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0분이면 ISS 도착,
우주 엘리베이터 가능할까

에펠탑을 보며 떠오른 발상
우주까지 엘리베이터 타면 안될까
관건은 우주와 지구 연결하는 케이블
탄소 나노튜브 덕분에...꿈이 현실이 될 가능성

 


우주로 그냥 엘리베이터 타고 올라가서 관광과 탐험을 할 수는 없을까. 최소한 국제우주정거장(ISS)이 있는 고도 400㎞까지라도 탑을 쌓을 수 있다면…이런 황당한 상상은 사실 꽤 오래 돼, 19세기말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지구의 자전 속도는 적도를 기준으로 초속 460m, 시속으로는 1670㎞에 달한다. 지구에서 3만6000㎞ 떨어진 정지궤도(GEO) 위성은 늘 같은 자리에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초속 7.7㎞로 지구를 돌고 있다. 이런 높이로 쌓을 수 있는 소재도 없지만, 이 속도를 견디는 건축물로 상상할 수 없다. 짓는 도중에, 자체 무게를 이기지 못해 기반이 붕괴되고 주저앉을 것이다. 


그런데도 캐나다의 우주과학자 스티븐 코언은 11월25일 미국의 대중 과학잡지 ’사이언티픽 아메리칸(Scientific American)’ 웹사이트에 “우주 엘리베이터(space elevator)는 그렇게 공상과학 소설(sci-fi)이 아니다”라는 글을 게재했다. 또 일본의 한 대형 종합건설사는 작년에 지구 위 9만6000㎞까지 이어지는 ‘우주 엘리베이터’를 2050년까지 완공한다는 계획을 발표했고, 중국의 우주개발 핵심 공기업도 2045년까지 ‘완공’을 목표로 연구한다고 밝혔다. 9월 파리에서 열린 ‘우주국제대회’, 11월 중국 하이커우(海口)의 ‘우주 탐사ㆍ혁신을 위한 글로벌 파트너십’ 워크샵에서도 ‘우주 엘리베이터’는 하나의 주제로 다뤄졌다.


‘우주 엘리베이터’ 개념이 사그라지지 않는 데에는 이 엘리베이터를 지탱할 수 있을 것이라는 탄소 나노튜브(carbon nanotubeㆍCNT)의 발견도 큰 몫을 했다. 또 인공 물체를 우주로 보내는 ㎏당 발사 비용이 여전히 높아, 우주과학계 일각에선 이 엘리베이터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한다.


에펠 타워를 보고 떠오른 생각
‘로켓 공학의 아버지’라 불리는 러시아 과학자 콘스탄틴 치올콥스키(1857~1935)는 1895년 파리 박람회에서 높이 300m의 에펠 타워를 보며, ‘정지궤도(LEO)까지 탑을 쌓으면 어떨까’라는 생각을 처음 했다.

 

이후 우주 시대를 맞아, 1960년 소련의 공학자인 유리 아르추타노프(Yuri Artsutanov)가 일간지 프라우다에 “우주로 가는 전동차”라는 아이디어를 소개했다. 1979년엔 영국의 아서 C 클라크가 ‘낙원의 샘(The Fountains of Paradise)’이란 공상과학소설에서 정지궤도까지 엘리베이터를 짓는 아이디어를 소개했다.


지상 10㎞ 우주와 지표면을 연결하는 강력한 줄
현재 일본과 미국, 캐나다 등지에서 논의되는 ‘우주 엘리베이터’에 대한 개념은 비슷하다. 고도 3만6000㎞ 위의 정지궤도(Geostationary OrbitㆍGEO)까지 우주정거장과 같은 인공 우주물체를 띄우고, 여기서 ‘강력한 줄’을 내려 보내 지구와 연결시켜서 승강기가 오르내리게 하자는 것이다. 
이 줄은 승강기가 오르내리는 일종의 ‘수직 철로’인 셈이다. 그러나 이 줄에는 승강기 외에도 우주로 나가는 여러 포트(port), 연구 시설, 통제 센터, 관광 시설 등의 구조물들이 붙기 때문에, 줄의 양끝인 지표면과 3만6000㎞ 상공의 인공물체에서 당기는 장력(tension)은 무너진다. 그래서 이 줄을 우주에서 당기는 인공 물체는 지표면 위 10만 ㎞까지 더 올라가야 한다. 이렇게 되면, 이 줄의 끝에 달린 인공물체가 일으키는 원심력이 이를 끌어내리려는 지구의 중력보다 세져 줄은 팽팽해진다는 것이다. 마치 줄로 연결된 공을 빙빙 돌리면, 그 줄이 팽팽해지는 것과 같은 이치다. 


핵심은 이 ‘줄’을 만들 수 있느냐는 것
문제는 지구 밖 10만㎞ 우주에서 초속 수 ㎞로 나는 인공 물체가 일으키는 원심력을 견뎌낼 줄(케이블)을 만들 수 있으냐는 것이다. 줄의 길이를 정지궤도(3만6000㎞)까지로 만해도, 원심력을 유지하려면 줄의 폭은 지표면에서 가장 좁고 정지궤도 높이에서 가장 넓어야 한다.  기존 소재로는 불가능하다는 얘기다.
그래서 ‘우주 엘리베이터’ 주창자들은 아주 가벼우면서도, 철(鐵)보다 50배 이상 강한 소재를 찾았고, 1991년 일본에서 발견된 탄소 나노튜브(CNT)에 주목했다. CNT는 탄성 계수와 인장 강도가 매우 높아서 ‘이론적’으론 지구와 우주를 연결할 줄의 소재로 적합하다는 것이다. 


로스 앨러모스 국립연구소의 연구원이었던 브래드 에드워즈는 지난 2월 블룸버그 통신 인터뷰에서 “철은 가장 강해도 5 기가파스칼(GPa), 케블라(Kevlar) 소재는 2~7 GPa인데 반해 CNT는 150~200 GPa”이라며 “우주 엘리베이터의 줄에 필요한 인장 강도는 60 GPa”이라고 말했다. 즉, 철보다 50~100배 강하면서 플라스틱처럼 유연한 CNT로 종이보다 얇은 리본을 만들어서 이것을 우주를 연결하는 줄로 사용하면 된다는 얘기다. 1파스칼은 1㎡의 면적에 1kg의 무게가 누르는 압력이다. 

 


그러나 CNT는 이름이 뜻하듯이, 탄소 원자로 구성된 지름이 수~수십 나노미터(nanometerㆍ10억분의1 m)에 불과한 매우 작고 긴 튜브처럼 생겼다. 지금까지 가장 길게 만든 것이 고작 14㎝다. ‘우주 엘리베이터’ 계획에서 얘기되는 3만6000㎞, 10만 ㎞ 길이와는 거리가 멀다.


하지만, ‘우주 엘리베이터’ 옹호론자들은 소재를 둘러싼 문제는 앞으로 10년 내에 해결될 것으로 본다. 그동안에, 투자를 받아 이 줄을 지표면에 고정할 ‘항구’와 엘리베이터에 설치할 다른 구조물들을 먼저 제작하자는 것이다. 

 

고도 400㎞의 우주정거장까지 가는데 2시간 반 

 


일본의 대형 종합건설사인 오바야시는 작년에 2045년까지 ‘우주 엘리베이터’를 완공하는 계획을 발표했다.

이 계획에 따르면, 일단 로켓으로 저궤도(고도 400㎞)까지 우주정거장 등의 역할을 할 모듈들(위성)을 쏴 올린다. 이후 이 모듈들을 전기 추진으로 계속 지구를 돌면서 정지궤도(3만6000㎞)까지 올라, 지구의 자전 속도와 같은 속도로 지구를 돈다. 
그 다음에 이 위치에서 이 모듈들은 CNT 리본(줄)을 지구로 내리면서 동시에 9만6000㎞ 고도까지 올라가 이 줄을 팽팽하게 당기는 균형추(counterweight) 역할을 한다. 지구로 향하는 CNT 줄의 끝에는 추진기가 있어, 이 줄은 최초의 로켓 발사 8개월 뒤 지구 표면에 닿게 된다는 것이다. 이후 건축 기자재가 실린 승강기(climber)가 이 줄을 500번쯤 오르내리면서 보강을 해, 각각 100톤짜리 승강기 8개를 부착하게 된다.  

 

 

이 승강기의 시속은 150㎞로 2시간반이면 국제우주정거장에 닿는다. 승강기의 1회 운행 비용은 수천만 원에 불과하다고, 이 회사 측은 밝혔다. 이 우주 엘리베이터에는 또 고도에 따라 우주인들이 달과 화성의 중력을 직접 체험할 수 있는 센터, 화성으로 떠나는 탐사선 출발 게이트, 목성ㆍ소행성으로 가는 게이트가 설치된다. ‘사이언티픽 아메리칸’에 기고한 스티븐 코언은 “이렇게 되면, 지금 ‘우주 미션(space mission)’이라고 말하는 것들은 대부분 그냥 ‘이동(transit)’이 된다”고 말했다.
한편, 미국의 리프트포트(LiftPort)사가 계획하는 우주 엘리베이터에선 20톤짜리 승강기가 최대 13톤까지의 중량을 싣고 시속 190㎞로 오른다. 


우주 기반 태양광 에너지로 동력 제공
오바야시 사의 계획에선, 해상에 설치된 ‘지구 포트(Earth Port)’가 이 CNT 리본을 고정한다. 지구 포트는 해저 터널을 통해, 육상기지와 연결돼 있다. 리프트포트 사는 이런 우주 엘리베이터를 번개 발생 빈도가 적은 적도 부근의 태평양 동쪽과 인도양, 대서양 등 최소 세 곳에 설치해, 바다 위의 ‘갤럭틱 하버(Galactic Harbor)’와 연결한다는 구상이다. 

 

 

엘리베이터의 전력은 3만6000㎞ 고도에 떠 있는 2㎢ 면적의 태양광 발전 패널이 보내는 마이크로파를 해상의 지름 2.5㎞짜리 정류 안테나(rectifying antenna)가 받아 직류 전기로 전환해 제공한다. 


우주엘리베이터의 ㎏ 당 발사 비용은 100~200달러 선
이들은 우주 엘리베이터를 사용하면, 현재 로켓 발사의 ㎏당 높은 발사 비용과 비효율성, 환경 파괴적 요인들을 피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실제로 연료는 로켓(발사체)의 전체 중량에서 85~90%를 차지한다. 예를 들어, 민간기업 스페이스X가 개발 중인 초중량(超重量) 발사체 스타십(Starship)의 전체 중량은 5000톤이지만, 스타십이 저궤도까지 올릴 수 있는 탑재 중량은 그 2%인 100톤에 불과하다. 
로켓은 또 1회 발사에 대략 300톤의 CO₂를 방출한다. 작년 한 해 146건의 로켓(궤도 진입 실패 포함)이 발사됐다. 아직은 여객기나 차량의 CO₂ 방출 총량에 비할 것은 아니지만, 우주가 일상 속으로 들어올수록 로켓은 온실가스의 또다른 주범이 될 수 있다.  
미 국제전략문제연구소(CSIS)가 지난 9월에 분석한 바에 따르면, 현재 스페이스X에서 가장 강력한재사용 가능 발사체인 ‘팰컨 헤비’로 탑재중량 1㎏을 저궤도에 올리는 데 드는 비용은 1500달러이다. 중국의 창정(長征) 5호는 ㎏당 7900달러다. 1960년대 미국의 델타E 로켓(㎏당 17만7900달러), 1980년대 우주왕복선(㎏당 6만5400달러)에 비하면 매우 낮아졌지만, 여전히 비싸다. 
반면에, 우주 엘리베이터를 이용하면 ㎏ 당 비용은 100~200달러선으로 내려간다는 것이다. 그러나 지난 9월 일론 머스크는 “스타십이 완성되면, 저궤도 및 그 이상 고도까지 ㎏당 발사 비용은 10달러까지 내려간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우주 엘리베이터의 건설 비용은?
브래들리 에드워즈는 2월 블룸버그 인터뷰에서 우주 엘리베이터를 짓는 데 80억 달러가 소요될것으로 추산했다. 2021년 각국 정부의 우주 관련 예산 전체가 920억 달러인 것을 고려하면 적지 않은 액수다. 그러나 미국 ‘아르테미스’ 프로젝트의 우주발사체인 SLS는 1회 발사에 20억 달러 이상이 소요된다. 과거 우주왕복선은 발사때마다 5억 달러가 들었다. 제임스 웹 우주망원경(JWST)는 100억 달러가 들었다.
우주엘리베이터를 통해 행성 탐험, 위성 발사, 관광 등을 하는 확장성을 고려하면, 매우 경제적일 수 있다는 얘기다. 중국 우주개발의 핵심 공기업인 중국항천(CASC)이 2019년 4월에 “2045년 완성을 목표로, 우주 엘리베이터를 연구하겠다”고 발표한 것도 이런 맥락에서였다.


CNT 리본이 끊어진다면?
미 월간지 와이어드(Wired)는 지난 1월, “이 CNT 리본이 우주 쓰레기에 부딪히거나 테러로 인해 끊어질 경우, 이 리본은 지구 주변을 돌면서 차례로 무너져 적도 둘레의 3분의1에 쏟아지거나 수많은 쓰레기가 우주에 남게 된다”며 “아직은 로켓 단계가 낫다”고 주장했다. 
유럽우주국(ESA)에 따르면, 저궤도를 도는 우주 쓰레기는 10㎝ 이상이 3만6500개, 1~10㎝ 크기가 100만 개, 1㎜~1㎝는 1억3000만 개에 달한다. ‘우주 엘리베이터’ 회의론자들은 이 수많은 파편을 폭 1m인 CNT 리본이 계속 피할 수 있겠느냐는 것이다. 미 국방부의 우주감시네트워크(SSN)는 이 중 5㎝ 이상 크기만 추적한다. 그러나 옹호론자들은 1㎝ 이하 파편까지 추적하는 민간 기관들이 계속 늘고 있어 예방 경보가 가능하고, 테러에 가장 취약한 지상에서 15㎞까지의 구간은 얼마든지 방어가 가능하다고 주장한다.  


”사람들이 비웃음을 멈춘 지 50년쯤 되면 실현될 것”
꿈의 신소재라 불리는 CNT도 현재로는 숯가루 같은 형태로만 존재한다. 아직 누구도 로프나 밧줄, 리본, 케이블 형태로 만들지 못했다. 그래서 CNT 리본은 공상 소설에서나 나오는 가상의 물질인 ‘언옵테이니엄(unobtain+ium)’이라는 반응이 많다. 

우주 엘리베이터는 언제쯤 가능할까. 이 아이디어를 소설 ‘낙원의 샘’에서 제시한 아서 C 클라크는 1990년대 이 질문에 “사람들이 비웃기를 멈추고 50년쯤 지나서”라고 말한 바 있다. 일부에선 달 표면과 궤도 사이에 우선 설치하자는 주장도 한다. 달의 중력은 지구의 6분의1에 불과하고 우주 쓰레기도 없고, 이미 자일론(Zylon) 섬유와 케블라 등 후보 소재가 5개가량 존재한다는 것이다. 2019년 영국 케임브리지대 연구진이 산출한 건설 비용도 10억 달러로 저렴하다. 앞으로 달 탐사가 본격화하기에 앞서, 건설을 고려할 만하다는 것이다. 

미 항공우주국(NASA)은 과거 우주 엘리베이터 개발에 수천만 달러를 지원한 바 있다. 그러나 지금은 보다 구체적이고 현실적인 안이 나올 때까지 관망하는 분위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