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번째 키워드 '아르테미스'
2-1. 본격화되는 아르테미스, 그 모든 것
2-2. 아르테미스 3호, 인간의 달 착륙을 준비한다
2-3. 아르테미스의 미래가 우리의 미래다
아르테미스(Artemis). 그리스 신화 속 달과 풍요의 여신이다. 반세기 전, 실제로 달에 착륙한 아폴로 프로젝트의 아폴로는 그리스 신화 속 아폴론. 아폴로는 태양의 신이다. 아르테미스의 쌍둥이 동생. 아버지는 제우스. 먼저 태어난 아르테미스가 엄마 레토를 도와 동생인 아폴로가 탄생한다.
달 착륙의 역사에서는 아폴로가 먼저다. 무려 50여년의 시간을 앞질러 아폴로가 먼저 달에 착륙했고, 이제 2년쯤 뒤엔 아르테미스가 달에 착륙하게 된다. 조금씩 연기되어 현재로서는 2027년에 달을 향해 출발할 예정이다. 반세기만에 달 착륙을 시도하는 아르테미스 3호 미션을 이해하는 것은, 미래를 향해 나아가는 인간문명의 현주소를 이해하는 길이 될 것이다.
아르테미스 미션을 수행할 우주비행사들이 NASA에서 훈련을 받고 있다. 이들 중 2호에 탑승할 4명(왼쪽 사진)은 이미 선정되었다. / NASA
▶인간은 달에 가고 싶다
아폴론과 아르테미스 신화와 비슷한 이야기가 우리나라에도 있다. 해와 달이 된 오누이. 호랑이가 떡장수 어머니를 잡아먹고 오누이가 사는 집으로 처들어오자, 나무위로 숨었다가, 하늘의 도움을 빌어 동아줄이 내려와 하늘로 올라가 오빠는 달, 여동생은 해가 됐다는 이야기다. 저 유명한 "떡 하나 주면 안잡아 먹지!"라는 호랑이의 멘트가 등장하는 설화다.
우리나라에서는 흔히들 달에 토끼가 산다고 하지만, 중국에서는 선녀가 산다. 바로 항아(姮娥) 혹은 상아(嫦娥)다. 중국판 달의 여신이다. 도교의 전설에서 항아는 월궁(月宮)을 관장하는 여신으로 등장하며, 중추절에는 월궁이 항아에게 제를 올린다. 상아는 중국 발음으로 창어(Cháng-é). 2024년 6월, 달의 뒷면에 착륙해 달표면 샘플을 갖고 돌아온 중국 우주선은 '창어 6호'다. 최초로 달의 뒷면에 착륙한 탐사선은 2019년의 창어 4호이고, 6호는 두번째 우주선이다.
아주 오래 전부터 인간은 신화와 설화로, 동화와 꿈으로 달에 가고 싶어했다. 바로 눈 앞에서 매일밤 목격하는 달이므로, 환상을 자극한 것이 당연했으리라. 게다가 달이 우리의 삶과 자연에 많은 영향을 미치는 것을 이해하고 있었기 때문에 더욱 동질감을 느끼고, 그곳에 가서 살 수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으리라.
프랑스의 쥘 베른이 1865년에 쓴 소설 <지구에서 달까지>에 이르면 획기적으로 구체적-사실적으로 달에 가는 모험이 시작된다. 초대형 대포를 사용해 달 착륙 유인비행을 시도하는 내용이다. 커다란 포탄 안에 3명의 우주인이 들어가 목숨을 건 도전을 한다. 풍자소설이면서 과학소설인 <지구에서 달까지>는 놀라운 과학적 지식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 지구의 중력을 탈출하기 위한 각도, 발사장력, 중력의 영향, 달의 지역 등등 현대과학과 유사한 점이 너무도 많다. 후대의 평가지만, 자전속도를 최대한 이용하기 위해 선택된 발사위치는 현대의 NASA 발사센터와 거의 일치한다.
혁명적인 상상력으로 쥘 베른이 소설로 달에 도전한 지 약 100년 뒤, 인간은 실제로 달에 도전한다. 1962년 케네디 대통령의 달 착륙 선언에 이어, 1969년 아폴로 11호가 실제로 달에 착륙한다. 인간이 그토록 오랫동안 꿈꾸어왔고, 실제로 도전해 온 야망이 마침내 미국의 아폴로 프로그램에 의해 실현되었다.
"한 인간에게는 작은 한 걸음이지만, 인류에게는 위대한 도약이다." 달에 첫발을 딛은 닐 암스트롱의 이 선언은 결코 과장이 아니었다.
▶아르테미스 3, 어떤 계획으로 어디에 착륙하게 될까
2027년 후반, 반세기만에 인간이 다시 달에 착륙하게 된다. NASA의 아르테미스 3호 미션, 스페이스X의 ‘스타십’이 등장한다. 여성과 유색인종 우주인이 탑승하며, 여성 1명은 달 표면에 선다.
4명의 우주인이 탑승한 NASA의 오리온 우주선은 달 궤도까지 이동한 뒤, 달 궤도에서 인간착륙시스템(HLS, Human Landing System)인 스타십HLS로 우주인들이 옮겨탄 뒤, 스타십은 우주인들을 태우고 달 표면으로 내려가 착륙하게 된다. 스페이스X는 달 착륙선으로 활용 가능한 스타십을 완벽하게 만들기 위해 지금 최선을 다하고 있다. 아울러 많은 장비와 우주인을 운반하기 위해 일반 스타십과 스타십HLS가 도킹해 연료를 주입하는 방법도 모색하고 있다.
트럼프 1기 행정부 때 달 탐사 계획의 하드웨어 부분의 민간화를 추진했고, 우주인을 달 표면에 데려다줄 착륙선을 개발할 회사로 일론 머스크의 스페이스X가 선정됐다. 9개의 소규모 기업도 달에서 데이터를 수집하고 연구를 수행하기 위한 로봇 우주선을 납품하기로 계약했다. 달에서 동력을 얻는 연구를 할 기업도 포함되어 있다.
얼마전 2024년 10월말에는 NASA가 아르테미스 3호의 우주비행사가 착륙할 달 남극 지역에 대한 최신 정보를 공개했다. 공개된 착륙 후보지는 총 9곳이다. "달 표면의 상태와 스페이스X가 개발하고 있는 달 착륙선(HLS)의 성능 등을 고려하여 착륙 후보지 정보를 업데이트했다"고 NASA는 밝혔다.
착륙 후보지 9곳을 기록차원에서 정리하자면, 다음과 같다. △Peak near Cabeus B △Haworth △Malapert Massif △Mons Mouton Plateau △Mons Mouton △Nobile Rim 1 △Nobile Rim 2 △de Gerlache Rim 2 △Slater Plain 등 9곳이다.
2022년 8월 후보지 13곳을 공개했었는데 이번에 업데이트를 하면서 9곳으로 후보를 재정리했다. 이들 9곳의 공통점은 모두 달 남극 지역에 있는 분화구라는 점. 달 남극 근처 분화구 내 음영지역에는 얼음 형태의 물이 있을 것으로 추정되는데, 이러한 얼음은 과학과 달 탐사 측면에서 가치가 크다. 각종 과학실험과 향후 달 기지 건설 등을 감안한 지역선정이라고 해석할 수 있다.
“우주비행사의 안전한 착륙과 안전한 귀환을 최우선 목표로 두고 착륙 후보지를 선정했다”는 것이 NASA 존슨 우주센터 측의 설명이다.
일본 최연소 우주인으로 달에 착륙할 가능성이 큰 요네다 아유(왼쪽)와 훈련을 받고 있는 한국계 조니 킴. / NASA
▶우주인 4명, 스타십 타고 달 표면으로
NASA는 실제로 달에 갈 우주인들을 미리 뽑아 긴 시간동안 훈련을 시키고 있다. 미션이 확정되면, 후보 중에서 진짜 우주비행사가 지정되고 몇명은 예비 우주비행사로 지정된다. 아르테미스 미션을 위해서 현재 13명의 우주비행사가 NASA에서 훈련을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달 착륙은 생략하고 달 궤도를 돌아 지구로 귀환하는 아르테미스 2호 미션을 위한 4명의 우주인은 이미 정해져 있다. 크리스티나 코크, 빅터 J 글러버, 제레미 핸슨, 리드 와이즈먼 등 4명이다. 이들 4명의 우주인을 태운 우주선은 달을 스윙바이(중력이용 근접비행)해 지구로 귀환하게 된다. 4일간의 자유귀환궤도에 따라 달까지 비행해 달에서 7400km까지 접근했다가 귀환궤도수정을 거쳐 지구로 돌아온다. 태평양 해상으로 모듈이 착륙할 예정이고, 미 해군에 의해 구조돼 기지로 돌아오게 된다. 이 계획은 2026년 4월 진행될 계획이다.
이들도 엄청난 모험을 하는 것이지만, 더 큰 관심을 받는 것은 그 1년 뒤에 발사될 아르테미스 3호다. 이들은 실제로 달에 착륙한다. 그러니 누가 갈 지 경쟁이 치열할 수밖에 없다.
2020년대 초, NASA는 “2024년 달에 유인탐사선을 보낼 계획”이라며 “여성·남성 우주인이 함께 탑승하고, 여성 우주인이 먼저 달 표면을 밟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리고 유색인종 우주비행사도 4명의 비행팀에 포함될 계획이다. 1960~1970년대에 진행된 아폴로 프로젝트로 12명의 '문워커(Moon-Walkers)'가 탄생했는데, 모두 백인 남성들이었다. 당시 살벌한 냉전체제 아래서 소련과 달탐사 경쟁을 벌인 미국의 프로젝트가 아폴로 미션이었다면, 지금 진행되고 있는 아르테미스 미션은 52개국 참여 협정과 몇개의 우주선진국들이 기술과 자금으로 실제적 참여를 하고 있는 다국적 프로젝트라는 점이 우주비행사의 구성에도 반영된 것이다.
스타십을 타고 달에 착륙하게 될 우주인은 2명. 그중 한명이 여성이라면, 이 여성 일본인일 가능성이 커, 주목받고 있다. 지난해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는 워싱턴에서 정상회담을 한 뒤 일본인 우주비행사 2명을 달에 착륙시킬 계획이라고 발표하기도 했다.
달 탐사를 준비할 일본의 우주비행사는 남녀 각각 한명씩 총 2명인데, 이 중 여성 우주비행사는 1995년생 29세 외과 의사로, 일본 최연소 우주비행사가 된 요네다 아유. 그녀는 일본 JAXA에서 우주비행사 훈련을 마치고 현재 NASA에 파견돼 우주비행사 수련을 받는 멤버에 추가됐다.
우주비행사 훈련을 받고 있는 사람 중에는 한국계도 한명 있어 화제. 미 해군 조종사 출신으로 의무병, 저격병을 거쳤고, 해군특수부대 네이비실 요원으로 복무하면서 은성무공훈장, 동성무공훈장을 받은 바 있는 조니 킴(Jonathan Yong Kim)이다. 한국계 이민2세. 제대 후 하버드대 의학전문대학원을 졸업해 보스턴에서 의사를 하다 우주비행사가 됐다. 아르테미스 2호 우주비행사로 지원했으나 최종선발에는 실패했다.
NASA가 주도하지만 다국적 미션인 아르테미스는 조니 킴이 한 말처럼 "우주는 종교, 피부색, 출신 배경을 따지지 않는, 인류 모두의 것"임을 입증해 줄 수 있을지 주목되는 대목이다.
▶프라다 우주복 입고, 4G 이통 즐기고....
이미 잘 알려져 있지만, 아르테미스 3호 미션을 위해 달에 가는 우주비행사들은 프라다가 만든 명품 우주복을 입는다. 미국의 우주탐사기업인 액시엄스페이스(Axiom Space)가 이탈리아 의상 명품 브랜드 프라다(Prada)와 손잡고 우주복을 개발한 것이다.
액시엄 스페이스와 프라다는 2024년 10월 이탈리아 밀라노에서 '차세대 달 우주복'을 발표했다. NASA의 차세대 우주복을 개발하는 액시엄 스페이스는 프라다와 파격적인 협업을 통해 고도의 기능과 미학이 결합한 우주복을 제작했고 2023년 프로토타입(시제품)을 선보인 데 이어 이날 최종판을 공개한 것이다.
전체적으로 흰색이지만 프라다를 상징하는 빨간색 줄무늬와 회색이 군데군데 배치된 신형 우주복에 대해 두 회사는 공동성명에서 이 우주복은 달 남극의 극한 기온을 최소 2시간 동안 견딜 수 있도록 제작됐다고 설명했다. NASA에 따르면 달 남극은 낮에는 섭씨 54도 이상으로 치솟고 밤에는 영하 203도까지 냉각될 만큼 온도 변화가 극단적이다. 우주비행사들은 이 우주복을 입고 최소 8시간 동안 우주 유영을 할 수 있다. 최초의 여성 달 탐사가 목표인 만큼 우주복은 남녀 공용이며 치수에 맞게 조정할 수 있다.
거대한 잠수복 같이 생겼던 우주복에서 체형에 맞고 액티브한 활동이 가능한 우주복을 입은 우주인들은 달 표면에서 지구에서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것과 비슷한 통신활동도 가능해질 것으로 보인다. 4G 이동통신 서비스를 추진하고 있기 때문이다.
먼저 액시엄 스페이스의 프라다 우주복(월면 우주복 AxEMU)에는 4G 연결용 단말기를 장착하게 된다. 4G 통신은 지구에서 폭넓게 상용화된 통신 기술. 스마트폰으로 인터넷에 접속하고 메시지를 주고받으며 동영상도 볼 수 있다. 큰 용량의 데이터를 빠르게 주고 받는 것이 4G의 핵심이다.
이 통신기술의 주역은 핀란드 통신기업 노키아. 4G 통신기술을 통해 월면의 우주비행사간은 물론 월면과 지구의 통신도 가능할 것으로 노키아는 전망하고 있다.
여기에 또다른 기술도전도 포함된다. 달에 기지국을 세우는 작업이다. 올 2월 중 발사될 계획인 민간 달 착륙선 미션에는 기지국 역할을 할 장비들이 실리게 된다. 인튜이티브 머신스의 IM-2호 달 착륙선에는 달 표면을 돌아다니는 무인 탐사차량 2대도 함께 가서 4G통신이 실제로 가능한지 실험도 진행하게 된다.
직접적인 생명유지장치만큼이나 중요한 역할을 하게될 통신장비가 달 표면에서의 각종 실험의 효율성을 높여줄 뿐 아니라, 안전하게 우주인들을 집으로 돌아오게 하는데에도 결정적인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통신에 있어서는 세계 최고 수준을 자랑하는 우리나라도 노키아의 사례를 세심하게 살펴봐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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