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락하는 허블 망원경,
60㎞ 끌어올려라

미 항공우주국(NASA)가 지구 대기권 쪽으로 조금씩 '떨어지고' 있는 허블 망원경을 되살리는 방안을 검토하고 나섰다. 1990년 지구 위 563㎞ 궤도로 쏘아 올려졌던 허블 망원경의 현재 궤도는 지구 위 547㎞. 마지막 수리를 했던 2009년 이후에도 13년간 근 20㎞ 더 지구 쪽으로 내려왔다. 이 대로라면, 허블은 2037년쯤 지구 대기권에 진입해 타버리게 된다. 

 


그런데 9월30일 NASA의 토마스 주부큰 과학 담당 부국장은 "스페이스 X와 협력해, 이 망원경의 고도를 안정적인 궤도로 끌어올리는 방안을 6개월간 검토(study)하겠다"고 발표했다.  일론 머스크의 우주기업인 스페이스X는 몇 달 전 NASA에 자사의 유인우주선(有人宇宙船)인 '크루 드래건(Crew Dragon)'을 이용해 허블 망원경을 보다 안정적인 높은 궤도로 올리는 방법을 제안했고, '연구'에 필요한 비용은 모두 자사가 부담하겠다고 했다. 


궤도 올릴 수 있으면 15~20년 수명 연장
만약 스페이스X나 다른 우주기업이 허블을 약 60㎞ 위로 끌어올리면, 허블 망원경의 수명은 15~20년 더 연장될 수 있다고 한다. 


허블 망원경은 지금까지 다섯 차례 우주에서 수리를 하면서 33년째 우주를 관측하고 있다. 첫번째 수리는 1993년 12월 우주왕복선 엔데버(Endevour)를 통한 허블 망원경의 주(主)거울 수리였다. 허블은 1990년 4월 궤도에 진입했지만, 제조와 발사에 무려 160억 달러(2021년 인플레이션 기준)를 들인 허블 망원경이 처음 지구로 보낸 이미지는 너무 흐릿해서 과학적 가치가 전혀 없었다. NASA는 제조상의 어처구니없는 실수로 인해, 주(主)거울에서 1.3㎜의 구면 수차(spherical aberration)가 발생한 것이었다. 3년 뒤 엔데버 우주왕복선의 우주인들은 11일 간 이를 보정하는 장치를 설치하고 수정 작업을 진행했다.  마지막 서비스 작업은 2009년의 우주왕복선 애틀랜티스를 통한 것이었다.


NASA의 우주왕복선 프로그램은 2011년 폐지됐다. 이후 NASA의 우주인과 화물이 국제우주정거장(ISS)를 오가는 주(主)교통수단은 스페이스X의 크루 드래곤이었다. 따라서 NASA에게 허블 망원경 '수리'는 계속 팽창하는 민간 우주산업의 기술력과 협업해 우주 탐험의 목표를 이룰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실현되면, 민간 우주인의 최고 높이 도달 기록 
그러나 '허블 끌어올리기' 미션은 아직 여러모로 유동적이다. 우선 이 미션은 내년 1분기에 스페이스 X사의 크루 드래건을 전세 내서 민간 우주인만으로 허블 망원경 고도까지 올라가겠다는 억만장자 재러드 아이잭먼의 계획과 맞물려 있다. 


신용카드 결제처리업체인 '시프트4페이먼트'를 창업한 아이잭먼(39)은 작년에 크루 드래건의 4인 좌석을 모두 사들여, 간호사·대학 과학 강사·데이터 기술자 등 민간 우주인으로만 구성된 '전세 우주여행'을 실현한 인물이다. 아이잭먼은 내년 봄 크루 드래건을 이용한  '폴라리스 돈(Polaris Dawn)' 계획을 통해 허블과 도킹해 위로 끌어올리고, 민간인 최초의 우주 유영까지 하며 허블에 필요한 다른 수리와 업데이트까지 하겠다는 계획을 갖고 있다. 이는 1972년 NASA의 달 착륙 프로그램 이래 민간인이 우주에 올라간 최고도가 된다. 민간 우주인이 몇차례 오간 ISS는 지구상 408㎞에 위치하고 있다. 


과거 우주왕복선의 화물칸은 스쿨버스만 한 허블 망원경을 적재할 수 있을 만큼 컸다. 우주왕복선의 우주인들은 허블을 화물칸에 싣고 우주 유영을 하면서 수리 작업을 했다. 그러나 '크루 드래건' 우주선 시리즈의 화물칸은 허블보다도 작다. 그래서 크루 드래건은 2009년 우주왕복선 애틀랜티스가 허블 망원경에 설치한 도킹 고리(ring)를 연결해 고도를 약 60㎞ 끌어올린다는 계획이다.


스페이스 X의 제시카 젠슨 부사장은 "드래건의 현재 능력, 허블과 안전하게 도킹하는 방법 등 모든 기술적 문제를 검토할 것"이라며 "공공 부문과 민간·상업 분야의 파트너십을 통해 허블 망원경 같은 복잡하고 도전적인 문제를 창조적으로 해결하고 싶다"고 말했다.

 

민간 우주기업들이 이미 위성 수리 
NASA의 주부큰 부국장은 이날 스페이스X와의 스터디 계획을 발표하면서도 "결코 배타적으로 확정된 계획이 아니며, 다른 회사들도 다른 로켓·우주선으로 다른 제안을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아무리 NASA의 추가 비용이 들지 않는다고 해도, 연방 정부의 미션을 경쟁 없이 특정 회사에 줄 수 없기 때문이다.

 


스페이스X는 지금까지 모두 32차례 우주인과 화물을 ISS로 보냈다. 미국엔 또 위성 수리·연료 재급유 서비스를 하는 많은 우주 기업들이 있다. 예를 들어, 2020년 노스롭 그루먼 사는 MEV-1이란 위성을 쏴 올렸다. 이 위성은 고도 3만6000㎞의 정지 궤도에서 연료가 고갈된 상업 통신위성 인텔샛 901호에 도킹해, MEV-1 자체 추력으로 5년간 인텔셋 901호의 궤도를 유지시키는 '견인 위성'이었다. 5년이 지나고 나면, MEV-1은 인탤셋 901호를 정지 궤도보다 300㎞ 더 높은 '묘지 궤도'로 보내고 연료를 부족한 다른 위성을 찾아서 또다시 수명을 연장시키는 임무를 맡는다. 거대한 통신 위성을 발사하는데 막대한 돈이 들다 보니, 이런 '견인 위성'이 등장한 것이다.

 

제임스 웹 천체망원경이 있는데 왜 허블을?
인류는 허블이 있었기에, 기존에 100억~200억 년으로 추정했던 우주의 역사를 137억 년으로 좁힐 수 있었다. 허블 덕분에, 우주의 가속적인 팽창과 은하와 항성, 성운, 혜성 등의 진화 과정을 확인할 수 있었다.  
그러나 이제 작년말부터 제임스 웹(Webb) 망원경이 허블과는 비교도 되지 않는 우주 깊숙한, 지구 위 160만 ㎞ 상공에서 우주를 관측하고 있다. 웹 망원경이 보낸 이미지는 지난 7월12일 첫 5장이 공개됐다. 허블은 우주 속 13억4000만 광년을, 웹은 13억6000만 광년을 들여다볼 수 있다. 

 


NASA는 두 망원경은 우주를 보는 방식이 달라 상호보완적이라고 말한다. 웹(Webb)은 기본적으로 우주를 적외선(infrared) 렌즈로 보지만, 허블은 기본적으로 가시광선(광학)·자외선 영역으로 보고, 부분적으로 자외선 영역으로 본다. 따라서 같은 천체를 봐도, 보는 것이 다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