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시대, 태극권'을 쓰는 이찬 명예회장은 한국에 태극권을 소개한 인물. 우주시대, 100세 시대를 맞아 남녀노소 누구나 쉽게 익힐 수 있고, 자연과 인간의 조화를 통해 심신의 조화와 건강을 얻을 수 있는 태극권의 원리를 소개한다. 이 글은 코스모스 타임즈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다. <편집자>
우주탐험을 생각할 때 쉽게 떠오르는 장면 중 하나가 우주선 밖으로 나와 우주공간을 떠나니며 작업을 하는 우주인 모습이다. 슈욱~ 소리가 나는 공간에 무거운 우주복을 입고 들어가면, 공기가 빠지고 다시 두툼한 문을 열고 새까만 우주공간으로 나가게 된다. 탯줄처럼 보인는 생명선이 우주선과 우주복을 연결하고 있는 상태에서 까만 공간을 둥둥 떠다니면서 고장난 우주선을 수리하는 우주인. 영화에서 그 대목에 이르게 되면 그냥 떠있는 모습만으로도 뭔가 사건이 생길 것 같은 불안감이 엄습한다.
그런데, 나는 좀 기이하게도 그런 장면을 볼 때 태극권을 생각하게 된다. 아무런 중력이 없는 상태에서 가볍고 느리게 움직이는 것이 태극권의 수련과 비슷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태극권의 움직임을 ‘육지유영(陸地游泳)’이라고 부른다. 땅에서의 유영. 신기하게도...
국제우주정거장 밖으로 나온 수니 윌리엄스가 우주유영을 하며 우주정거장을 수리하고 있다. / NASA
▶수니 윌리엄스의 놀라운 우주유영
얼마전 놀라운 일이 있었다. 두 명의 우주비행사가 국제우주정거장에 9개월간 머물다가 지상으로 돌아왔다는 이야기 말이다. 그들은 8일 동안 그곳에 머물러 갔다가 우주선에 문제가 생겨서 타고 올 우주선이 없어 이래저래 9개월 넘는 시간을 우주에서 보냈다는 것이다.
놀라운 상황이 한두가지가 아니다. 먼저, 타고 돌아올 수도 없는 위험한 우주선을 타고 올라갔다는 대목에서는 목숨 건 도전이 떠오른다. 보잉에서 만든 우주선이 그랬다는 것이니, 우주탐험은 지금도 아주 위험한 일임을 알 수 있다. 두 명의 우주인 안전하게 데리고 오기 위해 미국 행정부와 NASA, 스페이스X가 힘을 모아 열심히 작업해 마침내 그들을 데려온 것도 멋진 일이다. 더 놀라운 것은 우주선에 '반강제'로 머물던 두 우주인의 태도다. 그곳에 머물면서 불평불만에 싸여있는 것이 아니라, 일거리를 만들고, 활력 넘치게 지구와 교신도 했다는 것이다.
특히 수니 윌리엄스라는 여성 우주인은 우주유영 기록을 세웠다. 올해 1월 이들 두 우주인은 국제우주정거장에서 우주유영을 했다는 보도를 봤다. 무려 5시간 26분 동안 우주선 밖으로 나가 고장난 장비를 수리하는 활약을 했다. 그 시간을 더함으로써 수니 윌리엄스라는 여성은 생애 총 62시간 6분의 우주유영 시간을 기록했고, 이것은 여성우주인 최장 기록이다.
우주유영과 아주 비슷한 것이 수영이다. 우주비행사가 되기 위한 훈련 중에 수영과 잠수가 있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 힘차게 팔을 치는 자유형 같은 수영도 있지만, 깊이 잠수해 들어가서 천천히 움직이는 프리다이빙이나 스쿠버다이빙 같은 것은 물의 부력을 타고 중력을 이기려는 움직임을 담고 있다. 억지로 힘을 쓰지 않고, 물에 올라타는 것이 중요할 것이다. 당황하지 않고 편안한 심신을 만들면 어떤 상태에서는 날아오르는 듯한 체험도 할 수 있으리라.
미끄러지듯 헤엄치는 모습을 담은 말, 유영. 그것이 우주에서 가능하고, 물 속에서 가능하다. 그리고 그것과 아주 비슷한 원리로 땅 위에서도 가능하다. 바로 태극권의 유연한 움직임을 통해서다.
양팔의 힘을 빼고 늘어뜨린 상태에서 천천히 부드럽게 들어올리다 보면, 양팔이 공기에 떠있는 느낌을 느낄 수 있다. / 이찬태극권도관
▶땅에서의 유영, 물 흐르듯 움직이는 태극권
우주유영을 생각하면서 태극권을 떠올린 것은 태극권의 움직임이 유영과 비슷하기 때문이기도 하고, 아예 옛날부터 ‘육지유영’이라는 이름을 갖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일반적 기공의 정적인 특성을 보완해 ‘움직이는 선(禪)’이라고 태극권이 불리는 이유는 그 움직임이 공기를 타고, 중력을 느끼며, 구름과도 같이 부드럽게 흘러가기 때문이다.
태극권의 움직임은 다음과 같다. 맹자께서 말씀하셨듯 ‘기(氣)를 잊지도 말고 조장하지도 않으면서’ 온몸의 힘을 빼고 긴장을 풀어 느슨히 하고 등골을 곧추 세운다. 어깨를 가라앉히고 팔꿈치를 늘어뜨린다. 가슴을 느슨히 하고 등을 내민 듯이 한다. 마음으로 기를 행하고 기로 몸을 움직인다. 이같은 요결에 따라 고요하고 천천히 움직이며 수행하면 유연하고 완만한 동작을 따라 호흡이 자연히 깊고 길어지게 되어 기가 마음을 따라 단전에 가라앉고 온몸의 에너지가 된다.
조금 어렵게 느껴지는가. 그럼 지금 똑바로 서서 힘을 빼고 양손을 축 늘어뜨린 뒤, 아주 고요하고 천천히 간신히 양팔을 앞으로 나란히 들어올려 보자. 눈을 감고 축 늘어진 양 손등에 신경을 집중해도 좋다. 그렇게 들어올리다 보면, 손등에 와닿는 공기가 느껴진다. 공기가 내 팔을 아래에서 떠받치고 있는 것도 느껴진다. 내가 팔을 들어올린 것이 아니라, 공기의 부력으로 내 팔이 떠오른 것 같은 느낌이다. 마치 물의 부력에 의해 몸과 팔이 떠오르는 것과 같은 느낌이다.
이것이 우주와 합일하는 태극권의 기본 움직임이다. 공기는 허상이 아니라 실체다. 꽉 차있는 실체. 그것을 느끼기 시작하면, 자연과의 조화가 시작된다. 움직임의 자유로움이 폭발한다. 넓은 방의 이쪽 문을 열고 닫았더니 반대쪽 창문이 흔들린다. 공기가 실체이기 때문이다. 그 실체에 몸과 마음을 맡길 수 있지 않을까?
그것이 가능해지면 관절의 부담이 줄어들고, 뻣뻣한 근육이 부드러워져 우아한 움직임이 가능해진다. 우주인의 유영, 수영장 안에서 둥둥 떠다니는 움직임을 떠올리면서 땅에서 태극권을 수련하면, 어색하게 힘이 들어가 뒤틀려 있는 현대인의 몸을 바로잡을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다.
이찬 대한태극권협회 명예회장
태권도와 소림권 당랑권 등 각종 강한 성격의 무술들을 10대 때부터 익히기 시작했으나, 30대에 기공과 태극권에 심취해 홀로 수련하던 중, 중국의 대가들을 스승으로 모시게 되는 기회를 얻어 정식으로 태극권의 계보를 잇는 전인이 되었다. 1980년 정무도관을 개관하고, 1990년 '이찬태극권도관'으로 개칭한 이래 한국에 태극권을 전파하는 선봉이 되었다. 저서로는 <30분 태극권, 테라피 타이치> <태극권비결> <태극권경> <태극권강좌> <정자태극권(정자태극권 13편, 자수신법)> 등이 있고, 유튜브 <이찬태극권TV> 채널을 통해 태극권 보급과 국민 건강에 앞장서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