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칼럼] 우주시대, 태극권:
태극+팔괘, 화합이 세상 구한다

※'우주시대, 태극권'을 쓰는 이찬 명예회장은 한국에 태극권을 소개한 인물. 우주시대, 100세 시대를 맞아 남녀노소 누구나 쉽게 익힐 수 있고, 자연과 인간의 조화를 심신의 조화와 건강을 얻을 수 있는 태극권의 원리를 소개한다. 이 글은 코스모스 타임즈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다. <편집자>


 

“우주에서 모든 생명체는 평등하다... 그들의 생명은 우주의 기운이 모여 만들어낸 기적이다. 살아있는 모든 것이 기적이다.“

 

얼마전 끝난 드라마 <별들에게 물어봐>의 마지막 대목에 등장하는 내레이션이다. 첫 칼럼에서 '100세까지 치매 안 걸리게 해달라'는 이 드라마 우주정거장에서의 연구 장면을 인용했는데, 그 사이 마지막회까지 진행됐다. 우주의 기운이 모여 생명체를 만든다는 기적적인 현상을 아름답게 표현한 클로징 멘트는 태극권을 수련해온 나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다. 우주의 기운을 느끼며, 그 기운을 활용하고, 그 질서에 순응해 우리를 강하게 하는 것이 바로 태극권이기 때문이다. 

 

서로 전혀 다른 사람이, 일상과 전혀 다른 우주라는 환경에서 화합을 이뤄 사랑과 희생으로 새생명을 탄생시키는 드라마 <별들에게 물어봐>의 마지막 장면. / netflix, TvN 

 

▶우주의 이치를 담은 태극팔괘검

요즘, 우리 이찬태극권도관에서 오래 수련한 사람들을 대상으로 '태극팔괘검'을 가르치고 있다. 전통적 팔괘검의 움직임에 태극권의 원리를 접목해 새롭게 정리한 검(劍) 수련법이다. 태극권의 우아함과 깊은 철학이 팔괘의 원리에 따라 동작하는 검술을 한층 품격 있게 만들어준다. 느릿한 듯 검을 움직이다, 어느 순간 몸을 뒤틀며 방향을 바꾸고, 쏟아지는 폭포처럼 검을 내려치기도 하고, 유연한 춤처럼 검을 휘두르기도 한다. 마치 천지현황의 긴 세월과도 같은 느낌이다. 

 

주역과 고대 성왕들의 고사에서 출발하는 태극과 팔괘의 원리는 우주생성의 원리, 세상만물의 창조원리이면서, 현실 세계의 움직임을 해석하는 방식이다. 복희씨가 정리했다고 알려진, 우주를 인식하는 큰 원칙은 이렇다. 일원(一原: 무극無極 ●), 이극(二極: 태극太極☯, 양陽 ⚊, 음陰 ⚋), 사상(四象: 태양太陽 ⚌, 소양少陽 ⚎, 소음少陰 ⚍, 태음太陰 ⚏), 팔괘(八卦: 건☰ 태☱ 리☲ 진☳ 손☴ 감☵ 간☶ 곤☷).

 

음과 양의 구분이 없는 혼원(混原) 또는 일원의 상태에서 음과 양이 갈라져 휘감아 돌며 생명과 우주질서의 탄생을 알린다는 생각은 중국 뿐 아니라 우리나라에서도 태극기라는 형태로 지금도 살아있다. 훈민정음 창제의 원리로도 활용되었으니, 지금 우리 모두가 부지불식간에 그 원리에 입각해 말하고 생각하고 살아가고 있는 셈이다. 그 대원칙은 간단하다. 음과 양이 화합하면 흥하고, 갈등하면 흉하다는 것이다.   

 

태극기의 모퉁이에 그려지는 선형 부호로 익숙한 팔괘는 양효(陽爻, ―)와 음효(陰爻, --) 3개를 겹쳐서 세상의 기본요소인 여덟가지 상을 나타낸다. 하늘, 연못, 불, 우레, 바람, 물, 산, 땅 등으로 상징되는 8가지의 조화를 통해 만물의 변화원리, 자연과 인간의 모든 현상을 설명하는 것이 팔괘다. 

 

이같이 거창한 우주와 세상의 원리를 담고 있어 우주와 나의 조화를 추구하는 운동이 바로 태극권이다. 놀랍지 아니한가. 

 

우주의 기운을 담아내는 태극권의 원리는 우리 몸과 자연의 조화를 추구한다. 수련과정을 통해 자연스럽게 이뤄지는 일이다. / 이찬태극권도관

 

▶우리의 삶을 아름답게 하는 조화의 정신

물론, 실제로 무술을 수련하면서 태극과 팔괘의 형상을 느끼고 그것을 고양시키는 일이 쉽게 가능할 리가 없다. 우리의 몸과 마음을 살리는 운동을 한다는 것, 태극권을 익힌다는 것이 이처럼 고도의 정신세계와 연결되어 있고, 우리 몸 바깥의 세상, 자연, 우주와 연계되어 있다는 것을 어렴풋이 아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가치가 있는 일이다. 굳이 깨닫지 못한 상태라 할지라도 배우고 익히는 과정 그 자체가 자연스럽게 우리를 고양시키기 때문이다. 

 

우리가 일상을 살아가면서 마주치게 되는 현실들도 다분히 그러하다. 작은 모임이나 회사, 단체에서도 그렇지만, 한 나라의 현상에서도 그렇다. 요즘 대한민국의 현실도 그렇다. 전혀 다른 생각을 하는 두 진영으로 나뉘어 50대 50의 대치가 일상이 되어 있다. 이럴 때 필요한 것이 바로 태극의 정신이요, 조화의 원리이다. 

 

온전한 혼돈의 상태에서 음과 양으로 갈라지는 것은 생각하기에 따라서는 화합으로 가는 기회, 생명을 창출할 수 있는 조건일 수도 있다. 그러므로 현재의 상태에 절망하고 좌절하지 말고, 조화와 합의의 틀을 만들어가는 노력을 해야 한다. 우리가 그동안 잘 해온 것이다. 그러니 믿음을 갖고 미래를 생각하면서 길을 만들고 빛을 바라보려 해야 한다. 그런 생각을 갖고만 있어도, 우리의 행동과 미래를 바람직한 방향으로 이끌어 나아가게 된다는 것이 태극권을 하면서 알게된 이치다. 

 

요즘 태극팔괘검을 배우고 있는 수련생 중에는 그것을 격하게 싸움의 기술로 받아들이는 자도 있고, 우아한 검무(劍舞)로 이해하려는 이도 있다. 무술과 건강법, 철학과 명상의 특성까지 모두 포함하고 있는 2분 남짓 걸리는 검술 하나에서 서로 다른 길을 찾고 있는 것이다. 모든 원리를 이해하고 극한의 성취를 이루는 것은 어렵겠지만, 한 사람 한사람이 자기자신 안에서 조화를 찾고, 단체로서의 수련생들 사이에서 원만한 지향점을 찾아간다면, 모두의 몸과 마음을 멋지게 가꿔줄 기회가 될 것이다. 이 원리를 세상에 외치고 싶다. 

 

태극의 민족인 우리가, 서로 다름을 융합과 조화의 출발점으로 받아들인다면, 밝고도 건강한 미래를 가꿔갈 수 있을 것이라 믿는다. 

 


이찬 대한태극권협회 명예회장

태권도와 소림권 당랑권 등 각종 강한 성격의 무술들을 10대 때부터 익히기 시작했으나, 30대에 기공과 태극권에 심취해 홀로 수련하던 중, 중국의 대가들을 스승으로 모시게 되는 기회를 얻어 정식으로 태극권의 계보를 잇는 전인이 되었다. 1980년 정무도관을 개관하고, 1990년 '이찬태극권도관'으로 개칭한 이래 한국에 태극권을 전파하는 선봉이 되었다. 저서로는 <30분 태극권, 테라피 타이치> <태극권비결> <태극권경> <태극권강좌> <정자태극권(정자태극권 13편, 자수신법)> 등이 있고, 유튜브 <이찬태극권TV> 채널을 통해 태극권 보급과 국민 건강에 앞장서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