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의 명당을 차지하라"
美中 피할수없는 충돌

중국, 달 남극 공략 등 우주 로드맵 발표
빛 잘 들고, 물 있는 남극 ‘명당’ 놓고 미국과 경쟁

중국이 2028년까지 유인(有人) 우주선을 달 남극에 착륙 시키고 2035년까지 이곳에 국제달연구기지(ILRS)를 완공하는 등 달 남극 개발의 구체적인 로드맵을 내놓았다<아래 표 참조>. 중국은 소행성 충돌과 태양계 행성 탐사에 대한 최신 계획도 공개했다.

 


11월24일 중국 하이난성(海南省)의 하이커우(海口)에서 열린 ‘우주 탐험과 혁신에 대한 유엔ㆍ중국 글로벌 파트너십 워크샵’에서 중국의 달 탐사 프로그램 수석 설계자인 우웨이런(吴伟仁) 박사는 “2028년 중국 우주인의 족적(足跡)을 달 표면에 찍기 전에, 모두 세 차례 무인(無人) 미션을 통해 이들이 활동할 수 있는 환경을 먼저 만들겠다”고 말했다. 그는 또 달에 원자로를 설치해, 국제달연구기지와 로버(rover)를 비롯한 각종 우주 장비에 동력을 제공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중국의 주(主)탐사 지역인 달의 남극은 미국이 달ㆍ화성 탐사 계획인 ‘아르테미스(Artemis)’ 프로젝트에서 3단계(2025년) 이후 기지를 건설하고 본격적으로 자원을 활용하려는 지역이다. 이 곳의 충돌구(crater)들 내부는 영구적으로 그늘이 져서 물과 얼음이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우 박사는 “달의 남위(南緯) 89도 부근은 180일 동안 계속 햇빛을 받아 우주인이나 우주장비가 장기적으로 활동하기 좋다”며 “이 곳에 연구 기지 만들자고 처음 제안한 나라는 중국”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또 소행성을 맞추는 충돌 우주선(impactor)을 2026년에 발사하고, 목성과 천왕성을 지나가는 탐사선 발사도 2030년경 계획하고 있다고 밝혔다.

 

유인 우주선 착륙에 앞서, 세 차례 무인 미션 
중국은 2026년부터 창어(嫦娥) 6ㆍ7ㆍ8호 무인 우주선을 계속 달에 띄워 궤도선과 무인(無人) 착륙선, 중계(relay) 위성, 인간의 탑승이 가능한 무인 로버, 미니 비행물체(hopper) 등의 주요 우주물체를 기술적으로 테스트하겠다고 밝혔다. 작업 환경을 먼저 조성하고, 이후에 인간이 도착하는 것이다. 또 ILRS도 초기에는 로봇이 실험을 진행하고, 2035년부터는 인간이 상주하는 연구기지가 된다.


창어 6호의 주(主)미션은 남극 흙ㆍ바위 2㎏ 수집
중국은 이미 창어 5호를 통해 2020년 12월 달에서 1.7㎏의 샘플을 가져왔다. 창어 6호의 목표는 2026년에 남극 근처에 있는 에이트켄 분지(Aitken Basin)에서 약 2㎏의 흙과 바위를 가져오는 것이다. 애초 계획은 2024년이었는데, 2년 늦어졌다. 

 

지구에서 보이지 않는 달의 뒷면에 위치한 에이트켄 분지는 지름이 약 2500㎞, 깊이는 6~8㎞에 달하는 광활한 충돌구(impact crater)다. 창어 6호는 2019년 창어 4호가 무인 착륙선을 내렸던 폰 카르만 (von Kármán) 충돌구와 가까운 지역에 착륙할 것으로 보인다.


달 샘플 전하고, ‘잠수’ 탔던 창어 5호의 궤도선
2020년 12월 창어 5호에 포함됐던 달 궤도선(orbiter)은 당시 달에서 이륙한 우주선으로부터 샘플이 담긴 지구 귀환 캡슐을 넘겨 받아, 이를 지구궤도까지 옮겼다. 이 궤도선은 작년 3월, 태양과 지구의 인력(引力)이 상쇄돼 사실상 중력이 ‘0’인 라그랑주 포인트(L1)로 갔다. 지구에서 150㎞ 떨어진 곳이다.
이후 중국 국가항천국(CNSA)은 이 궤도선의 행방을 전혀 발표하지 않았다. 그러나 전세계 아마추어 위성 추적가들은 지난 2월 이 궤도선이 달의 ‘원거리역행궤도(DROㆍDistant Retrograde Orbit)를 돌고 있는 것을 확인했다. 이 궤도는 매우 안정적이지만, 달에서 8만 ㎞나 떨어져 있어서 그 동안 달 탐사에선 어느 나라도 사용하지 않았다. 그런데, 창어 5호 궤도선은 1년 동안 이 위치에서 달이 지구를 도는 방향과 반대 방향(역행)으로 달 주변을 돌고 있었다. 중국이 이 DRO에서 앞으로 뭘 하려고 하는지는 공개된 바 없다.


빛 잘 들고, 물 있는 남극 ‘명당’ 놓고 미ㆍ중 경쟁
미 항공우주국(NASA)는 지난 8월 2025년 말에 유인 우주선이 착륙할 달 남극의 후보지 13곳을 발표했다. 각각 가로ㆍ세로 15km인 지역으로, 남극점에서 위도(緯度) 6도 내에 위치하고 있다.
그런데 2026년 창어 7호의 무인 착륙선이 내리려고 하는 후보지 10곳도 이 지역에 있다. ‘섀클턴(Shackleton)’ ‘헤이워스( Haworth)’ ‘노빌(Nobile)’ 충돌구는 두 나라가 겹친다. 두 나라 모두 고도가 비교적 높아 태양빛이 잘 비치면서, 동시에 1년 내내 응달이 질 정도로 깊어 얼음이 있는 충돌구가 가까이에 있는 곳을 찾기 때문이다. 

 

 

사실 중국의 후보지 선정은 거의 모두 NASA의 달 지형답사 위성인 LRO(Lunar Reconnaissance Orbiter)가 2009년부터 수집해 온 자료에 의존한 것이다. LRO는 3D 지형 지도뿐 아니라, 자원 분포ㆍ방사선 환경ㆍ기온 정보 등 달 탐사와 착륙지 선정에 필요한 모든 정보를 수집해 공개했다. 이렇게 구체적이고 방대한 자료수집 능력을 갖춘 위성은 LRO밖에 없다. 그러나 중국은 발사가 임박해서야, 탐사 타깃 지역에 대한 정보를 발표한다. 


창어-7호에 실린 호퍼, 물 확인 위해 충돌구 넘나들어 
2026년 말로 예정된 창어 7호의 탑재 물량에는 궤도선과 착륙선, 미니 비행물체인 호퍼(hopper) 외에도, UAE가 제작한 10㎏짜리 로버인 ‘라시드 1’과 이탈리아의 위치 확인용 레이저 반사경(retroreflector), 유럽우주국(ESA)의 음이온 측정기, 프랑스의 라돈 장치, 파키스탄의 큐브샛 등이 참여한다. 이 중에서 호퍼는 물분자와 수소 동위원소 분석기를 장착하고, 말 그대로 충돌구를 넘나들게 준비되고 있다.

 

 

전파가 지구와 직선으로 연결되지 않는 달 뒷면에서 탐사하다 보니, 지구와의 통신을 이어줄 무게 600㎏짜리 중계 위성도 따라간다. 중국은 창어 4호 때인 2018년 6월 달의 뒷면에 무인 착륙선과 무인 로버 ‘유투(Yutuㆍ옥토끼)-2가 착륙했을 때에도, 지름 4.2m짜리 파라볼라 안테나를 장착한 ‘작교(鵲橋)’ 위성을 중계위성으로 썼다. 한편, 2028년 발사 예정인 창어 8호는 달 현지(in-situ)에서 자원을 개발해 활용하는 방안을 찾는 것이 목표다. 또 3D 제작 기술도 테스트한다.

 

 


달에도 인터넷 개통한다
중국 국가항천국(CNSA)의 우얀화 부국장은 4월 “달 표면에서 활동하는 우주인과 우주 장비에 통신ㆍ항법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달에 군집(群集ㆍconstellation) 위성 네트워크를 구축하겠다”며 “첫 위성 발사는 2023~2024년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의 NASA와 ESA도, 아르테미스 프로젝트에 참여하는 우주인들ㆍ우주 장비들 사이, 관문(關門)인 게이트웨이 및 지구와의 통신을 위해 각각 ‘루나넷(Lunanet)’과 ‘문라이트(Moonlight)’이라는 이름으로 달 인터넷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두 종류의 초중량 발사체 개발중
중국은 2030년 이전까지 우주인의 달 착륙, 2035년 이후 국제달연구기지의 본격 가동을 현실화하기 위해, 현재 두 종류의 차세대 초중량 발사체를 개발하고 있다. 
달 연구기지인 ILRS는 2030년대 초에 모두 5번의 발사를 통해 에너지 시설, 통신망, 연구ㆍ탐험 시설, 현지에서의 자원 발굴 및 활용을 위한 시설, 기타 기술을 활용할 시설 등을 2035년까지 구축한다는 계획이다. 
중국은 이를 위해, ‘창정(長征) 9호’를 개발하고 있다. ‘창정 9호’는 지금까지 ‘1회 사용’만 가능하게 개발됐으나, 11월 9일 중국 과학자들은 디자인을 바꿔서 ‘재사용’이 가능하게 한다고 밝혔다. 중국은 또 작년에는 새로운 개념을 적용한 초중량 발사체의 모형을 선보였다.

 

 

중국은 애초 작년 6월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러시아와 함께 ILRS 프로젝트를 발표했다. 그러나 지난 9월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국제우주대회(IAC)’에선 ILRS의 파트너 국가들을 소개하면서,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국제사회의 비난을 사는 러시아는 일부러 언급하지도 않았다. 미국에 맞서, 우주강국으로서의 리더십을 발휘하고 싶은 중국에게 파트너 러시아가 짐이 되고 있는 상황이다.


달 기지에 원자로까지 설치
우웨이런 박사는 “달 기지의 장기적이고 막대한 에너지 수요를 맞추고, 태양계 변방까지 탐험하려면 원자력 에너지가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지난 8월1일에는 중국과학원이 디자인한 1 메가와트(MW) 급 원자로가 중국 정부의 주요 심사를 통과했다. 이는 수백 가구가 1년간 쓸 수 있는 전력으로, 달에서 물을 추출하고 전기분해해 산소와 수소를 생산하기 위한 동력으로도 쓰인다. 미국의 NASA도 지난 6월, 달에 쓸 40 킬로와트(KW)급 핵분열 원자로에 대한 디자인 응모전을 실시했다. 이는 30가구가 10년간 쓸 수 있는 전력이다. 

 

 


중국은 ‘지구 방어’ 목적이라는 소행성 충돌, 목성ㆍ천왕성 탐사(fly-by)에서도 우주 선도국 미국을 좇고 있다. 지난 6월에 발표된 ‘텐원(天問) 3호’를 통한 화성 샘플 수거 미션은 계획대로라면, 중국의 CNSA가 NASAㆍESA보다 2년 빠른 2031년에 화성 샘플을 손에 쥐게 된다.


‘소행성 충돌’과 관련해, 중국 CNSA는 파리의 ‘국제우주대회’에서 “2030년쯤 창정 5호 로켓에 탑재한 ‘텐원(天問) 4호’ 우주선에 2개의 탐사선을 장착해, 각각 목성과 천왕성으로 보내겠다”고 발표했다. 1977년에 발사된 미국의 목성ㆍ토성 탐사선인 ‘보이저 1호’와 천왕성ㆍ해왕성 탐사선 ‘보이저 2호’는 이미 각각 2012년과 2018년에 태양계를 벗어나 지구에서 약 200억 ㎞ 떨어진 곳에서 성간(星間ㆍinterstellar) 탐사 중이다. 중국은 또 2026년쯤 지구 안쪽에서 태양을 약간 길쭉하게 도는 소행성 2020 PNI을 직경 30m 크기의 충격선으로 맞추겠다는 계획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