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도나도 저궤도 위성,
이러다 쾅! 우주 교통사고

머스크 이어 베이조스도 저궤도 위성 곧 발사
각국 민간 위성사들 향후 10년간 10만개 쏠 계획
저궤도 위성 충돌하면 누가 책임지나 우려
원칙 없는 우주, 마치 서부 무법지대 같아
천문학계 "너무 많은 위성, 밤하늘 관측 방해"

지난 12일 제프 베이조스의 위성 인터넷 서비스 회사인 카이퍼(Kuiper)는 내년초까지 위성 2개를 발사하겠다고 발표했다. 이 회사가 지상 300~2000㎞ 우주 상공인 저궤도(LEO)에 띄우려고 하는 3236개 군집(constellation) 위성의 첫 발사분이다. 서로 빛의 속도로 연결된 수천 개의 자사(自社) 위성으로 지구를 감싸고 세계 전역에 인터넷 서비스를 제공하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 위성 인터넷 서비스의 선두주자는 일론 머스크가 이끄는 스페이스X 사의 스타링크다. 550㎞ 상공에서 떠 있는 3100여 대의 스타링크 군집 위성이 이미 40개국에 인터넷을 제공한다. 스페이스X는 최종적으로 모두 4만2000개의 스타링크 위성을 운영하겠다는 계획이다. 최근 스타링크 위성이 전장(戰場)의 우크라이나군과 민간인에게 실시간으로 우주에서 인터넷을 제공한 것처럼, 지구 상에서 인터넷 접근이 안 되는 곳이 없게 하겠다는 것이다.

 


 

갑자기 우주가 붐벼졌다

스페이스Xㆍ카이퍼뿐만 아니다. 미국과 유럽의 수많은 위성 회사가 저궤도 위성 시장에 뛰어들었다. 중국은 작년 4월, 모두 1만3000개의 군집 위성을 지상 500~1145㎞ 우주에 띄워 지구 전역을 커버하겠다고 밝혔다. 유럽연합(EU)도 앞으로 60억 유로를 투자해, 자체적인 LEO 군집 위성을 발사한다는 프로젝트를 발표했다.

1957년 최초의 위성 스푸트니크가 발사된 이래, 지난 60여년 간 발사된 위성 수는 1만1000여 개.작년 한 해 우주 전체에 작동하는 위성은 4400여 개였다. 그런데 민간 위성사들과 각국은 앞으로 10년간 저궤도에만 10만 개의 위성을 쏴 올리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천문학계에선 위성이 지나가는 잔상(殘像) 때문에 천체 관측이 차질을 빚는다는 비판이 나온다.  기존 위성 업계와 각국 우주 당국은 우주를 민간의 경쟁에만 맡기지 말고, 국제기구나 국가들이 주도해 일련의 규제를 강화하고 교통 정리를 해야 한다고 말한다.

 

 

 

왜 저궤도 위성 통신인가?
지구 위 3만6000㎞의 정지궤도(GEOㆍgeostationary orbit)에 떠 있는 통신 위성들도 있다. 하루에 한번 지구를 돌기 때문에, 지구에서 보면 늘 같은 위치에 있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지상 300~2000㎞의 저궤도(LEO) 위성은 지구와 가깝기 때문에, 전파가 지구와 왕복하는 시간이 훨씬 짧다. 지연도(latency)가 GEO 위성의 20% 정도밖에 안 된다.
심지어 광섬유 케이블로 연결된 지상의 통신망과 비교해도 승산이 있다. 세계경제포럼(WEF)의 한보고서에 따르면, 양 지점의 거리가 3000㎞를 넘어가면, 위성 통신이 광케이블보다 지연도가 더 낮다. 그 이유는 지구 표면에선 광케이블망이 산악ㆍ인구밀도ㆍ해저 지형을 고려해 여러 형태의 우회로를 택하게 되기 때문이다. 
최적의 조건에서 뉴욕~런던 간 디지털 신호가 왕복하는 시간은 76 밀리초(msㆍ1000분의1초). 같은 거리를 우주를 통하면 50밀리초로, 34%가 절감된다. 밀리초를 다루는 국제 금융시장 거래에선 치명적이다.
물론 우리나라처럼 면적이 비교적 좁고 광케이블망이 잘 구축된 나라에선 위성 인터넷 서비스가독자적인 매력을 갖기는 어렵다. 

 

 

그러나 나라 전체가 하나의 대륙을 이루는 미국이나 중국, 러시아, 호주와 같은 나라에선 인구가별로 없는 시골이나 오지(奧地)까지 광대역 광케이블을 까는 것은 경제성이 전혀 없다. 또 카이퍼 프로젝트의 기술 담당 부사장인 라지브 바댤(Badyal)은 “전세계에는 광대역 서비스에 접근하지 못하는 사람이 10억 명이 넘는다”고 밝혔다.
이 시장은 이미 휴즈넷(HughesNet)과 비아샛(Viasat) 등의 업체들이 먼저 진입했다. 그러나 소형 위성과 재활용 가능 로켓의 등장으로 위성 발사 비용이 계속 내려갔다. 지난달 24일 미국 플로리다주 케이프 캐너버럴 우주군 기지에서 발사된 스타링크의 팰콘 9호 로켓은 한 번에 52개의 스타링크 위성을 우주에 쏟아냈다. 


저궤도 우주 공간의 위성 수용 능력은?
저궤도(LEO) 위성은 궤도를 유지하기 위해 초당 7.9㎞로 지구를 돈다. 스타링크 위성의 경우 1세대 버전은 260㎏이고 올해 6월 개발한 2세대는 1250㎏이다. 따라서 수년 내에 이런 수백 ㎏짜리 위성 수만 개가 지구에서 가장 가까운 우주 공간을 시속 2만8440㎞로 돈다고 상상하면 된다. 
이 상상엔, 이미 저궤도에 존재하는 크기 10㎝ 이상의 우주쓰레기 2만5000~3만 개는 빠져 있다. 미국 콜로라도주 볼더의 위성충돌 방지 소프트웨어 개발업체 케이언 스페이스의 최고 기술자 CTO 아라즈 페이지는 “그래서 모든 사람이 교통 정리가 필요하고, 상황 인식을 공유해야 한다고 말하는 것”이라고 했다. 지난 5월 우주 뉴스 매체인 ‘스페이스뉴스’의 한 칼럼은 “위성 간 충돌 가능성은 2030년엔 지금의 7배가 된다”며, “우주 교통 관리야말로, 앞으로도 우주 경제가 지속적으로 성장할 수 있게 하는 필수 요소”라고 짚었다. 
저궤도 ‘혼잡’ 논란을 일으킨 1차 주범 격인 머스크 생각은 물론 다르다. “위성을 차에 비교하면, 우주 공간에 수십억, 수백 억대의 차가 들어갈 수 있는데, 우리가 가진 것은 고작 수천 개에 불과해 아무것도 아니다”고 작년말 파이낸셜타임스(FT)에 말했다. 그는 또 “2세대 스타링크 위성은 이온 엔진이 있어 자체적으로 충돌이 예상되면 회피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하버드대 물리학자인 조너선 맥도월 교수 같은 이는 “2만9000㎞에 가까운 시속으로 움직이는 위성으로선 피하기까지 몇 초의 여유밖에 없어, 지상의 차보다 훨씬 여유 있게 서로 떨어져 있어야 한다”고 반박했다.
중국은 작년 12월, 중국의 우주정거장 ‘텐궁’이 작년 7월과 2020년 10월 스타링크 위성을 피하기 위해 회피 기동을 해야 했다는 항의서를 유엔에 제출했다.


NASA, 미 연방통신위원회도 민간 위성업체에 제동 걸기 시작
천문학계에선 밤하늘을 관찰할 때에, 저궤도 위성들이 지나가면서 남기는 불빛 궤적이 관측을 방해한다고 주장한다. 또 위성들의 산란광이 이미 10% 밤하늘을 밝게 했다는 분석도 있다. 앞으로 군집 위성 간 레이저 통신도 또다른 빛 공해를 초래할 수 있다.

 

 

 


NASA는 2020년 10월, 미 연방통신위원회(FCC)에 대규모 군집위성 승인 신청이 쇄도하자, “우주에서 충돌 빈도가 심각하게 증대되는 것을 우려한다”는 의견을 냈다. NASA가 민간의 군집 위성 발사에 대해 반대 의견을 내기는 처음이었다. 
비아샛, 휴즈넷과 같은 기존 위성업계 경쟁자 등은 “스타링크의 회피 기동 기술은 아직 검증된 바 없다”며 ‘공룡’ 스페이스X의 스타링크를 견제한다. 
지구 정지궤도에서 11개의 통신 위성을 운영하는 인마샛(Inmarsat)의 CEO 라지브 수리는 지난 6월 더 타임스 기고에서 “수명이 5~10년에 불과한 LEO 군집 위성들이 얼마나 안전할 것인지 우려스럽다”며 “우주 산업의 지도자들과 국제 규제 당국, 정부들은 특정 업체에 유리한 장(場)을 제공해선 안 되며, 기술의 발전 속도에 못 미치는 규제 문제를 시급히 해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서부 무법지대’가 된 우주 
실제로 위성에 대해 국제적으로 규제할 수 있는 기관은 국제전기통신연합(ITU)뿐이다. 그러나 ITU는 위성이 전송하는 주파수만 관리한다. 
예를 들어, 새로 쏴 올리는 위성의 궤도와 궤도내 위치 배정(orbital slot) 등을 통일되게 조율하는 체계는 없다. 각국은 자국이 운영하는 위성의 궤도 정보를 공유할 의무도 없으며, 충돌 위기 시에 어느 쪽이 먼저 피해야 하는지에 대한 규정도 없다.
조지프 아슈바허 유럽우주국(ESA) 국장은 작년 12월 “각국 정부가 조율된 행동을 취하지 않으면, 일론 머스크는 신생 우주경제를 장악하려는 야망을 더욱 키워 스스로 ‘우주의 룰’을 만들어낼 것”이라고 경고했다. 
2020년 10월 머스크가 “지구 상의 어느 정부도 스페이스X의 화성 활동에 대해 권위나 주권을 행사할 수 없다”며 “우리는 화성 정착 시 우리가 만드는 일련의 자치(自治) 원칙을 따를 것’이라고 말한 것도 같은 맥락에서 나온 것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