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조선이 고장났다,
ISS 초유의 상황

ISS 결합된 소유즈 MS-22 냉각수 누출
대체 구조선 빨라야 내년 2월 가능
앞으로 두달간 긴급사태 발생땐
우주인 일부는 탈출 불가능

국제우주정거장(ISS)에 결합(docking)된 러시아 우주선(캡슐)인 소유즈 MS-22에서 냉각수가 누출되면서, 20년 넘게 우주인이 상주해 온 ISS에서 처음으로 긴급 상황 시 일부 우주인은 ISS를 탈출할 수 없는 상황이 발생했다. 
지난 15일 오전9시45분(한국 시간) ISS 외부 카메라에 러시아가 설치한 라스벳 모듈에 결합된 소유즈 우주선에서 냉각수가 눈발이 흩날리듯이 우주로 뿜어져 나가는 광경이 포착됐다. 이 우주선은 9월21일 러시아 우주인 2명과 미국 우주인 1명이 타고 온 것으로, 유사시 이들이 타고 갈 ‘구조선’이기도 하다. 라스벳 모듈은 미니 실험실(Mini-Research ModuleㆍMRM1)이자 유인(有人)ㆍ화물 우주선이 도킹하는 모듈로, 러시아가 운영하는 6개의 여압(與壓ㆍpressurized) 모듈 중 하나다.


 

 

러시아연방우주국(ROSCOSMOS)과 미항공우주국(NASA)은 ISS 자체의 안전에는 이상이 없다고 밝혔다 그러나 냉각수가 빠진 소유즈 MS-22의 실내는 지구 대기권 진입 시 급격히 올라, 우주인들이 이를 타고 지구로 돌아올 수 없다. 23일 러시아 측은 “구조 소유즈를 ISS에 보내겠다”고 발표했지만, 소유즈 우주선의 발사는 빨라야 내년 2월 말에나 가능하다. 
ISS에 체류 중인 우주인은 모두 7명. 그러나 현재 ISS에 결합된 유인(有人) 우주선은 미국의 4인용 우주선 크루 드래곤(Crew Dragon) 1대뿐이다. 2개월 넘게, 유사시 우주인 전원이 ISS를 탈출할 수는 없는 사태를 맞은 것이다.


우주 파편ㆍ미세유성체ㆍ하드웨어 결함 등 원인 파악 중
소유즈에서 냉각수가 누출되던 당시, 러시아 우주인 2명은 포이스크(Poisk)라고 불리는 또 다른 미니실험실(MRM2)에서 우주유영 준비를 하고 있었다. 소유즈 우주선의 라디에이터에 8㎜의 균열이 생겼고, 그 안의 냉각 파이프도 1㎜ 미만 크기로 미세하게 균열됐다. 냉각수는 우주로 나오는 순간 끓어오르면서 사라졌고, 거의 다 빠져나갔다. 
일부에선 매년 12월 중순이면 시속 12만4800㎞로 지구를 향해 비처럼 쏟아지는 제미니드 유성우(流星雨)의 가능성을 제기했으나, NASA와 ROSCOSMOS는 “유성의 운동 방향과 각도가 ISS와는 다르다”며 그 가능성을 배제했다. 
고도 400㎞에 위치한 ISS에 결합된 소유즈가 우주 파편들과 충돌했을 가능성도 있다. 특히 고도2000㎞ 이하 우주 공간에는 파괴돼 산산조각난 위성 파편이나 로켓 잔해 등 길이 1㎜~10㎝의 우주 파편만도 1억3000만 개에 달해, 유성체(meteoroids)보다도 많다. 지난 21일에도 미 우주인들이 우주유영을 하려던 계획이 러시아의 로켓 엔진 파편과 충돌 가능성으로 인해 하루 연기되기도 했다. ROSCOSMOS 측은 미세(微細)유성체(micrometeoroids), 하드웨어적 결함, 우주 파편 등 여러 가능성을 조사 중이다. 

 

4년전엔..."NASA 우주인의 고의 행동” 루머도
소유즈 우주선에선 2018년 8월말에도 약 2㎜의구멍이 나서, 러시아 우주인들이 급히 테이프로 막기도 했다. 
 


그런데 ROSCOSMOS의 드미트리 로고진 당시 국장은 “구멍은 선체(船體) 안쪽에서 바깥쪽으로 난 것 같다. 인간의 손으로 이뤄진 것이고, 드릴이 미끄러진 흔적도 있다”고 말했고, 러시아 언론에선 “NASA 우주인이 고의적으로 구멍을 냈다”고 보도했다. 즉, 정신적 불안정과 정맥 혈전증을 앓던 미 여성 우주인이 계획보다 일찍 지구로 복귀하려고 소유즈의 소환이 불가피한 상황을 만들었다는 것이었다 
당시엔 지상과 ISS를 오가는 유인 우주선이 소유즈밖에 없었다. 또 구멍이 난 부분은 소유즈 우주선이 대기권에 재진입하기 전에 분리되는 서비스 모듈(엔진ㆍ연료탱크 등)이라, 복귀하는 우주인의 안전에는 이상이 없었다. 이 ‘사건’에 대해 NASA 측은 “전혀 근거 없는, 거짓말”이라고 반박했지만, ROSCOSMOS 측은 지금도 “고의적”이란 주장을 접지 않는다. 
 


2019년 9월에는 러시아의 즈베즈다 서비스 모듈 내에 우주선 도킹 파트와 모듈 본체를 연결하는 원통형 통로에서 22㎜ 크기의 파열 부분이 발생해 급히 때웠다. 그러나 2021년까지 다른 여러 곳에서도 계속 공기가 새는 것이 확인됐다.
이는 20년간 러시아의 화물 우주선인 프로그레스(Progress)와 유인 우주선인 소유즈, 유럽우주국(ESA)의 화물 우주선인 ATV(Automated Transfer Vehicle)이 도킹하면서 불가피하게 발생한 기계적 노후로 판단됐다.


대체 소유즈 우주선은 빨라야 내년 2월말 
냉각수 누출 사고가 난 소유즈 MS-22는 9월21일 카자흐스탄의 바이코누르 우주기지(Cosmodrome)에서 출발해 ISS에 도착했다. 우주인은 통상 ISS에 6개월 머문다.
이들이 대피하고 복귀할 우주선이 고장 나면서, ROSCOSMOS는 “빈 소유즈 우주선을 ISS로 올려 보내는 방법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이럴 경우, 러시아가 원래 내년 3월 16일로 잡았던 소유즈 MS-23의 발사 일정이 2~3주 당겨지게 된다. 자동 도킹 능력을 갖춘 소유즈 우주선이 빈 상태로 올라가서 3명을 태우고, 사고 우주선인 소유즈 MS-22는 빈 상태로 복귀한다.
그러나 일부에선 소유즈의 자동 도킹 능력이 완벽하지 않아, 2명과 1명의 우주인이 소유즈 2대를나눠 타고 갈 수도 있다고 말한다. 1대는 기존 우주인 3명을 태워 돌아오고, 나머지 1대는 새로 ISS 체류를 시작하는 3명의 구조ㆍ복귀용으로 남겨놓는다는 것이다.

이밖에, ISS에는 민간기업인 스페이스X의 유인 및 화물 드래곤 우주선 2대와, 노스럽 그러먼 사의 시그너스(Cygnus) 화물 우주선, 러시아의 무인 화물 우주선인 프로그레시브 81ㆍ82 등 모두 5대의 우주선이 결합돼 있다. 
그러나 이 중에서 유인 우주선은 4인용 크루 드래곤(Crew Dragon) 한 대뿐이다. 지난 10월 이 우주선을 타고 온 미 우주인 2명과 러시아ㆍ일본 우주인 등 4명의 ‘구조선’이다. 


또 크루 드래곤의 선내(船內) 우주복은 개인별 체형에 완벽하게 맞게 사전에 주문 생산한 것이다. 끈으로 각자의 체형에 맞게 조정하는 러시아와 과거 NASA의 선내 우주복과는 다르다. NASA 측은 “크루 드래곤은 대피 수 분 내에 동력이 작동해, 신속하게 ISS와 이탈할 수 있다”고 밝혔다.
실제로 작년 11월 15일 러시아가 PL-19라는 위성 파괴 미사일을 시험 발사해 소련 시절 쏴 올렸던 고장 난 첩보위성 코스모스 1408호를 파괴해 수천 개의 우주 파편이 발생했을 때, 미 우주인 3명과 독일 우주인 1명은 드래곤 캡슐에, 러시아 우주인 2명과 미 우주인 1명은 소유즈 MS에 약 2시간 긴급 대피하기도 했다. 


왜 러시아 우주선에 미국 우주인이 탔을까
미국과 러시아는 지난 7월15일 우주선 좌석 교환 협정을 맺었다. 교환이므로, 서로 별도의 비용은지불하지 않는다. 이 협정의 첫번째 미국 우주인으로 프랭크 루비오가 9월에 소유즈에, 러시아 우주인 안나 키키나가 지난 10월 스페이스X의 크루 드래곤을 타고 ISS에 합류했다.
이런 협정에도 불구하고, 로고진 ROSCOSMOS 당시 국장은 종종 미국에 적대적인 발언으로 주목을 끌었다. 그는 2014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크림반도 점령으로 미국이 러시아에 대한 경제 제재를 주도하자, “NASA가 우주인들을 트램펄린(trampoline)에 튕겨서 보내려는 모양”이라고 조롱했다. 그때 미국은 2011년 우주왕복선 프로그램을 종료하고, 독자 우주선이 없이 러시아 소유즈에 의존하고 있었다.
지난 2월말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더 강력한 경제 제재를 받자, 로고진은 “미 우주인들은 마법사 대걸레 자루(broomstick) 타고 저궤도에 오를 것”이라고 했다. 그러자 일론 머스크는 자사의 팰컨 9 로켓이 크루 드래곤을 ISS로 보내고 지상으로 되돌아오는 동영상을 트위터에 띄우고 “미제(美製) 대걸레 자루”라고 응수했다.


소유즈 MS vs. 스페이스X의 크루 드래곤
현재 ISS와 지구를 오가는 유인 우주선은 러시아의 소유즈 MS와 미 기업 스페이스X의 크루 드래곤 두 기종뿐이다. 
소유즈 MS는 러시아가 기존의 소유즈 TMA-M 우주선을 6년에 걸쳐 사실상 새로 만들어 2016년에 내놓은 신형 우주선이다. ROSCOMOS 측은 태양광 패널의 현대화와 동력 강화, 유성체로부터의 선체 보호 강화, 도킹 시스템의 정밀화 등, 소유즈를 사용하는 NASA 측이 16개 업데이트 요구 조건을 반영해 제작했다. 소유즈 뒤에 붙는 MS는 Modernized Systems(현대화 시스템)을, 숫자 22는 22차 임무라는 뜻이다. 
NASA는 독자적인 우주선이 없던 시절에, 미 우주인 1인의 왕복 탑승 비용으로 8000만 달러(약 1000억 원)를 러시아에 지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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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유즈 MS는 궤도ㆍ재진입ㆍ서비스궤도의 3개 모듈로 구성돼 있다. 맨 앞부분을 차지하는 궤도모듈은 ISS에 도킹하는 파트이고, 재진입(하강) 모듈엔 지구 귀환 시에 우주인들이 탑승한다. 동력과 통신, 고도 조정 장치, 태양광 패널이 장착된 재진입 모듈과 궤도 모듈은 지구 귀환 시에 대기권 밖에서 분리돼 타 버린다.
소유즈 MS는 같은 이름의 소유즈 로켓에 탑재돼 발사되며, 지표면에서 400㎞ 떨어진 ISS까지 가는데 6시간 밖에 걸리지 않는다. 지구 귀환은 이보다 짧아 3시간 반 걸린다.
 


반면에, 스페이스X가 개발한 드래곤 2 우주선은 최대 4명을 태울 수 있는 크루 캡슐과 6000㎏의 화물을 적재할 수 있는 트렁크로 나뉜다. 2020년 5월에 ISS까지 처음 시범 운행을 했고, 같은 해 12월6일 미 우주인 3명을 태우고 정식 운행을 시작했다. ISS에 가는 데는 22~29시간이 걸린다. 두 우주선 사이에 이런 시간 차이가 나는 것은, 기술적 차이보다는 지구 중심을 기준으로 발사대와 ISS 사이의 각도(phase angle), 연료의 경제적 운용 등 여러 요인에 달린 것이다. 


 


또 소유즈 MS에 비해 크루 드래곤 2는 덩치가 더 크고, 모두 재사용하는 캡슐이어서 연료를 경제적으로 써야 한다. 반면에 소유즈 MS는 귀환 시 전체 우주선의 3분의1인 궤도 모듈만 돌아온다. 또 소유즈의 우주인 공간은 매우 비좁다<사진 위>. 이런 상황에선 시간 단축이 우주선 설계에서 우선 순위를 차지할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