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성 샘플 지구로 쏜다"
10조 투입 우주대작전

미국과 유럽, 최고의 기술 총동원
2033년 목표로 미션 진행중
‘화성 샘플’ 수거, 어디까지 진행됐나

2033년 화성의 흙과 암석, 대기를 금속 용기에 담아 지구로 가져오는 ‘화성 샘플 수거 미션’을 이끄는 미 항공우주국(NASA)와 유럽우주국(ESA)은 지난 달 28일 지구로 가져올 샘플과 동일한 샘플 세트를 화성 표면에 ‘저장’할 위치를 선정하는 등 마지막 조율을 마쳤다. 
작년 2월 18일부터 활동에 들어간 NASA의 화성 탐사 로버(rover)인 ‘퍼시비어런스(Perseverance)’는 화성의 예제로(Jezero) 분화구에서 샘플을 수집해 왔다. 
두 기관은 지난 7월에는 퍼시비어런스로부터 화성 샘플을 받아 샘플회수착륙선(Mars Sample Retrieval Lander)에 전달할 ‘페치(fetch) 로버’를 따로 발사하려던 애초 계획을 포기했다. 대신에, 퍼시비어런스가 곧바로 착륙선에 전달하도록 하는 등 구체적인 수거 방식을 놓고 수정을 거듭해 왔다. 두 기관이 2020년 7월에 산출한 이 미션의 총비용은 70억 달러(약 9조3500억 원),  그러나 독립적인 검토에 따르면 10억 달러 정도는 더 들어갈 수 있다고 한다. 

 

NASA와 ESA는 1960년 이래 마리너 9호, 바이킹 1ㆍ1호, 마스 오디세이와 같은 화성 탐사선과 스피리트ㆍ오퍼튜니티 등의 탐사 로버 등 지금까지 56차례의 우주 미션을 통해 화성을 관찰ㆍ탐사해 왔다. 지금도 퍼시비어런스 외에, NASA의 ‘큐리오시티(Curiosity)’와 중국국가항천국(CNSA)의 ‘주롱(Zhurong)’ 등 3개 탐사 로버가 활동 중이다<아래 표 참조>. 이 중에서 퍼시비어런스가 가장 첨단 우주 장비를 갖추고 있으며, 지금까지 13.2㎞의 화성 표면을 주행했다.

 

 

화성 샘플을 지구로 가져와야 하는 이유
NASA는 30개의 암석ㆍ흙ㆍ대기 샘플을 튜브에 담아 2033년까지 지구로 가져오려고 한다.  과거 화성에서 생물체가 살았던 흔적을 찾고, 인간의 방문에 앞서 화성 환경을 면밀히 조사하려는 것이다. 퍼시비어런스는 지금까지 14개의 흙ㆍ암석 샘플과, 1개의 대기 샘플을 수집했다.

 

티타늄 재질인 이 샘플 튜브의 크기는 길이 15.2㎝에 57g으로, 퍼시비어런스엔 모두 43개의 튜브가 장착돼 있다. 이 중 5개는 지구로 가져온 화성 샘플의 내용물이 순전히 화성 물질로만 채워진 것이지 확인하기 위한 ‘증인(witness) 튜브’다. ‘증인 샘플’은 분자와 미립자 오염물질을 쉽게 포획할 수 있게끔 디자인됐다. 퍼시비어런스는 샘플 채집 현장에서 ‘증인 샘플’을 한 번에 하나씩 연다. 


나중에 화성 샘플이 지구로 왔을 때에, 과학자들은 이 ‘증인 샘플’에 없는 성분들이 나오면 이는 처음부터 지구에서 튜브 속에 들어갔거나 우주선에서 들어간 것으로 추정해 걸러낼 수 있다.
하지만, 왜 굳이 국제우주정거장(ISS)이나 화성 현지에서 분석하지 않고 지구로 가져오는 것일까. NASA 산하의 제트추진연구소(JPL) 측은 “이 샘플들을 분석하고 측정할 거대하고 정교한 장비들을 우주로 보내기엔, 무게ㆍ동력ㆍ부피 면에서 한계가 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이 샘플들은 NASA뿐 아니라, 전세계 최고의 분석기관들이 조사하고, 그간 화성에 대해 세운 이론과 모델들을 테스트하게 된다. 또 달에서 가져온 샘플을 지난 수십년간 연구할 수 있었던 것처럼, 미래의 과학자들이 지금은 존재하지 않는 분석 장비로 앞으로 수십년간 화성 샘플을 연구할 수 있다는 것이다. NASA는 또 “화성의 혹독한 환경에서 생물체가 살아 있을 가능성은 희박해, 지구 생태계에 화성 샘플이 미칠 잠재적 리스크는 극도로 낮다”며 “지구로 가져온 샘플은 극도의 안전성을 유지하면서 다룬다”고 밝혔다. 

 


생명체가 살 수 있는 조건인 유기물은 발견됐지만…
NASA와 미 대학의 과학자들은 퍼시비어런스가 수집한 샘플을 원격 분석ㆍ관찰했지만, 어떠한 미생물체도 찾지 못했다. 과학자들은 퍼시비어런스가 처음 탐사한 분화구 바닥(floor)이 한때 호수였을 것으로 추정했다. 그래서 이곳의 흙이 모래와 진흙이 쌓인 퇴적암이고, 그 속에서 미생물체의 흔적이 발견되기를 기대했다. 그러나 수집된 샘플은 퇴적암이 아니라, 마그마와 화산 활동이 빚어낸 화성암이었다. 
퍼시비어런스는 두번째 탐사인 지난 4월13일, 고대에 이 분화구로 강물이 유입됐을 것으로 추정되는 삼각주(delta)의 입구인 ‘쓰리 포크스(Three Forks)’에서 퇴적암을 수집했다. 여기에선 생명체가 살 수 있는 조건인 탄소와 수소, 산소의 결합체인 유기물이 많이 발견됐다. 그러나 이것이 곧 생명체의 존재를 증명하는 것은 결코 아니다. 퍼시비어런스에는 이 퇴적암 샘플에서 생명체를 확인할 장비가 없다. ‘생명체가 있느냐’는 결국 샘플을 지구로 가져와야 확인이 가능하다.

 


NASA는 샘플회수착륙선, ESA는 지구귀환궤도선 제작 맡아
애초 NASA와 ESA 두 기관은 2개의 착륙선을 화성에 내릴 예정이었다. 하나는 NASA가 제작하는샘플회수착륙선이고, 또 하나는 퍼시어버런스로부터 샘플을 받아 회수착륙선에 전달하는 ‘페치(fetch) 로버’를 내릴 ESA의 착륙선이었다. 그러나 7월 회의에서 페치 로버를 없애고, 퍼시버어런스 로버가 샘플 튜브를 가져오면 NASA의 회수착륙선에 장착된 ESA의 로봇 팔이 이를 받아 탑재하기로 했다. NASA는 또 샘플회수착륙선에 미니 헬리콥터 2대를 장착해, 퍼시비어런스 로버가 오작동할 때에 지원(backup)하도록 했다.
이어 NASA의 샘플회수착륙선이 퍼시비어런스로부터 받은 샘플 튜브들이 담긴 농구공 크기만한 샘플콘테이너가 탑재된 길이 3m짜리 로켓인 화성이륙발사체(MAVㆍMars Ascent Vehicle)를 발사한다.  그러면, MAV는 ‘오비팅 샘플(Orbiting Sample)’이라고 불리는 이 샘플 콘테이너를 화성 궤도에서 ESA의 지구귀환궤도선(Return Orbitor)에 쏜다. 

 

우주에서 벌어지는 ‘캐치볼’
6톤 무게에, 높이 6m에 달하는 ESA의 지구귀환궤도선은 일종의 화물선이다. 태양광 패널을 다 펴면, 폭이 무려 40m에 달한다.  거의 1년에 걸쳐서 화성 궤도에 도착해서, 지구에서 5000만㎞ 떨어진 우주에서 MAV가 쏜 ‘오비팅 샘플’(콘테이너)를 받게 된다.


지구귀환궤도선은 받은 샘플 콘테이너를 다시 내부에서 NASA의 ‘화성ㆍ지구진입시스템(EESㆍMars Earth Entry System)’으로 옮긴다. 이 EES는 지구 대기권의 마찰열을 이길 수 있는 트럭 타이어 사이즈의 히트쉴드(heat shield)가 부착돼 있다. EES는 2033년쯤 미국 유타주의 서부 사막에 위치한 미 공군의 크루즈미사일 시험 발사 및 훈련 기지(UTTR)에 떨어진다.  
한편, 탐사로버 퍼시비어런스는 지구에 보내는 샘플과 동일한 샘플 세트를 예제로 분화구에서 고대에 삼각주였던 곳으로 추정되는 표면에 ‘저장’한다. 이후 화성 미션에서 계속 회수해 추가 연구하기 위한 목적이라고 한다. 플루토늄-238이 자연적으로 방사성 붕괴하면서 발생하는 열(熱)을 전기에너지로 전환해 동력으로 쓰는 퍼시비어런스는 앞으로도 10년간 화성 표면을 주행할 수 있다.

 

인제뉴어티’를 닮은 ‘샘플 운반’ 지원 헬리콥터들
NASA는 퍼시비어런스 탐사 로버의 바닥에 ‘인제뉴어티’라는 이름의 미니 헬리콥터를 붙여 착륙시켰고, 인제뉴어티는 작년 4월3일 화성의 예제로 분화구에 배치했다. 인제뉴어티의 목적은 화성 대기에서도 헬리콥터 비행이 가능한지 확인하기 위한 것이었고, 작년 4월19일 첫 비행에 성공했다.

 


약 48㎝ 크기에 1.8㎏인 인제뉴어티는 지금까지 33회 비행에 성공했으며, 지난 4월 8일 25번째 비행에선 초당 5.5m 속도로 704m를 나는 최장 비행 기록을 세웠다. NASA는 샘플 튜브를 전달할 퍼시비어런스 로버를 도와, 인제뉴어티를 닮은 2대의 미니 헬리콥터를 ‘지원’용으로 샘플회수착륙선에 딸려 보낸다는 계획이다. 


우주쓰레기ㆍ열ㆍ충격 등 마지막 장애물들
지구로 오는 물체는 지상 120㎞쯤에서 대기 항력(抗力)을 맞아, 최대 1477도의 마찰열을 겪는다. 화성 샘플을 담은 EES의 히트쉴드(heat shield)는 이 보다 훨씬 높은 열을 견딜 수 있도록 제조된다. 또 낙하산을 사용해도, EES는 착륙 전 시속이 140㎞ 이상에 달한다. 유타 주 사막에 착륙했을 때에, 10년이 넘는 계획 끝에 가져온 샘플이 담긴 금속 튜브가 훼손될 수 있는 것이다.
저궤도(LEO) 공간에서 시속 2만5000㎞ 이상으로 나는 3만2320 여 개의 우주 파편들도 위협적이다. 미세운석(micrometeorites)은 이보다도 훨씬 빨라, 시속 18만 ㎞(초속 85㎞)에 달한다. 아주 작은 파편 하나라도 EES와 히트쉴드에 부딪히면 재앙이 아닐 수 없다.
NASA는 그래서 지난 5월1일에도 지상 365m를 나는 헬리콥터에서 직경 1.25m 크기의 모형 EES(지구진입시스템)를 떨어뜨리는 등, EES에 탑재되는 캡슐 튜브의 안정성을 테스트하고 있다.  또 10월12일에는, 이 EES에 원격으로 구경 1인치(2.54㎝), 0.5인치, 0.17인치(0.43㎝)짜리 초(超)고속건(hypervelocity gun)을 쏘는 실험을 했다.
 NASA 측은 “1초 실험을 위해 장비를 세팅하는 데만 3일이 걸렸다”고 밝혔다. 폭약과 가압(加壓) 수소가스의 2단계로 실시되는 실험에서 폭발 사고가 발생하면, 건물 전체가 주저앉는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