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았다, 온실가스!
우주서 실시간 감시

누가 어떤 기업들이 배출하나
위성으로 실시간 쪽집게 감시 나서

시나이 반도 남쪽에 위치한 이집트의 휴양 도시 샤름 엘셰이크에선 11월 6일부터 2주 예정으로, 제27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7)가 열리고 있다. 각국의 온실가스 감축 노력을 점검하고, 나갈 방향을 정하는 자리다. 

그런데 9일 전(前) 미국 부통령 앨 고어가 주도하는 환경감시 민간 기구인 ‘클라이미트 트레이스(Climate Trace)’는 충격적인 보고서를 내놨다. 이 기구는 “지난 3년간 기업과 정부들이 제출한 자료를 분석해 보니, 실제 온실가스 배출량보다 최대 3분의1까지 축소 보고됐다”는 주장이었다.

 

또 기후변화ㆍ지구온난화에 특화된 뉴스를 다루는 ‘블룸버그 그린(Bloomberg Green)’은 이번 COP27 기간 중에 메탄가스 배출량을 기업ㆍ시설 별로 콕 집어서 보여주는 위성 사진들을 계속 공개하고 있다. 메탄 가스는 이산화탄소(CO₂)와 더불어 온실가스의 양대(兩大) 주범이고, 한번 배출되면 대기 중에 20년간 머물어 CO₂보다도 온실 효과는 80배가 넘는다. 

 

그래서 작년 영국 글래스고에서 열린 COP26 특별정상회의에선 “2030년까지 메탄 방출량을 2020년 대비 최소 30% 줄여, 0.2℃ 낮추자”는 메탄 배출 감축 서약도 했다. 그러나 중국ㆍ러시아 등은 서약도 안 했고, 각국은 이를 축소 보고하거나 아예 보고조차 안 했다. 

 

각국의 온실가스 감축 이행에 대한 평가는 기본적으로 각국이 자진 신고한 내용을 전문가들이 검증하는 과정을 거친다. 그러나 시간이 오래 결리고, 신고에 누락된 것도 많았다. 예를 들어, 작년 11월 미국 워싱턴포스트는 전문가들과 합동 분석한 결과, “전세계적으로 연간 적게는 85억톤에서 많게는 133억 톤의 온실가스 배출량이 누락된다”고 폭로했다. 85억톤은 미국의 한 해 배출량(71억톤)보다 많은 것이고, 133억톤은 중국의 배출량(141억톤)에 맞먹는다. 각국의 신고 내역이 이 정도로 엉터리라면, 이런 수치에 기초한 온실가스 감축 노력이 무슨 의미가 있느냐는 반론도 일었다. 

 

그러나 갈수록 온실가스 배출량을 축소 보고ㆍ은폐하기는 힘들어질 전망이다. 점차 온실가스 모니터 위성들이 특정 기간 광범위한 지역을 뭉뚱그려 측정하는 수준을 넘어서, 탄광ㆍ공장ㆍ발전소ㆍ유전ㆍ공항 등과 같이 대량 배출 사이트를 족집게처럼 들여다보기 때문이다.

 

캐나다 위성업체, 전세계 요주의(要注意) 메탄 가스 배출 현장 실시간 이미지 공개

먼저 ‘블룸버그 그린’과 캐나다의 온실가스 전문 모니터 위성 업체인 GHGSat 사가 COP27 기간에 계속 공개하는 전세계 메탄가스 배출 주범(主犯)들의 실시간 이미지를 보자.

 

 

지난 8일 찍은 폴란드 남부의 KWK 프니오베크 탄광에선 2개의 기둥에서 시간당 3410㎏의 메탄이 분출되는 것이 확인됐다. 메탄은 석탄과 같은 퇴적암이 분쇄되고 탄층(炭層)이 노출될 때에 석탄에 흡착돼 있다가 대기로 빠져나간다. 

6일 이란 남부 파르스 주의 국영 이란 석유ㆍ가스전(田)에서도 시간당 795㎏의 메탄을 뿜어내는 것이 촬영됐다. 메탄은 천연가스의 주요 성분 중 하나다. 같은 날 미국 뉴멕시코 주의 웨스트모어 탄광에서도 시간당 440.4㎏의 메탄이 감지됐다. 4일 중국 헤이룽장성의 다칭 유전에서도 6곳에서 메탄이 방출되는 것이 확인됐다. 에너지 기업 중에선 이렇게 배출 순위 상위 30개 사가 전세계 에너지 업계가 방출하는 메탄의 거의 절반을 방출한다. 이밖에 인도 우타르프라데시 주의 주도(州都)인 러크나우의 폐기물 매립지에서도, 음식물 쓰레기가 썩으면서 발생하는 메탄가스가 시간 당 1328㎏ 방출됐다.

 

최근까지도 온실가스 감시 위성들은 광범위한 지역에서 대기 중 이산화탄소가 밀집한 정도나 확산, 흐름을 측정하는 수준에서 그쳤다. 그러나 각국과 민간 기업들이 실시간으로 좁은 지역을 집중 마크할 수 있는 감시 위성을 띄우면서, 이들 위성은 기후 변화를 막는 전(全)지구적 노력에서 가장 중요한 ‘투명성’을 확보하는데 필수적인 기능을 담당한다.

 

300여 개의 위성 정보와 각국 자료 교차 분석

온실가스 민간 감시 기구인 ‘클라이미트 트레이스’는 발전소ㆍ정유시설ㆍ공항ㆍ선박 등 모두 20개 경제 활동 분야에서 7만2000개가 넘는 최대 배기가스 배출 시설을 추적해 분석한 결과를 최근 무료로 인터넷에 공개했다(https://climatetrace.org/map). 이 기구는 300여 개의 위성과 1만1000여 개의 센서에서 수집한 자료와 사진, 정부와 기업들이 보고한 자료 등을 종합해 분석한 결과라고 밝혔다. 

 

 

이 사이트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포스코 광양제철소는 전세계 16위, 서울은 213위, 인천공항은 695위다. 이 기구의 파트너이자 온실가스 위성 모니터 업체인 ‘플래닛 랩스(Planet Labs)’의 수석 환경 영향 평가관인 앤드류 졸리는 “투명성이 확보돼야, 기업들의 책임감을 끌어낼 수 있다”고 말했다. 

 

 

우주에서 어떻게 공기 중 CO₂를 측정할까

지난달 28일 환경과학자들은 미국이 2014년에 발사한 탄소관측위성(OCO-2)과 2019년 국제우주정거장(ISS)에 설치한 탄소관측장비인 OCO-3를 이용해, 유럽 최대 석탄화력발전소인 폴란드의 베우하투프 발전소가 뿜어내는 CO₂의 양과 및 확산 과정을 면밀히 추적한 결과를 발표했다. 

 

 

원래 두 관측 장비는 보다 넓은 지역을 실시간 모니터하려는 목적으로 발사됐다. OCO-2 위성은 705㎞ 고도에서 이 발전소 위를 16일에 한 번씩 지나고, ISS는 이보다는 더 자주 발전소 부근을 지난다. 


그러나 과학자들은 두 장비를 통해서도 “높이 300m의 굴뚝이 뿜어내는 이 발전소의 CO₂가 지표면에서 550m까지 도달하고 길이 10~50㎞에 퍼진다는 것을 확인했다”며 “온실가스를 뿜어내기 전 굴뚝 주변의 기본 CO₂ 양(415 ppm)을 측정해 이 발전소의 정확한 CO₂ 배출량을 측정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우주에서 Co2를 측정하는 일반적인 방법은 위성과 지표면 사이의 특정 공간에서 지표면에서 반사되는 햇빛을 감지하고, CO₂가 바람에 의해 확산되기 전에 이 빛의 경로(light path)에 얼마나 많은 CO₂ 분자가 있는지 확인하는 것이다. 일본의 온실가스 관측 위성과 NASA의 OCO-2 위성이 이 방법을 쓴다. 이 방식으로 공장이나 탄광에서 나오는 배출량은 매우 정확하게 측정이 가능하다고 한다. 그러나 한계는 있다. 측정 시 구름이 없어야 하고, 배출된 CO₂가 포함된 공기 기둥이 CO₂를 흡수하는 바다나 호수, 삼림 지역을 통과하지 않아야 한다. 

 

계속 늘어나는 온실가스 실시간 감시 위성들
유럽우주국(ESA)와 유럽연합(EU)는 유럽 차원의 온실가스 모니터 프로그램인 ‘코페르니쿠스’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2026년까지 CO₂와 메탄 가스를 실시간으로 감시(Monitoring)ㆍ확인(Verification)ㆍ지원(Support)하는 CO2MVS라는 이름의 위성 2기를 가동할 계획이다. 이 위성들은 근적외선(近赤外線)과 단파장 적외선 분광기를 장착해 고해상도로 대기 중의 온실가스양을 측정한다. 작년 11월 ESA는 이 계획을 발표하면서 “CO2MVS는 불과 며칠 만에 지구 전역을 커버하며, 대상 지역의 범위와 세밀성, 정확도 면에서 전례(前例) 없는 모니터 능력을 갖췄다”고 밝혔다.
 


민간 기업 차원의 위성 모니터 사업도 계속 활기를 띠고 있다. 캐나다의 GHGSat 사는 현재 6개 위성을 지구 궤도에서 가동 중이지만, 올해말까지 5개를 추가로 발사한다. 미국 캘리포니아 주 정부와 NASA의 JPL(제트추진연구소), 민간 위성 모니터 기업인 ‘플래닛 랩’과 탄소 지도를 구축하는 ‘카본 매퍼(Carbon Mapper)’ 등이 구성한 콘소시엄도 2023년에 메탄과 CO₂를 실시간 측정하는 위성을 발사한다. 미국의 환경방어펀드(Environmental Defense Fund)도 메탄 위성을 2023년 발사한다. 이밖에, 중국이 2016년에 발사한 ‘탄샛(炭sat)은 지상 700㎞ 상공에서 지구 전체 대기에서 CO₂의 밀집 상태와 분산, 흐름을 모니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