핼러윈 그날,
킬러행성 움직였다

우리가 몰랐던 '그날, 행성들의 위협'
10월31일, 3개의 소행성들 지구 곁을 지나가
충돌하면 모든 생명체 소멸시키는 킬러행성 ‘2022 AP7’
지구와 불편하게 가까운 거리 근접
NASA, 최첨단 우주망원경으로 파악 나설 계획

2019년 7월25일 국제 천문학계에선 한바탕 소동이 벌어졌다. “막 지구를 스쳐 지나간 커다란 소행성(asteroid)가 뭐냐”는 문의가 빗발쳤다. 이날을 비롯해 그 주일에 지구 주변을 지나가는 소행성 여러 개가 예고된 상태였는데, 왜 그랬을까.
그날 지나간 ‘2019 OK’ 소행성은 그동안 천문학자들이 추적한 것이 아니었다. 폭 57~140m인 이 소행성은 지구에서 불과 7만3000㎞ 떨어진 곳을 지나갔다. 지구와 달 사이 거리(38만4000㎞)의 5분의1도 안 되는 거리였다. 이 정도 크기는 지구에 충돌하면, TNT 10Mt(메가톤ㆍ1000만 Kt)의 파괴력으로 도시 하나를 날릴 수 있어 ‘시티 킬러(city-killer)’라고 불린다. 히로시마에 떨어진 원자폭탄 ‘리틀보이’(16Kt)의 500배가 넘는 위력이다.  

 


그런데 왜 몰랐을까. 사실 1km 크기 이상의 소행성은 2010년까지 90% 이상이 파악됐다. 그러나 ‘2019 OK’와 같은 정도의 크기는 위협적이긴 해도, 햇빛을 등지고 있어 평소 관측이 잘 안 된다. 핵폭발 화마(火魔)를 배경에 놓고, 사그라지는 장작불을 찾는 것과 마찬가지라는 것이다. 게다가 ‘2019 OK’의 지구 근처 속도는 초속 24㎞였다. 지구에 아주 근접했을 때에도, 정확히 이 소행성의 당시 위치를 알지 못하면 놓치기 쉽다는 얘기다.

 


이 정도 크기의 소행성이 가장 최근에 지구에 충돌한 것은 100여 년 전인 1908년 6월 30일 러시아 시베리아의 퉁구스카에서였다. 당시 시베리아 삼림 2000㎢의 면적을 불태웠다. 서울(605㎢)과 인천(1066㎢)을 합친 것보다 넓은 지역이었다. ‘2019 OK’ 소동은 우주에 대한 우리의 지식이 아직도 얼마나 미미한지, 또 소행성이 얼마나 위협적일 수 있는지를 새삼 일깨워주는 경종(警鍾)이었다. 

 


2013년 2월, 이보다도 작은 약 20m 크기의 운석이 인구 110만 명이 사는 러시아 첼랴빈스크 시의 하늘을 지나갔다. TNT 440 Mt의 에너지를 지닌 이 운석은 초속 18.6㎞로 날며 대기권과 마찰해 불탔지만, 엄청난 충격파로 곳곳의 지붕과 창문이 부서지고 약 1600명이 다쳤다.

 
핼러윈 데이에 찾아온 3개의 소행성

핼러윈 데이였던 올해 10월31일에도, 폭이 약 1.6㎞나 되는 ‘2022 AP7’을 비롯해 3개의 소행성이 지구 곁을 지나갔다. 이 중에서 ‘2022 AP7’ 소행성은 지구에서 약 704만㎞ 떨어진 곳에서 지구 궤도를 가로질렀다. 우주적인 관점에서 보면, ‘불편하게 가까운’ 거리다. 이 소행성은 지구와 충돌하면 모든 생명체를 소멸시키는, 이른 바 ‘행성 킬러(planet killer)다. 
이들 소행성은 태양과 지구 사이의 태양계 안쪽에 위치해 햇빛을 뒤에서 받아, 지난 1월에야 처음 발견됐다. 미국 워싱턴 DC 소재 카네기과학연구소의 스콧 셰퍼드 박사는 칠레에 설치된 우주의 암흑에너지(dark energy)를 찾는 카메라를 이용해, 이 3개의 소행성을 찾아냈다. 그는 “‘2022 AP7’는 최근 8년간 발견된 것 중에서 가장 잠재적으로 위험한 소행성이지만, 궤도를 면밀히 조사한 결과 앞으로 100년간 지구 궤도에 또 접근할 가능성은 없다”고 밝혔다. 그러나 ‘2022 AP7’이 영원히 같은 궤도를 도는 것은 아니다. 태양계 행성들 간의 중력으로 인해 이 소행은 계속 조금씩 지구 쪽으로 가까워질 것이고, 수천 년 뒤 인류에게는 골칫거리가 될 수도 있다.

 

지구 곁을 매일 찾아오는 소행성들

미 항공우주국(NASA) 산하 JPL 연구소의 소행성 대시보드를 따르면, 11월3일에도 21m짜리 ‘2022 UZ8’이 지구에서 492만㎞ 떨어진 곳을 지나갔고, 전날에도 버스만한 11m짜리 ‘2022 UP17’이 61만3000km 떨어진 곳을 지나갔다. 11월1일 지나간 최대 폭이 740m 크기인 ‘2022 RM4’는 음속(音速)의 68배 속도로 지구에서 230만㎞ 떨어진 곳을 ‘아슬아슬하게’ 지나갔다.

 

100년 내에 지구와 충돌할 위험이 있는 소행성은 24개
NASA는 지구 궤도와 1930만 ㎞ 이내에서 교차하는 크기 140m 이상의 소행성ㆍ혜성을 ‘근(近)지구물체(NEOㆍnear-Earth objects)’로 규정한다. NASA는 지금까지 약 2만8000개의 NEO의 위치와 궤도를 확인했다. 이 중에서도 지구 궤도와 750만 ㎞ 이내에서 만나는 것들은 ‘잠재적 위험 소행성(PHAㆍpotentially hazardous asteroids)’로 분류한다. 
JPL 연구소는 PHA 중에서도 앞으로 100년 내에 지구에 위협적일 수 있는 소행성 24개(9월말 현재)를 조기 충돌 모니터링 목록인 ‘센트리(Sentry) 리스크 테이블’에 올려놓고 추적한다. 
이밖에도, 지구에는 매일 100 톤가량의 운석이 떨어진다. 대부분 대기권에 들어오면서 연소돼, 먼지나 아주 작은 돌덩이로 변해 떨어져 큰 피해는 없다.   


도시 하나를 날릴 소행성이 지구와 충돌할 확률은
실제로 ‘시티 킬러’ 소행성이 지구와 충돌할 확률은 매년 0.1%에 불과하다. 충돌해도 70%는 바다에 떨어지고, 25%는 인구가 드문 지역에 떨어질 것으로 추정된다. 이게 바로 100여 년 전 서울ㆍ인천보다도 넓은 시베리아 삼림을 태웠던 퉁구스카 충돌이었다.  폭이 5~10㎞에 달하는 소행성이라면 얘기가 다르다. 6500만년 전 공룡을 멸종시킨 충돌이 이에 해당한다. 하지만 그 가능성은 현재로선 1억분의1%(0.000001%)다.  


1100만 ㎞를 날아가 소행성을 맞춘 DART 실험
이런 맥락에서 지난 9월26일 NASA의 쌍(雙)소행성궤도변경시험인 DART 충돌선(impactor)이 10개월간 우주를 날아가 1100만 ㎞ 떨어진 소행성 디디모스의 위성 디모르포스를 맞춘 것은 비상한 관심을 끌었다. 이 충격으로, 디모르포스의 궤도가 바뀌면서 공전 주기는 11시간55분에서 11시간23분으로 32분이나 줄었다. 빌 넬슨 NASA 국장은 지난달 11일 “미리 알 수만 있다면, 지구에 위협이 되는 소행성을 슬쩍 밀어낼 수 있다는 것을 증명했다”고 자평했다.

 

 


지구~태양 사이의 소행성 탐지 우주 망원경 설치 계획
문제는 아직 파악도 안 되는 근(近)지구물체(NEO)들이 태양계 안쪽인 수성과 금성 사이 우주 공간에 수두룩하다는 점이다. 이 소행성들은 낮 시간에는 햇빛 탓에 지표면의 천체 망원경으로는 발견하기 힘들다. 새벽과 석양(夕陽) 무렵 약10분씩 관찰할 수 있지만, 인구가 많은 북반구에선 도시 불빛의 방해를 받는다. 
2005년 미국 의회는 2020년까지 폭이 140m가 넘는 ‘시티 킬러’급(級) NEO의 90%를 파악하라고 NASA에 요구했다. 그러나 지금까지 발견된 것은 37%에 불과하다. 이 추세라면, 30년이 더 걸린다. 

 


NASA가 이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려고 내놓은 것이 ‘근지구물체 서베이어(NEO Surveyor)’라는 우주망원경 프로젝트다. 지구와 태양 사이에서 중력이 상쇄돼 정지된 공간인, 지구에서 150만㎞ 떨어진 라그랑주(Lagrange) 포인트 L1에 아예 우주망원경을 ‘주차(駐車)’하는 방법이다. 

 


‘NEO 서베이어’는 지름 50㎝짜리 적외선 망원경 2개로, 배경이 암흑인 우주에서 미세하게 햇빛을 반사하는 소행성들을 발견한다. ‘NEO 서베이어’로, 10년 내에 소행성이 대부분인 근지구물체의 90%를 찾아낸다는 것이다.
그러나 애초 2026년이었던 ‘NEO 서베이어’ 발사 계획은 의회의 관련 예산 삭감으로 계속 지연되고 있다. 미국 일간지 워싱턴포스트는 9월30일자 사설에서 “지구 방어는 달 착륙, 화성 탐사처럼 사람들의 관심을 끌지 못하고, 성공적인 DART 미션도 대단한 관심을 끌지는 못했다”며 “그러나 오늘 이 일에 몰두하지 않으면, 지구 종말을 맞을 때 후회하게 될 것”이라며 예산 삭감을 비판했다.


중국은 소행성 베누(Bennu)을 노려
한편, 중국은 작년 7월 무게가 7750만 톤으로 추정되는 소행성 베누(Bennu)의 궤도를 로켓으로 밀어내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NASA의 계산에 따르면, 지구에서 약 2억6900만 ㎞ 떨어진 곳에 위치한 베누는 2182년 9월24일 지구 궤도에서 740만 ㎞ 떨어진 곳을 지나간다. 지구와 충돌할 확률은 2700분의1. 
그러나 엠파이어스테이트 빌딩만 한 베누가 지구와 부딪힌다면, 히로시마 원폭(原爆)의 8만 배 이상의 충격을 가해 말 그대로 ‘재앙’이다. 중국은 수년 내에 창정(長征) 5호 로켓 23기를 쏴서, 베누의 방향을 약 9000㎞ 밀어내겠다는 것이다.


NASA는 충격을 통한 궤도 수정 외에도, 위협이 되는 소행성이 아주 멀리 있을 때에는 우주선을 그 소행성 주위로 보내 우주선 자체의 ‘중력 견인(gravity tractor)’으로 소행성의 궤도를 옮겨 놓을 수 있다고 말한다. 그러나 이 방법은 폭이 500m가 넘는 커다란 소행성의 궤도에는 영향을 미치지 못하며, 아직은 이론상의 방법이다.
할리우드 영화에도 종종 나오는, 핵폭탄으로 소행성을 파괴하는 방법은 사실 과학자들이 가장 기피하는 방법이다. 핵 폭발로 발생할 수많은 방사성(放射性) 우주 파편이 지구 주변으로 쏟아지는 것을 상상해 보라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