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잠이 오는가?
우주의 파편들이 덮친다

실감이 나는가? 우리 머리 위 9000톤 우주 파편

작년 11월15일 지구에서 400㎞ 떨어진 국제우주정거장(ISS)에, 미 텍사스주 휴스턴의 미션 콘트럴센터에서 보낸 경보가 떨어졌다. 이날 러시아가 낡은 코스모스(Kosmos) 1408호 위성을 요격하는 시험을 해, "파괴된 위성에서 발생한 파편들이 날아오고 있다"는 경보였다. 코스모스 1408호 위성의 고도(高度)도 지상 480~500㎞로 비슷했다.

 

ISS에 비상경보! 대피하라, 파편이 날아온다

이 파편들의 속도는 초속 7㎞가 넘어, 정거장 외벽에 맞으면 치명적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우주인들은 도킹해 있던 러시아의 '소유즈' 유인우주선으로 황급히 대피했다. ISS 내부에선 정적(靜寂)만 흘렀다. 심지어 러시아 우주인들조차 사전에 러시아 군부로부터 위성 파괴 계획을 사전에 통보 받지 못해 놀라긴 마찬가지였다. 미 항공우주국(NASA)의 빌 넬슨 국장은 "러시아연방우주국(POCKOCMOC) 국장이 러시아 국방부에서 전혀 연락을 못 받았다고 해도, 놀랄 일이 아니다”며 “자국 우주인들의 목숨까지 위협하는 짓을 하다니"라고 비난했다.

 

 

ISS는 같은 달 초에도 급히 궤도 수정을 해야 했다. ISS는 충돌 확률이 10만분의1을 넘으면, 궤도를 수정한다. 중국이 2007년 미사일을 발사해 파괴했던 펑윈(風雲)-1C 기상 위성의 파편이 ISS를 향해 오고 있었다. 실제로 ISS가 가동된 지난 24년 동안, 모두 30차례의 근접 충돌 위험이 발생했다. 작년 5월엔 캐나다가 ISS에 설치한 로봇 팔이 우주 파편에 맞아, 5㎜ 크기의 구멍이 나기도 했다. 2016년 유럽우주국(ESA)이 발사한 한 통신위성의 태양전지판에서 기능 저하가 발생한 것도 1㎜ 크기의 우주 파편에 맞은 탓이었다. 

 

 

쏠 때는 좋았죠? 그런데 뒷감당은 누가 합니까

NASA에 따르면, 우주 파편의 총량은 대략 9000톤쯤 된다. 이 중 지구에서 계속 추적이 가능한 10㎝ 이상의 파편만 2만7000개(NASA)~3만6000개(ESA). 미 국방부의 우주감시네트워크(SSN)는 10㎝ 이상 크기의 파편을 매일 추적한다. 이밖에, 너무 작아 지구에서 레이더 추적이 어려운 수 ㎝ 크기의 파편이 약 50만 개, 수 ㎜ 짜리 파편이 1억 개쯤 된다. 이것들이 시속 2만5000㎞의 속도로 지구 주위를 돈다. 

 

 

강대국들이 위성 파괴 무기를 실험하기 이전에도, 인간이 탐험을 시작한 이래 지난 65년간 우주에는 수명을 다한 위성, 로켓 부스터 잔해, 폭발한 모터 등이 서서히 쌓였다.
그러나 지금처럼 늘어난 것은 주요 강대국들이 자국의 노후 위성을 상대로 위성파괴(ASAT) 무기를 실험한 결과다. 중국(2007년)·미국(2008년)·인도(2019년)·러시아(2021년)가 계속 지상 발사 미사일로 인공위성을 파괴하는 실험을 하면서, 급속도로 우주 파편이 늘어났다.

 

 

10㎝ 이상의 파편 중 6000개 이상이 ASAT 시험 발사에서 발생했다. 이것들은 50년 이상 우주에 떠 있는다. 2007년 1월17일 중국이 지상 863㎞ 하늘에 떠 있던 풍윈 위성 하나를 파괴한 것만으로도, '추적 가능' 우주 파편의 수가 10%(3500개) 늘어났다고 한다. 

 

그나마 지상에서 상대적으로 가까운 하늘에 떠 있는 우주 쓰레기는 수년 내에 지구 대기권으로 떨어지면서 마찰에 의해 불타 없어진다. 미국이 2008년 파괴한 정찰 위성은 지구 위 247㎞에 있었고, 수개월 내에 파괴된 파편의 99%가 대기권으로 떨어져 연소했다. 그래서 지상 600㎞ 이하의 우주는 '자정(自淨)' 능력을 갖췄다고 말하기도 한다. 그러나 500㎞ 못 미쳐 날던 러시아 코스모스 1408호 위성은 파괴된 일부 파편이 되레 더 올라가면서, 지금도 우주를 떠돈다. 지상 1000㎞ 이상으로 올라간 우주 파편은 영원히 존재하게 된다.


우주 파편의 70%, 우리 일상과 밀접한 저궤도 돌아 
우주 파편에 주목하는 이유는, 이 파편들의 대부분이 바로 우리의 현재 일상이자 인류의 미래가 달린 저궤도(LEO)에서 떠돌기 때문이다. 저궤도는 지상 150~2000㎞를 말한다. 

 

 

이 우주 공간은 허블 우주망원경(지상 약 547㎞), 미세중력을 이용해 바이오 의학·제조 실험을 하는 ISS(400㎞), 이리듐(780㎞)·오브콤(825㎞)·글로벌스타(1413㎞) 등 수많은 통신 위성들이 위치한 곳이다. 또 9월 현재 2300개가 넘는 스페이스X의 인터넷 통신위성 스타링크 위성도 지구 위 550㎞에 떠 있다. 현재 지구 궤도에서 작동 중인 위성 5000개 중 4000개가 이 저궤도에 위치한다.  
스타링크는 앞으로도 4만 개를 더 쏴 올린다는 계획이고, 아마존의 카이퍼(Kuiper) 위성 프로젝트도 7000개 이상을 목표로 하고 있어, '서류상'으로는 2030년까지 우주엔 민간 위성 수만 10만 개 이상이 된다. 이미 우주는 날씨 예보·인터넷 접속·금융거래 통신망·GPS 등 우리의 일상과 떼려야 뗄 수 없는 공간이 됐다.

 

인류의 실험실 우주, 파편에 당한다 
단백질을 기반으로 한 인공 망막을 생산하는 미국 코네티컷 주의 바이오 기업 램다비전(LambdaVision)은 지난 8월말 우주로부터 한 소포를 받았다. 램다비전이 지난 3월 보잉 사의 ISS 기술 실험 분야에 응모해, 미세중력(microgravity)이 작용하는 ISS 실험실에서 제조할 수 있었던 단백질 기반 필름이 담긴 상자였다. 중력과 대류의 영향을 받는 지상과는 달리, 무중력 상태의 우주 실험실에선 단백질층(層)을 3차원적으로 균질(均質)하게 제조할 수 있고, 또 더 깊이 이해할 수 있다. 

 

세포와 단백질의 배양뿐 아니라, 반도체·합금·복합재료 등의 생산과 신소재 개발들도 미세중력의 더 순수한 제조환경에서 고(高)부가가치를 낼 수 있다. 그래서 미국에선 캡슐 형태로 된 민간 우주 공장 설치까지 추진 중이다. 즉, 저궤도보다도 더 높이 떠 지구 대기권의 영향을 조금도 받지 않는 진공 상태이고, 인간의 개입 없이 완전 자동화된 작업 환경에서 작고 값비싼 제품을 대량 생산해 이를 경제성 있는 운송 비용으로 지구로 배달한다는 것이다. 한마디로 우주에 떠 있는 '무인공장(無人工場)'이다. 이 우주 공장은 필요한 부품 조달과 제품 배송을 위해 가끔씩 우주정거장에 도킹할 뿐이며, 제품을 우주정거장에서 지구까지 배송하는 것은 우주왕복선이 맡는다.
ISS는 또 지난 20년간 인류가 우주에서 겪는 노화·골밀도 하락 등의 신체적 변화와 우주 방사선의 과다 노출과 같은 우주 환경에 대해 많은 연구와 실험을 해왔다. 이는 앞으로 인류가 달과 화성을 비롯해 우주에 장기간 체류하며 개척해 나가는데 필요할 뿐 아니라, 지구상에서의 의학·생물학 연구에도 도움이 되는 것들이었다.

 

누가 우주를 청소할 것인가

그런데 이런 보물과 같은 우주 실험실과 공장들이 우주 파편으로 위협받을 수 있는 것이다. 우주 파편은 지금도 2차 충돌을 일으키면서, 지구에선 추적할 수 없는 수㎜~수㎝의 파편을 계속 양산한다. 

 

우주 및 경제 전문가들은 2016년 대략 3400억 달러 정도였던 우주 관련 경제는 2040년엔 수조 달러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한다. 우주 파편이 그 성장에 위협이 되지 않으려면, 우주를 '청소'하는 방법밖에 없다. 이미 적지 않은 스타트업들과 국가에서 다양한 우주 쓰레기 수거 방안이 나왔다. 그러나 기술적 타당성은 일단 제쳐 놓더라도, 아무도 '청소'를 강제하지 않는데 그 혜택이 모두에게 돌아가는 막대한 청소 비용을 어느 나라도 떠안겠다고 선뜻 나서지 않는 게 현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