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인, 화성에서 살수있을까?

NASA, 화성 거주 모의 실험 진행중
30년전 미국의 '바이오스피어2' 실험 다시 주목
8명의 남녀 2년간 완전히 격리된 공간서 생활...그 결과는?

달과 화성은 물론 그 너머까지 갈 수 있는 역사상 가장 강력한 우주발사체인 스타십(Starship)을 개발 중인 스페이스X 사의 일론 머스크는 지난 7일 영국 파이낸셜 타임스 인터뷰에서 “언젠가 태양은 팽창 폭발해 지구의 모든 생명을 파괴할 것”이라며 “우리는 다(多)행성 거주 인류가 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에게 ‘해법’은 화성이었다. “다 망가진 행성 같아도, 잠재력이 크다”는 것이었다. 머스크는 “자녀들이 자라고 나면, 나는 죽을 위험을 감수하고 화성 개척자 그룹에 합류하겠다”고도 했다.

 


머스크 “화성 착륙 30년 뒤면 독자 생존 식민지 가능”
지난 7월15일엔 트위터에서 “언제쯤 지구로부터 물자를 받지 않고 독자적으로 생존하는 식민지를 구축할 수 있겠느냐”는 질문을 받고 “인간이 화성에 처음 착륙하고 우주선 발사 빈도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한 20~30년 뒤”로 예측하며 “아마 100만 명까지 이주민이 필요할 것”이라고 했다.
그의 경쟁자인 제프 베이조스도 ‘탈(脫)지구’를 주장한다. 다만, 화성보다는 훨씬 가까운 달이 이주(移住) 목적지다. 그는 2019년부터 “중공업 시설이나 지구의 오염 물질은 달로 옮기자”고 말한다. 베이조스가 꿈꾸는 우주의 거주 공간은 지름 512m에 달하는 거대한 두 개의 실린더가 서로 반대 방향으로 돌며 회전 효과를 상쇄한다. 1976년 미국의 물리학자 제러드 K 오닐(O’Neill)이  ‘하이 프론티어(High Frontier)’라는 저서에서 제시한 개념이다.

 


그러나 머스크가 화성 식민지를 언급하기 10년 전인 1991년, 미국 애리조나 주에선 또 한 명의 억만 장자가 외부와 완전히 차단된 채 자력 생존하게끔 설계된 바이옴(biomeㆍ생물군계)을 건설하고 2년간 8명이 이 안에서 사는 실험을 진행했다. 이른바 ‘바이오스피어(Biosphere) 2‘ 프로젝트다. 지금까지도 밀폐된 공간에서 인간이 자생적 거주를 한 것으로는, 최장 기간을 기록한 실험이었다. 당시엔 ‘기괴한 실험’ 정도로 비쳤고 사람들의 기억에서도 사라졌다. 그러나 화성 탐사 시대를 맞아, 당시 8명이 살며 겪었던 경험이 재조명되고 있다.


최대 난관은 자력으로 지속 가능한 공간 
머스크가 낼 화성 이주민 모집 광고는 100여 년 전 영국의 남극 탐험가였던 어네스트 섀클턴이 더 타임스에 냈다는 구인(救人) 광고와 비슷할 지 모른다. “위험한 여행, 낮은 급료, 매우 추움. 수개월간 암흑 지속, 항시 위험, 안전 귀환 보장 못함. 성공 시 영예와 인정.” 

 


그도 그럴 것이 지구~화성 간 평균 거리는 5600만 ㎞로, 미 항공우주국(NASA)은 “지구 출발 시점에서 화성과의 거리, 우주선ㆍ발사체의 항해 방식에 따라 다르지만, 대략 가는 데만 9개월 걸린다”고 밝혔다. 화성 적응 기간(3개월)을 포함한 왕복 기간은 21개월이다.


그나마 ‘교통편’은 화성 거주 프로젝트에서 제일 쉬운 부분일 수 있다. 태양 에너지 외에는, 외부에서 어떠한 것도 기대할 수 없고 오히려 철저히 차단해야 인간의 지속적인 삶이 가능한 공간을 화성에 어떻게 구축하느냐가 제일 난관이다. 이 거대한 버블(bubble) 안에서, 동ㆍ식물을 키워 음식을 생산하고 각종 폐기물을 처리해야 한다. 


머스크는 나중에 스타십으로 한 번에 100명씩 화성으로 이주시키겠다고 했지만, 우주에서 여과 없이 쏟아질 유해한 방사선, 공기도 없고 건조한 곳에서 어떻게 살지에 대해 얘기한 적이 없다. 기술적 난제 외에도, 인간이 심리적으로 화성처럼 떨어진 공간에서 수년간 고립돼 살 수 있느냐는 의문도 제기된다.


이와 관련, 1960년 NASA는 4명의 우주인이 ‘리빙 파드(Living Pod)’라는 격리된 공간에서 사는 실험을 했다. 전기 에너지만 외부에서 제공되고, 오ㆍ폐수와 생활 폐기물, 이산화탄소는 자동으로 수집ㆍ정화되도록 한 최초의 밀폐된 공간 거주 실험이었다. 그러나 우주인들은 얼마 못 가 두통과 구토 현상에 시달렸다. 여과 장치가 고장 나고, 미세 오염 물질이 공기 중에 번졌다. NASA는 4개월 만에 “폐쇄 루프(closed-loop)에서 100% 재활용을 보장할 방법은 없다”는 결론을 내리고 프로젝트를 끝냈다.


ISS보다 더 격리된 ‘바이오스피어 2’ 실험
1991년 9월 26일, 언론의 주목을 받으며 8명의 남녀가 수만 장의 유리 패널로 만들어진 ‘바이오스피어 2’로 들어갔다.이어 이들을 2년간 외부 세계와 완벽히 차단할 에어록(airlock)이 잠겼다. 텍사스의 석유 억만장자인 에드 바스(Bass)는 영구적이고 자생적인 생태계인 바이옴(biome)을 만들려고, 애리조나 주의 한 건조한 지형에 ‘바이오스피어 2’를 구상했다. ‘바이오스피어 1’은 우리가 사는 지구다.

 


약 1만2700㎥(약 3840 평) 면적에 세워진 ‘바이오스피어 2’는 6만6000개의 유리 패널과 7만여 개의 철골 스트러트(strut)로 건설됐으며, 아열대 우림(雨林)과 채소ㆍ식물 농장, 사막, 거주공간, 산호초와 바다, 연구실과 작업실 등 모두 7개 공간으로 나뉘었다. 짓는 데만 5년간 당시 돈으로 2억5000만 달러가 들었다. 250만㎥의 바닷물을 부었고, 발전기로 파도를 일으켰다. 

 

‘바이오스피어리언(Biospherean)’이라고 불린 대원들은 2년간 이 안에서 동식물을 직접 키우고 모든 오ㆍ폐수를 재활용하고 스스로 공기와 물, 음식을 생산하며 살았다. 미래의 화성 거주 공간도 외부 에너지에 의존해야 하듯이, ‘바이오스피어 2’도 바닷물의 파도 형성, 공기 정화 등 최소한의 환경 유지를 위해 외부 에너지를 썼다. 

 

 

 

피자 한판 먹으려면 넉달이 걸리더라 

이들은 직접 키운 것만 먹을 수 있었고, 쌀ㆍ고구마ㆍ콩ㆍ비트ㆍ바나나 등을 재배했다. 피자 한 판에 들어갈 구성분을 모두 수확하기까지는 넉 달이 걸렸다. 커피는 한 달에 두 번 밖에 마실 수 없는 사치품이었다. 외부로부터 물자 공급이 차단됐다는 점에서, 국제우주정거장(ISS)보다도 더 밀폐됐다. 그러나 이 안에서 섭취하는 음식은 칼로리와 지방이 낮았다. 대원들은 늘 허기를 느꼈고 갈수록 서로 대화를 안하고 자기만의 세계에 갇혀 살았다. 입소한 지 9개월쯤 지났을 때에는 두 집단으로 갈려 반목(反目)했고, 식사도 끼리끼리만 하거나 각자 했다.

 

 

게다가 얘기치 않게 호기성(好氣性) 미생물이 번성하면서, ‘바이오스피어 2’ 숲과 농장이 만들어내는 산소로는 턱없이 부족했다. 대원들은 피곤과 수면 무호흡증, 일시적 착란 현상까지 일으켰고, 결국 외부에서 급히 산소를 주입해야 했다. 2년 뒤 격리 생활을 마치고 나온 이들은 확연하게 마른 모습이었다. 

 

‘바이오스피어 2’는 이후 두번째 실험을 하다가 외부의 방해를 받아 중단됐고, 망각 속으로 사라졌다. 그러나 ‘바이오스피어 2’는 지금까지도 최대 규모인 인간 실험으로, 이후 중국ㆍ일본ㆍ유럽과 미국에서 여러 비슷한 실험을 낳았다. ‘바이오스피어 2’는 완벽해 보이는 계획에도 불구하고, 인간이 다른 행성에 이식(移植)하려고 하는 지구의 자연 생태계에 대한 지식에는 한계가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가 됐다. 

 

많은 과학자는 거액을 들이고도, 고작 8명이 숨쉴 공기와 마실 물도 충분히 생산하지 못했다는 점에서 “거대한 실수”라고 혹평한다. 내부 곳곳에 설치한 수많은 센서가 수집한 데이터도 관리 부실로 사라졌다. 그러나 뉴욕타임스는 “8명이 그 안에서 키운 작물만 먹고 살았지만 건강도 양호했고, 2년간 재생해 마신 물이 몸에 유해하지 않았고, 일부 벌레가 멸종했지만 생태계가 유지됐다는 점에서 바이오스피어 2를 실패작으로만 보는 것은 실수”라고 평했다.  

 

NASA, 1년 예정의 화성 모의 거주 실험 3차례 실시한다
NASA는 흙이 아니라 물만으로 식물을 키우는 수경(水耕) 재배 온실을 실험하고 있다. 이 온실에선 식물이 이산화탄소를 산소로 바꿀 뿐 아니라, 물도 정화한다. 화성의 흙은 지구처럼 수백만 년에 걸쳐 유기물질이 쌓여 형성된 영양소가 전혀 없고, 오히려 ‘멸균제(滅菌劑)’와 같은 과염소산염이 많다.

 

 

이런 흙에서 자란 농작물은 인체에도 매우 유해하다. 영화 ‘마션(the Martian)’에서처럼 주인공이 화성의 흙으로 온실에서 식물을 키우는 것은 허구에 가깝다. 반면에, 수경 재배를 하더라도 편도(便道) 9개월이 걸리는 화성까지의 항해에 물을 얼마나 가져갈 수 있느냐는 문제가 남는다. 

 

화성의 질량은 지구보다 작아, 표면의 중력은 지구의 38%에 불과하다. 무중력 상태인 ISS보다는 나은 환경이다. 120일 이상 무중력 환경에서 생활한 우주인들을 상대로 한 여러 조사에선 장기간 무중력 상태에 노출되면, 노화ㆍ골밀도 저하ㆍ근육 상실ㆍ심장의 외형 변화 등 인체에 마이너스(-) 영향이 발생한다는 결론이 나왔다.

 

NASA는 작년 8월, 화성과 흡사한 환경에서 4명이 사는 모의 실험을 위한 응모자를 모집했다. 1년간 157㎡의 격리된 공간에서 살며, 모의 우주 유영, 작물 재배, 체력 단련, 요리, 수리 등을 하며 대원들의 건강과 업무 수행 정도를 파악하는 CHAPEA(Crew Health and Performance Exploration Analog) 프로그램이다. 올해 가을에 첫번째 미션이 시작했으며 2024년, 2025년에도 1년씩 진행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