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에 대해서 잘 모릅니다. 실은 과학에 대한 상식도 부족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칼럼을 시작한 이유는, '사람들에게 우주는 무엇일까'라는 순전히 개인적인 호기심 때문입니다. '우주라는 테마파크'는 과학적인 설명을 하지 않습니다(아니, 못합니다.). 다만, 사람들이 우주를 통해 느끼는 테마파크처럼 다양한 즐거움에 대해 생각해 보고자 합니다." (김정우 교수의 글이다. 이 글은 코스모스 타임즈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다. 편집자)
▶우주로부터 다양한 즐거움을 찾아낸 광고들
앞에서 나름대로 우주를 진지하게 표현한 광고들을 보았습니다. 그러나 모든 광고가 우주를 진지하게 표현하고 있는 것은 아닙니다. 익살스럽게 활용한 광고도 여럿 있군요.
테라–테라댐(2023)
기본적으로 이 광고는 코미디입니다. 테라댐이라는 가상의 댐을 보여줍니다. 당연히 물보다는 맥주로 가득한 댐입니다. 어느 순간 테라댐이 방류됩니다. 한강도, 바다도 모두 맥주로 바뀌고, 사람들은 그렇게 바뀐 세상에 당황하는 모습들이 웃음을 자아냅니다. 그리고 ‘테라의 시대’라는 자막이 나오면서 노랗게 변한 지구의 모습이 보입니다.
여기에서부터 또 다른 코미디가 시작됩니다. 갑자기 저 멀리 우주공간의 어떤 행성에서 지구를 바라보고 있는 외계인이 나옵니다. 이 둘은 마치 바닷가 선탠 의자에 앉아 있는 것처럼 편안히 맥주를 마시고 있습니다. 그러다 문득 한 외계인이 다른 외계인에게 묻습니다. “원래 지구 파랗다고 하지 않았냐?” 그러자 다른 외계인이 답합니다. “몰라.” 그러면서 둘은 건배와 함께 테라 맥주를 마시는 것으로 광고는 끝납니다.
이 광고에서 전달하고 싶었던 것은 ‘지금 맥주의 대세는 테라다.’라는 것입니다. 지구상의 물을 모두 맥주로 바꿀 수 있을 만큼 많은 양이 팔렸다는 것, 외계인도 좋아할 정도로 많은 사람들이 좋아한다는 것을 표현하고 있는 것이지요.
SK이노베이션-우주노래자랑(2023)
어느 지역의 한 축제장에서 ‘우주노래자랑 한마음대축제’가 열립니다. 첫 번째 참가자가 사회자의 호명을 듣고 무대로 나옵니다. 그런데 뜻밖에 외계인입니다. ‘까오늨팝티옴(216세) 전 명왕성 거주, 현 화성시 거주 전기차 딜러’라는 자막이 붙어 있습니다. 넉살도 좋습니다. 자신이 전기차를 사용하는데, 좋은 배터리를 찾아 온 우주를 헤매다 지구를 방문하였답니다. 그리고 지구에서 만드는 배터리가 너무 좋아서 아예 눌러앉았다고 합니다. 그는 노래자랑에서 고향의 노래를 부르겠다고 했고, 당연히 요상한 노래를 불러 관객들을 당황시키고, 결국 “땡!”을 받고 탈락합니다.
다른 광고들에 비해 어쩌면 SK이노베이션의 광고는 가장 도전적인 상황 설정이 아닌가 합니다. 외계인이 아예 우리와 함께 살고 있고 주장하고 있으니까요. 그 외계인의 모습은 다르지만, 동작이나 말투는 우리가 잘 아는 노래자랑에 출연한 출연자와 전혀 다르지 않다는 것이 재미있습니다.
빙그레-붕어싸만코(2013)
1991년에 발매된 붕어싸만코가 발매 22주년을 맞아 새롭게 기획한 광고입니다. 광고는 <싸만코의 기원>이라는 자막과 “1991년, 그들은 지구에 불시착했다. 차가운 바람을 견디지 못하고 쓰러진 그들은 결국 부드러운 맛의 아이스크림이 되고 말았다.”라는 내레이션으로 시작됩니다. 그러니까 이 광고에서는 싸만코를 우주 비행체에 비유한 것입니다. 그리고 마지막 장면에서는 “맛의 지구정복”이라는 내레이션이 나옵니다. 그만큼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받은 아이스크림이라는 점을 ‘지구정복’이라는 표현을 통해 강조하고 싶었던 것이겠지요.
붕어싸만코를 우주에서 불시착한 우주 비행체에 비유했다는 것부터가 코미디입니다. 이 광고는 마치 외계인의 침공과 같은 거창한 SF영화의 예고편과 같은 느낌으로 표현함으로써, 소비자들로 하여금 그 익살에 웃음을 짓게 합니다. 영상의 톤은 묵직하지만, 내용은 기발한 비유를 활용하고 있어 결과적으로는 지나친 과장을 담은 코미디로 느껴집니다. “맛의 지구정복”이라는 말은 그야말로 과장의 정점입니다.
▶진짜가 나타났다, 우주산업이 주업인 기업의 광고들
너무나 당연한 일이지만, 우주와 관련된 산업이 주업인 기업들의 경우에는 우주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습니다. 시각적으로 우주를 나름의 방법대로 멋진 비주얼로 표현하였지만, 더 멋지다고 느낀 것은 자신의 기업들이 우주산업을 어떤 관점에서 추진하고 있느냐 하는 것입니다.
한화(2025)
영상은 명확하지 않은 어떤 행성에서 시작작됩니다. 카메라가 옆으로 돌아가면 저 멀리 지구가 보이는 비주얼과 연결됩니다. 세계 최초의 우주비행사였던 유리 가가린이 “우주는 매우 어두웠으나, 지구는 푸르렀습니다.”라고 말한 것처럼, 칼 세이건이 태양계 너머에서 찍은 지구를 “창백한 푸른 점”이라고 불렀던 것처럼, 작고 푸른 지구의 모습이 보입니다. 그리고 우주산업에 대한 경쟁적이고 자극적인 외국 기업들의 약속을 나열한 뒤 다음과 같은 내레이션이 이어집니다.
“감상하는 우주, 관광하는 우주가 아닌 솔루션이 되는 우주를 위해 우리의 우주산업이 향하는 곳은 지구.”, “우주를 향하는 기술이 아닌 지구를 향하는 기술을 연구합니다.”
다시 말해, 우주를 향해 경쟁적으로 진출하는 것이 목표가 아니라, 지구에 사는 사람들의 삶에 어떻게 우주가 기여할 수 있을까에 초점을 두고 우주산업을 펼쳐나가겠다는 뜻입니다. 이러한 관점에서 사업을 펼쳐나갈 때, 사업의 지속가능성이 높아질 수 있다는 의지를 담아내고 있습니다. 메시지도 참 좋다고 생각합니다만, 시각적으로도 뛰어난 광고입니다.
컨텍(2025)
위의 광고는 민간우주기업인 컨텍의 기업 광고입니다. 민간우주기업으로서, 컨텍은 고객들에 대한, 혹은 미래 세대들에 대한 약속을 메시지에 담고 있습니다.
“우주를 좋아하는 너에게, 우주를 상상 속에 가둬두지 않게, 우주로 더 많은 것을 가능하게 해줄게. 우주로 너의 꿈이 자라도록 해줄게. 우리가 보여줄게. 원하는 누구든지 우주의 모든 것을 누릴 수 있도록 민간우주기업 컨텍이 독보적인 기술로 선사하는 우주의 세상! – 너만의 우주를 누려봐.”
광고주인 컨텍은 우주와의 통신을 통해 다양한 우주산업들을 지원하는 기업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우주산업의 여러 분야들과 연관을 맺고 있겠지요. 그런 회사이기에 ‘원하는 누구든지 우주의 모든 것을 누릴’ 수 있게 해준다는 메시지를 전하고 싶었던 것이지요. 대기업인 한화보다 작은 기업인 컨텍으로서는 해줄 수 있는 말에서 당연한 차이가 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래서 한화는 일반 소비자가 생각하기 힘든 큰 비전을 이야기했다면 컨텍은 자신들의 사업분야를 기반으로 소비자들에게 전할 수 있는 약속을 담아 신뢰도를 높이고자 노력하고 있습니다.
앞으로 지구에 살고 있는 우리들의 우주에 대한 연구는 어떻게 발전하게 될지를 알 수는 없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그로 인해 앞으로 인간의 삶에 우주가 어떤 영향을 미치게 될지도 알 수 없습니다. 또 그렇기 때문에 소비자들을 설득하기 위해 만드는 광고에서 우주가 어떻게 활용될지도 알 수 없습니다.
다만, 한 가지 분명한 것은 소비자들이 우주에 대해 관심을 갖는 한, 우주는 광고에서 끝없이 활용될 것이라는 점입니다. 소비자들의 관심이 높고 지속될수록, 우주는 소비자를 광고의 메시지로 끌어들이는 통로의 역할을 톡톡히 할 수 있을 테니까요.
▶우주? 광고가 빠질 순 없지!(1)
https://www.cosmostimes.net/news/article.html?no=25490
김정우 교수
고려대학교에서 국문학을 전공하고 광고회사의 카피라이터와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를 거쳐오면서 다양한 기업의 수많은 카피를 만드는 등 사회적 커뮤니케이션에 깊이 관여해온 김정우 교수는 '스스로 호기심이 많은 사람이 되고 싶은 사람'이라고 자신을 정의한다. 고려대학교 세종캠퍼스 문화창의학부 문화콘텐츠전공 교수로 재직하고 있는 김 교수는 <광고언어연구> <광고언어론> <광고, 소비자와 통하였는가?> <문화콘텐츠 제작> <미디어 글쓰기> <문화콘텐츠와 경험의 교환> 등 많은 저서를 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