훑는 곳마다 유기물질이...
붉은 행성에 생명체 흔적?

퍼서비어런스호 고대 삼각주 퇴적암서 찾아내…지구로 가져와 분석할 시료 두 개 채취

 

미국의 화성 탐사 로버 '퍼서비어런스'(Perseverance)가 고대 미생물 흔적일 가능성이 높은 유기 분자를 포착한 것으로 발표됐다. 
화성에서 유기물이 발견된 것이 이번이 처음은 아니나, 양이 가장 많을 뿐만 아니라 생명체가 출현할 수 있는 조건이 됐던 고대 삼각주의 퇴적암에서 나온 것이라 아주 유망한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15일 미국 항공우주국(NASA)에 따르면 퍼서비어런스호는 약 35억년 전 호수로 강물이 흘러든 곳에 형성된 고대 삼각주를 탐사하는 과정에서 1m 너비의 퇴적암을 찾아냈다.
'와일드캣 릿지'(Wildcat Ridge)라는 이름을 붙인 이 암석은 수십억 년 전 진흙과 작은 모래가 섞이고 짠물이 증발하면서 형성된 것으로 추정되는데, 로버는 암석에 두 개의 구멍을 뚫고 지구로 가져와 정밀분석할 시료를 채취했다.  
이어 지난 7월 20일 2m 길이의 로봇팔을 이용해 풍화 작용를 겪은 암석 표면을 갈아낸 뒤 로봇팔 끝의 회전판에 장착된 유기물질 및 광물 스캔 장비인 '셜록'(SHERLOC)을 이용해 현장 분석을 진행했다.  
그 결과, 생화학에서 주요 역할을 담당하는 '방향족 탄화수소'라는 유기분자가 확인됐다. 
유기분자는 탄소를 중심으로 수소와 산소는 물론 질소와 인, 황 등 다양한 원자가 결합해 형성되는데, 생명체에서 주로 만들어져 생체분자로도 불리지만 생명체와 관련되지 않은 화학 과정을 통해서도 만들어질 수는 있다.   
앞서 NASA 로버 '큐리오시티'(Curiosity)가 지난 2013년 암석 가루에서 유기물 증거를 발견하고, 퍼서비어런스도 예제로 크레이터 탐사 과정에서 유기분자를 찾아낸 적이 있지만, 이번처럼 많지는 않았다. 
퍼서비어런스 프로젝트 과학자 켄 팔리는 "먼 옛날 와일드캣 릿지를 만든 모래와 진흙, 소금이 생명체가 번성했을 수 있는 조건에서 축적됐다"면서 "지구에서 고대 생명체 화석을 담고 있는 것과 같은  퇴적암에서 유기물이 발견됐다는 사실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그러나 "퍼서비어런스호에 실린 장비의 성능이 미치지 못해 와일드캣 릿지 시료에 담긴 것이 무엇인지 더 구체적인 결론을 내리려면 '화성 시료 회수' 미션을 통해 지구로 가져와 심층분석 결과가 나올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고 덧붙였다. 
NASA가 유럽우주국(ESA)과 함께 추진 중인 화성 시료 회수 시점은 2030년 초반으로 잡혀있다.
화성 시료 회수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있는 버클리 캘리포니아대학의 데이비드 슈스터 교수는 "(와일드캣 릿지에서 채취한) 이 시료들이 지금까지 수집한 것 중 가장 높은 가치가 있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고 말하는 것이 옳다"고 했다.   
지난해 2월 화성의 고대 호수로 추정되는 예제로 크레이터에 착륙한 퍼서비어런스호는 충돌구 바닥으로 추정되는 지역에 대한 1차 과학탐사를 마친 뒤 고대 삼각주로 추정되는 곳으로 이동해 지난 7월 7일부터 2차 과학탐사를 진행 중이다. 1차 과학탐사 기간에는 지하 깊은 곳의 마그마가 흘러나오거나 화산 활동으로 형성된 화성암이 발견됐지만 현재는 고대 삼각주 특성이 반영돼 퇴적암이 발견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