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린 우주선 대신
이걸 타고 올라가지

짧지만 강렬한 우주투어, 기구 타고 둥둥
여객기의 운항 고도보다 3배 더 올라가
대기권과 우주 가르는 푸른선 조망 가능


비용 1억원 안팎...우주선에 비하면 저렴해
최첨단 우주복 필요 없고, 호텔처럼 꾸며
우주투어 준비하는 기업 '월드뷰'
앞으로 수년간 예약자 몰려

보다 ‘저렴하게’ 우주에 가 볼 수는 없을까. 올해 하반기에 두번째 발사를 계획 중인 영국 버진 갤럭틱의 우주 투어 가격은 45만 달러(약5억5000만원), 작년까지 여섯 차례 유인 우주 비행을 실시한 블루 오리진의 뉴세퍼드 탑승 요금은 미공개지만, 이보다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가 하면, 고도 400㎞의 국제우주정거장(ISS)과 그 이상까지 오르는 스페이스X의 크루드래곤 캡슐 탑승 가격은 무려 5500만 달러(약 681억원)다. 모두 일반인으로서는 꿈도 꿀 수 없는 가격대다. 

 

그래서 나온 것이 기구(氣球ㆍballoon)을 타고 고도 30~40㎞까지 올라가는 ‘우주 투어’ 상품이다. 우주 투어의 최대 시장이 될 미국에서 2021년 10월에 실시한 조사에선 응답자의 19%가 “10만 달러(약 1억2300만원) 이상을 쓸 의향이 있다”고 답했다. 내년에 미국과 유럽에서 나올 예정인 기구를 이용한 우주 투어 가격도 10만 달러 안팎에 책정돼 있다. 

 

 

물론 이 우주 투어가 오르는 고도는 버진 갤럭틱(고도89㎞)이나 블루 오리진(106㎞)의 절반에도 못 미친다. 탑승객은 무중력 체험도 할 수 없어, 엄밀히 말하면 ‘근(近)우주’ 투어다. 그러나 고도 30㎞는 국제선 여객기의 운항 고도보다 3배에 달하는 위치다. 지구의 곡면(曲面)과, 대기권과 암흑의 우주를 가르는 얇은 푸른 선을 조망하기엔 충분하다.  

 

지난 13일 미국 애리조나주 투손에 위치한 기구 회사인 월드 뷰(World View)는 뉴욕 증시에 상장된 기업인수목적회사(SPAC) 레오(Leo) 홀딩스와의 합병을 통해, 기업공개(IPO)를 하겠다고 발표했다. 우주 투어를 시작도 안 했는데, 기업 가치는 3억5000만 달러(약4320억 원)로 산정됐다. 이 합병 발표 이전에도, 월드 뷰는 4890만 달러의 투자를 받았다. 월드 뷰와 몇몇 회사들은 내년부터 기구를 통한 우주 투어를 시작한다. 이미 수년 치가 다 예약됐다. 

 

”로켓 진동 없이, 최고급 라운지에서 우주를 즐기세요” 

현재 미국에서 내년에 우주 투어를 시작한다고 발표한 대표적인 회사는 월드 뷰와 스페이스 퍼스펙티브(Space Perspective).  두 회사의 기구는 폭 106m에, 길이가 213m로 비슷한 크기다. 이 거대한 풍선에 지름 4.8~5.7m 크기의 탑승 캡슐이 매달리게 된다. 캡슐 내부는 지상과 같은 수준의 압력을 유지하며, 여객기 비즈니스클래스 수준의 안락한 좌석과 관람을 돕는 비디오 스크린, 최고급 음식을 구비한 콘솔, 망원경 등이 제공된다. 최고도에서 탑승객들은 2m 길이의 창문을 통해 폭 720㎞의 전경을 한 눈에 볼 수 있다. 탑승 인원은 1,2명의 승무원을 포함해서 전체 10명. 

 

 

스페이스 퍼스펙티브 사의 공동 CEO인 제인 포인터는 “로켓 발사 때의 엄청난 진동이나 높은 중력가속도를 견딜 필요도 없이, 이착륙이 모두 매우 부드러운 것이 특징”이라고 말했다. 따라서 노약자(老弱者)도 쉽게 우주 투어에 오를 수 있다. 좌석당 5만 달러(약6100만원)인 월드 뷰와 12만5000달러(약1억5400만원)인 스페이스 퍼스펙티브의 미국 내 내년 좌석은 모두 매진됐다. 

 

사실 기구 자체는 20세기 초부터 과학 및 기상(氣像) 관찰 목적으로 사용됐다. 새로운 개념은 ‘승객 탑승’이다. 구글 임원 출신인 앨런 유스터스가 2014년 10월 미국 뉴 멕시코주에서 헬륨 기구를 타고 고도 41㎞까지 올라가 자유낙하에 성공했다. 당시 그는 아폴로 우주복을 만들었던 ILC 도버 사가 만든 우주비행복을 착용했다. 이에 앞서 2012년 10월엔 ‘레드불 스트라토스(Red Bull Stratos)’ 프로젝트에서 오스트리아 출신의 전문 스카이다이버 펠릭스 바움가르트너가 처음으로 고도 40㎞에서 뛰어내려 지상에 착륙하는데 성공했다. 하지만, 여압(與壓) 환경의 기구 캡슐에서 승객들은 이런 우주비행복을 입을 필요가 없다. 

 

우주선이야, 호텔 레스토랑이야?

스페이스 퍼스펙티브는 작년 4월 12일 팽이 모양의 ‘넵튠(Neptune)’이라는 탑승객 캡슐을 처음 공개했다. 이 회사는 최적의 관람 조건을 제공하기 위해 시간에 따라 변하는 LED 무드등(燈)을 캡슐에 설치하고, 미국의 고급 클럽ㆍ레스토랑처럼 분위기 있는 인테리어를 꾸몄다. 넵튠을 디자인한 프리스트먼굿 측은 “난기류(亂氣流)를 만나도, 캡슐이 부드럽게 흔들리도록 했다”고 밝혔다.  

 

 

이륙은 미 항공우주국(NASA)의 케네디 우주센터에서 하며, 2021년에 무인 시험 비행을 마쳤다. 새벽에 이륙해서 2시간 동안 30㎞ 고도에 오른 뒤 2시간 활강하고 다시 2시간 동안 하강한다. 대서양이나 멕시코만의 해상에 착륙하면, 선박이 기구와 탑승객이 탄 캡슐을 회수한다. 하나의 캡슐로 1000회 비행이 가능하도록 제작한다.  

 

 

내년에 25회 이륙을 시작으로 매년 100회씩 운항한다는 계획이다. 스페이스 퍼스펙티브 측은 작년 11월초 약 600명이 환불 가능한 1000달러의 예약금을 냈다고 밝혔다.  이륙에 앞서, 케네디 센터에서 3일간 성층권의 장관(壯觀)을 찍는 방법 등 탑승객들이 6시간의 여행을 만끽할 수 있도록 사전 안내 교육을 실시한다.  

 

그랜드캐년ㆍ피라미드서 출발하는 월드 뷰 우주투어  

한편, 승무원 2명을 포함해 모두 10명이 타는 월드 뷰의 ‘익스플로러 스페이스’ 캡슐은 37㎞ 고도까지 오른다. 총 여행 시간은 6~8시간.  목표 고도에 올랐다가 어느 정도 공기층이 두터운 고도로 내려오면 기구를 낙하산과 비슷한 패러포일(parafol)로 교체해 이륙 지점으로 되돌아오게 된다. 작년말까지 1000명이 500달러의 예약금을 냈다고 한다. 

 

 

월드 뷰는 올해 첫 유인 테스트를 하고, 내년에 미국의 그랜드 캐년에서 모두 90회 운항한다는 계획이다. 이후에는 이집트 기자의 피라미드, 세계 최대 산호초 지역으로 유명한 호주의 그레이트배리어리프(Great Barrier Reef), 아마존, 탄자니아의 세렝게티 국립공원 등 전세계 관광 명소로  우주공항(space port)를 넓혀가 공항 당 한 해 330회 운항하겠다는 것이다. 월드 뷰의 상품이 스페이스 퍼스펙티브 상품보다 더 싼 것은 이미 존재하는 기술을 더 활용하고, 재사용이 가능하게 프로그램을 운영하기 때문이라고 이 회사 측은 밝혔다.   

 

닮은꼴 두 회사의 차이는 수소 vs. 헬륨 

사실 두 회사는 모두 테이버 매컬럼과 제인 포인터라는 부부가 세웠다. 두 사람은 1991~1993년 텍사스의 갑부가 화성 거주 실험으로 세운 ‘바이오스피어(Biosphere) 2’에서 2년간 외부와 차단된 생활을 하면서 만났다. 매컬럼은 고도 41㎞에서 자유 낙하한 전 구글 임원의 생명지원장치를 만든 엔지니어이기도 하다.  

 

 

두 사람은 2012년 몇몇 우주 과학자, NASA 우주인 출신과 함께 월드 뷰를 세웠다. 그러나 이 회사가 보다 우주 투어보다는 센서와 과학 장비를 장착한 대기권 위성(stratollite) 개발에 치중하자, 나와서 2020년 6월에 스페이스 퍼스펙티브를 차렸다. 그 후, 월드 뷰도 2021년 10월에 기구를 이용한 우주 투어 사업을 하겠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두 회사는 사용하는 기체가 각각 수소와 헬륨이라는 큰 차이가 있다. 수소는 헬륨에 비해 저렴하고, 좀 더 풍부하다는 장점이 있다. 헬륨은 이미 세계적으로 공급난인데, MRI 진단이나 과연구 장비에도 많이 쓰인다. 스페이스 퍼스펙티브의 공동 CEO인 포인터는 “일년에 몇 번 기구를 띄우고 나면, 병원과 경쟁해야 하는 윤리적 문제에 봉착한다”고 말했다. 

 

기구에 들어가는 기체로 헬륨 가스를 선호하는 측은 헬륨이 다른 물질과 화학 반응을 일으키지 않는 불활성(unreactive) 가스라서 폭발, 화재의 위험이 없다는 점을 든다. 수소를 쓰는 월드 뷰의 CEO 라이언 하트먼은 “가장 중요한 것이 안전이며, 우리가 사용하는 양은 10년간 전세계에 공급되는 핼륨의 1%도 안 된다”고 주장했다.  ‘수소의 위험성’을 강조하는 이들이 주로 드는 예가 1937년 5월 미국 뉴저지주 상공에서 발생한 독일 비행선 힌덴부르크호의 수소 폭발 화재 사고다. 이 사고로, 탑승객 97명 중에서 35명이 숨졌다.  

 

 

하지만, 포인터는 “힌덴부르크는 기구가 아니라 비행선(airship)이었고, 원래 헬륨용으로 만들어진것인데 수소를 넣었다”고 반박했다. 또 무엇보다도 지난 80여년 간 수소를 다루는 기술과 기구의 표면 재질이 엄청나게 발달했다는 것이다. 1700년대 이후 수소를 이용해 기구를 띄운 것이 수천 번은 되지만, 수소 때문에 기구가 사고를 일으킨 적은 한번도 없었다고 한다.   

 

스페인의 제로2인피니티(0II∞) 

스페인 바르셀로나에 위치한 제로2인피티니(Zero 2 Infinity)사도 내년에 지름 128m 짜리 헬륨 가스를 넣은기구로 고도 40㎞까지 올라가는 우주 투어를 선보일 계획이다. 이 회사는 원래 기구로 로켓을 고도 30km까지 끌어올린 뒤에, 저궤도로 로켓을 발사하는 회사다.  

 

 

‘블룬(Bloon)’이라는 캡슐 투어는 상승 3시간, 활강 2시간, 하강 1시간 등 6시간이 소요된다. 2012년에 인간 실물 모형을 놓고 첫 비행 실험을 했다. 제로2인피니티의 투어 요금은 10만7000유로(약1억4300만원). 40㎞까지 오르면, 풍선은 패러포일로 바뀌고 하강을 시작한다. 많은 과학자들은 현대 기술로는 수소를 기구 상승에 쓰는데 안전상의 문제는 전혀 없다고 말한다. 스페인의 또다른 기구 회사인 EOS-X사도 2024년에 수소로 우주 투어를 시작한다고 발표했다.