 한다"고 밝혔다. 케네디의 선언 장면을 떠올리게 한다.
오리온 우주선은 현재까지 캡슐을 달 궤도로 보내고 지구로 돌아오는 25일간의 무인 시험 임무인 아르테미스 1호를 성공적으로 수행한 바 있고, 이제 유인 우주비행을 앞두고 있다. 아르테미스 1호에서는 모든 것이 잘 진행된 것으로 보였다. 그러나 비행 후 분석 결과, 오리온의 열 차단막이 엔지니어들이 예상했던 것보다 지구 대기권에 재진입하는 동안 고르지 않게 사라졌다. 오리온 내부의 온도는 실온 수준을 유지했는데, 이는 우주비행사가 탑승했더라도 안전하게 생환할 수 있었다는 의미. 그렇지만 엔지니어들은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파악해야 했고, 이제 몇 가지 결론에 도달했다고 NASA는 기자 회견에서 밝혔다.
당연히, 달 착륙 도전을 포기하는 것은 아니다. 안전을 확보하는 기간이 필요하고 내년과 후년에 추진될 것이다. 그리고 2025년 새해 한햇동안은 그것을 실행하기 위한 준비가 발빠르게 진행될 것이다. 완전히 달라지는 미국 행정부와 NASA의 새 수뇌부 아래서, 미국과 전세계 우주인들이 힘을 모아 반세기만의 도전을 실현하기 위해 땀흘리는 한해가 될 것이다.
아폴로 11호의 달 착륙은 인류 전체에게 흥분과 희망을 선물했다. 그리고 반세기 뒤 다시 인간은 달에 도전한다. / NASA
▶반세기 전 인간이 달에 갔던 순간들
다시 볼 때마다, 다시금 떠올릴 때마다 감동적인 장면이 있다. 바로 아폴로11호의 달 착륙 장면이다. 인류 역사상 가장 위대한 도전으로 불리는 인간의 달 착륙. 1969년, 그러니까 약 반세기 전에 있었던 일이다. 이제 몇년 안에 다시 시도할 그 역사적 순간을 다시 한번 되새겨 보자.
"휴스턴, 여기는 고요의 바다. 이글호는 착륙했다."
“Houston, Tranquility Base here. The Eagle has landed.”
1969년 7월 20일. 55년전 오늘, 인류는 역사상 가장 위대한 걸음을 내디뎠다.
5억명 이상의 사람들이 지상에서 생중계로 TV를 시청하는 가운데, 아폴로11호의 우주비행사 닐 암스트롱을 착륙선의 해치를 열고 계단을 천천히 내려왔다. 한발 한발, 마침내, 수십만년 인류의 역사상 처음으로 달에, 아니 지구가 아닌 외계천체에 발을 딛는 순간이었다. 부드러운 먼지 같은 달의 표면에 깊숙이 발자국을 남긴 첫 사람, 그 남자 닐 암스트롱은 이렇게 말했다.
"한 인간에게는 작은 걸음이지만, 인류에게는 위대한 도약이다."
"That’s one small step for a man, one giant leap for mankind.”
미국 동부표준시 1969년 7월 20일 오후 10시 56분, 인류는 우주에서 전송된 위대한 선언을 들었고, 다같이 환호했다. 국가와 민족을 따지지 않고, 모든 사람들이 TV 앞에 모여 앉아, 자신의 일처럼 환호성을 터뜨린 순간. 지구로 돌아오는 아폴로11호 우주인들이 '지구의 평화'를 염원하면서 비행했고, 다시 달과 화성에 도전하는 지금의 우주인들이 외치듯, 아폴로11호의 위대한 도전은 그 자체로 인류가 하나임을 입증해냈다.
닐 암스트롱에 이어 달에 발을 디딘 버즈 올드린. 그는 간단하지만 강력한 묘사를 했다. "거대한 황량함(magnificent desolation)." 처음 디딘 달의 표면, 어둡고 광활하지만, 가슴 설레며 인류에게 품을 내준 달이라는 오묘한 세상에 대한 첫 인상이며, 가장 깊은 인상일 것이다. '거대한 황량함'에 마주선 인간만이 느낄 수 있었을 그 감동의 순간.
암스트롱과 올드린은 2시간 반에 걸친 달 표면 탐험을 하고, 22kg의 토양을 채취하고, 다양한 사진을 찍고, 지진 측정기와 태양풍 실험장치를 설치했다. 그리고, 성조기와 아폴로1호 승무원들의 희생을 기리는 조각을 남겼으며 이글 착륙선의 다리 중 하나에 명패를 남겼다. 그 명패에는 이렇게 써있다.
"여기 지구에서 온 사람들이 달에 처음 발을 디뎠다. 서기 1969년 7월. 우리는 모든 인류를 위해 평화롭게 왔다."
"Here men from the planet Earth first set foot upon the moon. July 1969 A.D. We came in peace for all mankind."
아폴로11호는 1969년 7월 16일 발사됐다. 소련의 유리 가가린이 첫 우주비행을 하고 8년 조금 지난 시점, 그리고 존 F 케네디 대통령이 달 착륙 도전을 선언한 그 10년이 다가기 직전, 위대한 도전이 시작됐다. 아폴로8호가 새턴V 로켓을 타고 달을 최초로 유인 궤도비행을 성공하고 7개월 뒤인 때다.
반세기쯤 전 마지막 아폴로 미션, 아폴로17호의 지휘관인 유진 서넌이 한 말처럼, 우리 인류는 달에 돌아갈 준비를 마쳐가고 있다. "우리는 우리가 왔던대로 떠날 것이다. 그리고 우리는 모든 인류를 위한 평화와 희망을 갖고 돌아올 것이다. 신이여 함께 하소서!" “We leave as we came and, God willing, as we shall return, with peace, and hope for all mankind.”
발사 준비를 하고 있는 '아르테미스 1호' SLS 로켓과 오리온 우주선. / NASA
▶인간의 달 착륙을 위해 준비 하는 것들
인간의 달 착륙을 다시 시도하기 위해 준비해야 하는 것들이 많다. 그중에서도 가장 중요한 것은 안전에 관한 것. 아폴로 프로젝트 시절보다 훨씬 힘든 미션을 포함할 아르테미스 미션을 위해서는 진지하게 탐구하고 수정할 것을 수정해야 한다.
아르테미스 1호의 경험을 갖고 있는 NASA는 '아르테미스 FAQ'에 "아르테미스 2호의 경우 엔지니어들은 오리온이 지구 대기권에 진입하여 착륙할 때 그 사이를 비행할 수 있는 거리를 수정하여 아르테미스 1호 방열판의 현상이 발생한 온도 범위에서 오리온이 머무는 시간을 계산해낼 것"이라고 썼다.
이 수정된 궤적은 태평양의 '아르테미스2 오리온'을 이전 계획보다 샌디에이고에 더 가깝게 만들 것이며, 이는 재진입 중에 문제가 발생하면 임무에 참여한 4명의 우주비행사가 더 편리하게 도움을 받을 수 있도록 하기 위한 것이다.
이를 비롯해 순차적으로 마주할 아주 심각한 문제들을 해결해야 한다. 먼저 우주비행사들을 우주 방사능으로부터 안전하게 보호하고 이들을 우주로 보낼 강력한 로켓이 필요하다. 그다음 과제는 달 표면 연착륙이며, 그 뒤엔 우주비행사들이 지구로 안전하게 돌아올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기술적 문제가 발생해도 이들은 외부에서 그 어떠한 도움도 받을 수 없고, 심지어 임무를 중단해버릴 수도 없다.
유인 달 착륙 미션인 아르테미스 3호 임무를 위해 프라다와 액시엄 스페이스가 함께 개발한 우주복 같은 매우 소프트한 준비에서부터, 달 탐사를 위해 타고 다닐 달표면 로버의 개발, 심지어 그 로버를 위한 타이어 개발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준비들이 진행되고 있으며, 새해에는 더욱 구체적으로 완성되어 갈 것이다.
NASA의 현재 계획에는 아르테미스 3호 달 착륙선으로 사용될 상위 단계 우주선인 스페이스X의 스타십 메가로켓이 참여하게 된다. 1월부터 진행되는 스타십의 시험비행과는 별도로, 달 착륙선으로서의 변형된 스타십도 완성해야 한다. 하드웨어의 준비만으로도 숨가쁜 몇년이 예고되어 있는 셈이다.
게다가 미국과 우주선진국들의 자존심 지키기와 경제성 높이기 같은 이데올로기적 준비 또한 필요하다. 실제로 달에 착륙한 우주비행사가 무엇을 갖고 돌아올지, 선점한 지역의 경제권, 운영권, 선점권은 어떻게 될지 확실히 해 두어야 한다. 미국에 이어 곧 중국도 우주비행사를 달에 보내려 하고 있기 때문이다.
새로 개정된 아르테미스 3호 타임라인은, 2030년까지 우주비행사를 달에 착륙시킬 계획이라고 밝힌 중국보다 미국이 여전히 앞서 나가고 있다. 양국은 정착지나 연구 전초기지의 중요한 자원인 물 얼음이 풍부한 것으로 알려진 달 남극을 목표로 하고 있다. 단순히 깃발을 먼저 꽂는데 그치지 않고, 그 이후의 권리 문제를 미리 해결하는 지혜를 준비해야 하는 대목이다.
1962년 케네디 대통령이 달 탐사 연설을 텍사스 휴스턴의 라이스대학 스타디움에서 하고 있다. '문워커스'의 한 장면. / cosmos times
▶우주경쟁의 상징 달착륙, 자존심 싸움이다
2027년 미국의 유인 달 탐사가 성공하면, 2030년에는 중국의 유인 달 탐사가 진행된다. 미국과 중국이라는 새로운 제국의 자존심 건 경쟁이 치열하다.
반세기전 미국의 유인 달 착륙 미션은 비행은 1961년 소련이 유리 가가린을 인류 최초로 우주로 내보낸 것에 대한 맞대응이었다. 로켓을 타고 우주로 간 첫 인간을 소련이 올려보냈다는 것은 냉전의 시대를 이끌고 있다고 생각한 미국의 자존심에 큰 상처를 주었다. 만약 국방이나 안보와 연결해 생각해 본다면, 소름끼칠만큼 절박한 '발등의 불'이 미국에 떨어진 것이었다.
"우리는 달 착륙에 도전합니다. 쉬워서가 아니라, 어렵기 때문에 도전합니다."
“We choose the Moon not because It is easy, but because It is hard”
저 유명한 케네디 대통령의 1962년 달 착륙 선언은 10년 안에 이루겠다고 말했지만, 10년이 채 되지 않은 1969년 아폴로 11호의 달 착륙을 성공시켰다. 그리고 6차례의 아폴로 우주선 달 착륙, 12명의 문워커(달표면을 걸은 사람들) 모두 미국의 성과로 역사에 남았다.
그렇다면 다음번에 달 표면을 걸을 사람은 누구일까. 지금까지 러시아, 중국, 인도, 일본, 유럽연합(EU)이 달 표면에 무인 탐사선이나 탐사로봇 등을 연착륙시키는 데 성공하긴 했지만, 사람을 보내진 못했다.
국가적 차원으로 본다면, 미국과 중국이 유인 달 탐사를 놓고 경쟁하고 있고, 2027년에 아르테미스 3호에 어떤 우주비행사가 탑승하느냐를 놓고, 인종 혹은 국가간 자존심 경쟁도 벌어지고 있다. 그동안 미국인 백인 남성 12명만이 달 표면을 걸었지만, 다음 착륙자는 여성과 유색인종을 포함하게될 가능성도 크다.
인도는 2025년 중 유인 우주비행을 추진하고 있다. 달 착륙은 아니더라도 독자적 달 선회비행을 성공한다면, 2035년 우주정거장, 2040년 유인 달 착륙 등의 목표를 향해 거침없이 전진할 것이다. 중국 또한 2030년의 달 착륙, 2030년대의 영구적 달 기지 건설 목표를 우주패권을 걸고 추진하고 있다.
스페이스X 등 민간기업이 큰 역할을 하는 미국과 국가적 차원에서 강권을 갖고 추진하는 중국의 대결이 새삼 흥미진진해진다.
한편, 한국형 달 탐사선 다누리의 성공을 경험한 대한민국은 우주항공청과 한국항공우주연구원,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등 다누리의 경험을 바탕으로 달 착륙선 개발과 심우주 탐사 역량 강화를 목표로 달리고 있다. 2030년대 초반에는 달 착륙선을 보내는 것을 목표로 한 프로젝트가 진행된다. 그때까지 독자적 기술개발과 함께, 미국 주도의 다국가 협정인 아르테미스 협정에 적극 참여하면서 우주적 동반자 관계를 확대해 나가는 것 또한 우주경쟁 시대에 뒤처지지 않을 수 있는 길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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