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는 우주에서
'사랑'할 수 있을까

화성으로 가는 인류의 가장 큰 숙제
우주에서 성관계, 임신, 출산은 가능한가

우주에선 밀착하기도, 성적 흥분상태 유지하기도 어려워
쥐는 실패, 귀뚜라미는 교배에 성공해
인류가 화성에서 장기 거주하려면
DNA 편집으로 변종 만들어 낼 수도

16일 미 항공우주국(NASA)의 우주발사체인 SLS가 성공적으로 발사되면서, 인간이 달과 화성에 정착하는 미래가 부쩍 다가온 느낌이다. NASA의 ‘아르테미스(Artemis)’ 계획은 2025년까지 달에 다시 발을 딛고, 이후 달 궤도에 달 기지 건설과 심(深)우주 탐사를 위한 게이트웨이(Gateway)를 건설해, 2040년 인간이 화성에 도착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앞서 일론 머스크는 2020년 1월, 자신이 소유한 스페이스X 사의 초중량(超重量) 발사체인 ‘스타십(Starship)’을 “2050년까지 매일 3대씩 발사해 한 달만에 100만 명을 화성으로 보내겠다”고 말했다. ‘스타십’은 현재 개발 마지막 단계에 있다.  그러나 놀랍게도, 인간이 우주에서 어떻게 애를 낳고 키울 수 있을지에 대한 연구는 전무(全無)한 실정이다. 각국의 우주탐험 프로그램에서 ‘섹스(sex)’는 금칙어가 됐다. 물론 동물의 생식(生殖) 연구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지난 8일에도 중국과학원은 매커크 원숭이들을 중국의 우주정거장 ‘톈궁(天宮)’로 보내 교미(交尾)시키겠다고 발표했다. 미세중력을 비롯해, 지구와는 사뭇 다른 우주 환경에서 원숭이들이 어떻게 번식할 수 있는지 연구하려는 것이다. 
그러나 지난 수십년 간 우주에서 진행된 동물 실험 결과는 제각각이라, 통일된 결론을 내리기 힘들었다. 게다가 이건 가장 고등한 동물인 인간을 상대로 한 것도 아니었다.

 

인간이 우주에서 가장 오래 머문 것은 러시아의 우주인 발레리 폴리야코프가 지구 고도 400여㎞의 국제우주정거장(ISS)에서 기록한 437일(1994년 1월~1995년 3월)이다. 그러나 달은 지구에서 38만여㎞ 떨어져 있고, 평균 2억2500만㎞ 떨어진 화성까지는 가는 데만 7~9개월 걸린다.
미국을 비롯한 전세계의 우주의학자, 생리학자들은 더 늦기 전에, 인간이 우주에서 어떻게 장기적으로 살 것인지에 대한 연구가 본격화해야 한다고 말한다.  

 

지구 생명체 지켜주는 ‘쉴드(shield)’ 없는 우주 공간
인간의 몸은 지구에서 ‘중력’이라는 가장 중요한 환경적 요인에 정교하게 맞춰져 있다. 또 지구 주변엔 640~58000㎞ 고도에 이중(二重) 구조의 밴 앨런대(帶ㆍVan Allen Belt)가 형성돼, 우주에서 쏟아지는 방사선과 태양풍이 유발하는 각종 유해 전자를 가둬 둔다. 또 지구 위 15~40㎞에 형성된 오존 층은 태양에서 퍼붓는 자외선을 막아주는 차양막 역할을 한다. 그러나 달과 화성 등의 우주 공간엔 이런 보호막이 전혀 없다. 또 화성의 중력은 지구의 38%, 달은 지구의 16.6%에 불과하다. 


따라서 이런 우주 환경이 인간의 수정란과 배양, 태아 발육, 출산 등 생식(生殖) 전(全)단계에 미치는 영향을 정확히 알려면 인간 세포에 대한 다양한 실험이 이뤄져야 한다. 그러나 ‘윤리적 문제’로 인해 연구가 진행되지 못했다. 
화성까지 가는 장기간의 무중력 여행 기간엔, 남녀간 ‘성(性)관계’라는 실질적인 문제도 발생한다. 작년 6월 독일 국영 국제방송인 도이체 벨레(DW)가 “이제 우주에서의 섹스를 얘기하자”고 제안한 것도 이런 맥락에서였다.


6년간 우주서 냉동ㆍ건조 보관한 쥐의 정자를 녹였더니…
작년 6월, 일본 야마나시 대학의 와카야마 사야카 교수는 “최장 6년까지 국제우주정거장(ISS)에서 동결ㆍ건조 보관한 생쥐의 정자를 지구로 가져와 수정시켜서 ‘정상적인’ 새끼들을 낳을 수 있었다”는 논문을 ‘사이언스 어드밴스’에 발표했다. 즉, 우주방사선이 생쥐 정자의 DNA나 생식 능력에 영향을 주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는 또 “이 생쥐 정액에 지상에서 X선에 쐬었지만, 생식 능력은 달라지지 않았다”고 밝혔다. 와카야마 교수는 “생쥐의 정자는 우주에서 200년 이상 보관될 수 있다”고 말했다. 

 

화성으로 가는 인간이 반려동물과 가축의 정자를 냉동ㆍ건조해 가져가면 나중에 화성에서 배양해 키울 수 있고, 지구에서 가져간 인간의 냉동 정자로 수백 년 뒤에 인류의 ‘후손’을 화성에서 낳을 수 있다고 확대 해석할 수도 있는 얘기였다. 그러나 이건 생쥐 실험일 뿐이다. 인간의 난자가 우주에서 어떻게 반응하고, 수정란이 ‘무중력’ 우주에서 자궁에 착상(着床)할지에 대해선 전혀 연구된 것이 없다.


다양한 동물들의 번식 실험 결과는 
지난 수십년 우주에선 다양한 동물과 동물 세포를 대상으로 배양과 교미, 생식 실험이 진행됐다. 중국 과학자들이 매커크 원숭이를 데려가려고 하는 우주정거장 ‘톈궁’의 생명과학 실험실 모듈인 ‘윈톈(問天)’에선 지금도 조류(藻類)와 물고기, 뱀을 대상으로 한 실험이 진행 중이다.

 

 

동물간 교미가 불가능한 것은 아니었다. 1979년 9개국 과학자들은 소련의 생명의학 위성인 코스모스 1129호에서 18일간 설치류 암수 여러 쌍의 교미 실험을 했다. 지구로 돌아왔을 때에 몇 마리는 분명히 임신 상태였는데, 실제로 새끼를 낳지는 못했다.

 


NASA의 과학자 에이프릴 론카는 임신한 시궁쥐(rat)를 궤도로 보냈다. 이 쥐가 지구로 돌아와 낳은 새끼는 배(胚ㆍembryo)와 태아(胎芽ㆍfetus) 상태에서 무중력 상태에 노출된 탓인지, 방향 감각과 가속도, 기울임을 파악하는 귀의 전정기관(前庭器官)이 기형이었다. 또 컬럼비아 왕복선에 실어 우주로 보낸 생쥐(mouse)의 배(胚)는 더 이상 발달하지 못했다. 또 시험관에서 수정(IVF)된 생쥐의 수정란은 미세중력 환경에서 어미 생쥐의 자궁에 착상하지 못했다.

 

하지만, 귀뚜라미ㆍ선형동물ㆍ초파리ㆍ송사리 등은 우주 공간에서 성공적으로 짝짓기와 생식에 성공했다. 소련의 우주정거장 ‘미르’에서 실험한 도롱뇽 알은 유생(幼生)으로 발달했지만, 일부 변형이 일어났다. ‘미르’에서 메추리 알은 부화되지 못했다.


동물의 性호르몬 수치는 우주에서 급격히 감소
여러 동물 실험에선 성(性)호르몬 수치가 거의 무중력 상태인 ISS 내에서 급격히 감소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그러나 우주인들의 성(性)호르몬 수치는 로켓 이륙 시와 지구 귀환 시 일시적으로 낮아졌지만, 우주정거장에서 생활하는 동안 대부분 정상을 회복한다는 NASA의 연구 결과도 있다. 물론 이는 남성 우주인을 대상으로 한 것이다. 여성 우주인은 지금까지 11.5%밖에 되지 않았고, 여성 우주인은 ISS 체류 중에 생리 현상을 겪지 않으려고 일부러 배란을 막는 피임을 해, 정상적인 조사를 할 수 없었다.  


영국 노팅엄 대학의 생식 및 발달생리학자인 애덤 웟킨스 교수는 “무중력 상태는 배아 성장에 호의적이지 않은 듯하고, 스트레스 때문에 임신 상태를 유지하기가 매우 어렵다”고 말했다. 


우주에서 섹스는 가능할까? 
우주에서 인간이 성생활을 즐겼다는 기록은 없다. 미국에선 잰 데이비스와 마크 리가 우주인 부부로, 1992년 9월 우주정거장(ISS)에서 함께 체류한 적이 있다. 두 사람은 왕복우주선 ‘엔데버(Endeavor)’로 이륙하기 1년 전에 비밀 결혼했고, NASA는 나중에 이를 알았지만 교체 우주인을 훈련시키기엔 시간이 부족했다. 그러나 두 사람은 우주에서 ‘달콤한’ 시간을 보낼 수 없었다. NASA는 “우리가 알기로는, 우주에서 성관계를 맺은 경우는 없다”고 말한다. 

 

 

1982년 소련에선 사상 두번째 여성 우주인이 ‘소유즈 T-7’ 우주정거장에 7일간 머물렀다. 이 우주정거장엔 남성 우주인 2명이 있었다. 우주에서 남녀가 한 공간에 머문 최초였다. 소련의 저명한 생물의학자로 소련의 우주 생물 실험을 이끌었던 올레크 가젠코는 “성관계를 염두에 둔 만남이었다”고 말한 바 있다. 


노팅엄 대학의 웟킨스 교수는 “ISS에는 사적(私的) 공간이 없을 뿐더러, 미세중력 하에선 서로 밀착하기도 힘들고, 우주에선 혈압이 낮아져 성적 흥분 상태를 유지하기도 어려워 성관계를 갖기가 매우 힘들다”고 말했다. NASA의 의학 고문이었던 새럴린 마크는 독일 DW 방송에 “90분에 한번씩 지구를 도는 ISS에선 인간의 24시간 주기 생체 리듬과 성적 충동, 성호르몬 등 모든 것이 바뀐다”고 말했다. 그러나 우주에 두 번 다녀온 미국 우주인 론 개런은 “지구에서 인체에 일어나는 모든 현상은 우주에서도 일어난다”고 말했다.


우주에서의 인체 연구가 갖는 한계  
‘우주 성생활’도 이렇게 추측이 난무하다 보니, 수정(受精)에서부터 배아(수정 후 약 9주)ㆍ태아ㆍ출생ㆍ유아에 이르기까지 인간이 우주에서 생물학적으로 어떤 영향을 받는지에 대한 연구는 전혀 없다. 미국 베일러 대학에서 우주의학을 전공하는 크리스 렌하트 교수는 “모두들 인간이 다행성(多行星) 인류가 될 것이라며 하드웨어만 얘기하는데, 인체를 무시하면 모든 정교한 미래 디자인은 실패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과학자들은 특히 중력과 방사선이 인간의 생식에 미치는 영향에 관심이 크다. 그러나 수정란 등 인체 세포로 실험하는 데 따르는 윤리적 문제 때문에, 수십년간 동물 세포로 실험했다. 이 결과도 애매하지만, 포유류는 더더욱 다르다고 한다. 포유류에선 태아와 어미 사이에 자궁에서 아주 복잡한 교류가 일어나는데, 우주에선 이 과정부터 꼬일 수 있다.  미국의 ‘휴스턴 난임 클리닉’의 제임스 노들러 교수는 “인간의 생식 과정은 다른 영장류와도 달라,지금까지 우주에서 진행된 어떠한 동물 실험도 인체를 대체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목표가 정상적인 남녀가 화성에서 성관계를 맺어 아기를 낳는 것이든, 지구에서 냉동된 수정란 수백, 수천 개를 우주로 보내 배양하는 것이든, ‘인간’을 봐야 한다는 것이다. 지구 상의 수많은 시험관수정(IVF)에선 필연적으로 엄마 자궁에 착상하지 못하고 버려지는 ‘저급 배아’들이 수없이 발생한다. 그러나 임모(妊母)가 과학 실험에 동의해도, ‘윤리적 문제’ 가 발생하는 것을 꺼려 이들 배아를 우주 실험에 쓰려는 의학자는 없다고 한다. 


화성 新인류의 출현?
2018년 저널 퓨처(Futures)는 화성에서 아기를 낳고 살기 위해서 극복해야 하는 생리적ㆍ사회적 문제점을 짚었다. 초기에는 지구에서 간 우주인들이 정착하겠지만, 실제로 장기적인 화성 식민지를 건설하려면 아기들이 거기서 태어나야 하기 때문이다. ‘퓨처’는 “지구에서 자립적인 정착촌이 형성되려면 인구가 5000~5800명은 돼야 하는데, 화성의 악조건을 고려하면 이보다 훨씬 커야 한다”고 내다봤다.

 

우리는 저(低) 중력 상황이 ISS에서 장기간 생활한 우주인들의 인체에 악영향을 미치는 것을 안다. 체액의 흐름과 혈압이 바뀌면서 시력이 약해지고, 근육은 축소되고 골밀도는 떨어진다. 인체의 밀도(密度)가 떨어지면서 키는 더 커지고 홀쭉해진다. 2017년 미시간 대의 우주인 26명에 대한 뇌 MRI 스캐닝에선 신경세포가 모여 있는 회백질에서 변화가 일어난 것도 확인됐다. 이런 정보는 모두 ISS에서 온 것인데, 화성의 환경은 또 다르다.  

 

또 인간의 생식과 관련해, 화성에서 장기 거주하려면 DNA 편집을 통해 화성에 적합한 ‘인간 변종(變種)’을 만들어야 할지도 모른다. 유전자 편집 가위로, 화성 환경에 보다 잘 적응하는 사람의 유전자를 체외수정을 통해 수정된 배아에 복제ㆍ편집해, 친(親)우주적 형질을 부여하는 것이다. 

 

인간이 우주에서 살기 위해, 어디까지 기술의 개입을 허용할 것이냐는 문제에 닿게 된다. 결과적으로, 지구의 ‘호모 사피엔스’와는 다른 종이 나올 수 있다. 자연스러운 진화의 결과가 아니라, 다른 행성에서 살기 위해서 유전 공학적으로 만들어낸 종이다. 실현 가능성과 윤리성은 접어두더라도, 이 인류가 우리의 후손이냐는 물음이 제기될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