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번째 키워드 '화성'
3-1. 달을 넘어 화성으로, 화성이주의 꿈
3-2. 화성이라는 별, M2M 프로젝트
3-3. 화성 테라포밍, 그 거대한 도전
#1. 화성(火星). 태양계의 4번째 행성인 화성은 태양계 행성 중 지구와 가장 환경이 비슷하다. 대기의 주성분은 이산화탄소지만 최고온도 35도에 자전주기도 지구의 1.02배로 우주적 관점에서 보면 매우 비슷하다. 자전축의 기울기도 25.19도로 지구의 23.4도와 비슷해 지구처럼 계절이 바뀐다. 중력은 0.38배 정도다. 철의 산화 때문에 붉게 보여 화성이라는 이름이 붙은 '지구형 행성'인 화성은 자전주기도 24시간 37분 22초로 지구와 비슷하다. 그래서 생명체의 존재에 대한 희망이 그 어느 별보다 크다. 탐사하고 싶지 않을 수 없는 '별'이다.
#2. "화성에 성조기를 꽂기 위해 미국인 우주비행사를 보내는 등 별을 향해 우리의 '매니페스트 데스티니(Manifest Destiny)'를 추구하겠습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취임연설에서 한 말이다. 아르테미스 미션을 주도적으로 진행하고 있는 미국이, 화성 탐사라는 이슈를 달을 제쳐두고 내세웠다. 미국의 영토확장에 대해 선언적인 말들을 한 뒤, 이어진 이 대목에서 '매니페스트 데스트니' 즉 '명백한 운명'을 이야기한 것도 그렇다. '서부로 가라(Go West)'와 함께 서부개척 시대의 표어였다.
화성이 뜨겁다. 2025년이 '우주탐사 퀀텀점프'가 시작되는 해라고 우리가 선언했지만, 새해 벽두에 이렇게 갑자기 화성이 화두가 될 지는 몰랐다. 도대체 화성이 어떤 별이길래 이렇게 뜨거운지, 지구인은 어떤 계획을 갖고 있는 것인지 확인해 보자.
2024년 4월 20일 300일 동안 '차피'에서 모의 화성생활을 할 4명의 모의 우주인들이 입소하면서 기념사진을 찍었다. / NASA
▶화성에 가고 싶은 사람? 훈련은 시작됐다
우리 태양계에 있는 '지구형 행성'은 수성 금성 지구 화성 등 4개다. 비중이 높은 암석과 금속을 중심으로 만들어져 단단하고 무거운 편에 속한다. 그래야 지구처럼 다이내믹한 생명현상의 기반이 될 수 있을 터. 크기와 여러 면에서 지구와 비슷한 화성은 우리의 상상력을 자극할 수밖에 없다. 화성생명체가 존재하거나, 인간이 화성으로 옮겨가거나...
얼마전 미국 항공우주국 NASA는 인류의 화성 탐사와 거주 등에 관한 연구를 위해 모의 화성에서 1년간 거주할 '화성인'을 선발했다. 화성 거주 모의실험 아날로그 임무 '차피'(CHAPEA·Crew Health and Performance Exploration Analog) 2차 프로젝트를 위한 것으로 2025년 봄부터 시작한다. "화성에 가고 싶은 사람, 화성 체험을 미리 해볼 사람 오세요."
모의 화성 '마스 듄 알파(Mars Dune Alpha)'는 미국 텍사스 휴스턴 NASA 존슨 우주센터에 만들어진 시뮬레이션 거주지다. 3D 프린터로 제작된 이곳에는 전용 숙소와 주방, 화장실, 의료·오락·업무·작물 재배 시설이 있고 시설 외부는 화성처럼 붉은 모래로 채워져 있다. 참가자들은 이 공간에 12개월동안 고립돼 마치 화성에서 우주 임무를 수행하는 것처럼 생활해야 한다. 본부와 통신하며 농작물을 재배하고, 그 안에 주어진 물품과 식량 안에서 식사를 해결해야 한다. 운동, 로봇 작동, 모의 우주 유영 등의 임무도 주어진다.
1차 프로젝트는 2023년 6월 시작했다. 이번 모집을 통해 선발된 이들은 내년 봄부터 2차 프로젝트에 참여하게 된다. 차피는 2026년 시작 예정인 3차 임무까지 계획돼 있다. 모집 인원은 단계별 각 4명. 지원자는 기본적으로 건강한 30~55세 미국 시민권자이면서 비흡연자여야 하고 동승 우주인이나 우주비행 관제 센터와 효율적으로 소통할 수 있도록 영어에 능통해야 한다. 과학·기술·공학·수학(STEM) 분야의 석사, 2년 이상의 STEM 경험, 의학 등 관련된 학위 소지자, 1000시간의 항공기 조종 경험 등 NASA 표준 우주비행사 지원자격을 갖춰야 한다. 최대 13개월의 선발 과정을 통해 최종 후보를 선발하고, 의학, 심리, 정신 의학적 테스트를 거쳐 이 중 4명에게 화성 체험의 기회를 제공한다.
사실, 화성인이 없다는 것은 이미 우리가 안다. 그러나 다음 세대쯤엔, 화성인이 생길지도 모른다. 그곳으로 간 지구인들. 거주까지야 먼 일이지만, 잠깐 들러 탐사하고 실험하는 거야 어렵지 않을터. 위의 4명은 미래의 화성인일 수 있다. 당신은 초기 화성인이 되어볼 의향이 있는가?
화성에서 탐사활동을 하고 있는 퍼서비어런스의 모습. / NASA
▶퍼서비어런스, 큐리오시티 화성을 밟다
태양계의 네번째 행성 화성은 지구의 미래다. 인류가 더 이상 지구에서 살 수 없을 때 이주할 수 있는 가장 가까운 지구형 행성이기 때문이다. 화성에는 대기가 존재하며, 수많은 화산과 대규모 산맥, 그리고 너른 평야 등 지구와 비슷한 지형 조건을 갖추고 있다. 얼음형태로라도 물이 존재한다.
1960년대부터 미국과 소련은 화성 탐사 로켓을 보내기 시작했다. 1962년 소련의 마스 1호가 세계 최초로 화성 궤도 진입에 성공했다. 후발 주자였던 미국의 NASA는 1964년 매리너 4호가 궤도 진입에 성공, 화성 관찰을 시작했다. 화성의 표면 탐사는 쉽지 않았다. 성공적으로 운용된 화성 탐사차는 미국이 보낸 ‘소저너(Sojourner, 1997년)’, ‘오퍼튜니티(Opportunity, 2004년)’, ‘스피릿(Spirit, 2004년)’, 지금도 운용 중인 ‘큐리오시티(Curiosity, 2011년)’, ‘퍼서비어런스(Perseverance, 2021년)’, 그리고 중국의 주룽(祝融, 2021년) 등 총 6대다.
그중 압도적으로 활력있게 활동한 것은 큐리오서티와 퍼서비어런스. 2020년 7월 30일 지구를 떠나 2021년 2월 18일 화성에 도착한 퍼서비어런스는 화성의 생명체 거주 여부, 화성의 고대 환경 조사, 화성 지표의 역사 등을 밝히기 위한 임무를 시작했다. 퍼서비어런스의 주 임무는 지름 45㎞의 예제로 충돌구에서 암석과 토양 시료를 채집하는 것이다. 예제로 충돌구는 약 35억년 전 화성에 강과 호수가 있던 당시 생긴 삼각주가 있었던 곳이다. 화성에 생명의 흔적이 남아 있다면 가능성이 가장 큰 곳 중 하나로 평가된다.
퍼서비어런스가 탐사할 수 없는 곳은 초소형 무인 헬리콥터인 ‘인제뉴어티(Ingenuity)’가 맡고 있다. 1.8㎏의 무게에 높이가 49㎝인 인제뉴어티는 1분에 2500번을 도는 회전 날개 덕분에 대기가 희박한 화성에서도 비행이 가능하다. 부지런히 탐사하던 인제뉴어티는 2024년 초 날개 파손으로 임무를 종료했다. 퍼서비어런스가 챙긴 화성토양 샘플 튜브를 지구로 가져오는 문제로 지금 NASA는 분주하다.
큐리오시티는 무려 10년 넘게 화성을 누비며 생명체를 탐사하고 있다. 소형차 만한 크기의 탐사 로버 큐리오시티는 화성에 생명체가 있는지 '호기심'을 해결하기 위해 2012년 8월 5일 폭이 154㎞에 이르는 게일 크레이터 부근에 내려앉았다. 이후 꾸준한 탐사활동을 통해 오래 전 화성 땅에 물이 흐른 흔적, 생명체에 필요한 메탄가스와 질산염 증거를 발견하는 큰 업적을 남겼다. 특히 메탄은 유기물이 있어야 생성될 수 있다는 점에서 화성 생명체 연구의 결정적 기준이 될 수 있다.
NASA의 화성 탐사 프로젝트를 설명하고 있는 M2M 부분의 홈페이지.
▶'M2M 아키텍처'를 아시나요
이제 본격적으로 화성으로 가는 프로젝트 이야기로 넘어가 보자. 달에서 화성으로 우리의 관심과 탐사의 폭을 넓히자는 움직임이다. 이름하여 'M2M, Moon to Mars' 아키덱처다. NASA가 주도하는 M2M은 달 기지에서 화성으로 가는 로켓을 쏜다는 상징적 표현일 수도 있고, 말 그대로 달에서 화성으로 우리의 관심 목표가 옮겨간다는 뜻이 될 수도 있다. 어차피 그 과정에서 달은 매우 중요한 중간점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아키텍처라는 표현을 쓰는 것이 좀 생소하다. NASA는 그래서, 여기서 말하는 아키텍처가 건축물을 뜻하는 것이 아니라, 심우주에서 긴 시간에 걸쳐 인간이 주도하는 일련의 과학적 탐구를 뜻한다고 설명한다. 한번의 미션이나 선언이 아니라 오랜 시간에 걸쳐 진행되는 심우주탐사 프로젝트라는 말이다.
짐 프리 NASA 부국장은 "NASA의 아키텍처 개념 검토 프로세스는 화성으로 인간 임무를 수행하는 길로 나아가기 위해 매우 중요하다"면서 "우리는 우리가 내려야 할 결정을 계획하고, 자원 및 기술 거래를 이해하며, 이해관계자들의 피드백을 듣고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 체계적인 접근 방식을 취하고 있다"면서 장기적 과제로서의 화성 탐사를 서두르지 않고 착실히 준비해 가고 있다고 설명한 바 있다.
NASA 홈페이지에 공개된 백서에는 NASA가 승무원을 유지하기 위해 화성 표면의 주요 동력원으로 핵분열력을 사용하기로 한 결정을 강조한다. 이는 인류의 화성 탐사에 필요한 7가지 주요 결정 중 첫번째 결정이다. 핵분열력은 낮과 밤의 주기나 화성의 잠재적인 먼지 폭풍에 영향을 받지 않는 원자력의 한 형태다. 에너지는 본격적 탐사활동과 정착활동의 가장 중요한 요소이기 때문에 원자력을 가장 적절히 사용할 수 있는 여건을 확보하는 것이야말로 첫 걸음이라 할 수 있다.
NASA의 아키텍처에는 새롭게 △달 표면 화물 착륙선과 △초기 달 표면 서식지라는 두 가지 요소가 추가됐다. 달 표면 화물 착륙선은 물류 품목, 과학 및 기술 탑재물, 통신 시스템 등을 제공하는 미션을 말하고, 초기 표면 서식지에는 달 표면에 우주비행사가 상주하며 승무원 규모, 범위, 탐사 임무 기간을 연장하고 유인 혹은 무인 과학실험을 진행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하는 것이다.
여기에 더해 NASA의 의사결정 매핑 프로세스에 대해 규정함으로써, 앞으로 어떤 과정을 거쳐 달에서 화성으로 진입하게 되는지에 첨단 기술과 의사결정 도구들을 집중하도록 해 놓았다. 화성으로 가는 과정으로서의 달에 대해 확실한 이정표를 만들어가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워싱턴DC의 NASA본부 탐사시스템 개발 책임자는 "M2M 아키텍처를 구축하는 것은 우주비행사가 탑승한 화성 탐사 미션을 실현하기 위한 첫걸음이다"면서 "아키텍처의 일환으로 매년 평가를 거치면서 탐사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신중한 계획을 세우는 데 더 가까워지고 있다"고 말했다. 화성 탐사와 인간의 화성 착륙 같은 미션들이 단순히 일런 머스크의 꿈에서만 가동되고 있는 프로그램이 아니라, NASA 차원에서 현실적으로 하나씩 계획되고 추진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 'M2M 아키텍처'인 것이다. 미국의 산업계, 학계, 국가기관으로서의 NASA 등이 함께 장기적 프로세스에 따라 나아가고 있는 중이다.
달 착륙선으로서의 스타십 프로토타입을 첫 시험발사한 스타십 7차 시험비행이 시작되고 있다. / spaceX
▶'화성의 성조기' 4년내 볼 수 있을까?
트럼프의 취임사 “화성에 성조기를 꽂겠다"는 과감한 발언이 연일 뉴스를 장식하고 있다. 마치 처음 들은 말인 것처럼 주가에 반영되고, 다른 나라 산업지도까지 흔들고 있다는 소식들이 줄을 잇는다. 확실히 우주산업의 측면에서 보면, 트럼프의 이 말은 새로운 추진력을 불어넣을 것이란 기대가 클 수밖에 없는 발언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연설에서 이 말을 하기전에 "미국은 다시 한번 자신을 성장하는 국가로 여길 것입니다. 우리의 부를 늘리고, 영토를 확장하며, 도시를 건설하고, 기대를 높이고, 우리의 깃발을 새로운 아름다운 지평선으로 옮기는 국가로 말입니다”라고 말했다. 이렇게 이어서 보면, 화성을 비롯한 달과 우주를 새로운 영토의 하나로 인식하고 있음을 짐작할 수 있다.
여기에 스페이스X를 이끄는 일론 머스크, 앞으로 NASA를 이끌게 될 재러드 아이작먼 등의 존재를 더하면 앞으로의 움직임은 그냥 말에 그치지 않을 가능성이 훨씬 크다.
그런 배경을 놓고 보면, 스페이스X가 추진하는 화성 프로젝트가 앞당겨질 수 있다는 전망이 많다. 일론 머스크는 2020년대 후반에서 2030년대 초반 사이에 사람을 화성에 보낼 수 있다고 여러 차례 밝혀왔다. 최근에는 2026년 유인 탐사를 추진하겠다는 발언도 등장했다.
그렇지만, 지난번 스타십 7차 시험비행이 실패로 끝났듯, 로켓기술은 물론, 해결해야 할 과제가 만만치 않다. 달을 제쳐두고 화성으로 바로 갈 수도 있다는 식의 설익은 아이디어들까지 마구 등장하지만, 우선 해결해야 할 과제는 달에 안전하게 착륙했다가 다시 이륙해 모선으로 돌아올 수 있는 스타십을 확실하게 개발하는 것이고, 대기권을 비롯한 극악한 환경에서 수차례 연속적으로 살아남을 수 있다는 확신을 얻는 것이다.
스타십은 벌써 8차 시험비행을 위한 로켓과 우주선을 마련해 두었다고 발표한 바 있다. 현시점에서 미래를 향한 첫 단추는 달 착륙선으로서의 스타십. 이 우주선 발사에 성공한다면, 화성 유인 탐사 본격적인 동력을 얻게될 것이다. 그렇지만, 적어도 달까지 안전하게 착륙했다 돌아오는 정도의 확인 과정만은 반드시 거쳐야 한다. 그러니까, 2026년의 유인 달 비행, 2027년의 인간 달 착륙 과정까지 끝나고 난 뒤 화성 유인비행이 시작되길 기대하고, 그렇게 예상한다. 프로세스의 힘을 믿기 때문이다.
▶코스모스 타임즈 2025 신년기획 '우주탐사 퀀텀점프 시작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