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에 갔는데, 왜 믿지 못할까

아폴로 달 착륙 현장, 속 시원하게 보여주지 못하는 이유
지구에서 달 표면, 손금처럼 들여다보는 것 불가능
30㎝의 발자국 보려면, 렌즈 지름 600~700m 반사 망원경 필요
지구에서 가장 큰 망원경의 지름 11.9m에 불과해

달궤도를 돌던 미 항공우주국(NASA)의 오리온 우주 캡슐이 지난 5일 아침(미국 동부시간) 마침내 지구로 돌아오는 길에 올랐다. 3개의 마네킹이 탑재된 오리온은 오는 11일 지구 대기권을 지나서 태평양으로 낙하한다. 11월16일 미 항공우주국(NASA)의 우주발사체 SLS에 실려 지구를 떠난 지 26일만이다.

 

꼭 50년 전인 1972년 12월14일 저녁, 거대한 분지인 달의 ‘평온의 바다(Sea of Serenity)’에서도 또다른 이륙이 준비되고 있었다. 아폴로 17호 선장인 우주인 유진 서넌(Cernan)이 ‘루나 모듈(Lunar Module)’인  ‘챌린저’의 비좁은 이륙선에 들어 앉자, NASA의 휴스턴 통제센터는 그에게 “화면에 잘 보인다”고 했고, 서넌은 “로버가 계속 작동을 잘해줘 기쁘다”고 했다. 아폴로 프로그램의 ‘루나 모듈’은 이륙선(ascent stage)과 착륙선(descent stage)이 결합돼 있었다. 멀찌감치 ‘문 버기(moon buggy)’라고 불리던 월면차(月面車) 로버가 덩그러니 세워져 있었다. 

 

곧 착륙선을 받침대 삼았던 이륙선에서 엔진이 불을 뿜었고, 이륙선은 하늘로 치솟았다. 로버에 장착된 카메라는 이 ‘챌린저’의 이륙 상황을 생중계했다. 그게 마지막이었다. 20호까지 계획됐던 NASA의 아폴로 미션은 이후 모두 취소됐다. 이륙선을 따라 움직이던 로버의 카메라는 더 이상 피사체를 찾을 수 없었고, 주변엔 착륙선과 성조기, 여기저기 흩어진 일부 장비뿐이었다. 결국 로버의 배터리도 멈췄고, TV 전송도 끝났다. 

 


1969~1972년 모두 6차례의 아폴로 미션을 통해 12명의 우주인이 달을 밟았다. 그런데 아직도 이걸 “조작된 사진”이라며 못 믿는 이들이 있다. 가장 확실한 방법은 지상과 우주의 첨단 망원경으로 착륙 현장을 찍어, 아직도 달에 남아 있는 아폴로 장비들과 착륙선 등을 보여주면 된다. 지난 반세기 과학기술은 기하급수적으로 발전했고, 우주에는 허블(Hubble) 천체망원경과 무려 수십억 광년(光年)을 들여다보는 제임스 웹 우주망원경(JWST)도 있지 않은가. 심지어 미국의 달관측위성(Lunar Reconnaissance OrbiterㆍLRO)는 2009년부터 달 표면을 찍고 있다. 

 

그런데 현실은 이 모든 것을 갖고도, ‘속 시원하게’ 현장을 보여주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다. 지구에서 달표면의 물체를 식별하기엔 달이 너무 멀고, 첨단 우주망원경과 달 궤도위성은 이런 음모론을 부술 목적으로 발사된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지구에서 달표면의 30㎝ 크기 발자국을 식별하려면
작년 9월21일 미 국립과학재단의 관측소와 미 라디오천문관측소, 레이시언 인텔리젼스 앤 스페이스는 역사상 지구에서 찍은 가장 선명한 해상도의 달 사진을 공개했다.

 

타이코(Tycho) 충돌구와 주변을 찍은 사진으로, 수십 장의 사진을 모자이크한 이 사진은 무려 14억 픽셀(pixelㆍ화소)을 담았다. 가로200kmㆍ세로 175㎞에 달하는 지역을 찍은 이 사진에서 1픽셀은 가로ㆍ세로가 5m다. 아폴로가 17호가 남긴 로버는 가로 2mㆍ세로 3m. 이런 해상도의 사진에서도 점 하나가 되지 못한다. 지구와 달 사이 거리가 38만4400만 ㎞로 너무 멀기 때문이다. 

지구에서 우주인이 남긴 30㎝의 발자국을 점(픽셀) 하나로라도 보고 싶으면, 렌즈 지름이 600~700m 되는 반사 망원경이 필요하다고 한다. 현재 지구에서 가장 큰 망원경의 지름은 11.9m다. 지구에서 달표면을 ‘손금 보듯이’ 들여다보는 것은 불가능하다. 

 

허블이나 제임스웹 우주 망원경이라면?
지표면에서 고도 559㎞에 떠 있는 허블 망원경은 특히 조리개가 커, 성운(nebula)이나 은하(galaxy)와 같이 깊은 우주 속을 들여다보기 위한 망원경이다. 달과 같은 지구 ‘앞마당’을 보기 위한 것이 아니다. 또 허블의 렌즈 지름은 2.4m에 불과해, 달표면의 물체가 최소 60m가 돼야 겨우 1픽셀에 담을 수 있다.  

 

NASA는 1999년 달이 지구에 가깝게 왔을 때에, 허블이 찍은 코페르니쿠스 충돌구 사진<위>을 공개했다. 폭 93㎞인 충돌구와 주변을 찍은 사진 130장을 모자이크한 것이었다. 일부 선명하게 확대된 충돌구 사진(오른쪽 하단)에서 하얀 벽은 약85m 크기가 1픽셀이었다.

 


지구에서 150만㎞ 떨어진 라그랑주(Lagrange) 포인트 L2에 떠 있는 제임스웹 우주망원경은 허블보다도 ‘조건’이 더 안 좋다. 이건 허블~달 사이보다도 4,5배 더 떨어져 있다. 지름 6.5m의 적외선 망원경인 제임스웹이 달을 보려면 ‘뒤’를 봐야 한다. 그런데 제임스웹이 보게 되는 달 표면은 지구에서 볼 수 없는 달의 뒷면이다. 아폴로 미션이 가지 않은 곳이다. 또 제임스웹의 각종 장비는 극저온을 유지해야 해, 태양ㆍ지구ㆍ달로부터 오는 열을 차단하려고 아예 테니스 코트 크기만 한 태양막(sunshield)까지 달고 있다. 제임스웹은 뒤를 돌아봐서도 안 되지만, 돌아봐도 기능만 망가질 뿐 달의 앞부분을 볼 수 없다.

 

달 관측위성, 아폴로 흔적을 찍는 데는 성공했지만…
이제 남은 것은 지난 2009년부터 달 고도 50㎞에서 달표면을 찍고 있는 미국의 달 관측위성(LRO)뿐이다. LRO의 목적은 ‘아폴로 흔적’을 찍는 것이 아니다. 2025년 달의 유인(有人) 오리온 캡슐의 달 착륙에 앞서, 남ㆍ북극 지방을 포함해 달의 전(全)표면을 훑어서 3D 지형 지도를 작성하고 온도와 자원 등의 각종 정보를 수집하는 것이다.

LRO에는 2개의 협각(망원) 렌즈 카메라와, 1개의 광각 렌즈 카메라가 장착돼 있다. 이 중에서 협각 렌즈 카메라는 1픽셀이 50㎝다. 따라서, LRO가 찍은 사진에서 아폴로 17호가 남긴 2mⅹ3m 크기의 로버는 4ⅹ6(24)픽셀, 가로ㆍ세로가 4m인 ‘루나 모듈’의 착륙선은 64픽셀이 된다.  

 


LRO는 달 고도 50km를 초속 1.6㎞로 날면서 한 장에 최대 2.5㎞ⅹ26㎞의 지역을 담는다. 점 하나보다는 낫지만, 이미 ‘장소’를 아는 전문가가 아니고선 LRO사진에서 24픽셀, 64픽셀짜리 물체를 식별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LRO가 찍은 과거 아폴로 우주선의 이ㆍ착륙 현장은 실제로 두 번 공개됐다. 2009년에 이어, 2011년 9월에 좀 더 선명한 사진이 찍혔다.<아래 두 사진 비교> 2011년 사진이 더 선명한 것은 LRO가 평균 고도를 유지하면서도, 당시 원형이었던 달 궤도를 한달 가량 타원형으로 수정했기 때문이었다. 2011년 사진은 LRO는 달 고도 21㎞까지 내려왔을 때 찍었다.

 

 

두 사진에선 아폴로 17호의 루나 모듈이었던 ‘챌린저’의 착륙선과 미국 국기, 우주인들이 달에서진행했던 ‘아폴로 달표면 측정장치(ALSEP)’ 장비들, 달 표면에서 마지막으로 이륙 장면을 찍었던 ‘문 버기’가 몇 개의 점(픽셀)들로 보인다. 또 우주인들이 걸어 다녔던 자국과 문 버기가 주행한 트랙도 그대로 남아 있다.


한편, 지난 2월 인도의 달 궤도위성인 ‘찬드라얀(Chandrayan) 2호’는 미국의 LRO보다 더 선명한 아폴로 11호 ‘역사의 현장’을 찍어왔다.<아래 사진 비교> 이런 차이가 난 것은 챤드라얀 2호의 카메라는 1픽셀이 32㎝이고, LRO는 50㎝이기 때문이다. 찬드라얀 2호의 사진에 담긴 아폴로 11선 루나모듈 ‘이글’의 착륙선 윤곽과 그림자가 보다 선명하다.  

 

 

한편, 지구 고도 320㎞를 나는 미국 첩보위성 카메라는 NRO나 인도의 찬드라얀 2호보다 더 강력해, 가로ㆍ세로 10㎝ 크기 물체까지 1픽셀에 담아내는 것으로 알려졌다. <사진 아래> 2019년 8월 31일 이란의 우주발사체 ‘사피르’ 실험이 실패했을 때에, 트럼프는 미 첩보위성이 찍은 발사대의 폭발 현장 사진을 트위터에 공개했다. 전세계 위성사진 전문가들과 정보 관리들은 깜짝 놀랐다. 발사대의 글씨가 이렇게 선명하게 보이도록 찍힌 미국의 첩보위성 사진이 공개된 적은 없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현재 달에는 LRO나 찬드라얀 2호 이상의 해상도를 지닌 카메라는 없다는 것이다. 만약 수십 개의 픽셀 정보만 갖고는 ‘달 착륙’을 여전히 믿을 수 없다면, 언젠가 직접 가보든가, 인류의 달ㆍ화성 탐사가 계속 진행되는 동안 자신만의 ‘동굴’ 속에서 사는 수밖에 없을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