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넓은 우주,
우린 정말 혼자일까

과연 지구인만 있겠는가, 그들의 신호를 찾아라
과학자들 본격적인 연구 잇따라 나서
남반구 최대 전파망원경 ‘미어캣’
수퍼 컴퓨터 활용, 전자파 신호 포착 나서
NASA는 UFO등 미확인현상 집중 연구

우주에는 정말 우리 혼자일까(Are we alone?)’ 이 물음에 태양계 밖 외계에는 우리 말고도 분명히 지적인 고등 생명체가 있을 것이라고 믿고, 이들의 존재를 탐사(Search for Extra-Terrestrial IntelligenceㆍSETI)하는 과학자들에게는 최근 두 건의 흥미로운 발표가 있었다.


하나는 전파망원경으로 외계에서 오는 신호를 찾는 학자들이 앞으로 남반구 최대의 전파망원경인 ‘미어캣(MeerKAT)’ 망원경과 수퍼 컴퓨터를 활용할 수 있게 됐다는 지난 1일의 발표였다. 다른 하나는 지난 10월말 미 항공우주국(NASA)이 앞으로 9개월 간 전문가 집단을 구성해 ‘미확인공중현상(UAPㆍUnidentified Aerial Phenomenon)’을 과학적으로 밝히겠다고 한 것이었다. UAP는 최근까지 ‘미확인비행물체(UFO)’라고 불리던 현상이다. 


우주에서 누구인가 사용할지도 모르는 ‘의미 있는’ 전자파 신호를 포착하겠다는 것은 ‘과학’ 같고, 그 누구가 이미 우리 곁에 왔다는 목격담은 ‘착각’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그러나 둘 다 같은 문제 의식에서 비롯했다고 할 수도 있다. 우리은하(銀河ㆍgalaxy)에만 태양과 같은 별(항성)이 1000억 개 있고, 전체 우주에는 이런 은하가 2조 개쯤 있는 것으로 추정되는데, 과연 우리만 있겠느냐는 것이다.

호킹 박사가 시작한 외계 생명체의 전파 포착
지난 1일 외계 생명체가 발신하는 전자파를 찾는 ‘브레이크스루 리슨 프로젝트(Breakthrough Listen ProjectㆍBLP)’와 남아공(南阿共)의 미어캣(MeerKAT) 망원경 및 수퍼컴퓨터가 연결된다는 뉴스가 발표되자, 전세계 SETI 천문학자들은 크게 반겼다.  BLP는 영국의 이론물리학자 스티브 호킹(2018년 사망)과 이스라엘의 기업가 유리 밀너가 1억 달러의 자금으로 2015년부터 시작한 외계 생명체 탐색 프로젝트다. 미국 웨스트버지니아 주에 있는 그린뱅크 망원경(GBT)와 호주의 파크스(Parkes) 망원경 등 지구 여러 곳의 전파 망원경을 연결해 우주에서 수신되는 전자파 중에서 ‘의미 있는’ 신호를 찾는다.  

 

한편, 외부의 전파 간섭이 거의 없는 남아공의 카루 지역에 위치한 미어캣 망원경은 1㎢의 면적에 배열된 64개의 전파 망원경이 연결돼 하나의 거대한 망원경을 형성하는 네트워크다. 우주에서 오는 가시광선 밖의 전자파를 수신해, 태양계가 속한 우리은하는 물론 주변 100개의 다른 은하와 거기에 속한 항성들을 들여다본다. 지난 6일 남아공 정부는 2024년까지 ‘미어캣’에 133개의 전파 망원경을 추가로 설치하겠다고 밝혔다. 
 

 

 

따라서 ‘미어캣’의 전파망원경 배열(array)과 컴퓨터에 연결되면, SETI 천문학자들로선 초신성(超新星)이나 중성자별(pulsar), 혜성을 비롯해 우주 천체가 내는 방대한 전파 데이터 속에서 지적 생명체가 보낼 수 있는 ‘테크노시그니처(technosigature)’를 식별해내는 데서 큰 도움을 얻을 수 있다. BLP 측은 “미어캣에 연결되면, 볼 수 있는 하늘이 50배 커지고 한 번에 볼 수 있는 천체의 수가 100배로 확대된다”고 밝혔다. BLP의 우선 관심 대상은 약 4.2광년(光年) 떨어진, 태양계에서 가장 가까운 항성인 센타우루스자리 프록시마(Proxima Centauri)과 그 둘레의의 두 개 행성이다.

 

NASA “과학의 언어인 데이터로 UFO 연구”
NASA는 10월 21일 “16명의 전문가로 독립적인 팀을 꾸려, 설명할 수 없었던 기존 공개 자료들을 9개월간 검토해 2023년 중반에 보고서를 내겠다”고 밝혔다. NASA는 지난 6월 ‘미확인공중현상(UAP)’에 대한 1차 보고서에선 “UAP의 기원(起源)이 외계라는 증거는 없지만, 정체가 무엇이냐에 대해 과학적 결론을 내리기는 힘들다”고 했었다. 
NASA의 과학임무 담당 부국장인 토머스 주버켄은 이날 “우주와 대기권의 모르는 것을 탐사하는 것이 우리 NASA의 본분”이라며 “과학자들의 언어인 데이터로 설명 불가능한 것들을 설명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번에는 UAP의 정체를 과학적으로 밝혀내겠다는 것이다.


지구와 비슷한 크기의 거주 환경을 갖춘 행성 2633개
NASA는 2009년부터 2018년까지 케플러(Kepler) 우주 망원경으로, 태양계 밖에 존재하는 행성들을 찾았다. 케플러 망원경은 모두 53만여 개의 별과 그 주변 행성들을 관찰했고, 지구와 크기가 비슷하고 거주할 만한 행성 2633개를 선정했다. NASA는 연료가 고갈돼 수명을 다한 케플러의 뒤를 이어, 2018년부터는 TESS 망원경으로 태양에서 가까운 20만 개의 항성과 생명체가 살 수 있을 법한 주변 행성을 찾고 있다. 
 


오븐 전자파를 외계 신호 포착했다며 흥분 
중국 구이저우(貴州)성에 위치한 세계 최대 전파망원경인 ‘톈옌(天眼)’ 망원경의 관측 연구진은 지난 6월 “외계 신호가 잡혔다”고 국제 천문학계에 보고했다. 지름 500m의 구면(球面) 전파망원경으로, FAST라고도 불리는 이 망원경은 100억 광년 이상 떨어진 전자파도 수신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이렇게 민감하면, 평소에는 감지하기 힘든 아주 희미한 주변의 전파 간섭까지 발생한다는 것이다. 나중에 중국 천문학계는 “이 신호는 지상에서 나온 전파 간섭일 수 있다”고 밝혔다. 


 


2019년 4월, 호주의 파크스 전파망원경으로 26시간 동안 센타우루스자리 프록시마를 조사하던 ‘브레이크스루 리슨 프로젝트(BLP)’ 연구진도 발신 길이와 파장에서 특이한 신호를 포착했다. 이 신호는 인공위성이나 여객기가 사용하지 않는 주파수 대역이었고, 5시간 지속됐다. BLP 연구진은 ‘BLC1’라고 명명한 이 신호가 “외계에 존재하는 기술의 증거일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그러나 이 신호는 반복되지 않았다. 당시 관측에 참여했던 UC 버클리의 천문학자는 작년 10월 “핸드폰이나 망가진 컴퓨터에서 낸 전파 간섭이었다”는 조사 결과 논문을 냈다. 2011~2014년 이 망원경에서 ‘외계 신호’라고 보고된 것들도 나중에 과학자들이 점심 식사를 데운 마이크로웨이브(microwave) 오븐에서 발생한 전파로 판명됐다.


그렇다면 다들 어디에
우주에 그렇게 지적 생명체가 많다면, 왜 여태껏 인류와 조우(遭遇)가 없었던 것일까. 이탈리아 출신의 저명한 물리학자였던 엔리코 페르미가 “다들 어디 있는 거지?”라고 물었다는, 이른바 ‘페르미의 역설(Fermi Paradox)’이다. 지구가 이 우주에서 상대적으로 ‘젊은’ 축에 속하는 것을 고려한다면, 인류보다 먼저 생긴 고등 생명체가 ‘천문학적인’ 광년의 거리차를 극복하고 진작에 인류를 먼저 찾아올 법도 하기 때문이다. 
 


지난 15일 이스라엘 히브리대학교의 한 천문학자는 이 물음에 대해 “그런 지적 생명체는 단지 생명체를 품고 있는 행성보다는, 그 행성에 존재하는 기술력에 관심이 있었을 것”이라며 “그들은 지구에서 인간이란 생명체가 생겨나기 전에 스쳐갔거나, 그들도 최근에 문명이 발달하기 시작했을 수 있다”는 가설을 제시했다.


”멸망한 외계 문명 수두룩” vs. “최소 36개 존재”
‘페르미의 역설’을 풀 수 있는 또 다른 이론은 ‘그레이트 필터 이론(Great Filter Theory)’다. 우주에는 많은 문명(civilization)이 있었는데, 우리 인류와 접촉하기 전에 이미 멸망했다는 것이다. 미국의 저명한 천체물리학자였던 칼 세이건(1996년 사망)은 “많은 우주 문명이 원자력이나 바이오 공학과 같이 자칫하면 자멸(自滅)할 수 있는 문명 발달의 ‘청소년기’를 넘기지 못하고 자멸했다”고 말했다.
지난 달 14일 NASA 제트추진연구소(JPL)의 한 연구팀은 이 이론을 적용해 “인류도 우주 탐험에서 막대한 진전을 이루는 가운데, 핵전쟁ㆍ소행성 충돌ㆍ팬데믹ㆍ기후변화ㆍ인공지능(AI) 등이 초래하는 재앙을 피하지 못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2020년 12월 칼텍(CalTec)의 물리학자 3명도 “지구는 우리은하의 중심에서 2만5000 광년 떨어져 있지만, 우리은하의 발달 모델에 따르면 생명체는 중심에서 가까운 1만3000년 광년 내에서 먼저 시작한다”며 “지구는 우리은하에서 최전선 문명에 속하고, 우리은하에는 이미 멸망한 문명이 수두룩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런가 하면, 2020년 6월 영국 노팅엄대의 천체물리학자인 크리스토퍼 콘셀리스는 “우리은하에는 인류와 서로 통신할 수 있는 외계 문명이 최소 36개쯤 된다”고 주장해 언론의 주목을 받았다. 그는 지구에서처럼 생명체를 발생시킬 수 있는 조건과 환경을 제공할 수 있는 행성들을 은하계에서 찾아서 계산한 것”이라고 했지만, 검증할 수 없는 여러 가정을 토대로 했다.
콘셀리스의 주장을 따라가면, 왜 이들 외계 문명이 지금까지 인류를 접촉하지 않았느냐는 ‘페르미의 역설’에 다시 부딪힌다. 그는 “지구가 우주에서 감지될 수 있는 수준의 전파를 사용한 게 기껏해야 100년이라, 그 신호가 아직 그들에게 도달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지구 전파가 빛의 속도로 간 거리는 100광년이지만, 우리은하의 평균 반지름이 5만2850광년인 것을 감안하면 이 거리는 아직 은하계의 겉을 아주 살짝 긁은 정도라는 것이다.


외계 생명체에, 다시 인류 메시지 다시 보내자
지난 4월 NASA의 일부 과학자들은 남녀 인체 그림과 DNA 정보, 세계 지도, 태양계 등을 이진법 부호로 표현해 보내자는 ‘은하의 신호(Beacon in the Galaxy)’ 제안을 내놓았다. NASA는 1977년 성간(星間ㆍinterstellar) 탐사선인 보이저 1ㆍ2호에 지구와 인간의 이미지 115장과 사운드를 담은 구리 레코드를 담아 보냈었는데, 이를 업데이트하자는 것이다. 
 


JPL 연구소의 크리스틴 페이는 “수천 년 뒤 인류는 종(種)으로서 더 이상 존재하지 않을 수 있는데, 우리은하에 던진 이 ‘병 메시지(message in a bottle)’는 외계의 다른 지적 생명체에 ‘우리가 존재했었다’는 최소한의 기본 정보를 줄 수 있다”고 말했다. 이들은 중국의 FAST 망원경이나, 42개의 전파 망원경이 배열된 미국 캘리포니아주 소재 SETI 연구소의 앨런 망원경으로 우주에 송신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이 망원경은 마이크로소프트 사의 공동 창업자였던 폴 가드너 앨런의 기부로 세워진 망원경이다. 


모두가 이 계획에 찬성하는 것은 아니다. 이 메시지를 접한 외계 지적 생명체가 인류에 호의적일지, 적대적일지 알 수 없기 때문이다. UC 버클리의 SETI 프로그램 책임자인 댄 웨어사이머 교수는 “99%의 천문학자는 반대할 것”이라고 말했다. 웨어사이머와 일론 머스크 등 20여 명의 과학자와 기업인들은 2015년에도 이러한 계획을 비판하는 성명을 냈다. 스티븐 호킹 박사도 생전에 “고등 외계 생명체들은 자신들이 도달할 수 있는 행성을 정복해 식민화(植民化)하려고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러나 계획의 찬성ㆍ반성 어느 쪽이든 같은 생각을 공유한다. “우주는 엄청나게 큰 장소인데, 오직 우리뿐이라면 공간의 막대한 낭비인 것 같다”는 것이다. 이는 세이건 교수의 말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