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성을 쏘고 싶어도
발사체가 부족해

위성 발사 적체 현상
원웹, 인도 내수용 발사체 이용
발사체 시장, 7년뒤엔 43조원 시장

영국 런던에 본부를 둔 광대역 인터넷 통신위성 회사인 원웹(OneWeb)은 지난 22일 자사의 소형 군집 위성(satellite constellation) 36기가 목표 고도인 지상 1200㎞ 저궤도(LEO)에 안착했다고 발표했다. 원웹은 인도의 최대 복합기업인 바티 엔터프라이즈와 프랑스의 위성 운용사인 유텔샛(Eutelsat), 영국 정부와 소프트뱅크, 우리나라의 한화(8.8%)가 주요 주주로 있는 통신 위성 제조ㆍ운용사다.


원웹은 1차로 648개의 저궤도 통신 위성을 쏴 올리고 이후 2세대 위성을 발사해, 위성으로 전세계에 인터넷 서비스를 제공하는 시장에서 일론 머스크의 스타링크(Starlink), 제프 베이조스의 ‘프로젝트 카이퍼(Kuiper)’ 위성군(群)과 경쟁하겠다는 계획이다. 이날 발사 성공으로, 원앱은 1차 분 중 모두 462개의 위성을 저궤도에 안착시켰다.

 

 

그런데 이날 발사체의 노즈콘(nose cone) 속에 차곡차곡 쌓인, 총 중량 약 5.8톤의 원웹 위성 36개를 우주로 데려간 것은 애초 예정됐던 아리안스페이스(Arianespace)의 ‘소유즈’ 발사체가 아니었다. 인도우주개발기구(ISRO)가 보유한 최대 출력의 지구정지궤도 발사체(GSLV)인 ‘마크 3’가 사티시 다완 우주센터에서 치솟았다. 원웹 위성들이 인도 로켓에 실려, 벵골만 해안에서 하늘로 치솟게 된 사연은 이렇다.  

 

애초 원웹 위성들은 우주 발사체 기업인 아리안스페이스(Arianespace)와의 계약에 따라, 지난 3월 4일 카자흐스탄의 러시아 발사체인 소유즈에 실려 카자흐스탄의 바이코누르 우주기지를 떠날 예정이었다.  그러나 열흘 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시작됐고, 러시아는 영국 정부의 원웹 투자 지분 철수 등 받아들일 수 없는 ‘발사 조건’을 내걸었다. 

 


결국 아리안스페이스는 소유즈 발사체 사용을 중단했다. 소유즈 로켓은 러시아가 개발ㆍ보유한 발사체이지만, 세계 민간위성 시장에서의 활용 및 마케팅은 아리안스페이스가 맡고 있다. 아리안 측이 부랴부랴 대체 발사체로 찾은 것이 인도 ISRO의 마크3였다. 소유즈로 발사할 예정이었던 원웹 위성 36개는 계속 바이코누르 기지에 방치돼 있다. 원웹은 1세대 위성 잔여분의 발사는 스페이스X사의 중량 발사체인 팰컨 9를 3회 발사해 완료하기로 했다.


기존 발사체는 스타링크ㆍ카이퍼가 독식…차세대 중형 로켓은 개발 중 
지난 20일 미국 버지니아주 알링턴에서 열린 글로벌 위성서비스 포럼에서 영국의 위성통신사인 인마샛(Inmarsat)의 스페이스 담당 부사장인 마크 디킨슨 박사는 기조 연설에서 “발사체를 구하기 힘들어, 앞으로 5년 간 특히 GEO에 접근하는데 심각한 문제가 있다”며 “현재로선 별 선택의 여지가 없다”고 말했다.


마땅한 발사체들이 전혀 없는 것도 아니다. 유럽우주국(ESA)이 개발한 발사체인 아리안 5호도 있고, 미 보잉사와 록히드 마틴이 합작한 ULA(United Launch Alliance)사의 애틀라스 5호도 있다. 아리안 5호는 저궤도까지는 20톤, 지구에서 가장 먼 정지궤도에 진입하기 위한 중간 단계인 천이궤도(transfer orbit)까지는 10톤을 수송할 수 있는 중량(重量) 발사체다. 문제는 이들 발사체가 이미 수년 전에 ‘좌석’이 다 매진됐다는 것이다. 올해 모두 5차례 발사 계획이 있는 아리안 5호는 이 중 4개는 민간ㆍ정부 공용 목적이며 예약이 끝났다.


반면에, 차세대 중량 로켓인 아리안스페이스의 아리안 6호, 일본 우주항공연구개발기구(JAXA)와 미쯔비시 중공업이 함께 개발 중인 H3, 블루 오리진의 뉴 글렌(New Glenn), UAL의 벌컨 센타우르(Vulcan Centaur) 등 빠르면 올해 내에 발사될 줄 알았던 신형 발사체는 계속 발사가 연기되고 있다.

 


UAL은 지난 12일 벌컨의 첫 발사를 내년초로 늦춘다고 발표했다. 벌컨에 탑재될 무인(無人) 달 착륙선을 개발 중인 ‘아스트로보틱(Astrobotic)’사의 요청에 따른 것이라고 한다. 조지프 아슈바허 ESA(유럽우주국) 국장도 지난 19일 남미 프랑스령(領) 기아나의 쿠루 우주센터에서 있을 아리안 6호의 발사 시점을 내년 초에서 “내년 말쯤”으로 연기헸다. 

2020년 첫 발사를 꿈꿨던 블루 오리진의 뉴 글렌도 내년 1월 이후로 계속 늦춰지고 있다. 일본의 H3도 빨라야 올해 내 첫 발사를 꿈꾼다. 

 


이들 차세대 발사체들이 시장에 추가로 나온다고, ‘위성 발사’ 적체 현상이 풀리는 것은 아니다. 많은 위성 제조ㆍ운용사들이 이미 발사체 개발 단계에서 입도선매(立稻先賣)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블루 오리진(카이퍼 시스템)은 지난 4월, 개발 중인 아리안 6호(18회 발사), 자사의 뉴 글렌(최대 27회 발사), ULA의 벌컨(38회 발사)를 통해 모두 83회 발사하는 계약을 마쳤다. 이들 발사체를 통해, 앞으로 5년간 모두 3236대에 달하는 자사의 카이퍼 광대역 위성을 발사한다. 이밖에, 작년 4월 UAL사와도 애틀라스 5호 로켓의 9회 발사 계약을 맺었다. 카이퍼의 CTO이자 기술 담당 부사장인 라지브 뱌달은 “프로젝트 첫날부터 공급업체들로부터 발사 능력을 확보하는 것이 우리 전략의 주요 파트였다”고 말했다.
블루 오리진은 UAL사와는 아예 카이퍼 위성 발사에 특화된 전용 발사대를 갖추기로 하고, UAL에 대한 투자도 약속한 상태다. 블루 오리진으로선 광대역 통신 위성 시장의 경쟁사인 ‘스페이스X’의 팰컨(Falcon) 시리즈 로켓만 빼면, 세계의 주요 발사체 시장을 거의 독식한 셈이다. 이 주문량만으로도, 스페이스X 사의 중량 발사체 팰컨 9을 빼면, 모든 민간ㆍ상업용 위성사들이 접근할 수 있는 발사체를 거의 독차지한 것이라고 한다. 

소유즈 발사 계획에 차질을 빚은 원웹이 인도의 GSLV 마크 3로 눈을 돌린 것도 이런 까닭이다. 마크 3는 2014년 첫 발사 이후 지금까지 4번 밖에 발사되지 않았고, 모두 인도 내수용(內需用)이었다.

 

발사체 전체 시장 연평균 12% 넘게 성장
인도는 당연히 마크 3와 같은 중량 발사체 생산량을 늘리겠다고 밝혔다. 저궤도용 광대역 군집 위성의 총중량인 4.2~4.5톤 탑재 능력을 갖춘 발사체를 2,3년 내 연간 4,5대씩 더 생산한해 시장 수요를 맞추겠다는 것이다. 이미 2018년에 계약한 마크3 발사체의 경우, 5년간 10회 발사하고 모두 5억4000만 달러를 받기로 했다. 

그런데 현재는 1회 당 발사 가격이 6000만~65000만 달러로 올랐다. 지난 20일까지 올해 모두 48회 발사된 스페이스X의 팰컨 9은 모두 4만2000대를 쏴 올리겠다는 자사의 스타링크 위성을 발사하기에도 바쁘다.

 

무게 1000㎏ 미만의 위성 1개를 저궤도까지 올리는 소형 발사체 시장은 더 심각하다고 한다. 지난 8월11일, 미국 노스럽그루먼 사는 소형 위성 컨퍼런스에서 “소형 발사체는 10개로 7개로 줄었다”며 “위성 발사 수요가 늘면서 소형 발사체 개발 프로젝트도 2015년의 31개에서 현재는 166개로 늘었으나 개발 속도는 느리다”고 밝혔다. 

 

발사 서비스 시장을 조사하는 기관들은 ‘위성’ 발사체 시장만 놓고 봤을 때, 2027년 이후 80억 달러(약 11조5705억 원) 이상으로 성장할 것으로 본다. 리서치 회사인 P&S인텔리전스는 지난 6월 말 보고서에서 “2021년 62억 달러였던 위성 발사체 시장은 매년 3.6% 성장해 2030년엔 85억1790만 달러 시장으로 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작년 12월 시장 조사기관인 글로벌마켓인사이트는 “2021~2027년 가장 붐비는 저궤도 위성 발사체 시장이 25% 성장하면서, 위성 발사체 시장이 매년 8% 성장해 2027년 80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봤다. 

 

한편, 위성 외에 우주인 탑승ㆍ화물 적재 우주선과 탐사선 발사까지 포함하면, 전체 발사체 시장규모는 2029년에는 300억 달러(약 43조890억 원)를 웃돌 것으로 보인다. 지난 5월의 포천(Fortune)비즈니스인사이트는 올해 142억 달러 규모였던 이 시장이 연간 12.25% 성장해 2029년 319억 달러에 달할 것으로 봤다. 이중 위성이 45.95%를 차지한다. 아일랜드의 리서치앤마켓츠도 지난 14일 보고서에서 “소형 위성 발사의 증가와 활발한 벤처 투자로 인해, 올해 169억 달러에서 2027년에는 296억 달러로 시장이 성장할 것”이라고 발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