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의 관문, 일본의 야심

루나 게이트웨이 구축에 일본 참여
미국 유럽 캐나다와 함께 다국적 프로젝트 합류
일본은 온도조절·카메라·배터리·화물 수송 등 맡기로
2024년 말부터 달 궤도에 설치

지난 17일 일본은 미국이 주도하는, 달궤도에 유인(有人) 우주정거장 ‘루나 게이트웨이(Lunar Gateway)’를 구축하는 국제 프로젝트에 참여하는 약정서에 공식 서명했다. 일본의 우주항공연구개발기구(JAXA)와 미 항공우주국(NASA)는 이날 빌 넬슨 NASA 국장과 나가오카 게이코 일본 문부과학상은 각각 케네디 우주센터와 도쿄에서 화상(畵像) 서명식을 가졌다. 


‘게이트웨이’는 지난 16일 미국이 NASA의 초중량(超重量) 발사체인 SLS 로켓을 성공적으로 발사하면서 시작한 ‘아르테미스(Artemis)’ 달ㆍ화성 탐사 프로젝트에서 달의 관문(關門)이자, 우주 전초(前哨)기지를 맡게 된다. 그래서 SLS 다음으로 국제사회의 자본과 관심이 쏠린다. 이날 일본이 공식 합류하면서, NASA와 유럽우주국(ESA), 캐나다우주국(CSA), JAXA이 주축이었던 국제우주정거장(ISS) 협력 관계가 달궤도로 확장됐다.

 


일본은 ‘게이트웨이’에 유럽우주국(ESA)이 제작을 주도하는 우주인 거주 공간인 I-HAB 모듈과 통신ㆍ재급유 모듈인 에스프리(ESPRIT) 모듈에 환경 통제ㆍ생명 유지ㆍ온도 조절ㆍ카메라ㆍ이미지 처리 장비와 배터리 등을 제공하게 된다. NASA는 이날 “게이트웨이로 가는 유인(有人) 미션에 일본 우주인을 포함시킨다”는 문구를 명문화했다. 다만 시기는 밝히지 않았다.


2024년 말까지 2개의 핵심 모듈 첫 발사…우주인 4명 거주 
‘게이트웨이’ 건설 계획과 시기는 SLS를 비롯한 ‘아르테미스’ 프로젝트의 다른 분야와 마찬가지로 계속 변경됐다. 그러나 지난 10월 28일 NASA의 ‘게이트웨이’ 프로그램 책임자인 댄 하트먼은 영국 BBC 방송에 보다 구체적인 계획을 밝혔다. 2024년 11월말까지 2개의 핵심 모듈이 처음 발사되는 ‘게이트웨이’는 규모가 현재 ISS(국제우주정거장)의 8분의1 정도다. 부피는 서울의 지하철 전동차 한 량(輛)만 한 125㎥이고, 무게는 40톤쯤 된다. ISS는 915㎥의 부피에, 450톤이다. 그러나 ISS가 지구에서 408㎞ 떨어진 저궤도에 건설된 데 비해, ‘게이트웨이’는 무려 38만4000여 ㎞ 떨어진 달궤도에 세워진다. ‘게이트웨이’ 참여 국가들도 현재 ISS에 모듈을 제공하고 함께 우주 협력을 하는 국가들이다. 


‘게이트웨이’엔 4명의 우주인이 통상 30일 체류하지만, 최대 90일까지도 머물 수 있다. 우주인이 상시 거주하는 것은 아니지만, 우주 실험은 연중 가능하게 설계됐다. NASA의 2023년도 ‘게이트웨이’ 관련 예산은 7억8000만 달러이지만, 이는 한 해 예산이고 미 과학계에선 최소 100억 달러 또는 그 몇 배가 될 것으로 본다. ISS는 완공되기까지 10년이 걸렸고, 1000억 달러가 소요됐다. 


달을 한 바퀴 도는 데 1주일 걸리는 궤도 채택한 이유
달을 가장 빨리 도는 방법은 달 표면에서 약 100㎞ 떨어진 저궤도를 도는 것이다. 달의 폭은 지구의 4분의1 정도에 불과해, 이렇게 하면 2시간이면 달을 한 바퀴 돈다.


그러나 ‘게이트웨이’는 달 표면으로부터 가깝게는 1500㎞, 멀게는 7만 ㎞ 떨어진 길쭉한 궤도인 NRHO(Near-Rectilinear Halo Orbit)를 택했다. 한 번 도는데 6일 반이 걸린다. 이 NRHO는 아직 어떤 위성도 돈 적이 없어 검증되지 않은 궤도다. 6월말 발사돼, 지난 14일부터 NRHO를 돌기 시작한 캡스톤(CAPSTONE) 달 탐사위성은 바로 이 ‘게이트웨이’가 앞으로 돌 이 궤도의 안정성을 검증하는 것이 주목적이다.

 


‘게이트웨이’가 굳이 이런 목걸이 모양의 궤도를 선택한 것은 연료를 절감하기 위해서다. 즉, 근접하게 달을 돌면 착륙선이 하강할 때에 달의 엄청난 중력을 이겨내기 위해 막대한 연료와 추진력을 소요해야 안착(安着)할 수 있다. 또 지구에서 이곳까지 로켓을 보내기 위해서도 막대한 추진력을 지닌 로켓이 필요하다.  따라서 비교적 달에서 가까운 곳에서 착륙하고, 달에서 가장 먼 위치(지구에서 상대적으로 가장 가까운 위치)에 있을 때에 유인 우주선과 화물수송선(캡슐)을 탑재한 로켓이 ‘게이트웨이’에 도착할 수 있게 NRHO를 선택했다<아래 그림 참조>.

 


본격적인 ‘게이트웨이’ 입주는 2026년 말 이후
아르테미스 계획에서 우주인이 달에 착륙하는 것은 3단계(2025년)에서 이뤄진다. 4명의 우주인이 탑승한 오리온 캡슐(우주선)과 달의 NHRO에 있는 ‘게이트웨이’에 도킹한 뒤, 이곳에서 2명이 달을 오가는 스페이스X 사의 달 착륙선인 ‘스타십 HLS(Human Landing System)’으로 옮겨 타게 된다. 그러나 NASA는 우주인들이 본격적으로 이 ‘게이트웨이’에 입주(入住)하는 것은 2026년 말인 아르테미스 4단계 이후가 될 것으로 본다. 

 


‘게이트웨이’는 ISS와 마찬가지로 동그란 유리창(cupolas)으로 밖을 볼 수 있고, 수면실과 운동기구도 갖췄다. 달 탐사에 나서고 달 기지에서 일하는 우주인들에게는 쉴 수 있는 ‘지구 밖의 집’ 역할을 한다. 달과 달 너머 우주 탐험의 베이스캠프로, 화성을 오가는 18개월의 우주 여행도 이곳에서 시작한다. 


 ’게이트웨이’ 핵심, 거주 공간ㆍ발전ㆍ추진 모듈은 미국이 

게이트는 모두 5개의 기본적인 모듈로 구성돼 있다. <표 참조> 이 중에서 가장 핵심은 ‘게이트웨이’의 주춧돌과 같은 PPE 모듈과 ‘중추(中樞)’와 같은 HALO 모듈로, 모두 미국이 제조한다. 

 


PPE는 ISS의 3배 이상 고출력인 60kW 태양광 패널을 장착하고 ‘게이트웨이’의 전체 모듈에 공급할 전력을 생산하고, ‘게이트웨이’의 고도 통제와 궤도 수정을 담당한다. NASA는 2020년 3월에 미국의 우주기업인 막사(Maxar)와 3억7500만 달러에 제조 계약을 맺었다. 달의 남극 표면에서 이뤄지는 우주인과 로봇의 작업과 관련해, 지구 지휘본부와의 통신을 중계(relay)하는 기능도 여기에 있다.


우주인들이 ‘게이트웨이’ 구축 초기에 주로 거주하고 과학 실험을 하는 공간인 HALO는 PPE에 부착된다. HALO는 ‘게이트웨이’에 도킹하는 유인 우주선과 화물수송선을 지휘ㆍ통제하고 전체 모듈에 전력을 공급해 ‘게이트웨이’의 중추(中樞)와 같은 곳이다.  달 표면에서 활동하는 우주인들과의 통신도 이곳에서 이뤄진다. 미국 텍사스주 휴스턴 소재 NASA의 존슨 스페이스 센터가 HALO를 통제한다. 

 


HALO에는 또 3개의 도킹 포트(docking ports)가 있어서, 유럽우주국(ESA)이 제조를 맡은 I-HAB(우주인 거주 및 과학 실험 공간)과 통신ㆍ재급유 모듈인 ESPRIT, 캐나다우주국(CSA)가 맡은 로봇팔 ‘캐나담3’가 다 HALO에 붙는다. ISS에 10여 차례 무인 화물우주선 ‘시그너스’를 보낸 노스럽 그러먼 사가 HALO의 기초 디자인을 맡았으며, 작년 7월에 확정된 제조 계약 액수는 9억3500만 달러다. NASA의 계획은 PPE와 HALO를 지구에서 결합해, 2024년 11월까지 팰컨 헤비(Falcon Heavy) 로켓에 탑재해 발사하는 것이다. 팰컨 헤비는 2018년 2월 일론 머스크가 전기차 ‘테슬라 로드스타’를 태양을 도는 궤도로 날려 보낸 발사체다. 

 

나머지 모듈은 ESA가 주도, 캐나다는 로봇팔...일본은?

ESA(유럽우주국)는 ‘게이트웨이’의 우주인 생활 공간과 과학 연구 능력을 확장하게 될 I-HAB 모듈과, 약어(略語)로 ‘정신’ ‘기지(奇智)’ 등을 뜻하는 ESPRIT 통신ㆍ재급유 모듈을 제조하고 있다. ESPRIT는 HALO와 결합해, 달과의 통신 능력을 강화한다. 아르테미스 4ㆍ5단계에서 이들 모듈이 ‘게이트웨이’에 결합될 때, 모두 3명의 유럽 우주인이 오리온 캡슐(우주선)에 탑승하게 된다. 

 


CSA(캐나다)는 길이 8.5m로, 게이트웨이 외부의 거의 모든 곳에 닿을 수 있는 차세대 로봇팔인 ‘캐나담(Canadarm) 3’를 제공한다. 캐나다 우주인 1명이 유인 달궤도 탐사인 아르테미스 2단계에 합류하며, 이밖에 1명이 ‘게이트웨이’에 상주할 계획이다.


일본은 I-HAB의 환경 통제ㆍ생명 유지ㆍ온도 조절 장비와 카메라ㆍ배터리를 공급하며, ESPRIT 모듈과 미국의 HALO 모듈에도 배터리를 공급한다. 일본의 JAXA가 현재 개발 중인 무인 화물수송선인 HTV-XG는 2030년까지 ‘게이트웨이’에 1회 화물을 수송한다. 이밖에, 압력과 기체 성분이 다른 두 공간을 이동하기 위해 설치하는 구조물인 에어로크(Airlock)는 애초 러시아가 맡기로 했으나, 러시아는 우크라이나를 침공하면서 ‘게이트웨이’ 프로젝트에서 제외됐다. 


한편, 우리나라는 ‘아르테미스 약정’에 따라 첫 달탐사선 ‘다누리’가 NASA가 개발한 쉐도우캠(ShadowCam)을 탑재하고 달의 남북극 영구 음영(陰影)지역을 촬영하며 앞으로 미국이 착륙할 후보 지점들의 기초자료를 NASA에 제공하고 있으나, ‘게이트웨이’ 참여는 아직 알려진 것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