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번째 키워드 '화성'
3-1. 달을 넘어 화성으로, 화성이주의 꿈
3-2. 화성이라는 별, M2M 프로젝트
3-3. 화성 테라포밍, 그 거대한 도전
#1. 만약 화성에 생명이 있다면 화성을 그대로 놔둬야 한다고 나는 믿는다. 그런 경우라면 비록 화성 생물이 미생물에 불과할지라도 화성은 화성 생물에게 맡겨둬야 한다...... 그렇지만 화성에 생명이 없다면 어떨까? 화성은 원자재의 공급원으로는 적당치 않다. 앞으로도 수세기 동안은 화성에서 지구까지 화물을 운송해 오는데 드는 비용이 비현실적으로 비쌀 것이다. 그렇지만 우리가 화성에 가서 살 수는 있지 않을까? 어떻게든 인간이 거주할 수 있도록 화성을 변형시킬 수 있지 않을까? (칼 세이건 1980년작 <코스모스> 중에서)
#2. 자기만족에 도취된 지구인들은 자신들이 세계를 지배한다는 확신에 차서 또 다른 지적 존재 따위는 안중에도 두지 않는다. 인간들은 그저 자질구레한 일상에 사로잡혀 이 지구상에서 복작거릴 뿐이다. 현미경 아래에서 꼼지락거리는 짚신벌레 같은 적충류들도 이점에 있어서는 우리와 마찬가지 일 게다...... 우주의 심연 저 너머에서는 짐승과 우리 사이의 격차만큼이나 우리보다 뛰어나고 냉철한 지성을 갖춘 지적 존재들이 우리를 호시탐탐 노리면서 지구를 공격할 확고부동의 계획을 서서히 수립하고 있었다. (허버트 조지 웰스 1898년작 <우주전쟁> 중에서)
사실, 우리는 지구의 깊은 곳에 대해 잘 모른다. 우리는 바다 깊은 곳을 잘 모른다. 우리는 당연히 화성을 잘 모른다. 그렇지만, 이제 화성의 환경, 대기, 토양이 어떻게 구성되어 있고, 얼마나 크고, 얼마나 빨리 공전, 자전하는지 알고 있다. 그리고, 화성인은 없고, 생명체는 거의 없을 듯하다는 것도 안다.
화성인에서 화성 생명체로, 그리고 그 다음은 지구인의 화성 착륙으로 연결되는 것이 과학적 사고와 행동의 흐름이다. 그 다음은? 칼 세이건이 오래전에 그의 명저 <코스모스>에서 물었다. 우리가 화성에 가서 살 수는 없을까?
화성의 표면적은 지구의 4분의 1 수준. 자전주기와 자전축 기울기 등 지구와 비슷한 점이 많은 '지구형 행성'이다. / NASA, JPL
▶닮은 듯 다른 '지구형 행성' 화성의 모든 것
화성(火星). 태양계의 4번째 행성인 화성은 지구와 여러모로 비슷한 '지구형 행성'이다. 도대체 뭐가 그렇게 비슷하다는 것일까. 나중에 화성 거주에 나설 때 고려해야 한다는 관점에서 화성의 팩트들을 살펴보자. 먼저 지구와 나란히 붙어 있는 행성이니까, 상대적으로 태양으로부터의 거리가 가장 비슷한 편이다. 지구와의 평균거리는 7800만km다. 화성의 지름은 지구의 절반 정도되고 화성 자전주기는 24시간 37분 22초다. 자전축의 기울기도 25.19도여서 지구의 23.4도와 비슷한 편. 이로 인해 화성에도 계절이 생긴다.
대기의 구성은 향후 화성 탐사에서 중요한 요소다. 대기권은 매우 얇은 편인데, 화성 대기의 95%는 이산화탄소다. 이를 잘 활용하면 산소를 만들거나 식물을 재배할 수 있는 기본요소를 얻을 수 있다. 그밖에 아르곤, 질소, 극히 적은 양의 산소를 갖고 있으며 훨씬 적은 양의 다양한 성분들이 섞여 있다.
화성의 표면적은 지구의 4분의 1 수준. 질량은 10분의 1이다. 화성의 표면은 기본적으로 현무암으로 되어 있고, 표면 대부분이 산화철의 먼지로 덮여있다. 이는 표면에 오래전 물이 존재했을 것을 알려주는 지표다. 물이 존재해야 생성되는 광물들도 발견됐다. 그렇지만, 기압이 매우 낮기 때문에 물이 있었더라도 빨리 증발해 버렸을 것이고, 현재로서는 생명을 유지할만큼의 액체 물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보는 것이 통설이다. 다른 형태로 존재하는 화성의 물은 염도와 산도가 너무 높아 생명체가 존재할 수 없다.
다만, 화성의 표면 아래에는 다량의 얼음이 존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화성의 극관(남극과 북극에 있는 희고 빛나는 부분)은 얼음-물로 구성되어 있는데, 화성 표면 전체를 11m 깊이로 덮을 수 있는 양으로 추정된다. 오래전 생명체가 존재했을 가능성을 보여주는 것이며, 미래에 인간이 화성을 개발할 수 있는 여지를 남겨주는 대목이다.
화성에는 2개의 작은 위성이 있다. 포보스(Phobos)와 데이모스(Deimos).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전쟁의 신 '마르스(Mars, 화성)'의 두 아들 이름이다. 이들 위성은 달처럼 늘 같은 면을 향해 있다. 직경 22.2km의 포보스는 7.66시간에 한번씩 화성을 돌고 있는데, 아주 서서히 화성에 가까워지고 있어 먼 미래에는 화성에 충돌하게 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직경 12.6km로 포보스보다 멀리 있는 데이모스는 30.35시간의 공전주기를 갖고 있으며 조금씩 화성에서 멀어지고 있다.
영화 <마션>에서 주인공이 화성거주지 '햅'의 에어캡으로 들어가려 하고 있다. 오른쪽 사진은 실제 화성용 산소 제조기 'MOXIE'. / imdb.com, NASA
▶다시 한번 영화 <마션>을 생각함
영화 <마션>의 메시지는 우주탐사의 모험성과 인류애 같은 거대한 것들이지만, 아주 세밀하게 그림 그려지는 요소도 있다. 인간의 화성 착륙, 화성기지 구축, 화성거주라는 단계별 목표들을 이뤄가는데 가장 기본이 되는 첫 걸음 같은 것들이다.
<마션>의 상징적인 장면이 마크 와트니의 감자 키우기. 식물학자인 주인공은 식량을 먹어치우는 대신, 씨앗으로 활용해 감자 재배에 나선다. 자신의 배변을 비료로 활용하고, 토양을 개선하고, 비닐하우스를 만들어 감자 수확에 성공한다. 매일 감자만 먹어야하는 것은 괴로운 일이겠지만, 생명 연장과 토질 개량이라는 점에서는 매우 소중한 일이다.
화성까지 우주선으로 가는 데 걸리는 시간은 6개월이 넘는다. 물품, 식량을 실어나르는 것보다 재배할 수 있다면, 화성탐사에서 엄청난 도움을 얻게 된다. 그래서 최근엔 ISS 즉 국제우주정거장과 중국의 톈궁 우주정거장에서 우주인들에게 신선한 채소를 제공할 수 있는지 우주 식물재배 실험을 거듭하고 있다. 무와 고추, 토마토 등의 재배에 성공했고, 이제는 우주정거장에 보존하던 종자를 갖고 우주재배기를 통해 적상추를 재배하는 데 성공했다. 그러니까 화성까지 가는 동안에도 먹을 것을 생산하면서 가는 것은 물론, 그 다음 단계로 화성에 재배기를 놓아두면, 소규모로나마 실제로 농사를 짓는 것이 되는 셈이다.
영화 <마션>에서 또하나 주목할 대목이 산소 공급기가 달린 우주복을 입은 공간과 자연스럽게 숨을 쉴 수 있는 공간의 구분이다. 구조선, 통신선을 찾기 위해 화성 표면을 돌아다닐 때는 무거운 우주복을 입어야 한다. 당연한 일이지만, '거주'라는 표현을 쓰자면, 이것은 반드시 해결해야 할 과제가 된다. 사람이 살아갈 수 있을만큼, 혹은 장기적으로 체류할 수 있을 만큼의 산소를 가져오려면 엄청난 규모의 산소탱크가 필요할 것이 뻔하기 때문이다.
우주인 4명이 화성에서 1년을 살려면 1톤의 산소가 필요할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산소 또한 식물처럼 화성에서 만들어 쓸 수는 없을까? 이미 그같은 연구는 화성에서 진행되고 있다. NASA의 화성 탐사로버 퍼서비어런스에 실려 있던 산소 발생장치 '목시(MOXIE)' 이야기다. 목시의 작동원리는 이렇다. 화성 대기의 95%를 차지하는 이산화탄소를 흡수해 여과장치로 오염물질들을 제거하고, 펌프로 압축한 뒤 전기분해를 통해 이산화탄소를 일산화탄소와 산소로 분리한다. 산소 이온들을 서로 결합시켜 산소분자를 만들고 일산화탄소는 밖으로 배출하는 방식이다. 목시로 시간당 12g의 산소를 만들 수 있다. 16차례의 실험으로 122g의 산소를 만들었다. 비록 작은 양이지만, 앞으로 얼마든지 확장 가능하다는 희망의 씨앗을 키우기엔 충분한 산소다.
그러니까, 실내 기지 혹은 대형 우주선 안에서라면, 이미 우리는 화성에서도 식물을 재배하고 산소를 생산할 수 있는능력을 갖고 있는 것이다.
네덜란드 연구팀은 화성 토양에서 토마토, 당근, 완두콩을 재배하는데 성공했다. / 네덜란드 바헤닝언대
▶테라포밍, 화성의 지구화는 조금씩 진행 중
우주의 실내에서라면, 씨앗을 보존하고 농사를 짓고 산소를 만드는 것이 모두 가능하다. 그러니까, 모듈로 건물을 짓고 화성 연구기지나 주거단지를 구축한다면, 그 안에서 생존의 필수요소들을 어느 정도까지는 조달하면서 소비할 수 있다는 뜻이다. 그런데, 인간은, 혹은 우리는 그에 만족하지 못한다. 실제로 화성의 땅, 표토에서 농사를 짓고, 호흡을 하면서 뛰어놀 수 있어야 '우주 식민지'라고 할 수 있는 것 아닐까,라고 묻는 것이다.
SF영화에서 보듯, 우주정거장식 식민지 수준이라면, 죄수들이나 수용할 감옥으로 활용하거나, 적은 숫자의 상류층만을 수용할 신세계거나 둘 중 하나가 될 가능성이 크다. 그런 수준에 그치는 것이라면, 이토록 중요하게 다루고 많은 돈과 노력을 들여 화성 탐사에 나서는 것에 반대하는 목소리가 클 수밖에 없다.
그러니까, 화성이라는 땅 위에서, 화성의 대기를 마시면서 살아가는 것을 큰 방향으로 설정하지 않을 수 없다. 현재로서는 화성토양에서의 농사가 가능하지 않아 보인다. 그렇지만, 달에서의 재배에 대해서는 많은 연구가 쌓여가고 있다. 2022년 미국 플로리다대 연구팀에 의해 달 표토 레골리스에서 애기장대 씨앗을 발아시키는 데 성공했다. 지구와 다른 토양에 적응하는 유전자도 발현됐다. 어느 정도 시작만 하면 식물들이 알아서 생존할 수도 있다는 뜻이다. 2024년엔 네덜란드 연구팀이 화성 토양에 적응하는 토마토를 확인했다. 화성 토양에 부족한 질소만 해결하면, 화성 토양에서도 식물재배가 충분히 가능하다.
식물을 재배할만한 땅을 만든다면, 혹은 화성 땅에 적응할 식물을 개량한다면, 다음으로는 대기문제를 풀어가야 한다. 앞서 NASA가 화성에 많은 이산화탄소를 이용해 산소를 만들 수 있음을 증명했다면, 중국이 중국과학기술대 연구팀은 화성의 얼음을 이용해 산소를 만들 방법을 찾고 있다. 얼음 즉 물을 전기분해하면 산소를 얻는 것은 기본. 인공지능 로봇을 개발해 화성에서 전기분해 촉매를 찾아내고, 실제로 산소를 생산해 내기 시작하면 화성 거주지 수준의 구조물에 산소를 공급하는 것은 간단히 해결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우리는 테라포밍(Terraforming) 즉 '화성의 지구화'로 들어서기 시작하게 된다. 그냥 단순히 건물 몇개 지어 몇십 명이 거주하며 연구하는 것이 아니라, 적어도 수십 수백만명이 정착지를 개간할 수 있는 단계까지를 목표로 화성을 개간하는 거대 작업이다. 물론, 긴 시간이 걸리는 작업이다.
완전한 화성의 지구화 작업은 긴 시간이 걸리는 문제이지만, 실현가능성이 점점 커지고 있다. / NASA, national geography, cosmostimes
▶칼 세이건 꾼 꿈, 화성 테라포밍
화성은 토양과 대기 뿐 아니라 기온의 측면에서도 혹독한 환경이다. 그래서 식물재배, 산소생산과 함께 가장 기본적이면서 동시에 진행될 과제가 '기온 높이기'다. 가장 '표준적'으로 생각할 수 있는 것이 인공태양 같은 것이다. 과학자들은 대형 반사경을 설치해 그 문제를 해결하고자 한다. 미국 애리조나대 연구팀은 150m 반사경 300개를 연결해 화성 궤도에 띄우면 부분적으로 기온을 20도까지 끌어올릴 수 있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했고, 최근엔 250km짜리 초대형 반사경 아이디어까지 등장했다.
온실가스를 대량으로 생산해 내면, 화성의 대기층이 두꺼워지고 우주방사선 차단 효과도 있다는 연구도 있고, 소행성 충돌을 유도해 그같은 효과를 얻을 수 있다는 주장도 있다. "100명이 탑승한 스타십 1000대가 화성을 향해 동시에 발사되는 장관을 생각해 보라"고 말하는 일론 머스크는 핵미사일로 화성의 얼음을 녹여 기온을 높일 수 있다고 주장한 적도 있다.
'밉상'처럼 인식되기 십상인 일론 머스크와 달리, 많은 사람의 존경과 사랑을 받아온 천문학자 칼 세이건도 테라포밍을 꿈꿨다. 과거 많았던 물과 공기가 그냥 없어지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생각한 그는 화성 극관의 얼음을 녹이는 방법으로 로봇과 이끼류를 들었다. 로봇이 씨를 뿌리듯 얼음 위에 이끼를 뿌리면 이 놀라운 생명체가 번성하며 태양빛 반사를 줄여 기온도 올라가고 물도 얻을 수 있게 된다. 그리고 나면, 화성에 자연 형성돼있는 거대한 운하와 약간의 인공시설을 통해 곳곳에 물을 보낼 수 있게 된다.
"이러한 작업을 일반적으로 지구화(terraforming)라고 부른다. 외계행성의 환경을 인간이 살기에 적합하도록 바꾸는 것이다. 수천년 동안 인간은 온실효과와 반사도의 변화를 통해서 지구의 기온을 약 1도 정도 교란시켰다. 하지만 현재와 같은 속도로 화석연료를 소비하고 산림과 초지를 파괴한다면, 불과 한두세기 안에 지구의 기온은 1도 이상 변할 것이다. 이런 지구의 환경 변화와 함께 다른 여러가지 요소를 고려할 때 화성이 적정 수준으로 지구화되는 데 걸리는 시간은 아마 수백 년에서 수천 년에 불과할 것이다. 훨씬 기술이 진보된 미래에는 화성의 대기압을 증가시키고 물을 액체상태로 존재할도록 할 뿐 아니라 극관에서 녹아내리는 물을 따뜻한 적도 지대로 운송하게 될지도 모른다." (칼 세이건 <코스모스> 중에서)
1980년에 출간된 <코스모스>의 칼 세이건이 이렇게 '예언'했고, 그 이후 과학기술은 또 놀랍도록 발전했다. 아르테미스 미션을 통해 현재는 달에 집중하고 있지만, 곧 화성이 전면에 등장할 것이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화성에 성조기를 꽂겠다'는 선언이 아니더라도, 이제 화성 탐사는 눈 앞의 과제가 되었다. 실제로 화성에 가서 살게 되는 꿈을 꾸는 사람도 있고, 화성 탐사를 연구하는 과정에서 우리는 지구와 지구인을 위한 많은 부수효과들도 얻게 될 것이다. 지구의 황량한 곳을 개간하는 방법, 황량해지는 지구를 구하는 방법들 말이다. 안달복달, 초단기 성과를 주문할 일이 아니다.
칼 세이건이 <코스모스>의 첫머리에 인용한 세네카의 말처럼, 진리는 세대를 거듭하면서 하나씩 그리고 조금씩 서서히 밝혀지게 마련이다. 화성 탐사도 그러하다.
▶코스모스 타임즈 2025 신년기획 '우주탐사 퀀텀점프 시작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