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의 태양에너지 지구로
이 신박한 생각, 현실로

우주 태양에너지 모아서...지구로 쏘자, 전기로 쓰자
태양광 패널 만들어 지구로 전송
미국 중국 영국 등 각국 치열한 경쟁
에너지 위기 지구를 구할 수 있을지 주목

태양빛을 우주에서 바로 받아서 지상에서 전기로 바꿔 쓸 수는 없을까. 날씨에 구애 받는 지표면의 태양전지 패널과 달리, 우주에 떠 있는 태양전지 패널은 365일 24시간 내내 태양빛을 흡수할 수 있을 텐데… 


우주엔 또 태양빛에 포함된 고(高)에너지의 자외선을 걸러줄 대기와 오존층도 없어서, 우주에 설치되는 태양광 발전(發電) 위성은 지표면에서보다 최대 40배 더 많은 에너지를 생산할 수 있다고 한다. 

또 우주 공간의 수많은 위성과 국제우주정거장, 탐사선 등은 이미 태양전지 패널을 통해 전기를 얻는다. 

 

 

하지만, 이 궁극의 청정(淸淨)ㆍ무한(無限) 에너지를 우주에서 직접 지구로 갖다 쓰기에는 몇 가지 ‘넘사벽’이 존재했다. 

태양광 패널을 우주에 얼마나 많이 설치해야 하며, 여기에 막대한 발사 및 우주 제조 비용을 어떻게 감당할 것이냐가 그 중 하나였다. 또 태양에너지를 마이크로파나 라디오파와 같은 극초단파로 변환해 지구로 전송할 때에 발생하는 80%가량의 에너지 손실을 어떻게 최소화하느냐도 난제(難題)였다.

그래서 1987년 미국의 뉴욕타임스는 6월14일자 1면에 “소련이 위성으로 태양 에너지를 전환해 지구로 전송하려고 한다”는 기사를 실으면서 “미국에선 1960,70년대에 한참 논의하다가 너무 고(高)비용이고 환경에 대한 논란이 야기돼 포기된 아이디어”라고 했다.


그러나 이는 35년 전 얘기다. 지금 각국은 우주에서 직접 태양 에너지를 수집해 지구로 보내 전력화(電力化)하는 ‘우주 태양광 에너지(space-based solar powerㆍSBSP)’을 현실화하려는 경쟁이 치열하다. 

 

중국, 2028년에 태양광 발전 테스트 위성 우주에 띄운다
지난 6월 14일 중국 시안(西安)의 시안전자과기대학은 75m 높이의 철골 구조물에서 수집한 태양에너지를 마이크로파로 전환하고, 이를 55m 떨어진 안테나로 무선으로 전송하는데 성공했다고 발표했다. 이 실험은 실제로 우주에 설치할 태양광 시설에서 생산한 에너지가 최종적으로 지구에서 전기로 바뀌기까지의 전(全)과정을 지상에서 테스트한 것이다. 

 

 

태양에너지를 마이크로파로 전환해 빔으로 쏠 경우에, 도중에 에너지의 80%가량이 소실된다. 하지만, 이 대학 측은 지상 확인 실험에선 98%까지 보존할 수 있다고 밝혔다.  시안전자과기대학과 세계 최대의 태양광 기술 회사인 시안의 ‘론지(隆基) 솔라’는 2028년 태양광 패널 위성을 지구 궤도에 띄워 놓고, 태양 에너지를 지구로 전송해 전송 효율성을 높여 실제 전력화하는 실험을 본격적으로 진행한다.


영국, 2000톤짜리 태양광 발전소 우주 설치 방안 검토 
영국의 더타임스는 지난 3월, “영국 정부가 160억 파운드(약 25조2000억 원)를 들여 우주 태양광 발전소를 짓는 방안을 진지하게 검토 중”이라고 보도했다. 이에 앞서, 작년 9월 영국 정부의 의뢰를 받은 컨설팅 회사 ‘프레이저-내시’는 “사업에 타당성이 있다”는 보고서를 냈다. 

 

 

 

잠정적인 계획에 따르면, 2040년까지 직경 1.7㎞짜리 한 쌍의 태양에너지 위성과 라디오파 변환, 지구 전송 장치 등으로 구성된 2000톤짜리 우주 태양광 발전소를 3만5786㎞ 우주 상공에 설치하는 계획이다. 태양에너지 위성은 각각 6만 개의 모듈식 솔라 패널로 이뤄지며, 로봇이 도착하는 대로 계속 조립해서 제작한다. 또 지상에는 이 우주 태양광 발전소가 보내는 라디오파를 정류해 지상의 전력망으로 연결할 타원형의 수신국(rectenna)도 지어야 한다. 타원형인 지상 수신국 크기도 6.7km x 13km에 달한다. 

 

이 위성 하나가 지상에 공급하는 전력은 2GW. 이는 20만 가구(4인 기준)가 사용할 수 있는 에너지량이다. 우리나라 전남 영광의 한빛 6호기 원전은 1GW의 전력을 생산한다. 
영국 ‘스페이스 에너지 이니셔티브’의 공동 총재인 마틴 솔타우는 “2040년까지 15개 정도의 솔라 위성을 갖추면, 그 무렵 영국이 필요로 할 전력 수요의 30%를 맞출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막대한 돈이 들어가는 것에 비해, 투자 비용을 회수하기까지는 시간이 오래 걸린다. 이와 관련, 영국 써리 대학교의 마틴 스위팅 교수는 파이낸셜 타임스에 “공공 부문이 시범적으로 사업을 시작하면, 이후 민간 부문이 점점 사업에 확신을 갖고 주도적인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영국의 우주 벤처기업 숫자는 미국ㆍ중국에 이어 세계 세번째로 많다. 

 

 

SBSP는 영국이 러시아의 가스 공급 중단이 촉발하는 고질적인 에너지 위기를 근본적으로 해결할수 있는 방법이 될 수 있다. 또 전력 공급에 있어서도 매우 탄력적일 수 있다. 우주에서 오는 전자기파를 수신할 안테나와 정류 시설을 갖추고 있으면, 도시를 바꿀 수도 있고 기존 전력망이 끊긴 재난 지역에도 에너지를 보낼 수 있다.  


비밀에 싸여있던 X-37B의 임무

우주 태양광 에너지(SBSP) 분야에서 가장 앞선 나라는 물론 미국이다. 2020년 5월17일, 플로리다주 케이프 캐너버럴 공군기지에선 미 우주군의 X-37B 무인 궤도기가 6번째 임무 수행을 위해 우주발사체에 실려 하늘로 치솟았다. 한번 우주에 나갈 때마다, 500~600일씩 지구 궤도를 돌지만 임무 내용은 비밀에 싸여 있다.

 

 

 

그러다가 2020년, 임무 중 하나가 우주 태양광 기술을 시험하는 연구라는 것이 공개됐다. X-37B에는 ‘태양광 무선 전송 안테나 모듈(PRAM-FX)라는, 미 해군연구소의 실험 장치가 탑재돼 있다. 가로 세로 30.5cm 크기PRAM-FX은 수집한 태양광 에너지를 마이크로파로 변환해 전송하는 효율을 측정한다. 이 장치는 마이크로파를 지구 상으로 송출하지는 않는다. 

 

 

칼텍(Caltec) 공대는 2013년부터 미 부동산 개발 억만장자인 ‘어바인 컴패니’의 도널드 브렌(Bren)으로부터 1억 달러의 기부를 받아, SBSP 연구를 해왔다. 이 대학은 내년 초에, 태양광 발전기와 라디오파 변환기, 무선 전송기로 구성된 1.8m X 1.8m 크기의 시제품을 내놓을 예정이다. 이는 실제로 우주에 배치될 수 있는 것이라고 한다. 

 

계속 낮아지는 위성 발사 비용
우주 태양광 발전의 또다른 벽은 로켓 발사 비용이었다. 2000년대 초, 미 우주왕복선이 1㎏의 화물을 지구 저궤도에 위치한 ISS(고도 408㎞)까지 보내는데 6만 달러가 소요됐다. 현재 민간기업 스페이스X 사의 팰컨9 로켓은 1㎏을 보내는데 3205달러 밖에 들지 않는다. 95% 가격 인하가 이뤄졌다.

 

그러나 지금 논의되는 SBSP는 지구 위 3만600㎞까지 수천 톤을 실어 나르는 것이다. 따라서 이 가격대에서도 현재로선 경제성이 없는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앞으로도 위성 발사 비용은 계속 내려갈 것이다. 

 

유럽우주국, 9월말 ‘솔라리스’ R&D 프로그램 제안
ESA는 지난달 26일 “SBSP는 기술적으로는 가능하고 에너지 분야에서 탄소 제로로 가는 길이지만, 기술적 도전과 상당한 불확실성이 존재한다”며 R&D 프로그램인 ‘솔라리스(Solaris)’를 제안했다. 우주에서 마이크로파를 쐈을 때에 대기와의 상호작용, 대기에 미치는 영향, 에너지 전송 효율성 제고 방안 등을 집중 연구하자는 것이다.
국제에너지기구(IEA)의 파티 비롤 총재는 “2050년까지 ‘네트 제로(Net Zeroㆍ온실가스 순배출량이 0)’라는 국제사회의 목표를 실현할 수 있는 기술은 아직 시장에 없을 수 있다 “그게 우주 태양광 발전일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