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휴가는 우주로?
꿈이 아니다

성큼 다가온 민간 우주관광 시대
가격대 6억원부터 720억원까지 다양
6억원짜리 상품에 이미 800명 대기
"대규모 관광 가능하면 가격 더 내려갈 가능성"

지난 9일 일본의 억만장자 사업자인 마에자와 유사쿠(前澤友作ㆍ47)가 자신과 함께 내년에 달나라 여행을 갈 ‘디어문(Dearmoon) 프로젝트’의 멤버 8명을 최종 발표했다. 유사쿠는 현재 스페이스X사가 개발 중인 ‘스타십(Starship)’에 탑재될 유인 캡슐 ‘크루 드래곤(Crew Dragon)’의 8인승 좌석을 모두 구입했다. 가격은 알려지지 않았다.
민간인에게 우주 관광의 문이 열린 것은 작년 7월이었다. 지금까지 46명의 민간인이 우주를 다녀왔다. 모두 억만장자이거나, 그들의 초청을 받은 극소수였다. 그러나 내년에는 더 많은 사람이 달 여행과 국제우주정거장(ISS) 체류, 궤도 체험 등의 다양한 우주 관광 프로그램에 합류할 전망이다. 우주가 시작하는 선(線)이라고 불리는 고도 100㎞의 ‘카르만 라인(Kármán line)’만 살짝 넘는 상대적으로 ‘저렴한’ 45만 달러(약 5억9000만원)짜리 코스엔 이미 800명이 줄을 섰다.


우주에서 작은 점(點) 지구를 보는 ‘조망 효과’
왜 우주에 가려는 것일까. 뭘 보려는 것일까. 지구 인구의 절대 다수는 결코 누릴 수 없는 것을 즐긴다는 ‘특권의식’만은 아니라고 한다. 미국 아폴로 17호의 선장이었던 유진 써넌은 “암흑 속 우주에 떠 있는, 엄지손가락으로 지울 수도 있을 것 같은 빛나는 행성 지구가 너무나 소중하게 느껴졌다”고 했다. 또 다른 우주인도 “조용한 진공 속에 존재하는 생명의 오아시스를 보며, 추한 세계 현실에 대한 깊은 실망감과 돌아가면 뭔가 해야겠다는 충동을 느꼈다”고 말했다. 

 

 

1987년 미국의 저술가 프랭크 화이트는 많은 우주인이 공통적으로 ‘국가적’ 소속감을 넘어 지구전체에 새롭게 연대감을 형성하는 것을 발견하고, ‘조망 효과(Overview Effect)’라는 말을 처음 만들어냈다. 미국의 또 다른 우주인은 “깜깜한 우주와 지구 대기권을 가르는 푸른 빛의 얇은 라인에서, 신(神)이 인간을 위해 창조한 자연의 경계를 보는 듯 했다”고 말했다.  


지구에서 고도 80~100㎞를 넘어서야 우주 여행
우주 관광은 지구 대기권과 우주의 경계선인 카르만 라인을 넘어 올라가는 관광이다. 국제항공연맹(FAI)는 이 라인을 해수면 기준 100㎞ 상공으로 규정한다, 그러나 미 항공우주국(NASA)와 미 공군은 80㎞ 고도를 넘은 사람을 ‘우주인’이라고 부른다. 우주 관광은 또 카르만 라인까지 올라갔다가 포물선을 그리며 내려오는 준(準)궤도(suborbital) 관광과, 400 ㎞ 고도의 국제정거장 이상까지 갔다가 지구 궤도를 돌면서 돌아오는 궤도(orbital) 관광으로 나뉜다. 

 

예를 들어, 제프 베이조스의 우주기업 ‘블루 오리진(Blue Origin)’의 재사용 발사체와 탑승 캡슐(crew capsule)인 ‘뉴 세퍼드(New Shepard)’는 100㎞를 약간 넘은 영역까지 관광객을 올려 보낸다. 작년 여름 이래 32명이 이렇게 우주를 다녀왔다. 로켓(발사체)으로 올라갔다가, 돌아올 때는 탑승 캡슐로 지상에 낙하한다.

 

 

영국 버진 그룹의 리처드 브랜슨이 설립한 우주 여행 기업인 ‘버진 갤럭틱’의 활강 우주선 ‘스페이스십투(SpaceShipTwoㆍSS2)’도 모선(母船)인 거대 항공기 ‘화이트 나이트 투(WK2)’에 실려 15㎞ 상공까지 올라갔다가 이후 분리돼 80㎞ 이상 상공까지 치솟는다. SS2는 이후 날개를 위로 접고(feathering) 탑승객에게 수 분간 미세중력 체험을 제공한다. 낙하 시에는 대기권에서 동체 하단에 가해지는 마찰열을 분산시키기 위해 빙글빙글 돌다가, 다시 날개를 펴 여객기처럼 착륙한다. 두 회사 모두 준궤도 관광 상품을 제공한다.  

 


이와는 대조적으로, 스페이스X 사가 내놓은 우주관광 상품은 ISS 체류나 달 궤도 여행과 같이 400㎞ 상공 이상의 궤도 여행이다<아래 표 참조>. 
일본인 마에자와가 계획한 ‘디어문 프로젝트’나, 2001년 민간인으로선 최초로 러시아 우주선 ‘소유즈’호로 ISS를 방문했던 데니스 티토가 예약한 상품은 모두 달나라 여행이다. 이 여행은 일단 스타십으로 저궤도까지 오른 뒤, 거기서 연료를 가득 채우고 대기 중인 제2의 스타십과 랑데부를 한다. 그리고 이 스타십으로 달을 8자 모양으로 200㎞ 상공에서 돈 뒤 지구로 돌아온다. 달에 갔다가 오는 데만 3일씩이 걸려 총 1주일이 소요된다.

 

 

한편, 작년 9월 미국의 결제기업 ‘시프트포페이먼츠(Shift4Payments)’사 창업자인 재러드 아이잭먼은 스페이스X사의 유인 우주선인 ‘크루 드래곤’으로 585㎞ 고도까지 올랐다. 그는 내년에도 스페이스X와 ‘크루 드래곤’ 단독 계약을 맺고 민간인 4인으로만 1400㎞까지 오르겠다는 ‘폴라리스 돈(Polaris Dawn)’ 프로젝트를 발표했다. 현재 유인 위성이 가장 높이 오른 고도는 1966년 제미니 11호 우주인들이 세운 1373㎞다. 

 

 

가격대는 관광 상품에 따라 45만 달러(약 5억9000만원)에서 5500만 달러(약 720억원)까지 다양하지만, 극소수를 제외한 80억 인구에게 ‘하늘의 별’이긴 매한가지다. 그러나 일론 머스크는 지난 4월 “앞으로 스타십으로 대규모 화성 여행이 가능해지고 1인당 가격이 10만 달러(1억3000만원)라고 가정한다면, 대부분이 저축해서 낼 수 있는 가격일 것”이라고 말했다.

 

 

이들 3개 회사 외에, 보잉 사도 ISS까지 민간ㆍ전문 우주인을 이송할 ‘스타라이나(Starliner)’ 캡슐을 테스트 중이며, 시에라 스페이스 사는 과거 우주왕복선 개념을 발전시킨 7인승짜리 민간 우주선 ‘드림 체이서(Dream Chaser)’를 개발하며 우주 관광 시대를 준비하고 있다. 


NASA, ISS 방문하는 민간 우주선에 편당 480만달러 받아
NASA도 2019년에 저궤도(LEO)와 국제우주정거장(ISS)의 상업화 전략을 발표했다. 이를 통해 궁극적으로 2030년 이후 ISS를 대체할 민간기업의 우주정거장 건설 계획을 촉진하겠다는 것이다. NASA는 이에 따라 우주개발 기업인 ‘액시엄 스페이스’와 민간 우주인으로만 구성된 우주선의 ISS 방문 계약을 맺었다. 민간 우주인이라고 하지만, 안전을 위해 이 우주선의 선장은 전(前) NASA 우주인과 같은 우주 비행 전문가가 맡아야 한다. 


작년 4월말, NASA는 민간 우주선을 ISS와 통합하고 기본 서비스를 제공하는 명목으로 편당 480만 달러, 우주 관광객 1인 당 숙식 제공 등으로  520만 달러를 받는 가격 인상을 확정했다. 이에 따라 민간 우주 관광객 4인의 ISS 방문인 ‘AX-1’ 프로그램이 지난 4월에 진행됐고, 당시 민간 우주인은 좌석당 5500만 달러(약 720억원)를 지불했다. 액시엄 스페이스 측은 지난 8월부터 내년 2분기에 있을 ‘AX-2’ 우주 관광객을 모집 중이며, NASA는 2023년말~2024년에 두 차례 더 민간 우주선의 ISS 방문을 받기로 결정했다. 


우주 관광 시장규모, 2030년엔 40억달러 육박
전세계 우주 경제에서 우주 관광이 차지하는 비중은 높지 않다. 아직은 초기 단계이기 때문이다. 작년 7월에 나온 UBS 은행의 보고서는 “2030년말까지 우주 경제 전체 규모는 9000억 달러, 우주 관광은 40억 달러(약 5조20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했다. 이는 2019년에 UBS가 전망했던 30억 달러보다 증가한 것이다. UBS는 “2년 전보다 투자가 더욱 활발해졌고 더 야심 찬 계획이 발표되고 기술적 발전도 있었다”고 상향 조정 이유를 밝혔다.


‘액시엄 스페이스’사 웹사이트는 “만약 지금까지의 인류 역사 모든 것이 서론에 불과했다면?” “인류 발전은 지평선에서 멈추지 않았는데, 왜 대기권에서 멈춰야 하느냐”고 묻는다. 190년대초까지 극히 제한된 수의 특권층만 탈 수 있었던 비행기는 오늘날 모두의 교통수단이 됐다. 지구 대기권의 경계를 넘어 ‘큰 그림’을 보고 싶어하는 인간의 욕구는 이제 우주 관광 시대의 문을 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