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아르테미스 10번째 서명
한국, 달착륙 축제에 빠질순 없다

[2025 신년기획, 우주탐사 퀀텀점프 시작됐다, 2-3]
아르테미스 미션에 맞는 기술 적극 제안하면서 모험적 도전 나설 때

 

두번째 키워드 '아르테미스'

2-1. 본격화되는 아르테미스, 그 모든 것

2-2. 아르테미스 3호, 인간의 달 착륙을 준비한다

2-3. 아르테미스의 미래가 우리의 미래다


아르테미스(Artemis). 이 달의 여신은 세계가 주목하고 있는 달과 심우주 탐사협정인 아르테미스 협정의 이름이기도 하다. 물론 미국 항공우주국 NASA가 주도하지만, 우리나라도 10번째 서명국이다. 일찌감치 합류를 선언한 셈. 현재는 52개국이 서명했으니, 순서상으로는 선두그룹이라 할 만하다. 

 

그런데 실제적으로 아르테미스 미션, 즉 2~3년 내에 달에 사람을 보내는 프로젝트에서 한국이 차지한 몫이 그다지 크지 않다는 견해가 많다. 앞서 살펴봤듯, 캐나다의 로봇팔 캐나담은 우주정거장을 비롯한 우주선에서의 작업에 필수적이고, 핀란드의 노키아는 4G 통신망을 달에 구축하는 역할을 맡았다. 꼭 우주발사체나 우주비행사를 달에 보내는 것만이 다가 아니다. 자, 이제 아르테미스 미션의 미래를 살펴보면서, 우리가 챙겨야 할 것에 대한 인사이트를 얻어보자. 

 

달궤도에 우주정거장이 생기면, 그 이후에는 달탐사-달기지 건설이 차원다른 진전을 보이게 될 것이다. / NASA

 

▶아르테미스, 달 착륙 이후에는 어떻게?

2026년에 사람을 태운 우주선이 달 주위를 돌아 지구로 귀환하고, 2027년 마침내 달에 우주비행사가 착륙하고 나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일단 엄청난 환호와 희망을 담은 달 착륙 이벤트가 끝나면, 한동안 다른 시도들이 시들해질까, 아니면 동력을 받은 달탐사, 우주탐사가 더 힘을 내 빠른 속도로 진행될까. 

 

그 척도로 '루나 게이트웨이'를 생각해 볼 수 있다. 원래 계획대로라면, NASA 우주비행사의 달 착륙과 같이 진행되어야 하지만, 이런저런 이유로 늦어지고 미뤄져 2028년 구축되는 것이 목표로 진행되고 있다. 지금도 그 준비가 한창이다. 여기에는 NASA와 함께 캐나다, 유럽, 일본의 우주기구들이 함께 한다. 각각의 특성에 맞춰 잘하는 것으로 기여하고 있다. 로봇팔과 정거장 모듈을 만들고, 우주비행사를 양성하기도 한다. 

 

반세기만에 달에 사람이 착륙하고, 루나 게이트웨이가 건설된다면, 이제부터는 달 착륙 혹은 달기지 건설이 획기적으로 쉬워진다. 수시로 달에 왔다갔다 할 수 있고, 물자를 나르는 것 또한 쉬워진다. 달에 첫 승객을 내려줄 스타십은 달 궤도를 도는 모선이 아니라 게이트웨이에 도킹하면 되니까, 훨씬 쉽고 안전하다. 

 

게다가 중국이 2030년대 중반에 달 기지를 건설하겠다고 야망을 불태우고 있다. 미국에서 그것을 그냥 보고만 있을 수는 없다. 반세기전 소련에 추월당한 것 때문에 아폴로 프로젝트를 추진했던 미국이 지금 중국에게 달을 그냥 내어줄 수는 없는 노릇. 그러므로 아르테미스 3호 미션의 뒤에는 루나 게이트웨이와 달 기지 건설이 있다. 

 

달 기지는 곧이어 화성으로 연결된다. 외계에서 머물 수 있게 되고, 지구보다 쉽게 우주선을 쏠 수 있는 기지가 건설되면 저절로 화성으로 가는 길이 열린다. 지금도 사실 스페이스X의 스타십은 화성을 이미 목표로 하고 있다. 일론 머스크가 하는 말이 있다. "100명을 태우는 스타십이 100대가 함께 화성을 향해 날아오르는 장면을 상상해 보라." 분명 장관이다. 

 

달 착륙과 이륙용으로 새롭게 만들어지고 있는 스타십은 달 이후 어디든 갈 수 있는 '모선'역할을 할 것이다. 물론, 인간의 화성 이주나 화성의 테라포밍 같은 것은 차원이 다른 시간이 필요하다. 수십년 단위가 아니라 수백년이 걸릴 수도 있다. 그렇지만, 화성기지 화성궤도 우주정거장 정도라면 다르다. 이미 충분히 발전해 왔기 때문에 지금 포기할 수 없는 경지에 이르렀다.   

 

화성에서 토양샘플을 채취하고 있는 퍼서비어런스. 트럼프 2기에 화성 탐사가 급진전될 가능성이 크다. / NASA

 

▶트럼프 2기 시대의 아르테미스는?

이제 곧 시작될 트럼프 2기 행정부 아래서의 NASA, 혹은 아르테미스 미션은 어찌될까? 추진이 늦어지거나 예산이 없어질까봐 걱정하는 것이 아니라, 화성이라는 변수 때문에 큰 변화가 있을 수 있다는 관측이 있긴 하다. 

 

일론 머스크의 궁극적인 꿈도 그렇고, 그동안 달 탐사를 한다면서 지지부진해 온 상황에 대한 비판론도 그렇고, 굳이 달에 집착할 필요가 있냐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는 것이다. 어차피 화성에 가는 것이 목표라면, 달보다 먼저 화성으로 직행하자는 것. 그렇더라도 아르테미스 미션이 폐기되는 것이 아니다. 더 빨리 진행될지 모르는 일이다. 

 

아르테미스 미션이 성공적으로 진척되면,어차피 마지막 단계가 화성 유인 탐사다. 게다가 이미 미국은 물론 많은 나라들이 화성 탐사를 진행하고 있다. 유명한 바이킹과 퍼서비어런스 같은 탐사선을 비롯해, 한동안 날아다니다 사망한 헬리콥터도 있다. 마스, 마스닉, 매리너, 바이킹, 포보스, 마스 패스파인더, 비글, 스피리트 로버, 큐리오서티 등등 궤도를 돌거나 화성 표면에 착륙해 탐사를 진행한 기존의 일들은 차고 넘친다. 

 

그래서, 달 다음 화성이 아니라, 동시에 추진하거나 달을 건너뛰자는 말이 나오는 것이다. 워낙 돌발성 강한 인물들로 구성되는 트럼프 2기 행정부니까 이런 이야기들이 나오지만, 아무리 그래도 우주탐사라는 게 하루아침에 조변석개할 수 있는 일이 아니라는 견해가 훨씬 강하다.

 

전세계가 큰 관심을 갖고 지켜볼 프로젝트를 망치는 일은 있어서는 안되기 때문이다. 스타십의 발사와 달 유인비행의 연기가 모두 '안전성'을 이유로 이뤄지고 있음을 지금도 목격하고 있다. 단순히 인명이 중요하니 사고가 나지 않아야 한다는 점을 넘어서 정권의 안정성을 위해서도 안전이 확보되어야 우주탐사는 진행될 수 있는 것이다. 목숨을 건 모험으로 이만큼 성장해 온 우주탐사이긴 하지만, 안전에 조금이라도 문제가 생기면 치러야할 대가가 너무도 크다.   

 

스페이스X 발사 때 회자되던 말, 1000가지 점검 요소 중 단 하나라도 충족되지 않으면 무리하지 않는다. 그렇게 안전을 확보하면서 지금의 시간표를 중시하되 힘차게 하나씩 실천해 나갈 것으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 

 

트럼프 1기 시절 국가우주위원회 사무국장을 역임한 스콧 페이스(현 조지워싱턴대 우주정책연구소장)가 한 말은 아르테미스 미션의 향방을 이해하는 데 큰 가르침을 준다. “트럼프의 재당선은 우주 분야에서의 미국 주도권이란 면에서 엄청난 승리다. 민간 우주 경제의 급성장, 더 강력한 미 우주군, 그리고 미국의 가치에 유리한 국제 환경을 형성할 달과 화성 임무를 보게 될 것이다.”

 

현대차가 개발하고 있는 달 로버. 우리 기업들도 특장점을 무기로 아르테미스에 동참해야 할 때다. / 현대차그룹

 

▶우리나라가 잘 할 수 있는 것들

한때 한국정부가 NASA에서 아르테미스 미션에 실어주겠다면서 요청한 위성을 "돈이 없다"면서 거부했다는 설이 제기돼 논란이 된 적이 있다. 세계가 주목하는 아르테미스 미션에 한국은 재정 확보를 못해 아예 포기하고 있다는 지적들이 쏟아졌다. 그렇지만 사정은 그보다 훨씬 복잡했고, 그렇게 잘라 말할 수 없는 우리나라 정치경제 구조가 원인이 된 것으로 정리됐다.

 

그리고, 그것이 아르테미스 미션에 참가하는 마지막 기회인 것도 아닌 것으로 드러났다. 그 무렵 한국을 찾은 NASA 팸 멜로이 부국장의 말이다. "한국은 아르테미스 협정에 서명한 국가이며, 통신·로보틱스·첨단제조 등 여러 분야에서 기술적 강점을 갖고 있어 우리의 (달·화성 탐사) 프로젝트와도 상당히 연관성이 있다. 우리의 프로젝트 설계 속에서 한국에 어떤 역할이 걸맞을지 시간을 들여 소통할 필요가 있으며, 지금은 이를 살피는 단계다."

 

우주청은 NASA와 그같은 내용으로 협상과 협력을 진행하고 있다. 그런데 문제는 사실 국가기관간의 원칙적 합의보다 중요한 것이 우주기업들의 모험적 도전이다. 외국의 경우, 기업들이 국가대표가 되어 자신들의 특화된 기술을 로켓이나 우주기지에 적용시키는 도전들을 하고 있다. 그같은 관점에서 우리나라가 나설 수 있는 부분들을 잘 정리해 NASA와 협상하고, 우리의 실력을 보이는 것이 중요하다. 

 

한국이 기여할 수 있는 부분으로 손꼽히는 부분이 달 기지용 원자로와 로버 개발. 그리고 전문가들이 권하는 영역은 통신부문이다. 국내에서 달기지용 원자로 개발이 잘 진행되고 있어 2030년대 중반에는 달에서의 전력원으로 쓸 수 있다는 분석도 나왔다. 아르테미스 미션에서 한국이 구체적으로 기여할 수 있는 분야 중 하나로 달 기지 원자로를 활용한 부분이라는 것이다.

 

혁신형SMR기술개발사업단의 김찬수 책임연구원은 '제4회 과학언론인 원자력 아카데미' 특강에서 "히트파이프, 소형모듈원자로(SMR) 기술을 통해 2030년대 중반에는 달 기지용 전력원이 공급 가능할 것"이라며 "아르테미스 프로젝트로 달에 발전용 원자로 10기를 보낸다고 하면 1~2기는 한국이 기여할 수도 있다는 이야기"라고 밝힌 바 있다. 

 

달 탐사용 로버 개발도 진행되고 있다. 현대자동차는 2022년 7월 달 탐사용 로버 개발을 위해 천문연, 항우연, 전자통신연, 원자력연 등 국내 우주분야 6개 기관들과 다자간 공동연구 협약(MOU)을 체결하고 달 남극에 착륙해 광물 채취, 환경 분석 등 각종 과학 임무를 수행하는 것을 목표로 정했다. 기본적으로 2032년 달에 갈 한국 달 탐사선에 실릴 예정이지만, 국제 프로젝트에 동참할 길을 찾을 수도 있겠다.

 

우주기술 스타트업 ‘무인탐사연구소’는 소형 로버개발로 유명하다. 2019년부터는 달이나 화성 표면을 달리며 탐사활동을 벌이는 로버 개발에 주력하고 있다. 폭 30cm의 작은 로버와 접이식 로버, 바퀴 2개로만 구동하는 로버 외에 달-지구 실시간 영상 송신 실험, 로버 형상 설계 등 미래 한국 달 탐사 로버에 쓰일 기술들을 연구하고 있다.

 

또한 우주청이 설립될 당시 여러 우주전문가들이 한국 우주산업의 갈 길을 제안했는데, 그중 공통적인 것이 ‘우리가 가장 잘 할 수 있는 것’이었고, 세계최고의 통신기술이 꼽혔다. 실제로 최근 한화시스템은 ‘우주인터넷’을 불리는 저궤도 위성용 위성간 레이저 통신 기술을 확보했다. 2022년 달에 간 달 탐사선 ‘다누리’는 S밴드 전파통신을 사용하고 있다. 이같은 레퍼런스가 우리를 아르테미스로 인도해 줄 수 있다. 

 

영화 <더문>은 한국이 독자적으로 달 탐사를 진행해 성과를 내지만, 위기에 처하게 되면 공식적 도움을 받을 곳이 없다는 상황을 보여주고 있다. 

 

▶이제 미래를 준비하는 나라가 되자

2024년 5월 우주항공청이 문을 열면서 이제 한국도 우주산업 생태계를 구축하고 국제적으로 추진되는 우주탐사에 적극적으로 동참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2024년 10월 우주항공청은 NASA와 ‘아르테미스 연구 협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우주청은 “2021년 한국이 아르테미스 약정에 서명한 데 이어 이번 공동 연구 협약으로 양국 간 협력이 더욱 강화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 연구 협약으로 우주청과 NASA는 △달 착륙선 개발 △우주 통신 및 항법 시스템 △우주인 지원 도구 개발 △우주 생명과학 및 의료 운영 등 다양한 분야에서 공동으로 타당성 연구를 수행하게 된다. 우주청은 “달에서 화성으로 탐사 범위를 확대하고 있는 NASA의 ‘문 투 마스 아키텍처’에서도 한국이 핵심 역할을 할 수 있는 기반을 갖추게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했다.

 

세계가 우주탐사에 어떤 방식으로든 동참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시점이다. 이미 아르테미스 협정 서명국은 52개국에 이르고 있고, 각국 단위에서도 달 탐사, 위성과 로켓 개발 등에 나서고 있다. 특히 우리가 흔히 '경쟁국'으로 생각하는 일본의 우주산업은 눈부시다. 달에 정밀 착륙선 'SLIM'을 보내 세계적 화제가 되기도 했고, 일본 여성 우주인이 아르테미스 유인 미션의 우주비행사로 참여할 것으로 확정되어 있는 상태다. 달 탐사로버를 제공하는 대가로 우주인을 배정받았다는 설명도 있다. 

 

그러므로 2032년 독자적으로 달 착륙선을 보낸다는 큰 그림 아래서 우주탐사/산업을 키우는 것은 좋지만, 국제적인 협력의 큰 장이 열려있는 ‘아르테미스 프로젝트’에 확실하고 가시적인 기술력으로 한발짝이라도 참여하는 것이 더욱 시급한 일이다. 독자적으로 달 탐사를 진행했다가 국제적으로 왕따가 되는 상황을 배경으로 설정한 한국영화 <더문>은 그게 어떤 의미인지 선명하게 보여주고 있다. 

 

우리는 아르테미스 협정 10번째 서명국이라는 이름에 안주하지 말고, 우주청 주도의 연구, 민간기업의 우주탐사 장비 개발, 아르테미스 미션 관련 문화활동 등을 적극적으로 활용해 국가 재도약의 기회로 삼아야 한다. 미래에 대한 비전이 없다는 탄식이 쏟아지는 사회에서 우주산업, 국제적 우주탐사 동참처럼 멋진 비전을 적극 활용하는 것은 당연한 선택이다.

 


▶코스모스 타임즈 2025 신년기획 '우주탐사 퀀텀점프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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